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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기 중 지각 한번 없었던 아이, 수능 당일 지각해!

 

14일(목요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새벽 6시.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대충 씻은 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밖은 아직 어두웠고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다. 시험에 임하는 아이들의 체감 온도는 이보다 더 춥지 않을까 싶었다.

 

7시. 학급 아이들이 배정된 고사장에 도착했다. 수험생 입실 시간까지 다소 이른 감이 있었으나 고사장 앞은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서 나온 선생님과 재학생들이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고사장 주변 여기저기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7시 30분. 갑자기 몰려든 수험생들로 고사장 앞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담임 선생님은 고사장에 도착한 수험생들에게 학교에서 준비한 수능 떡과 음료수를 챙겨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속속 고사장에 도착하자, 후배들의 응원 소리가 최고조로 달했다.

 

한 학부모는 한참 동안 아이를 꼭 껴안아 주며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사장 안쪽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건, 탈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함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7시 50분. 한 명을 제외한 학급 아이들 모두 고사장 안으로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아직 입실 20분 전이라 기다려보기로 했다. 불안하여 그 아이와 계속해서 연락하였으나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들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 잠이 오지 않는다며 나와 통화도 했는데,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았을까 신경이 곤두섰다. 더군다나 학기 중 지각과 조퇴,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던 녀석의 지각은 의외였다.

 

8시. 수험생 발길이 끊어진 고사장 앞은 응원을 마친 재학생들이 뒷정리하고 있었고, 학교 선생님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못 미더운 듯 먼발치에서 고사장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한 녀석 때문에 내 시선은 고사장에서 몇 미터 떨어진 택시 정류장에 고정되었다.

 

입실 5분 전, 바로 그때였다. 비상 깜빡이를 켠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그리고 택시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뛰어오는 녀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사장에 도착한 녀석의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우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고 난 뒤 녀석을 고사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사실 지난밤 긴장하여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녀석이 새벽에 깜박 졸아 늦잠을 잤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8시 10분. 마침내 고사장 철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순간 고사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고사장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연신 수험생 이름과 교가를 부르며 파이팅을 외쳤다. 문이 닫힌 뒤에도 일부 학부모는 자리를 뜨지 않고 고사장 쪽을 바라보며 아이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8시 20분. 모두가 떠난 고사장은 조용했다. 문득 울고 웃던 했던 지난 일 년이 떠올려졌다. 목표를 향해 이 순간까지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가 잘 나오기를 담임으로서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시험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고사장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상상하며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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