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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들이여 교육에 집중을

전국 17개 시·도에서 일제히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 지난 2018년 3명에 불과하던 보수 후보는 이번에 8명으로 늘었다. 지방교육 권력을 장악해온 진보진영과 균형을 이루게 됐다. 특히 보수교육을 대표해온 교총 회장 출신들이 2명이나 교육감에 성공한데다 진보교육의 본산인 경기도에서도 보수 후보가 당선돼, 교육정책 방향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선거 결과에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 10여 년 간 지속돼 온 진보교육의 피로감과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보수교육감 약진으로 연결됐다는 관측이 많다. 유·초·중등교육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선거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부터 보수와 진보진영 간 정책 대결은 전국 곳곳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반면 이번 교육감 선거는 많은 과제도 던져줬다.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러닝메이트와 임명제, 선거 공영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또 ‘깜깜이 선거’로 불리는 교육감 선거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책은 없고 단일화만 있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이번 호는 6·1 교육감 선거 결과에 담긴 민의를 분석하고 앞으로 4년간 지방교육이 나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데 초점을 뒀다. 먼저 ‘보수 8, 진보 9’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요인은 무엇인지 교육감 선거 총평을 통해 짚어본다.

또 새롭게 형성된 교육감 지형은 학력평가 부활, 혁신학교 폐지, 자사고 공방, 고교학점제 시행 여부 등 각종 교육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초·중등교육의 변화를 예측해 본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교육감에게 거는 현장의 기대와 따끔한 충고를 담은 교원들의 목소리도 싣는다. ‘교육 소통령’으로 군림하고 불통하기 보다 교육현장의 세세한 곳까지 들여다볼 줄 아는 진정한 교육수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 교육을 이끌어갈 교육감들이 당선되었다. 교육감 당선인들이 후보자 시절 강조했던 현재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미래교육으로 다가가는 교육 강국을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현장교사로서 7월 새로 탄생하는 교육감들에게 교육희망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바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학력신장과 학력격차 해소방안이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력저하는 현장에서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원격수업기간 동안 아이들은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무기력하게 공부해 왔다. 2년 동안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할 기초학습내용을 잘 숙지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탓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습격차가 커지고 학습결손이 심각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교과보충예산’을 각 학교에 교부하였다. 교과보충예산은 방과 후 강좌를 개설하여 학생들이 기초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 이러한 큰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국가가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보충예산이 정규 교육과정에는 투입되지 않고 방과 후 프로그램에만 투입된 것에 못내 아쉬움이 있다.

 

방과후교육은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으로 교과보충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라도 신청하지 않으면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규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일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파악하여 각 학교 실정에 맞는 해결방안을 찾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해결방법이 가능하려면 단위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획일적인 국가수준 교육과정 기준에 얽매여 경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학교자율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학력저하가 심한 교과에서는 보조강사를 채용하여 교과보충이 진짜로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1(정교사)+1(보조강사)’ 수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체험수업 물품과 과학실험 수업물품 등을 구입하여 온라인수업기간 동안 무기력했던 학생들에게 학습동기와 흥미를 자극해주어야 한다.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서는 과목별로 보조강사 인력풀을 마련하고 강사비 지급을 지원청에서 맡아 현장교사들이 학력신장과 학력격차 해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경감시켜주어야 한다.

 

둘째, 교권확립 방안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첫해 등교일수가 줄며 감소했던 전국 초·중·고 교권침해 사례가 2021년 대면수업 증가와 함께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0년 비대면수업으로 1,197건으로 감소했다가 작년 2,269건으로 다시 2배로 증가했다. 이 통계는 각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심의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침해는 훨씬 더 많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기 위해 신체접촉을 했다가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수년째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교사도 있다. 교사는 조금의 아동학대 의심만 보여도 바로 수업에서 배제되고 담임 교체를 당하지만, 반대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당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이다. 학교현장이 학생들의 인권 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것은 아닐까?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수업방해 학생을 즉각적으로 중단시키고 훈육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학생을 지도할 수 없다면 학습권을 침해받는 대다수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되고 수업방해 학생도 자기 잘못을 깨우칠 기회를 잃는다. 심각한 수업방해의 경우 학교 교권보호책임관인 교감이 개입해 즉각 중단시키고 다른 공간에서 별도의 학습자료를 제공하거나 학부모에게 인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의 생활지도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원치유지원센터의 인적 구성을 장학사나 장학관 등 관료 중심에서 탈피해 상담전문가나 상담 능력을 갖춘 현장교사와 퇴직교사를 채용하여 선생님들의 치유를 도와야 한다. 학교에는 교권보호 전담기구를 두고, 지역교육지원청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이관하여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와 같이 권위 있는 위원회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님 말고’ 식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소송을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하여 수년간 무고하게 법적 다툼으로 고통받는 선생님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교업무 정상화 방안이다. 코로나19 이후 교사들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함께 하고, 추가된 방역업무로 인해 매우 지쳐있다. 교사들에게 사명감이나 희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교사에게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배움과 성장의 장이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배움과 성장의 장으로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학교에 떠맡겨져 있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교육청 조직이 커지면서 일선 학교에서 받는 공문의 양이 늘어나고, 처리해야 할 업무도 늘어났다. 교육청 직원이 많아지고 조직을 키운 이유는 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학교에 일을 보내지 말고 인력을 보내주어야 한다. 올 초에 코로나19로 인해 수업 대체 강사를 구하지 못해 전 교사가 매일 보강을 들어가는 등 학교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학교가 처한 한계 상황을 인지했다면 줄일 수 있는 업무는 과감히 경감하고 학교현장을 지원했어야 한다.

 

몇 년 사이에 법정의무연수가 갑자기 급증한 것도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심폐소생술, 장애인식개선, 아동학대예방, 부패방지, 청탁금지, 성희롱 예방, 학교폭력예방·인성교육·안전직무연수 등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법정연수가 늘어만 간다. 이렇게 매년 늘어나기만 한다면 몇 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매년 이 많은 법정연수를 다 소화하려면 무리가 따른다. 어떤 연수는 안 받으면 벌금을 내라는 협박성 연수도 있다. 현장에서 업무 폭증으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 연수 폭탄까지 투하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법정연수를 최소화하거나 여러 연수를 통합 운영하도록 하는 법안 마련도 학교업무 정상화 방안 중 하나이다.

 

새 교육감들은 학교 밖을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학교현장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학교현장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학력신장과 학력격차 해소, 교권확립, 학교업무 정상화 등은 우선 교육과제로 선정하여 임기 초기부터 과감하게 추진해야 교육효과를 볼 수 있다.

 

유권자 표를 의식한 학교 밖으로의 선심성 예산집행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학교 밖으로 새는 교육예산을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교육여건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적 바람과 열망에 부응하려면 교육현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현장과의 협력에 기반한 교육정책 추진이 중요하다. 현장의 아픔에 공감하는 교육감, 현장을 탓하기보다는 좀 더 지원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육감이 우리 지역의 교육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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