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은 우리 교육자에게 여러모로 참으로 힘들었었지요. 몸이 고달팠고, 마음이 어두워지고,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는 한 해였습니다. 세상 말세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를까, 좀 좋아질까, 살며시 기대해 봅니다. 저는 어릴 때 새해가 되면 참 설레었습니다. 마치 날 찾아온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실제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것처럼 몸을 새 옷으로 단장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새로운 목표도 세워보고 마음을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설렘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대는 해봅니다. 하지만 원래 세상은 몸과 마음을 채비해서 맞이할 만큼 반가운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세상과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엇비슷한 이 두 단어를 평소에 무의식으로 잘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어떻게 다른지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세계의 차이를 학생들도 알면 좋겠습니다. “세상만사 다 귀찮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세상은 각박해도 인정은 후덥다.” 이런 흔한 넋두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세상을 뭔가 힘들고 인간의 힘으로 쉬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겨온 듯합니다. 살다 보면 생존을 위해
최근 몇 년간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자 중심의 시대에서 영상 중심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는 더욱 중요해진 듯하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시켜보면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글을 써 본 경험이 없으니 말로는 잘해도 쓰려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또 쓰고자 하는 욕구는 있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 보면 아이들은 이야기를 짓고, 쓰고 싶어 한다. ‘나만의 책 만들기’는 다른 것보다 아이들이 ‘쓰고 싶은 것을 쓰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음은 중학교에 근무할 때 1학년 아이들과 함께한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이다. 책 구성요소 알아보기 학습지 중학교 1학년 창체 독서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그야말로 Big6 모형을 적용하기 딱 좋은 수업이자,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공동체역량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수업이다. 10차시에 걸쳐 진행한 이 수업에서 아이들은 모둠별로 자신의 모둠에서 만들 책의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구성한 다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본문을 완성해 나갔다. 작성한 본문은 나중에 한데 묶어 책의 구성방식대로 편집하
왜 사회적 공감인가 현대 사회인들은 타인의 감각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 시대에 살고 있다. 공감의 부재는 각종 폭력과 증오범죄, 집단 간 혐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등 타인에 대한 공감 부재를 넘어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혐오하기에 이른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며, 적절하게 반응하는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본 수업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으로서 공감에 주목하여, ‘공감기반 사회과 교육을 통해 사회적 공감을 회복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사회적 공감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능력을 함양하고 학생들의 인지·행동·정의적 측면의 변화를 위해 공감기반 사회수업을 제안하였다. 특히 개인적 공감을 넘어선 사회적 공감으로의 접근은 타인을 향한 이해와 배려 차원을 넘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소외된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수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올바른 사회적 공감능력을 함양하여 사회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창의적·합리적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전·후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서이초 교사가 하늘의 별이 된 7월 18일 전·후 대한민국 교육은 큰 차이가 있다. 다시는 이런 슬픔과 아픔이 없는 2024년 새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난해 9월 21일 교권 4법(「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이, 12월 8일에는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0만 교원의 함성과 단결이 이뤄낸 결과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통해 많은 교사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교직사회의 기대와 염원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살펴본다. 교사 아동학대 신고제도, 어떻게 바뀌었나? 교권 4법 개정과 교육부의 교권보호종합방안 발표 이후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두 가지 제도가 바뀌었다. 첫 번째는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교원에 대한 직위해제 요건 강화이다. 두 번째는 아동학대 범죄 관련 조사·수사 진행 시 소속 교육감의 의견 제출 의무화 조치다. 2021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된 「교육
10년 차 교사. 이제야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지만, 매해 달라지는 아이들과 학부모, 밀려드는 공문이 아직도 두렵다. 학교의 현실은 4년 동안 경험했던 교대 공부나 교생 활동과는 전혀 달랐다. 교실이라는 따뜻한 정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줄 알았는데,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사막에서 씨앗부터 찾는 상황이었다. 신규 시절, 수업준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이들과 소통하며 생기는 변수에 참 많이 당황했다. 수업과 생활지도만으로도 벅찬데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공문과 업무는 더 막막했다. 걸음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당장 뛰어야 한다며 전쟁터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전혀 나이스 하지 않은 나이스 사용법은 눈치껏 체득했다. 인터넷 요금 지원이나 체험학습 비용 정산 같은 행정업무를 왜 교사가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했다. 기초적이지만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공문 작성법은 실수해도 괜찮다고 격려해 주신 부장님께 배웠다. 교장·교감선생님의 따뜻한 말씀과 조언으로 수정 기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교사 커뮤니티와 선배·동료들의 도움과 응원이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모두가 바쁜 학교에서 매번 물어볼 수도 없는
