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지없이 입시 한파가 찾아 올 것 같다. 입동(立冬)과 동시에 갑자기 찾아 온 추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저 멀리 산자락에 쌓인 눈은 어느 새 겨울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아침 등굣길 갑자기 찾아 온 한파에 아이들이 저마다 두꺼운 옷을 입은 탓일까. 아이들의 몸놀림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그리고 학교까지 아이들을 태워주고 돌아가는 부모님의 얼굴 위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런데 수능시험 10여일도 채 남겨 놓지 않고 있는 고3 교실은 마지막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추위 또한 저만큼 물러나는 듯 하다. 1교시 2학년 영어시간. 아이들에게 추위 때문에 정신마저 헤이 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생님인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양복 상의를 벗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교실 문을 열자, 밀폐된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장난을 심하게 한 탓인지 뿌연 먼지가 자욱하여 호흡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에게 교실 환기를 위해 모든 창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최근 한 초등학생이 평소 자신을 괴롭히는 급우를 복수하기 위해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기성세대의 무관심이 불러 낸 화(禍)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갈수록 십대 아이들의 폭력 수치가 높아지고 그 폭력성 또한 기성세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심각하여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표면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성세대의 좀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매번 이런 사건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가 등교하여 집으로 귀가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며 직접 자녀들을 등·하교시키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암암리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학교 폭력을 일삼는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부터의 후한이 두려워 폭행당한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학교 폭력이 ‘사후약방문’식으로 수습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실과 교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조회시간과 종례시간을 제외하고는 담임선생님이
요즘 들어 아이들이 내뱉는 말들이 장난이 아니다. 최근 들어 부쩍 욕을 많이 하는 아이들을 자주 발견하곤 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여지없이 툭 터져 나오는 것이 욕이다. 주위 시선에는 거의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욕을 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 2학년 영어시간이었다. 수업 종이 울려 교실 문을 열자 한 여학생이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욕을 친구에게 내뱉는 것이었다. 특히 평소에 얌전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욕설이라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군다나 그 아이의 욕설에 대해 교실에 있는 그 누구하나 싫은 내색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든 아이들이 욕을 통례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와 얼굴이 마주친 그 아이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 또한 무언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는 그 아이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타인이 자신의 뜻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보이면 아이들은 거침없이 욕을 내뱉는다. 대체로 요즘 아이들은 친구의 작은 실수 하나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에게 손해 보는 일은 추호도 하지 않
10월 27일 금요일, 2학년 마지막 체험학습의 날. 사실 지난밤 흐렸던 날씨 때문에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따스한 가을 햇살이 창가에 드리워져 아이들이 체험학습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체험학습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체험학습 며칠 전부터 고민을 많이 해 온 터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간직해 주고 싶은 것이 담임의 입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웬만하면 아이들이 원하는 장소로 가고자 하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의논을 하여 내린 곳이 내가 생각지도 않은 '용인 에버랜드'였다. 하지만 그곳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한 번쯤 다녀온 곳이고 당일 체험학습 장소로 적절하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체험학습으로 인해 부모님의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시간을 내어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피력하기로 하였다. "얘들아, 너희들의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나 지금 상황으로서는 조금 힘이 들 것 같구나. 그리고 봄에 수학여행을 다녀온 만큼 체험학습으로 부모님의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한단다. 그러니 이번
지난 9월 13일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른 원서 접수 결과 지원자 수(58만8890명)가 지난해(59만3806명)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면 이것은 각 대학별로 수시 모집 정원이 늘어나 많은 학생들이 수시 모집에서 합격을 한 탓인지도 모른다. 수시모집 1차에 합격한 학생들은 수능 원서 접수 이전에 당락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구태여 수능원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시모집 2차에 지원한 학생들은 합격자 발표일이 수능 응시원서 접수 마감일 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의 하나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능 원서를 써야만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시모집에 합격하여 올해 수능 원서를 최종 접수한 학생이 144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이들 학생 중 약 70여명의 학생들이 수시 모집 2차에 합격하여 실질적으로 수능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80여명 정도(수시 모집 2차 합격자 중 수능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도 있다). 이에 수능원서 접수 후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아 구태여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한테서 수능 응시료 환불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가끔
요즘 교실은 다음 주부터 실시되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고 있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 또한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중간고사 일 주일 전부터 웬만한 일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하물며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할 때에는 내 발걸음까지 방해가 될까봐 조심한 적이 있었다. 금요일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교실 문을 열자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교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내 신경을 자극하게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교실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와 사물함 위에 내 팽개쳐 있는 실내화였다. 하물며 쓰레기통은 쓰레기가 넘쳐 흘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였다. 사실 봉사학생과 청소당번이 정해져 있지만 시험공부에 쫓기다 보니 평소 때보다 청소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설령 청소를 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이런 처사에 내심 화를 내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괜한 일로 아이들의 심경을 불편하게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상황이 달랐다. 아무리
월요일 아침 강풍을 동반한 때 아닌 폭풍우가 영동지역 동해안을 강타했다. 이것으로 인해 시내 대부분의 도로와 가옥이 물난리를 겪었으며 시내 초 ․ 중 ․ 고 각급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단축 수업을 실시하였다. 기상대 관측 이래 최고의 풍속을 기록한 이번 폭풍우로 많은 아이들이 겁에 질리기도 하였으나 아무런 사고가 없어 다행스러웠다. 화요일 교정 여기저기에는 폭풍우로 인해 찢어진 아이들의 우산이 흩어져 있었다.
