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 가득한 교육과정 총론, 내실은 어떨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체제가 우리나라처럼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유럽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연방) 국가보다는 주 수준에서 교육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지역마다 권고 형태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고, 단위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운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주 수준에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목의 명칭과 내용, 적절한 학년과 시수가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제시되어 있다. 그래서 대체로 주 교육과정에 기초하더라도 단위 학교에서 학교 환경과 교사 수급, 학생의 필요와 학부모의 요구를 고려하여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가능하다. 물론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격차 문제가 대두되면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 혹은 (연방)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 속에서 무한 경쟁 사회가 도래하고 국가 간의 경쟁이 교육 분야까지 침투해 들어오면서, 교육을 학교나 지역 혹은 주에 전적으로 맡겨두기에는 학교교육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거리가 먼 중앙정부가 국가 수준의
잊을만 하면 터지는 수능 출제 오류 논란 2022학년도 수능은 역대급 수능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기초학력이 무너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용암수능’으로 불린다. 국어와 수학교과의 선택교과별 점수 산정으로 입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법원의 출제 오류 결정으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모두 정답처리된 성적표까지. 한마디로 수능이라는 시험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보여준 수능이었다. 수능 문항 오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수능의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법원에서 ‘정답 없음’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수능 문항 오류에 대한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복수정답 인정 사례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능 문항 오류에 대한 논란은 시대가 변하면서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이의제기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기존의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5지 선다형에서 정답을 고르는 시험 자체가 이런 시비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수많은 수능에서의 변화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연금 못 받는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에 대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에 휩싸인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205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고갈 시기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다. 4대 연금의 재정수지 흑자규모를 보면 현재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흑자를 유지하고, 2030년에는 사학연금도 적자로 전환된다. 지금으로서는 적자를 흑자로 전환할 만한 뾰족한 묘수가 없다. 연금 문제를 왜 해결 못할까? 다른 나라들도 연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금이라는 제도는 피라미드 구조로 과거에는 가능한 방식이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모두 높은 성장세와 폭발적인 인구증가세, 낮은 기대수명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적은 돈을 내고 많은 연금을 받는 방식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경제성장이 더뎌 다음 세대의 소득이 크게 많지 않고, 저출산으로 젊은이가 줄어든다. 의료기술 발달로 기대수명은 늘어난다. 연금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더 내고 덜 받는 방법이 아닌 이상
매서운 겨울 이겨내는 감태나무 단풍 얼마 전 서울 홍릉수목원 숲에서 한겨울인데도 잎을 그대로 달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주변 나무들은 상록수 빼곤 거의 다 잎을 떨구었는데 이 나무만 잎을 다 달고 있었다. 황갈색으로 단풍이 들긴 했지만 나뭇잎이 쭈그러들거나 상하지 않고 온전한 것도 이채롭다. 잎 사이엔 작은 가지 끝마다 새순이 수줍은 듯 숨어 있었다. 이 나무가 감태나무다. 감태나무는 이처럼 겨우내 단풍 든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나무들은 ‘시댁에 온 며느리’처럼, 단풍이 드는가 싶으면 어느새 잎을 떨구고 말지만 감태나무는 늦으면 봄이 무르익는 4월 초까지 잎을 온전히 달고 있다. 감태나무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3월 말 보춘화를 보러 안면도수목원에 갔을 때였다. 보춘화는 물론 노루귀·수선화·생강나무 꽃까지 다 피었는데 여전히 묵은 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나무인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감태나무는 4월 초 새잎이 날 즈음에야 묵은 잎을 떨군다. 전북 고창 운곡습지는 우리나라에 24곳 있는 람사르습지 중 한 곳이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의 걷기여행길’ 5곳 중 하나로 이곳을 추천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
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2 (교육트렌드2022집필팀 지음, 에듀니티 펴냄, 528쪽, 2만8000원) 2021년 3월 18명의 교육전문가가 모여 2022년 교육 현장에 가장 영향을 미칠 20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대통령 선거, 교육감 선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이 예정돼 있는 2022년, 대한민국 교육의 정책방향이 집중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교육계의 쟁점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이 8개월에 걸쳐 300여 개의 논문과 자료 등을 조사하며 현황을 분석하고 시사점과 전망을 아우른 글을 한 권에 모았다.
