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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조직 내부의 분열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3

'탑 샷'을 보고

밖에는 비가 내렸다. 앞으로 일어날 청팀과 홍팀의 불운한 운명을 예고했던 것일까? 서양이나 동양의 정서로 비는 이별이나 아픔을 예고하는 소재로 쓰이고는 했었다. 제작진이 처음 화면으로 비가 내리는 배경을 보여주었던 의도는 다분히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고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는 비가 대항전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던 것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팀 대항전은 청팀 6명, 홍팀 3명이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당연히 게임은 홍팀의 인원수를 고려해서 1인이 1게임에 참여하는 3라운드로 치르게 되었다. 이번에는 총이나 활과 같은 발사체가 아닌 투척용이나 베는데 사용하는 칼이 등장했다. 사용된 칼은 짐 부이(Jim Bowie)가 사용해서 널리 알려진 ‘부이나이프(Bowie knife)’로 불리는 사냥용 칼이다.

 

팀 대항전의 게임 방식은 칼을 던져 과녁으로 사용되는 둥근 나무판에 꽂는 것이다. 청팀 6명이 먼저 훈련 교관 토드 아브람스의 코치를 받으며 칼 던지기 연습을 했다. 칼을 던져 과녁에 꽂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6명의 팀원이 연습하는 과정에서 이안 해리슨이 성공적으로 과녁에 꽂는다. 청팀의 유일한 여성 생존자인 타라 포람바가 전화를 받는다. 게임에 참가하기 전부터 병세가 있었던 부친의 폐암이 점점 심해진다는 내용이었다. 부친은 계속 게임에 참가하라고 하는데 가족이 우선이라며 갈등한다. 청팀의 다른 팀원들은 게임에 계속 참가해야 한다거나 가족에게 가야 한다는 어떤 권유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남게 되면 대결할 상대이다. 손쉽게 강력한 경쟁상대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은 것이다.

 

청팀의 연습이 끝나고 홍팀이 참가했다. 칼 던지기 강습 과정에서도 켈리는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다. 청팀은 6명 중에서 3명을 선발해서 나오면 되지만 홍팀은 3명 전원이 참가해야 한다. 어떻게든 3명 모두가 칼 던지기 연습에 몰두해야 하는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팀이 대항전에서 지더라도 어차피 두 명은 개인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가 나태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팀 3명이 모두 탈락하는 방식이라도 그렇게 여유로웠을까? 팀 서바이벌을 계획할 때 조직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원수가 많은 팀에서 팀 대항전에 참가하기를 꺼리며 무임승차를 하려는 팀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게임 규정이 있다. 이번에 청팀에서는 아담과 jj가 그 대상자다. 더구나 부이나이프 던지기에서 아담과 jj는 실력이 형편없었다. 제대로 칼을 꽂은 것은 이안 뿐이었다. 홍팀이 약간만 예리했다면 청팀의 팀원이 이안과 아담 벤슨, jj로 구성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소소한 예측조차 하기가 싫었던 것일까? 홍팀이 팀 대항전에 전력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까닭이 궁금했다.

 

게임이 진행되는 곳은 칼을 던지는 곳과 과녁 사이에는 해자(垓字)가 파여 있다. 해자 위에 놓인 좁은 널빤지에서 건너에 있는 과녁 6개에 칼을 던지게 되어 있다. 팀원 3명이 돌아가며 여섯 개의 과녁에 칼을 꽂는 데 걸린 시간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게임의 방식에 정당하지 않은 행위가 자리할 꺼리가 애초부터 제거되었다. 경쟁의 승패보다 경쟁의 과정이 얼마나 정당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늘 경쟁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갈등을 일으키는 우리 사회에서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말로만 정의를 외치고, ‘내 편의 불법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변명이 유행가 가사처럼 넘쳐나는 사회에서 갈등이 가라앉을 수 있을까? 이번 탑 샷의 진행에서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는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경쟁방식의 공정성이다.

 

팀 대항전에서 청팀은 6개의 과녁에 칼을 꽂는 데 걸린 시간이 3분 5초였다. 청팀은 연습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이안 해리슨을 1번으로 정한다. 결과는 아담 벤슨 0, jj가 4개, 이안이 2개를 꽂는다. 홍팀은 가장 뛰어났던 켈리를 2번 주자로 한다. 홍팀은 3명 모두 칼을 꽂는다. 그러나 시간은 3분 10초. 불과 5초의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홍팀에 약간의 재략(才略)을 갖춘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패한 홍팀은 3명 중에서 1명을 방출하는 데스매치에 참가할 두 사람을 선정하게 되었다. 쪼그라드는 팀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팀원들의 참혹한 결과다. 개인전에 두 명이 나갈 수 있는 것도 홍팀의 팀원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청팀의 분열을 모사했던 아담의 덕분이다. 홍팀의 켈리 바첸트는 단호하게 자신은 더 이상 데스매치에 나갈 수 없다고 한다. 피터 팔마와 데니 체프먼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어쩌면 두 명의 머릿속에는 켈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승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데스매치 결정전에서 데니 2, 피터 1, 켈리 0으로 데니와 피터가 결정된다. 데스매치가 준비되는 시간에 타라는 가족으로부터 다시 부친의 병세에 대한 전화를 받는다. 부친은 계속 게임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 갈등하던 타라는 가족이 먼저라며 집으로 간다. 팀원 중에서 말리는 사람이 없다. 피터와 데니는 새총으로 타일로 된 과녁 맞추기를 한다. 피터가 이겼다. 타라가 떠난 자리가 남았다. 개인 서바이벌을 7명으로 진행을 할 것인지, 처음 계획대로 데니를 참가시켜 8명으로 할 것인지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팀 대항전이 사라지며 조직 내부의 분열은 더 없을 것이다. 상금을 향한 치열한 개인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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