10월 16일 월요일 중간고사 첫날. 어느 때보다 학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탓일까?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많이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교정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아이들 손에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시험시작 30분 전, 교실에 들어가 제일 먼저 휴대폰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하여 아이들로부터 휴대폰을 수거하였다.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이 된 탓인지 시험 기간 중에 아예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사(考査)시 유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었다. 오전 9시 1교시 2학년 생물시험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감독교사인 나에게 집중되었다. 조용히 눈을 감게 하고난 뒤 아이들에게 문제지와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눈을 뜨게 한 뒤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20여분이 지날 때까지 교실은 아이들의 문제지 넘기는 소리와 호흡소리만 들렸을 뿐 정적만이 흘렸다. 시험 시작 30분이 지난 후, 시험을 다 본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답안지를 확인하게 하고 난 뒤 교실 밖으로 나가도 좋다는 지시를 내렸다. 내 말이 떨어지자 답안지 이상 여부를 확
점심을 먹고 난 뒤, 오랜만에 교정을 산책하였다. 어느새 교정 여기저기의 나뭇잎들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늘 교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업무와 교재연구로 보낸 탓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 한철 푸름을 뽐내던 나뭇잎들이 생활에 찌든 나를 기쁘게 해주려는 듯 곱게 옷단장을 하고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떨어진 나뭇잎을 밟으며 책갈피에 끼울 나뭇잎 몇 장을 주웠다. 한편으로 뒹구는 낙엽 위로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얼굴들이 하나하나 그려졌다. 어느 집 마당에 서있는 앙상한 가지를 한 감나무에는 까치밥으로 남겨 둔 감 몇 개가 애처롭게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그건 각박한 이 시대에 그나마 남아있는 인간의 마지막 정(情)으로 여겨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흰 구름 사이로 가을 햇살이 내 이마를 비추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그 햇살은 따갑지가 않았다. 오히려 가을 햇살은 포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마도 그건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을 햇살이 담고 있기 때문이니라. 이제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의 손길이 바빠지
점심시간이었다. 한 아이가 부리나케 교무실로 찾아왔다. 그 아이는 배가 아픈 듯 계속해서 배를 만지며 조퇴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많이 아픈 듯하여 우선 병원에 다녀올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난 뒤 외출 나간 아이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6교시가 끝나자, 또 한 명의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찾아와 보건실에서 쉬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아이와 함께 보건실로 갔다. 보건교사는 뚜렷한 증상이 없이 배가 아픈 이유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요인이라고 하였다. 아마도 다음 주부터 실시하는 중간고사 때문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들은 지난번 고사 때에도 배가 아프다며 야단법석을 떤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잘하던 아이들이 '고사(考査)' 일주일을 남겨놓고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을 보면 보건교사의 말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하물며 어떤 아이는 며칠째 밥을 먹지 못해 위염으로 고생한 나머지 체중이 무려 5㎏이 빠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에 아이들의 학습태도가 너무 진지해 마치 독서실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학교사정으로 중간고사 일정(10월 16
9일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여 발걸음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긴 추석 연휴로 인한 후유증 탓인지 많이 지쳐 보였다.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연휴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출결을 점검하고 난 뒤, 교실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 반 여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손에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선생님, 이거 어머니께서 갖다 드리래요." "그래? 그런데 이게 무엇이니?" 그 아이는 멋쩍은 듯 내 말에 대답대신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인사를 꾸벅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그 아이가 건네 준 봉지 안에는 집에서 손수 만든 듯한 오색의 송편이 들어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감돌았다. 한편으로 예전에 느끼지 못한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3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자 많은 선생님들이 북한 핵실험에 관한 뉴스 특보를 시청하고 있었다. TV를 시청하고 있는 선생님 대부분의 얼굴 표정이 여느 때와 달리 진지해 보였다. 그리고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4교시 영어시간. 수
