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였다. 힘들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고맙고 감사한 세월이었다. 이제 식당에서도 기차에서도 ‘어르신’ 대접을 받는다. 동창들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어르신’ 호칭이 반갑지 않다고 한다. 필자그룹은 이 사회의 ‘어르신’으로 분류되는 연령 높은 층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만도 아니다. 신체의 강건함과 정신력의 예리함이 약해졌다. 강도 높은 체력과 정신의 긴장을 요구하는 일들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그릴 수 있게됨은 몹시 다행한 일이다. 얼마전 TV에서 미국과 일본의 실버타운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이 전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 주제였으나 ‘어르신’ 이 귓가에 맴도는 탓인지 자연스레 몰입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였다. 100만 명이상 거주한다는 미국의 한 곳은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으며 거주비용은 저렴하고, 모든 취미활동이 다 준비되어 있는 대단위 마을이었다. 일본의 사례는 기차역으로부터 10분 안에 드는 교통 좋은 곳에 있는 단층의 전원주택형이었다. 잔잔한 꽃과 나무들이 풍성한 단지였다. 기력이 약해질수록 할 일을 찾는 것은 중요하며 소소한 용돈은 생의 활기를 더해준다. 이 마을은 주민들이 마
서울, 경기지역에서 태어나고 공부를 한 필자는 이 지역을 ‘아주 잘’까지는 아니라도 알고는 있는가 생각해본다.서울이나 경기지역은 집안행사나 일, 모임 등으로 자주 가는 곳이라 여행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볼거리’ ‘맛집’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많다. 개강이 얼마남지 않은 이 시간 급히 동생에게 연락하여 여행을 계획하였다. 연일 뙈약볕이 내리는 무더위에 주차도 어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야하는 서울여행에 한편 어이없고 한편 걱정하는 가족의 반대가 당연히 있었다. 다리가 아프거나 무더위가 심하거나 그저 둘러보는 일이 귀찮아지면 쉬면 될 일이다. 신랑의 도움을 얻어 공군호텔을 숙소로 예약하였다. 휴가가 끝난 시기라 다행히 숙소가 확정되었다. 2023년 8월 16일 숙소에 도착 후 짐을 놓고 안국역으로 갔다. 갤러리도 많고, 맛집도 많고, 디저트가 좋은 카페도 많고 운현궁도, 제1호 관립소학교인 교통초등학교도 있다. 블러그를 찾아 몇 군데 좋은 곳을 예정하였지만 동선이 안맞아 그저 지나가다 좋은 곳이면 들어가기로 하였다. 운현궁이 보이기에 들어갔다. 예전에도 와본 곳이다. 미주리대(UMSL)의 매리앤,쥬디 교수와 왔었다. 당시에는 인사동에
지난 늦은 가을 공주장에서 쪽마늘씨를 사서 텃밭에 심었다. 한 겨울을 지내고 마늘대가 누렇게 되어 쓰러졌다. 쑥쑥뽑아 단단히 영근 마늘을 흐뭇하게 보았다. 가위를 들고 톡톡 마늘대에서 잘라내니 복숭아만한 마늘, 자두만한 마늘, 방울토마토만한 마늘 180개가 나왔다. 40개는 종자로 남겨 둘 것이다. 200개를 목표로 한다. 햇볕 좋은 곳에 널어놓고 여유가 될 때마다 30개 정도 집어들고 집으로 온다. 지루한 일을 할 때 늘 하던 대로 해야할 일 준비물을 가지고 소파에 앉아 TV를 튼다. ‘드라마 몰아보기’. 스텐바가지에 흙묻은 통마늘을 넣고 과도를 들고 통마늘을 하나하나 쪽을 내어 껍질을 벗겨 빈바구니에 떨어트린다. ‘툭’, 작지만 옹골찬 소리. 내 손으로 키운 까닭으로 소리하나에도 흐뭇하다. 싱싱함을 보여주듯 물에 담구지 않아도 껍질이 잘 벗어진다. TV에서는 지독히 운없이 태어났고 골골이 삶을 무너뜨리는 장애물로 고생하지만 뒷골목이 아닌 트인 앞세상에서 건강하게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가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실존인물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였단다. 마늘 한 통을 들고 껍질을 벗기며 ‘지금 저 내용은 실존이 아닌 극적 재미