음유하듯 조상의 흔적들과 공존하는 인도의 하루 마이소르행 기차를 탄다. 30분 연착이라니 정말 너무 착해진 인도 기차에 새삼 놀랐다. 알아듣긴 힘들지만 안내 방송도 있고, 전광판을 부지런히 흘러가며 친절을 열거하는 안내 글자들도 있다. 오래전 북인도를 여행할 때 겪었던 10시간 연착도 그러려니 했던 기차였는데 말이다. 이틀을 주유하던 함피와도 이별이다. 12시간 정도를 달려 마이소르에 이르게 된다. 인도에 와서 세 번째 야간 이동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난 야간 침대 기차나 슬리핑 버스에서도 잘 잔다. 더 소란스럽고 이동이 잦은데도 말이다. 평소에는 숙면을 잘 취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대목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의아하다. 게다가 예전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깨끗한 침대 시트까지 2매씩 지급이 되었다. 역시 잘 잤다. 카르나타카(Karnataka)주의 주도인 벵갈루루에서 절반 넘는 사람들이 내렸다. 아침 6시가 됐고 이윽고 해가 뜬다. 버스로 3시간 넘게 더 달려선 마이소르에 닿는다. 더욱 짙은 푸름과 무성한 야자수 수풀들이 인도반도의 더 아랫녘으로 내려선 것과 남국의 열대를 증언한다.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창 너머로 마이소르 궁전의 돔 지붕이 뵌
사람 살려, 감염병 꼼짝 마! (지태선 지음, 다른매듭 펴냄, 208쪽, 1만3000원) 코로나, 백신 이야기가 연일 끊이지 않지만 정작 질병, 면역체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초등교사인 저자가 아이들이 궁금해할 수많은 질문을 뽑아내고 그것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답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부터 의학과 관련된 오해나 미신을 풀고 예방을 위한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시작하며 수업을 계획 및 준비하고 수업을 학생들과 함께 실행하고 마치는 과정은 교사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교사에 따라 수업은 어려운 고민의 과정일 수도 있고, 더는 걱정 없는 익숙한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수업을 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따라서 수업에 대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사들의 많은 시도가 있었다. 본 글에서는 수업의 계획-실행-성찰의 각 단계를 개선하는 방법 중 ‘수업의 설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먼저, 필자가 기본으로 두었던 ASSURE 모형을 선행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살펴본 후, 다음으로 필자의 수업 이야기와 모형 사이 관계를 통해 수업 이야기를 펼쳐 보겠다. ASSURE 모형 이론에 기초한 선행연구 살펴보기 1. ASSURE 모형(조희정, 2012)의 단계와 고려사항 2. ASSURE 모형의 이점 - 수업의 구성 요소를 고려한 모형으로 학년 상관없이 최적의 수업을 돕는 모형 - 학습자의 학습 촉진을 위해 최선의 환경에서 교수 자료를 조직하는 모형 - 계획에서 설정한 목표가 수업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이루어지는 모형 - 수업의 방향을 잡는 수업계획에 도움을 주어 수업 내용과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범띠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998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모두 5명의 초중등 교사다. 새교육이 신년특집으로 기획한 좌담회에서 이들은 정부가 제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학교 현장에 맞는 교육정책을 펼쳐 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교육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교원성과급과 교원평가를 폐지하고 보직수당을 인상하는 한편 교권보호에 한층 힘을 실어주는 그런 새해가 되길 희망했다. 이들은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VR 등 에듀테크를 교육에 활용, 학생들의 창의성과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인성교육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좌담회 참석자는(가나다순) 노윤란(인천 초은초·1974년생) 문솜(서울 동원중·1986년생) 서수민(서울 서원초·1998년생), 양진원(제주 대흘초·1986년생), 이영준(경기 안성창조고·1986년생) 등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먼저 2021년 잠깐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
“수능은 공정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아요. 정답과 오답만 가르는 찍기 시험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교육을 모두 지배하는데 무슨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어요.” 교육부장관을 지낸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은 수능의 가장 큰 폐단으로 학생들에게 정답과 오답만 있는 세상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알아야 할 모든 지식에 맞고 틀리는 것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중간이라는 게 얼마나 많아요. 검은 것과 흰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회색지대가 훨씬 많잖아요. 그런데 수능은 회색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김 이사장은 이 같은 수능 교육이 우리 사회에 흑백논리를 강화시키고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대립적 문화를 고착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능은 이미 한계를 넘긴 지 오래”라고 전제하고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개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당장 폐지하기보다 10년, 20년 장기적 안목으로 서술형 문항을 추가하는 등 발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우리 사회 석학으로 존경받고 있는 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