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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박남기의 수업119] 스마트폰 사용이 학습을 방해하는 이유

수업은 예술이다. 그러나 혼자서 완성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예술품이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여 개인의 수업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동 학년(교과) 혹은 학교 차원에서 서로 힘을 모은다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업 119’를 통해 개인의 수업역량 제고 기법만이 아니라 수업공동체가 서로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도 나누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듣기와 읽기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이유
원격 실시간 수업을 하다가 화면을 응시하지 않는 학생이 눈에 띄면 방금 내가 했던 이야기의 핵심을 말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은 깜짝 놀라면서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내 목소리에 집중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 친구가 보낸 문자 혹은 다른 글을 읽거나 동영상을 즐기던 학생이 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내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리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이 수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유사 행동을 반복한다.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듣기와 읽기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과학자이며 하버드대 교수인 재레드 쿠니 호바스(Jared Cooney Horvath)의 발견을 바탕으로 그 원인과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
우리는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는 있지만, 둘 다 동시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레드 쿠니 호바스 교수에 따르면 ‘사람은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이를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Broca/Wernicke Bottle Neck·이하 브/베 병목현상)이라고 부른다.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사람의 말만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러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들어오는 소리를 처리하는 청각피질이 좌뇌와 우뇌 모두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성언어를 처리하여 이치에 맞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Broca/Wernicke network)는 뇌의 한쪽에만 존재한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좌뇌와 우뇌 양쪽에서 처리되지만, 음성언어는 깔때기 입구처럼 좁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뇌의 하부 전두엽은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할 때 한 목소리는 차단하고 우리가 선택한 목소리만 브/베 네트워크를 통과하게 한다. 마치 두 개의 차선이 하나로 합쳐질 때 하나의 차만 통과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이 덕에 우리는 시끄러운 술집에서도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브/베 병목을 통과하지 못한 정보는 ‘완전히 사라진다(Horbath, 2020: 28-29).’

 

● 수업 듣기와 문자 주고받기 동시 수행 불가능
브/베 병목현상은 목소리만이 아니라 글 읽기도 해당된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이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읽고 있는 글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여러 개의 목소리가 들리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볼륨은 모두 제로로 맞춰진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문자를 읽어도 다른 목소리가 차단되는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뭔가를 읽을 때 ‘시각피질’이라는 신경부위가 가장 먼저 활성화된다. 시각피질은 눈으로 들어오는 광경의 순수한 시각적 특징인 색깔·테두리·움직임 등과 같은 것들을 처리한다. 읽는 과정 초기에 시각피질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우리가 단어를 ‘읽기’전에 먼저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각피질이 활성화될 때 청각피질과 브/베 네트워크도 동시에 활성화된다(Horbath, 2020: 27). 그렇다면 말을 듣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이 어떤 관계에 있기에 우리 뇌는 이를 동일 유형의 데이터로 처리하는 것일까?


지금 어떤 문장이든 눈으로 읽어보라. 그와 동시에 문장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해보라. 그렇다. 아마도 당신은 뭔가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은 문장을 읽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눈동자가 텍스트 위를 지나갈 때 당신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 각각의 단어를 소리 내어 읽은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조용한 독서는 침묵과는 거리가 멀다.(Horbath, 2020: 20-21)


이처럼 읽는 것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 그 뜻을 이해하고자 하면 뇌가 자동적으로 다른 목소리는 모두 차단한다.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있는 학생이 내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이러한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은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을 때 교수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고는 있으므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게 된다.

 

학습에서의 멀티태스킹에 대한 오해
● 인간의 멀티태스킹 한계

인간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가능한 존재이다. 케임브리지 사전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이란 ‘하나 이상의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고, 걸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동시에 친구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공부 효율이 오른다고도 한다. 이때 음악은 주로 가사가 포함되지 않은 곡을 의미한다.


인간처럼 행동도 자유롭고, 자연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인간과 정서적 교감 및 소통을 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등의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인간과 거의 흡사한 AI는 향후 50년이 지나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AI는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하나의 과업을 인간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존재이지만 수업을 받으면서 메신저로 문자를 주고받거나 대화가 나오는 동영상을 시청하면 수업 이해도는 뚝 떨어진다.

 

● 학습과 무관한 스마트폰 사용과 성적 사이의 관계
부시와 왓슨(Busch and Watson, 2019: 140)에 따르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스마트기기가 곁에 있으면 집중력과 성적이 20% 감소했다. 휴대전화가 가까이에 있으면 과제 수행의 성적이 나빠졌으며 소셜네트워크와 메신저를 이용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브/베 병목현상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해 문자를 읽거나 언어로 된 것을 들으며 뜻을 알아듣고 있다는 말은 뇌의 브/베 네트워크가 이미 사용되고 있어서 언어로 이뤄진 다른 작업, 가령 수업 듣기나 책 읽기 등의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외견상 수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브/베 네트워크가 강의 내용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우리 인간이지만 언어를 이용한 활동에 대해서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것 같다. 언어를 활용한 활동에는 말하기·듣기·읽기·쓰기, 그리고 생각하기가 있다. 말하기는 아무 소리나 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인식하며 조리 있게 말을 한다는 의미이다. 강의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듣기나 읽기도 의미를 파악하며 독해하는 활동이다. 쓰기도 생각 없이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어 내려간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하기는 언어를 사용한 의식적 사고활동을 의미한다.


