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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쉬는 시간] 올해도 힘내세요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세상. 작년 한 해 동안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많이 바뀌었어요. 상상도 못 할 만큼 학교의 기능도 마비되었었지요. 덕분에(?) 일 년 내내 그동안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일, 평상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많이 했었어요. 1학기 초에는 교육과정도 몇 번이나 뒤집어엎어야 했고, 초등학교는 긴급 돌봄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지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맨땅에 헤딩해야만 했고, 우리의 의지와는 반대로 욕도 많이 먹어야 했어요. 그뿐인가요?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 감정의 화살은 교사 집단에 쏟아지기도 했었지요.

    

많은 뉴스와 답글들로 힘들고 상처받던 시간도 있었어요. 참 답답하던 때였지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한 구절을 되놰야만 겨우 버텨낼 것만 같은 때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오늘 내가 만날 사람들은 내 일에 간섭할 것이고, 고마워할 줄 모를 것이며, 거만하고, 정직하지 않고, 질투심이 많고, 무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다.”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꿋꿋이 나아가야 했어요. 힘든 시간이 지나고 이제 새해가 밝았어요. 그동안 교사들을 둘러싼 오해는 많이 풀리고 있어요. 무작정 대책 없이 감정의 화살만 쏘아대던 사람들도 이제는 모두 다 똑같이 힘들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교사로서 기울였던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지난주, 한파라고 불릴 만큼 추운 날. 가만히 서 있으면 손끝, 발끝이 시리던 오후. 학교 현관 앞에서 학습꾸러미를 배부했어요. 기다려도 오지 않으시는 부모님들이 계셔서 전화했더니 학교로 오실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다 싶어서 배달해 버렸어요. 사실, 배달까지 안 가도 되는 일이에요. 교사가 배달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학습꾸러미를 배부하다 보면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못 받으러 오시는 부모님들, 학교에 올 수 없는 아이가 있기도 해요. 자가격리 중이라던지, 기저질환이 있거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정이 있는 아이와 학부모님들이 종종 보이기도 하니까요. 

 

“선생님, 어떻게 하죠? 정말 감사해요.”

    

학습꾸러미를 집 앞에 놓고 학교로 돌아오는데 전화가 와요. 학부모님께서 고맙다는 한 마디를 전해주시더군요. 그 한 마디가 뭐라고 마음이 뿌듯해지더군요. 작년 초와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작년 초반의 파도 같았던 분위기도 이제는 편안한 잔물결로 바뀌어 가고 있어요.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그래도 이제는 제법 시간이 지나서 우리도 내성이 생겼어요. 온라인 수업에도 어느 정도 대비가 되었고, 갑자기 찾아오는 확진자 증가세에도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많은 여론도 이제는 무조건 ‘학교 탓’만 하지는 않아요. 조금은 냉철하게 사태를 바라보게 되었으니까요. 
    

아직은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는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해요. 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우리의 경험치는 더욱 노련하고 세련된 방법을 찾는 길잡이가 되어줄 거예요. 어느덧 밝아 온 2021년. 올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힘내시는 한 해를 보내시면 좋겠어요. 선생님~ 올해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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