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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특집]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책이 건네는 위로와 시작의 말들

교직에 발을 들인지 25년이 넘다 보니 전염병 때문에 이런저런 야단법석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눈병이 유행할 때는 장난꾸러기 학생들이 일부러 눈병에 걸린 친구의 눈과 본인의 눈을 번갈아 비벼댔지요. 눈병에 걸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퇴를 시켜주었거든요. 교사들은 진짜 눈병 환자인지 꾀병 환자인지 가려내려고 눈을 부라리기도 했습니다.

 

2010년경 유행했던 신종플루 때는 학교가 더 소란스러웠지요. 1교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전교생의 체온을 검사하고 이상 여부를 교육청에 보고했어야 했는데 이런 난리를 또 겪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그런 일들은 과거의 소소한 소동 정도로 생각이 되지요. 
 

우리 학교 학생인데 실물을 보지 못하고 한동안 컴퓨터 화면으로만 구경할 수 있었지요. 그뿐인가요? 이제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스크를 낀 모습만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도란도란 모여서 활동을 하고 귓속말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위험천만한 일이 되어버렸지요. 교사와 학생이 서로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은 모두에게 상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크고 멀리 있는 곳에서 오지 않고 늘 가까운 곳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으로 위로와 시작에 관한 책을 몇 권 간추려보았습니다.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전시륜|행복한마음

 

먼저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쓴 전시륜 선생님은 1932년생입니다. 서울대 공대를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미국에 건너가 여생을 마친 분입니다. 당신의 평생소원이 모국어로 된 수필집 한 권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출간을 눈앞에 두고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모로 운이 좋지 않은 삶을 사신 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분이 남긴 한 권의 수필집은 많은 사람에게 꿈과 행복을 줍니다. 
 

워낙 유쾌하고 낙관적인 삶을 사셨고 그분이 남긴 책을 통해서 온전히 행복 바이러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무려 1957년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여자를 만나보고 그중에 가장 이상적인 여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결국 신문에 구혼 광고를 낸 사연은 전시륜 선생의 유쾌한 사고와 통찰력을 여지없이 느끼게 해줍니다. ‘25세의 총각 군인이 아내를 구함’이 제목인 구혼 광고에는 선생 자신에 대한 소개와 생활 전망, 응모 자격, 선택 기준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 광고를 읽고 찾아온 여성들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웃음과 감동이 스며 나옵니다. 

 

처절한 정원|미셸 깽|문학세계사

 

다음 책은 <처절한 정원>이에요. 이 책은 문고판인데 100쪽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입니다. 다 읽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소설이 어떻게 전 세계를 울린 소설이 되었을까요? 지구 전체를 흔든, 짧고 아름다운 우화 같은 소설이라는 광고 문구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은 인정하게 됩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의 아버지와 삼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의 요원이었습니다. 상부의 지시로 기차역의 변압기를 폭파하고 나서 독일군에 체포가 되었지요. 
 

레지스탕스의 테러가 발생하면 일정한 기한 내에 자수하지 않는 경우 미리 체포한 인질을 범인 대신 처형하던 시절이었어요. 아버지와 삼촌이 변압기를 폭파한 범인이었으니 진짜 범인이 자수할 일이 없었지요.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삼촌이 처형당하기 직전에 자신의 남편이 범인이라고 신고한 여인이 있었거든요. 가짜 범인이 자수한 덕분에 진짜 범인이 풀려난 것이지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미래의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이 어디까지 숭고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아시게 될 거예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이오덕·권정생|양철북

 

위로를 주는 마지막 책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입니다. <몽실 언니>와 <강아지똥>을 쓴 권정생 선생과 평생을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에 바친 이오덕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이에요. 원래는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인데 절판이 되고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이 되었는데 새 제목을 달고 새 출판사에서 나왔어요.

 

권정생 선생은 안동 시골의 교회 종지기로 평생을 궁핍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종달새처럼 노래하겠다’라고 쓰신 분이십니다. ‘저는 된장이고 맨밥이고 있는 대로 잘 먹거든요’ ‘ 제가 쓰는 낙서 한 장까지도 선생님께 맡겨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만나 뵐까 싶어 정류소에서 서성거려 보았습니다’. ‘똑 까서 입에 넣어 주는’듯한 글입니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이런 몇 개의 소제목만 보아도 이 책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의 전시륜 선생님이 구혼 광고에서 밝힌 미래의 생계 수단으로 삼은 직업, <처절한 정원>의 주인공의 직업 그리고 권정생 선생과 우정을 나눈 이오덕 선생님의 직업은 모두 교사입니다. <처절한 정원>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부분이 피에로와 교사는 모두 같은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말이었어요. 즉 피에로와 선생은 모두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군요. 

 

두근두근 내 일상의 소확행|이현경|깊은나무

 

그러면 우리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책들을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이현경 아나운서가 쓴 <두근두근 내 일상의 소확행>입니다. 방송인들의 책은 성공담이나 무용담이 많습니다. 이현경 아나운서가 쓴 책이라면 무조건 읽은 이유는 직장인과 워킹맘으로서 겪는 고충과 고민을 진솔하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분의 글을 읽다 보면 저 높은 곳에 있는 잘난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제 아내와 미래의 제 딸이 겪었고 겪을 수도 있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두근두근 내 일상의 소확행>은 우리 교사들이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고민거리와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믿습니다. 책 읽기, 글쓰기, 생존 운동, 육아, 그리고 재테크까지 에피소드 중심으로 세밀하게 알려줍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쪽 문이 닫혔을 때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에요.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도제희|샘터

 

그다음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입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면서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한 저자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 고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답을 알려줍니다.

 

저자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게 된 계기가 직장 상사와 박 터지게 싸우고 퇴사를 하고 난 직후라는 것 자체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 해결과 위로의 기능을 확인하게 되지요. 가족 간의 사랑은 어떤 행위 때문에 얻어진 것이 아니므로 기본적으로 부도덕하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꺼내면서 가족 간의 무조건 사랑은 불공정하다는 저자의 말이 참 신선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외여행을 같이 가야 하고 사진을 같이 찍어야 한다고 강제할 수는 없지요. 가족끼리도 서로 간의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죠.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조리함에 맞닥뜨린 수밖에 없는 직장 생활에서 가진 게 돈뿐이라서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배짱, 스펙이 좋아서 뭔가 숨겨둔 실력이 있을 것이라는 상사의 믿음, 그도 저도 아니면 끈끈한 인맥과 아부 능력이 필요한데 이 중 한 가지도 없다면 믿을 거라고 오로지 자기 업무 실력뿐이다는 조언도 여러모로 공감됩니다. 

 

숲으로 간 미술관|이은화|아트북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힐링과 휴식이 꼭 필요합니다. 가장 아름답고 조용한 휴식과 힐링은 미술관 순례가 아닐까요? 이 말에 동의하신다면 우리나라에서 미술과 미술관을 가장 친근하게 말하는 이은화 선생이 쓴 <숲으로 간 미술관>을 권합니다.

 

문화유적을 가장 맛깔스럽게 말하는 분이 유홍준 선생이라면 미술과 미술관을 가장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분은 이은화 선생입니다. 이 책에는 미술가의 생애, 미술관을 향하는 계기와 여정, 전시된 미술품의 사연, 미술관과의 추억 등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딸과 함께 미술관을 순례하기 때문에 딸의 관점에서 본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이 새롭고, 참신합니다. 미술을 전공했고 미술가이기도 한 사람이 쓴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이 일반인 모두가 부담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예술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많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눈이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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