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제기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는 필자가 소송하려는 의뢰인에게 꼭 묻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소송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제기한다. 의뢰인들이 소송을 진행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매우 다양한데, 학교폭력 관련 소송은 특히 그 이유가 천차만별이다.
첫 번째는 입시에서의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학교폭력으로 가해학생이 되면 가해학생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최근 대학교 입시는 한 번의 시험(수능)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정시의 비중은 작아지고 고등학교 3년의 다양한 성취를 보는 수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대학교 입시에서 정시 비중은 24.3%, 수시 비중은 75.7%로 수시 비중이 3배 이상이다. 수시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가 기본이므로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라는 이력은 수시에서 치명적인 낙인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가해학생 전력을 삭제하기 위함이 소송을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가해학생이라는 법적 지위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이다. 또래집단에서 상대방이 이간질하고, 험담하여 그 친구와 절교(요즘 말로 ‘손절’)를 했는데 상대방이 먼저 신고했다고 하여 따돌림으로 조치를 받았다거나, 상대방이 먼저 때려서 막기만 하였는데 쌍방폭력으로 조치를 받았다거나, 단체채팅방에서 제3자 이야기가 나와서 ‘○○’이라고 호응만 하였는데 사이버폭력으로 조치를 받는 경우 본인의 자녀가 가해학생이 된 것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이유는 혹시 나중에 학생이 성장한 후 학교폭력 전력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에 대한 염려이다. 최근 연예인·운동선수 등을 상대로 일명 ‘학교폭력 미투(‘학투’)가 제기되어 방송에서 하차하고, 국가대표에서 퇴출되는 등 여론에 떠밀려 반강제로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혹시 우리 애도 그렇게 될까봐 소송을 해서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를 예방하고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법적 책임은 언제까지 물을 수 있을까?
오래전에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유명한 연예인·운동선수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학교폭력 미투로 연예계, 스포츠계가 시끄럽다. 학교폭력 가해자로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 철없는 어린 시절의 실수를 지금 문제 삼는 것이 억울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상당한 시간이 지나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을 이용하여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을 억울해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으로 인한 법적 책임은 언제까지 물을 수 있을까?
● 형사책임
형사책임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여,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이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공소시효라고 한다.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정해지는데 다음과 같다.
폭행죄는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이므로(「형법」제260조 제1항) 공소시효는 5년이고,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므로(「형법」제257조 제1항) 공소시효는 7년이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므로(「형법」제298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다만 살인과 일부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성폭력 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10년 4월 15일 미성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로부터 진행하고, DNA 증거 등 입증 증거가 확실한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는 것으로 개정된 이후 부터다. 지금은 13세 미만의 사람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다만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은 개정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만 적용하므로 법률 개정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범죄는 죄를 물을 수 없다.
● 민사책임
민사책임은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 판결을 받음으로써 성립하는데, 불법행위에 대한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민법」제766조 제1, 2항). 다만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는다(「민법」제766조 제3항). 따라서 미성년자일 때 성적 피해를 당한 경우 성년(19세)부터 시효가 진행되어 3년간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
그렇다면 초등학생 때 행한 학교폭력에 대하여 고등학생 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을까? 대구고등법원 2018누2620 판결은 ①「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는 학교 외에서 발생한 학생에 대한 상해, 폭행 등의 행위도 학교폭력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의 발생시점이나 징계시점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②학교폭력으로 인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관해서는 그 조치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제척기간이나 공소시효 등에 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 점, ③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에 있는 것이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학교폭력의 발생 이후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였다고 해서 위와 같은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④원고 주장대로라면, 중학교 졸업 무렵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상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어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학교폭력이 중학교 재학 중에 발생한 경우에도 당해 가해학생이 소속된 고등학교장은 가해학생에 대하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소정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입학 전의 행위라도 상급학교의 장이 징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행하였다면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 재학하고 있다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징계 등
공소시효가 도과하면 형사책임은 물을 수 없지만, 현재의 신분관계에 의하여 내부적인 징계는 가능하다. 다만 내부적인 징계도 내부 규정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신분관계를 취득하기 전의 행위도 징계가 가능하고, 징계시효가 도과하지 않아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임용 전 행위라도 임용 후 공무원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게 된 경우에는 징계가 가능하고, 징계시효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때로부터 기산된다(대법원 89누7368 판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피해회복 및 2차 피해방지를 위해서는 즉시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해자에게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통해 반성의 기회를 주고,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객관적 근거 없이 마녀사냥, 여론재판으로 흐를 소지가 있으므로 잘못을 한 시점에서 형사처벌, 징계 등의 법적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