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최근 많은 학교장을 만나보면, 다수의 학교장이 학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와 같이 구성원 간의 각기 다른 요구와 욕망이 충돌하는 패러독스 상황에서는, 조금은 떨어져 긴 호흡으로 멀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 학교교육’이 크게 변화했음을 체감하게 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어느 유목민의 속담이 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군대의 병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돌격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꿈을 향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는 조직’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같은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을 향해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전의 의의와 우수 비전의 조건 ● 비전의 의의 1) 협의의 비전 비전(vision)은 외래어로서 우
디지털 전환 속 교실혁신 모델 제시 디지털 전환 속 교실은 ‘맞춤화·주도성·사회참여’라는 세 축 위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이번 수업나눔 사례에서는 그 세 축을 구현한 세 가지 수업모델을 병렬로 제시한다. AI 코스웨어는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경로를 제안해 학습 기초를 다진다. 거꾸로학습과 배움노트는 가정과 교실을 연결하며, 학생이 스스로 오류를 탐색하고 피드백을 주도하게 한다. DATA 기반 AI 프로젝트는 데이터를 수집·분석·모델링하여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다. 교사는 세 모델을 조합해 학급 맥락에 맞는 융합형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은 자율적 학습자이자 공동체 기여자로 성장한다. 세 모델은 독립적으로도 적용 가능하지만, 함께 운영될 때 데이터 분석과 정서 지원, 사회 참여가 상호 강화되어 교실혁신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모델❶ _ AI 코스웨어로 맞춤 학습의 기초 다지기 ● 배경과 준비 플랫폼 도입 초기 일부 교사는 ‘데이터 화면 해석이 어렵다’는 불안을 표했다. 이에 학년 대표 교사들이 TF를 꾸려 에듀테크 다모임과 실습 연수를 운영했고, 작은 성공사례를 빠르게 공유해 거부감을 줄였다. ● 운영 학생들은 사고력 진단평가와 컴퓨팅
“다산콜센터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에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공공기관 담당부서로 번호를 눌렀건만, 서울 다산콜센터로 연결되었다. ‘아, 공공기관은 이렇게 직접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개인 핸드폰으로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을까?’ 순간, 교사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민원방식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학 부모들은 자녀의 출결·체험학습·급식·교복·학교방침에 대한 의견까지 모두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전달한다. 이미 학생에게 자세히 안내한 내용도, 다시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담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개별 문의부터, 학교방침에 불편한 사항까지, 모든 민원의 창구가 되어 있다. 특히 출결과 관련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겪는 일도 많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누군가는 늦잠을 잤다고, 누군가는 오늘 생리결석을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출석을 제대로 안 하는 학생이 학급에 1~2명만 있어도 교사의 평화로운 아침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담임교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는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출범한 만큼,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하는 시대적 책임을 안고 있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딛고, 민생·경제·환경·외교·안보 등 각 분야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과제들을 풀어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고등교육분야도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의료·노동과 함께 교육을 4대 개혁과제에 포함했다. 하지만 ‘교육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고등교육정책은 ‘교육’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았다. 집권 초기부터 교육부총리 인선으로 혼란을 야기하더니, 1999년 이후 유지해 온 수도권 대학 증원 불가 기조를 허물고, 첨단분야 수도권 증원을 허용했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시켜 이공계 육성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학과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도 없이 갑작스럽게 무전공제를 도입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방대학을 육성하도록 RISE를 구축했지만, 2025년 RISE 예산은 기존 정부 재정지원사업 예산을 병합한 뒤 소폭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지방대 육성을 떠넘긴 셈이다. 교육·연구활동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며 각종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로 인해 교육여건이 후퇴하고, 대학 스스로
경국대학교가 경북 북부 지역의 의료 인프라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국립 의과대학 신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태주 경국대 총장은 최근 새교육과의 인터뷰에서 “의대 유치는 지역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지역소멸을 막을 핵심 사업”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총장은 취임 이후 경국대를 글로컬대학에 선정시키고, K-인문학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융합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도 넓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대해선 “거점국립대만 키우는 방식이라면 수도권 집중 완화나 대학 서열 해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고등교육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비율을 50대 5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방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간판이나 지역보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하신 지 2년이 됐습니다. 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솔직히 보람도 많았습니다. 