필자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어느 날 잡지를 보던 중 또래의 외국인 친구와 펜팔을 권유하는 글과 신청서를 보았다. 호기심으로 무려 다섯 친구를 신청하였다. 답장이 왔는데 미국친구 두 명과 독일친구 한 명이었다. 미국의 친구 한 명은 미주리주에 거주했고, 다른 친구는 오하이오에 살았다. 미주리친구는 노란 봉투에 보라색 송진을 떨어뜨려 봉인한 편지를 보내어 기억하고 있다. 오하이오 친구는 형제자매가 여덞 명이라 하여 놀랐고,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유아교육을 공부하여 아이들을 돌본다는 생각이 확고하여 또 놀랐다. 필자는 오하이오 친구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대학에서 유아교육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교수가 되어 30년후 미주리대학에 교환교수가 되어 미주리 땅을 밟았다. 요즈음 관심을 집중시키는 주제 중 하나는 ‘영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다. 필자의 시절에는 많은 경우 할머님이나 어머님이 손주를 돌보아주셨다. 감사하게도 필자의 아이도 할머님이 살펴주셨다. 필자의 할머니셨으니 아이들에게는 증조할머님이다. 필자와 아이들에게 지금도 그리운 분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변화하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일의 강도는 높아
필자는 대학교수이며 대학 여성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해 먼 곳에 있는 친구에게 인사겸 안부를 전하러 전화를 걸었다. 덕담을 담은 인사가 오가고 다음을 기약하며 전화기를 놓으려는 즈음 친구는 올해 필자에게 뒤를 꽝치는 나쁜 일이 생길 것 같다며 건강에 유념하라 했다.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주역을 공부한 뒤 모임만 있으면 운수를 봐준다고 하여 친구들은 생년월일을 맡겨놓고 있다. 평소 사주팔자나 토정비결을 단지 재미로 여기고 있는 필자는 고맙다고 하고 가볍게 인사를 마쳤다. 정년을 2년여 남기고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필자는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로 심신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요일이면 집 근처 종교시설에 가서 전능하신 신께 인사도 드리고, 안면있는 분들과 일상을 주고 받고 단체에 필요한 활동도 하며 지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요일이 돌아오고 늘 그러하듯이 남편과 함께 한 주일을 잘 지냈음을 감사하며 성스러운 신의 영이 가득한 곳에 들어갔다. 젊은 날에는 신의 존재를 학교에서 철학으로 배웠으나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건강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늘어가면서 장례식에서만 보이던 내세가 친구들 대화의 주제로 올라오고
필자의 취미는 ‘드라마 몰아보기’다. 머리의 휴식이 필요할 때 널직한 소파에 누워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움직여 풀어주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이틀은 연속적으로 볼 수 있다. 심장에 무리가 될 수도 있으며, 신체의 머리는 아플 수는 있으나, 남이 공들여 만든 작품을 그저 보기만 해도 되므로 정신의 머릿속은 힐링 그 자체이다. 최근에 몰입하여 시청한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였다’가 아니고 ‘이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네 번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음악은 누가 담당했나, 자폐아에 대한 조언은 누구로부터 들었을까 등등 배우에서부터 음악, 해외의 반응까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아 더 샅샅이 뒤져보며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추천을 들었을 때 또 정의 타령하는 ‘변호사겠지’ 하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너나 잘하세요’의 삐딱한 심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그저 옆에 앉아있었던 사람 등등이 재미있다고 했고 머리 식힐 일이 생겼으므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깊이있는 내용을 어쩌면 저렇게 동화처럼 풀어냈을까. 배우들은 또 어쩌면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고래에 대한 관심유도를 위한 작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