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을 만나기 위해 총장실에 들어선 순간 흥미로운 점 두 가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데스크 주변에 현미경과 망원경이 놓인 것이다. 직접 연구하려는 용도는 아니고, 늘 새롭게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곁에 두고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과학교육과 교수 출신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육안으로 현실을 직시하되 자세히 볼 것은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멀리 내다볼 것은 망원경으로 봐야한다. 매사에 그런 시선과 마음가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
임 총장은 “현미경과 망원경은 맨 눈으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지만 눈 앞의 일은 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국교원양성대학총장협의회장를 맡은 임 총장이 최근 부산교대와 부산대 간 통합 논의상황을 지켜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통합 이유로 거론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운영 어려움 등은 특수목적대학인 교대 설립 및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 진단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임 총장은 최근 한국교총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입법 활동을 펼치는 것에 반색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교총 현장연구대회 장소로 우리 학교가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등 협력이 잘 됐다”며 “요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관련 입법 활동은 매우 반갑고 고맙다. 주변에 많이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우리도 도울 수 있다고 본다. 이 외에도 교총과 함께 해서 좋은 성과 낼 수 있는 것에 대해 자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 추진에 대해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물론 부산교대가 대외적으로 내놓는 논리인 업무협약(MOU) 차원에서의 통합 논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대내적 진행상황은 매우 구체적인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숙의단에서 지역 교대 간 통합 방안, 전국교대 통합 방안, 교대와 종합대와의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되긴 했다. 여기에 현행처럼 독립된 교대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교대는 각 지역의 초등교육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대학이다. 학생 수 감소로 대학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종합대와 통합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수목적대학으로 경찰대학이나 사관학교 등은 현재 독립된 교육대학보다도 더 적은 학생 수로 충분히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 이번 일로 교대의 근간과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일단 종합대에서 교사양성 단과 대학인 사범대학에 대한 재원 배분 순위는 매우 낮다. 반면 현재 교대들은 독립적 운영으로 우수 교사양성에 모든 재원을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교대 졸업생은 75∼80%가 초등교사로 임용되는 반면,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사범대 출신의 경우 교사임용 경쟁률이 10대 1인 실정이다. 즉, 교대 학생 대부분 교사로 진출하고 사범대 학생들은 대부분 교사가 아닌 길로 진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역량을 기르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목적형 양성체제인 현재의 독립된 교대 체제가 바람직하다.”
― 학령기 인구 감소로 인해 이 같은 변화가 필수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많은 학생들에게 많은 내용을 빠르게 가르치지만 깊이에는 한계가 있는 다수표층교육 패러다임, 즉 대량교육(mass education)이 나름대로 가치가 있었다. 지금은 학생 수 자체가 적고 각자의 개성이 강하며, 동시에 부적응 학생 등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학생의 소질, 적성, 장래 희망 등이 점차 중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심층교육 패러다임, 즉 질교육(quality education) 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한다. 교사 수가 줄어들어선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교총이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 제정은 의미가 매우 깊다고 생각한다.”
― 전국교대총동창회협의회 설립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지.
“그간 전국의 교대들은 각자 동창회 형태로 초등교사들의 동료의식을 고취하고 전문성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져왔다. 국가 차원에서 초등교육문화를 구축하고 바탕으로 전체적인 교육문화를 형성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여기던 때에 전국교대총동창회협의회가 설립됐다. 이 단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교원양성기관에 비대면 교육 관련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재앙은 교육계가 중요한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즉, 교육에서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깨우쳐줬다. 현재 부득이 임시방편적으로 대면 상호작용과 비대면 상호작용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지금의 방법만으로는 좋은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 비대면 교육과 관련해 매우 높은 수준의 연구를 통해 연령대별 맞는 블렌디드 교육, 시간 배분 등이 정밀하게 도출돼야 한다. 이에 맞춰 교사양성기관에서 교사의 직접대면 교육과 원격대면 교육 역량을 체계적으로 함양하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 AI 연구개발센터 진행 속도는 어떤지.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다양한 교육 영역을 연계하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 방안을 연구하고 각종 연구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AI융합교육원’을 2020년 9월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한계가 많지만, 이러한 운영을 통해 더 대규모적이고 체계적인 AI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용한 부지에 ‘AI교육연구개발센터’를 독립된 건물을 신축해 관련 연구와 특성화 교육을 위한 강의실, 연구소 운영을 행정 공간, AI 정책 수립을 위한 회의 공간, 행사 개최를 위한 컨퍼런스홀, 사회공헌을 위한 첨단 기기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 AI교육의 방향성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AI는 우리에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교원양성대학 총장으로서 AI는 두 가지 차원으로 보고 있다. 첫째, 순수 AI 연구·개발로 이것은 종합대학이나 전문기관에서 해야 한다. 둘째, AI교육 연구·개발이다. 이는 교원양성대학에서 해야 한다. AI교육은 기존의 교사 역할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가 기계적으로 혹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나 매우 기초적인 지식 전달 같은 기능은 맡기는 식이 돼야 한다. 그렇게 확보된 시간과 에너지를 인간 교사는 AI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을 심층적·창의적·생산적으로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본다.”
― 교육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0년 가까운 저의 교육 경험으로 볼 때, 학생은 세 가지 유형 ‘하하하’가 있다. 하라는 것도 못하거나 안 하는 학생, 하라는 것만 하는 학생, 하라는 것 이상을 자발적·창의적으로 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두 번째 ‘하’를 중시해왔다. 앞으로는 세 번째 ‘하’를 더 중시하는 교육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열은 높은데 건전한 교육정신, 교육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 서울교대 교훈이 ‘내 힘으로, 한 마음으로’다. 자립정신과 공동체정신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남보다 더 잘하기보다 스스로 잘하는 동시에 함께 잘하게’ 하는 교육문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기능하게 될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중요한 교육현안을 폭넓고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우리나라의 ‘건전한 교육문화 구축’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임채성 총장은…
△서울대 생물교육과 △서울대 과학교육과 석·박사 △前 부산교대 교수 △前 서울교대 부총장 겸 교육전문대학원장 △한국생물교육학회 부회장 △제21회 국제생물올림피아드(IBO 2010) 조직위원회 총무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