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울 스포츠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프로배구계에 학교폭력(학폭) 광풍이 불고 있다. 남녀 스타 선수들의 과거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그 파문이 일파만파 일고 있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 선수는 중학교 시절 동료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당시 피해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사태에 따라서는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엘리트 체육의 고질병
작년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체육계 폭력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은 고질병을 앓고 있다. 두 선수는 여러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팬덤이 많고 한국 여자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주역이어서 충격이 크다. 우선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선발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여론은 징계 수위가 약하다고 들끓고 있다. 출장 정지 등 일회성,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을 기만하고, 사태가 가라앉으면 복귀시킬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런 미온책으로는 운동부 학폭의 악습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쌍둥이 자매 선수를 영구제명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10만명 이상 동참할 정도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 인권 의식이 향상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 선수 5만7557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4.7%가 학생들이 학폭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피해자의 79.6%는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학폭 실태 파악부터 서둘러야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가 체육계 학폭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학폭 관련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부터 서둘러야 한다. 교육부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관행적인 학폭 전수조사의 틀을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
재능보다 인성이 먼저다. 교육 당국은 스포츠 운동부 학생들의 인격·인성 수양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실력과 재능이 뛰어나도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정화 장치가 가동돼야 한다. 기존 학폭 관련 정책도, 우리나라의 일등 제일주의,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학원 스포츠의 풍토도 재검토해야 한다. 엘리트 스포츠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도 전면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학폭·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한 성장통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