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각 전경* 최효찬 | 경향신문 기자 "내 자식을 왜놈 종이 되게 할 수 없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다보면 사람의 욕심이 끝없음에 절망한다. 땅을 원하는 대로 차지할 수 있다는 말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하지만 욕심으로 인해 돌아오는 것은 허무한 죽음뿐이다. 그렇다면 명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재산인가 자긍심인가. 과연 명가의 자존심은 수천억대의 재산보다 더 값어치 있는 것일까. 명가에서 가장 위대한 유산은 다름 아닌 자긍심이다. 아마도 위기에 처한 국가를 위해 재산뿐만 아니라 자신마저 버리는 것보다 더 고귀한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억만금을 상속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유산일 것이다.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고성 이씨 석주 이상룡(1858~1932) 가문은 서슬 퍼런 일제치하에서 일부 명문가 자녀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명가의 전통을 잇고자 할 때도 척박하고 살벌한 간도에서 민족의 고난을 함께 해왔다. 석주는 삭풍이 몰아치던 1911년 1월 5일, 52세에 전 가족을 데리고 망명길에 올랐다. "공자, 맹자는 시렁위에 얹어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는 것이 망명의 변이었고, 나라를 찾기 전에는 돌
박준용 | 한양대 강사, 문화평론가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 간의 만남 사람들은 서로 간의 만남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관계를 통한 영향력이란 단시간 내에 그 결과를 나타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결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교사와 학생의 만남을 전제로 한 교육도 여기에 예외는 아니다. 흔히 인용되듯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그런 지난한 인내와 계획의 여정 끝에 개인과 한 세대의 성숙된 인격이 형성되어 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을 위해 내일은 어떨지 몰라도 오늘 당장은 그 결과를 가늠하기 힘든 수많은 선택을 결정해 나가야하는 막막함이요, 그런 이유로 막연한 내일보다는 오늘의 가시적인 성과와 결실을 요구하는 학생, 학부형 그리고 그 압력과 유혹에 흔들리는 교사가 있을 수 있는 교육 현실이다. 2차 대전 직후의 프랑스의 어느 싸구려 기숙학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의 이야기는 바로 이런 현실로부터 시작된다. 문제아들의 '이름'을 깨달은 충격 아직 생생한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기숙학원의 아이들은 척박한 삶의 환경만큼이나 거칠고 제멋대로다
김연수 | 생태사진가 이 새를 보신 적이 있나요? 1996년 동북아 5개국에 일시에 이상한 벽보 하나가 배포됐다. 백로 비슷한 몸체에, 부리가 검은 숟가락처럼 생긴 새의 그림과 제목을 영어로 큼지막하게 'Have you ever seen this bird before?'라고 쓴 벽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참가한 5개국의 국어로 같은 내용의 문구를 함께 적어 놓았다. 문자는 달라도 내용은 '이 새를 보신 적이 있나요?'라는 의미다. 여기서 '이 새'는 저어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타이완, 일본, 베트남의 조류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저어새의 생존 숫자를 밝히려고 만든 일종의 '조류 센서스' 포스터인 셈이다. 이렇게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집계한 저어새 수는 613마리였다. 이것이 이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저어새의 전부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재관리청은 저어새를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그리고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가 적색목록에 등재, 국제보호조로 분류한, 한마디로 희귀종 가운데 희귀종인 새다. 주걱 모양의 긴 부리가 특징 저어새는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며 긴 검은 색 부리에 하얀 깃털과 주걱처럼 길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