매년 한글날만 되면 논란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 국어 교육의 문제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거기에 따른 뚜렷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령 그 대책이 세워졌다고 할지라도 미봉책으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까? 최근 보도에 의하면, 초등학교 6학년 중 국어우등생이 영어우등생의 절반이라는 통계가 나와 현재 우리나라 국어교육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초미달 학생 또한 영어에 비해 국어가 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큰 우려를 나타냈다. 9일 한글날 행사의 일환으로 본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말 바로 알기」경시대회 결과 예년에 비해 평균 점수가 올라가 다행스런 일이었으나 90점(100점 만점) 이상의 고득점을 맞은 학생의 수가 극소수에 달해 우리말의 중요성을 재인식 시킬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나라 언어보다 우수한 우리말 한글이 영어에 밀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어릴 때부터의 지나친 영어 교육 강조에 있다고 본다. 이는 곧 우리말은 몰라도 영어는 잘해야 된다는 학부모의 인식에 있다고 본다. 가끔 국어 받아쓰기보다 영어 단어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결과를 두고 자녀 자
요즘 나의 아침은 손이 열이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기만 하다. 며칠째 아파 누워 있는 아내 때문에 아내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웬만해서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않던 아내가 이번에는 거동을 못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장난이 아닌 듯했다. 아내가 아파 누워 있는 이래로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예전과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우선 현관문을 열면 지금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주려는 듯 신발들이 여기 저기 무질서하게 내팽개쳐 있으며 하물며 싱크대 안에 수북하게 쌓인 그릇들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착잡하기까지 하다. 문득 아내의 지나친 깔끔한 성격 때문에 다투었던 지난 일이 떠올려진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사람이 집안 청소라도 깨끗이 해야 한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쓸고 닦기를 반복하였다. 하물며 아내는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내에게 대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아내가 아픈 이후, 집안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욕실에는 아이들이 매일 벗어 놓는 옷들이 쌓여져 갔고, 가구마다 입으로 훅 불면 날아갈 정도로 뿌연 먼지가 내려 앉아 가고 있었다. 늘 나와 아이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8학년 대학 입시부터 논술의비중이 커짐에 따라 각급 학교는 '논술'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에 부심중이다. 그래서 일까? 예년에 비해 시내 서점에는 논술과 관련된 책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하였다. 또한 인터넷 온라인으로 논술과 관련된 도서를 구입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주문량이 늘어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고 하였다. 하물며 어떤 학생은 기존에 다니던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학원의 시간 수를 줄이고 논술을 새로 시작했다고 하였다 한편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논술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직무연수의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이에 지난 9월 25일(월) 강원도 교육연수원에서는 학교 현장 혁신을 위한 찾아가는 맞춤식 연수의 일환으로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논술'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유명강사의 특강이 있었다. 그리고 각급 학교에서는 국어교사를 중심으로 논술 지도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아도 업무와 수업 시수가 많은 교사들이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들의 논술지도를 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일부학교에서는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부강사를 채용할 계
수능원서 접수 마감일 아침부터 연구부장과 3학년 부장선생님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각반 담임선생님의 철저한 점검이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없애기 위하여 접수 전에 최종 확인 작업을 하는 연구부장의 얼굴이 진지하기까지 했다. 바로 그때였다. 올해 졸업한 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심 반가움에 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래, 대학생활은 잘 하고 있니?" "선생님, 저 학교 휴학하고 재수하고 있어요." "재수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그 과는 네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니니?" "그런데 반 학기 다녀보니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다시 수능시험을 보려고요. 수능원서 마감 날짜가 언제까지 알려주세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녀석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원서마감일인 오늘 전화를 하여 원서 마감 날짜가 언제인지 물어보는 녀석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한동안 말을 잃었다. "OO아, 그런데 어떻게 하니? 오늘이 원서마감인데…." "네? 정말이에요?" 녀석은 믿어지지가 않는 듯 계속해서 물었다. 그리고 원서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재차 물었다. 제자에게 그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