언어를 활용해 의미를 파악하는 한 가지 활동을 하면 언어를 활용한 다른 활동은 할 수가 없다.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경우에도 다른 언어의 의미 파악 활동은 불가능하다. 언어를 사용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즉, 브/베 네트워크가 이미 사용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읽고 있는 글의 의미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리기는 하지만, 보고는 있지만 뜻을 파악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언어 관련 활동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뇌의 특성을 바탕으로 수업 중에 필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이는 타당하면서도 틀린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상세히 다루겠다.

 

● 목소리 선택권 행사 여부
들려오는 다양한 목소리(읽기 포함) 중에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곳에서도 상대의 목소리만을 선택적으로 들으며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늘 그러한 것은 아니다. 우리 뇌는 쉬지 않고 뭔가를 끝없이 생각하고 있다. 때로는 떨쳐내기 어려운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으면 언어를 활용해야 하는 다른 활동이 지장을 받는다.

 

책을 읽어도 뜻이 들어오지 않고, 누가 이야기를 해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떨쳐내려고 하지만 곧 그 생각이 다시 나를 사로잡는다. 이러한 경우는 트라우마나 기타 여러 이유로 개인이 브/베 병목구간의 신호체계 조절권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조절권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 뇌는 내부의 목소리 때문에 학습이 방해받도록 설계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병목현상 완화 가능성: 적응무의식
티모시 윌슨(Wilson, 2004)이 만든 용어 중에 적응무의식(adaptive unconscious)이 있다. 적응무의식이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과 달리 훈련을 통해 의식하지 않고서도 어떤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현대의 관점에 따르면, 무의식에 대한 프로이트의 관점은 지나치게 제한적이었다. 그가 (초기 실험심리학자인 구스타프 페흐너(Gustav Fachner)를 따라서) 의식은 정신이라는 빙산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했을 때, 프로이트는 과녁을 크게 빗맞혔다. 의식은 오히려 그 빙산의 꼭대기에 쌓인 눈송이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의 마음은 고차원적이고 정교한 사고의 상당 부분을 무의식에 넘길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현대의 대형 제트기가 ‘의식적인’ 조종사로부터 인풋을 거의 받지 않거나 전혀 받지 않고도 자동항법장치로 거뜬히 날 수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Wilson, 2004: 23).


윌슨에 따르면 우리가 하고 있는 대부분의 행동은 적응무의식상태에서 이뤄진다. 걷기를 처음 배울 때에는 ‘균형 잡기’나 ‘한 발씩 들어 올리고 내리기’ 등의 특정 동작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특별한 경우가 아닐 경우 제반 동작을 의식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걷게 된다. 익숙한 모국어를 활용한 활동도 대부분이 적응무의식상태에서 이뤄진다. 말을 할 때도 발음하기 위해 입모양 하나하나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단어를 힘들여 떠올리지 않아도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저절로 이해된다. 모국어 구사는 적응무의식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모국어 관련 활동이 적응무의식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음은 외국어 관련 활동을 하고자 할 때 확연해진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를 활용해야 할 때(듣고, 읽고, 말하고, 쓰고자 할때)는 의식이 훨씬 더 많이 개입된다. 그 결과 이해 속도가 뚝 떨어지고,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된다. 모국어를 구사할 때에는 유능한 드라이버처럼 브/베 병목에 들어서더라도 서로 쉽게 교차하며 충돌하지 않고 나아가게 되어 병목현상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어 관련 활동을 할 때에는 초보운전자처럼 브/베 진입로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터덕거려 브/베 병목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모국어 관련 활동을 하더라도 읽기 훈련이 잘 된 사람이나 해당 분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빨리 말과 글을 듣고(읽고) 이해할 수 있다. 적응무의식 수준에도 개인차가 있다. 유능한 드라이버들이 성능 좋은 스포츠카를 운전한다면 브/베 병목에 들어서더라도 여러 대의 차가 서로 쉽게 교차하며 충돌하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나아가 병목현상이 크게 완화될 것이다. 이들은 외관상 언어관련 활동도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처럼 여겨질 것 같다. 이는 뇌신경 전문가들의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학습 집중 유도 방안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뇌의 한 특징인 브/베 병목현상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수업과 무관한 활동을 하면서도 수업을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임을 수업장면 중에서 깨닫도록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학생에게 방금 들은 내용의 핵심을 이야기하도록 하거나, 가르치고 있는 내용과 관련된 심화질문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답을 하기 어려워할 때 병목현상을 설명해주면 수업듣기와 스마트폰으로 놀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자기 기만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면 자신이 빠진 함정에서 벗어나기가 용이하다. 귀에 들린다(hearing)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브/베 병목을 통과하는 것(listening)은 아님을 환기시키라. 물론 브/베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을 기억하며 지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차를 파악하고 원인도 분석하여 필요한 학생들은 학습 집중력 훈련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언어 관련 활동 집중력 지속시간은 개인의 타고난 특성과 훈련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언어활동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채널(활동)을 뇌가 선택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언어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대부분의 경우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잡생각이 들거나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진다. 수업이 재미없으면 저절로 다른 생각이 끼어들거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켜서 뭔가를 하고픈 유혹이 생긴다. 뇌의 특성을 깨닫고 집중력 훈련을 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학습으로 지치지 않도록 뇌에게 휴식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습할 때 50분 단위로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 주제(과목)를 바꿔주는 것은 브/베 병목구간의 신호체계 조절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두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경우는 그 학생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딴 짓을 하거나 잔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아울러 자신의 수업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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