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저녁에 달이 뜨면 피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면 시들어 있는 꽃이 있다. 밤마다 밝은 노란색으로 피는 이 꽃은 달맞이꽃이다. 밤에만 활짝 피어서 이 꽃의 진면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낮에 보면 꽃잎이 축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빛이 은은할 때 보면 꽃잎이 팽팽하게 펼쳐진 것이 정말 아름답고 싱싱한 꽃이다. 박완서의 단편 티타임의 모녀는 안락한 삶에 흔들리는 운동권 남편을 바라보는 여공 출신 아내의 불안한 심리를 절묘하게 달맞이꽃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1993년 발표한 단편이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채 공장에서 일하다 최고의 대학에다 부잣집 출신으로 위장취업한 남편을 만났다. 처음 남편이 위장취업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인공은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 서로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로 설득했다. 아들 지훈이를 낳아 서울 변두리 어느 3층집 옥탑방에 살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집주인이 여러 야생화를 심어놓은 그 옥상엔 달맞이꽃도 피었다. 어느 날 남편은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득하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이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1일 의병의 날부터 6일 현충일, 25일 6.25전쟁일, 29일 제2연평해전 등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진 수많은 영웅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다소 형식적이라고 할지라도, 1년에 한 번일지라도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되새겨주는 일은 중요하다. 또한 6월 1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일을 맞아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을 거쳐 민주화 열망이 최고조에 올랐던 6월 민주항쟁과 사실상 군사정권의 항복선언인 6.29선언 등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 의병의 날(6월 1일)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는 의병 활약상이 곳곳에 드러난다. 특히 영국 신문기자 맥켄지의 조선의 비극 속 “우리는 어차피 싸우다가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라는 의병의 외침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쉽지 않은 길을 택했던 의병의 정신을 오롯이 보여주었다. 의병은 임진왜란 당시 처음 일어났으며, 의병을 가장 먼저 일으킨 인물은 곽재우였다. 2010년 의병의 역사적 가치를 일깨워 애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2015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꾸준히 감정을 돌보는 글을 써왔다. 중학생과 3년, 고등학생과 4년을 썼으니 올해로 7년째이다. 본격적인 ‘감정 글쓰기’ 수업은 수현이라는 친구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수현이는 ‘선생님 덕분에 시작한 글쓰기가 자신의 삶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말로 표현하려니 하다가 막히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경험들이 누적되어 점점 혼자 상처를 바라보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글로 표현하면서 솔직할 수 있었고, 용기가 생겨났다고 했다. 표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나를 만들어간다. 켜켜이 쌓아 올린 부끄러움·열등·분노·두려움 등을 표현하여 객관화하지 못하면, 그것들은 나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부끄러움은 벽을 쌓고, 열등은 타인에게 모욕으로 되갚아주며, 분노는 세상을 두렵게 만들며, 두려움은 뾰족한 가시로 스스로를 찌르는, 그런 친구들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생들과 감정 글쓰기를 꾸준히 했고, 괜찮아, 나도 그래라는 책도 발간했다. 더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길 바랐고, 때로는 친구의 감정 표현을 자기와
융합팀 구성 본교는 매년 신학년 집중연수기간에 융합팀을 구성하여, 동일한 주제를 토대로 수업을 구상하고 수업연구를 한다. 어떤 과목과 융합수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특수과 선생님이 ‘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이해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도덕 1 단원 중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방법’을 공동 주제로 수업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관련 단원과 성취기준을 토대로 수업 재구성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융합을 위한 융합수업이 아니어야 하고,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수업흐름과 연계성을 고려한다. 둘째,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태도가 아닌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하는 수업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한 끝에 수업주제를 ‘단순히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교과서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개념을 배우고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수업’으로 정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해보는 활동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긴 흐름을 가지고 2월부터 차근차근 주제선정과 교육
서울 양천구 중앙로 양명초등학교는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에듀테크에 기반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한다. 태블릿을 이용하여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고, 맞춤형 교육도 이뤄진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이나 과학수업도 3D로 쉽게 이해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펼쳐진다. 올 여름방학동안 모든 교실이 AI 중점교실로 새롭게 단장되면 칠판과 분필 대신 전자칠판과 마우스가, 교실중심의 강의식 수업 대신 인터넷공간에서 개별화학습이 선보일 예정이다. 학교 측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좀 더 일찍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에서 결단을 내렸다. “‘현재가 미래를 선택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닥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모든 것의 기본은 정보화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리가 미래교육을 선도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김기홍 교장의 결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코로나19를 맞으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남들보다 일찍 준비한 디지털 기반 교육 덕에 갑작스러운 원격수업 전환에도 동요 없이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예술의 만남을 통한 감성교육 그로부터 3년