국가거점국립대인 강원대는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헌영 총장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한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1993년 강원대 기계의용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공과대학 부학장, 강원의료융합인재양성센터장, 기획처장, 정보화본부장,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장을 거쳤다. 김 총장은 2016년 총장에 취임한 뒤 분을 쪼개 쓰며 교육부 관계자와 교수진들을 만났고, 강원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제24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역임하면서는 강원대에서 겪었던 일들이 비단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님을 자각하고, 한국 고등교육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뛰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숙원사업이었던 ‘1도 1국립대학’을 통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당당히 선정되며, 강원도 14개 대학 중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원년으로 삼게 되었다. ▶연임 강원대 총장으로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8년의 소회를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원대가 발전한 모습을 생각하면, 대학의 일원으로 무척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2016년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강
날씨가 한창 추운 요즘, 감기랑 독감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감기와 독감의 과학을 준비해 봤어요. 감기와 독감은 어떤 생명체 때문에 우리가 걸리는 걸까요? 우선 감기부터 말씀드리면 특정 세균이나 특정 바이러스에 걸려서 감기가 발병합니다. Q1. 예전부터 헷갈렸는데, 세균이랑 바이러스는 다른 거죠? 바이러스랑 세균을 많이 헷갈려하는데, 둘 다 아주 작은 미생물인 것은 맞지만 사이즈 자체부터 아주 다릅니다. 쉽게 생각해서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바이러스라고 한다면, 세균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이나 빌딩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바이러스는 아주아주 작은 병원체라고 볼 수 있죠. 감기는 몇몇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의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리노바이러스입니다. 전체 감기환자의 50% 정도가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린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도 감기를 일으키는데(10% 정도), 여기서 말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중에서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와 동고동락했던 것이 바로 감기 바이러스입
탁구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스포츠다. 빠른 백핸드, 정확한 포어핸드, 네트를 넘나드는 공과 리듬을 맞추는 선수들의 발놀림은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이에리사-현정화-신유빈으로 이어진 한국 탁구는 힘들었던 시기마다 환희와 희망을 안겨준 기특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 탁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풀뿌리 스포츠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현초등학교. 이 학교는 전통의 탁구 명문교로 서울은 물론 전국 스포츠클럽대회를 주름잡는다. 우수한 선수들만 데려와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전교생 대상 스포츠 클럽활동을 통해 자질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대표적 학교로 꼽힌다. 인근 동덕여중·동덕여고 등 탁구 강호들의 주축선수 상당수는 방현초 출신이라고 한다. 길고 깊은 방현초 탁구 역사 … 체력증진은 물론 협동심·배려심까지 방현초의 탁구 역사는 길고 깊다. 지난 2010년 탁구부가 창설된 이래 전교생이 탁구를 즐긴다. 교기가 탁구인 셈이다. 실제로 ‘스포츠클럽 아침 탁구부’와 ‘방현 꿈탁구 교실’은 대표적 체육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클럽 탁구부는 활동을 희망하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녀 선수를 선발, 매주 화·목 아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교사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받고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졌던 첫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무관하게 자꾸만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넘쳐나고, 자기계발을 위해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버틸까 생각하며 출근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때면, 어느덧 ‘직장인’이 다 되어버린 자괴감마저 든다. 오늘 하루도 교사인 자신을 바라볼 수십 쌍의 똘망똘망한 눈방울들 앞에서 그저 바르게 서 있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교폭력 사건들, 한동안 뉴스를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교사 자살 사건들, 점점 어려워지는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하수상한 시절,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거창한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 한 편의 영화가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남 한 도시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김장하 선생이 있다. 1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기 옷 한 벌 허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