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의 돌봄 공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과정을 돌봄 대책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은 초등 저학년 수업 시간이 OECD 평균보다 적다는 점을 근거로 정규수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보고서 어디에도 무엇을 왜 더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적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을 학교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곧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전제부터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돌봄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이라는 백년대계를 도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능 정책수단이 아니다. 교육과정은 아동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교육적 목적에 따라 설계되는 국가의 약속이다. 돌봄 공백이 생겼다고 교육과정을 늘리고, 다른 사회문제가 생기면 또 교육에 그 해법을 찾는다면 교육은 본연의 목적을 잃고 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러한 제안이 국가의 미래를 연구하고 장기 정책을 설계해야 할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정책 연구기관이라면 OECD 평균 수업 시간이라는 수치 비교를 넘어 교육의 목적과 초등 저학년의 발달 특성, 교원의 전문성, 국가 돌봄체계의 역할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어야 한다.
교육은 언제나 사회문제 해결의 첫 번째 수단으로 호출됐다. 저출생도, 돌봄도, 인성도, 안전도 모두 학교가 맡으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그러나 교육은 다른 정책의 부족을 대신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돌봄은 돌봄대로 책임 있게 해결하고, 교육은 교육대로 지켜야 한다. 국가가 교육의 본질까지 흔들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결국 잃는 것은 교육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