생활지도는 고통스럽다. ‘힘들다’는 표현으로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담아낼 수 없다. 대부분 아이들은 상식선에서 행동하며 교사의 지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상식선을 넘는 몇몇 아이들은 교실분위기를 흐려놓으며, 교사들과 힘겨루기를 한다. ‘일당백’, ‘골칫덩어리’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잠이라도 자주면 고마울 지경이다. 지도를 한다고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혼낸다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왠지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먼저 걸기도 싫은, 차라리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좋을, 이 녀석들과 어떻게 일 년을 버텨야 할까? 6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 녀석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보자.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나, ○○○ 담임이야.” 한 마디로 상황이 종료되는 반이 있다. 나도 일 년이면 2~3명씩 만난다. 선도위원회가 열리기 전, 상담실에 온 아이들은 잔뜩 날이 선 채 내 앞에 앉는다. ‘귀찮으니까, 빨리 해치웁시다’라는 표정으로 상담실 구석구석을 힐끔거릴 뿐,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나를 힘겹게 하는 ‘비자발 상담자’. 마음을 굳게 먹고 이야기를 시도한다. “넌, 왜 이렇게 까지 되었니? 언제부터 이랬니?” 다짜고짜 ‘훅’ 들
내 몸이 신호를 보내요 (나탈리아 맥과이어 지음, 우리학교 펴냄, 88쪽, 1만3,500원) 어떨 때 심장이 내려앉고, 얼굴이 화끈거릴까. 책은 상황에 따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살펴보고, 정서에 대한 이해와 감정표현을 위한 방법들을 담았다. 아이들이 겪었을 일들을 마치 그림동화 한 편을 읽듯 보여주면서 스스로 표정과 몸짓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한민국 교육가족의 한 사람으로 신임 대통령을 통해 교육 때문에 겪었던 재난 수준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윤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지를 밝혔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공정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취임사에서도 다시 언급된 것이다. ‘미래’와 ‘공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핵심 키워드가 아닌가 한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공정한 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 5월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에 그 일단이 제시되기도 하였고, 교육부의 교육정책으로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교육정책으로 실현될 ‘공정한 교육’을 통해 우리 국민이 국가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믿고 신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교육을 실천하고 고민한 교육자로서 이번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공정한 교육에 반드시
들어가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가 2022년 5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중 교육분야 국정과제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등 5개(81번-85번)이다. 교육분야 국정과제 총평의 준거로는 교육분야 과제의 큰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방향성, 방향성에 비춰본 구체 과제들의 타당성, 그리고 꼭 포함되어 있어야 할 과제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포괄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준거에 따라 총평을 할 때 총평자의 주관적인 관점에만 의존하면 개인의 철학과 식견에 따라 총평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총평자의 관점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국정과제를, 시대의 흐름에 비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미래교육의 모습에 비춰보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2021.12)은 2021년 9월,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를 파악하고자 3,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202명이 참여한 숙의토론형 공론조사도 실시했다. 이를 위해
01 나는 ‘선생을 한다’라는 표현이 좋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선생 직분’에 대한 가치가 생기는 듯하다. 옛날 선생님과 요즘 선생님의 근무 생태와 조건도 많이 달라졌다. 어떤 분들은 그래도 옛날에 선생하기가 좋았다고도 하고, 어떤 분들은 옛날의 환경 여건에서는 선생하기가 힘들었다고도 한다. 내 경험상 옛날 선생의 정신적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학교 공납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납부를 독려하는 일이었다. 의무교육은 초등학교까지였으므로 중학교부터는 돈을 내야 했다. 독려는 또 그럭저럭한다고 치더라도, 끝내 공납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너 내일부터는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말해 줘야 하는 일은 참 괴로웠다. 내가 근무한 J 여자중학교는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 반 70명 중 20여 명 정도는 공납금 내기에 어려움이 늘 있었고, 그중 5~6명 정도는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다. 공납금 독려와 미납자 처리가 학교행정의 한 부분인 것은 맞지만, 그 방법이 참 마뜩하지 않았다. 내 초임지의 교장선생님은 월요일 교직원 조례에서 전교 45개 학급의 공납금 납부 실적표를 막대그래프로 제시하고, 그걸 짚어 가며 실적이 부진한 반을 골라내었다. 공납금 이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