글로컬대학 선정은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염경중학교(교장 박형준) 시청각실. 지난 5월 9일 학생·학부모·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2025 염경교육공동체 약속’ 협약식. 염경중이 지향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 철학이 응축된 순간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했다. 학생·학부모·교사 대표가 무대에 올라 협약서에 서명하고, ‘존중·배려·협력’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약속을 공식화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약속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문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염경중은 두 달에 걸쳐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차 서술형 설문에서는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자유롭게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약속 문안을 구성한 뒤 3차 선택형 설문을 통해 최종 약속을 확정했다. 약속의 내용보다 과정이 더 큰 교육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차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누군가에게 바라는 걸 말하기 전에, 나는 어떤 교사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실천 가능성과 공감력을 갖춘 약속이 교육공동체 스스로의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의 탄생 배경 아동학대에 대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아동학대라고 정의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또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신체적 학대행위,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 역시 두고 있다(「아동복지법」 제17조 및 제71조). 2013년 흔히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8세였던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비슷한 시기 ‘울산 계모 살인사건’도 있었다. 소풍을 보내달라는 아이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이 역시 장기간의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들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과 공분이 쏟아졌고, 결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고 한다)이 2014년 제정되었다. 「아동복지법」이 존재함에도 별도로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상향하는 것, 그리고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모 학원의 기숙형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과 같은 주요 홍보 문구 때문이다. ‘독재자’(독학·재수·자기주도학습) ▲소수 정예 스카이 캐슬형 관리 ▲최상위권 학생 대상 장학 제도 운영 ▲의대/SKY 재학 ○○○○ 출신 조교 25명! ▲1대 1 멘토 관리 체계적 학습 세부내용을 보니 일정 벌점 초과 시 프로그램상 출입 코드가 삭제되어 출입이 통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다. 벌점 항목으로는 결석(10점), 조퇴(5점), 지각(5점), 외출(3점), 강제동원 미준수(3점), 졸음(1점), 핸드폰 미제출(10점), 열람실 내 전자기기 사용(10점), 학습 외 사이트 접속(5점), 쉬는 시간 외 화장실·카페테리아 이용(1점), 독재자 내 학생 간 필담(1점), 오후 10시 이후 무단 외출(강제 퇴실) 등이다. 그리고 홍보 팸플릿 속에 끼워진 간지 한 장에 다음과 같은 최후의 격문이 나부끼고 있다. ‘기숙학원보다 더 강력한 몰입! ○○ 독재자 선착순’ 교장실로 들어와 이러한 격문들을 읽어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비판과 한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학원 홍보를 위해 자극적
싱가포르 정부는 2002년에 싱가포르를 아시아 교육의 허브로 만들기 위하여 ‘Global Schoolhouse’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이후 세계 유수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의 질적인 성장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1당 체제 국가로 1965년 건국 이후 현재까지 집권당이 의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학문의 자유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Yale-NUS College에서 Liberal Arts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장려했으나, 2021년 정부의 결정으로 폐지된 것이 한 사례이다. 이 글의 의도는 싱가포르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육 허브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나라에서 비판적 사고의 부재는 교육의 핵심 가치를 외면하고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나라는 어느 정도 성장할 수는 있으나, 선도할 수는 없다. 그러면 왜,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가?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도
지난 호에서는 교원 상훈과 징계를 통해 교육공무원의 공과(功過)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학교 조직의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교원 승진제도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승진은 교사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하여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이자,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실천하도록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승진의 구조 및 절차와 교육경력평정·근무성적평정의 핵심 요소를 함께 살펴보고, 다음 호에서는 연수성적(교육성적·연구실적)평정과 가산점평정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교원의 승진임용은 「교육공무원법」 제13조가 규정하듯, 바로 아래 직급에 있는 사람이 경력·재교육·근무성적 등 실제로 입증되는 능력을 바탕으로 상위 직위로 올라서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직위보다 높은 자리로 수직 이동함으로써 영향력은 커지고 책임 또한 무거워집니다. 초등·중등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 교감 →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이 대표적이며, 교육행정기관·연수기관·연구기관의 장학사(교육연구사) → 장학관(교육연구관) 승진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2007학년도 2학기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승진 위주의 교직문화를 혁신하고, 민주적 학교 운영과 책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