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오늘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길이 재기를 공부할 거야. 먼저 교실 뒤에서 교실 앞까지 재어 보자. 어떻게 재면 좋을까? 자기 생각을 말해 볼까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반의 박사인 한서효가, "예, 선생님. 저는 제 키로 재어 보고 싶어요." "어떻게 서효의 키로 교실 바닥의 길이를 잴 수 있을까?" 내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교실 맨 뒤로 가서 바닥에 길게 누운 채 자기 키를 분필로 표시하는 서효의 기발한 생각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발표를 해댑니다. "예, 선생님. 저는 제 발자국으로 재어보고 싶어요." "예, 저는 제 공책으로 잴래요." "저는 긴 막대기로 재볼래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자기가 말한 방법대로 교실 바닥을 재기 시작합니다. 교실 바닥에 누워서 온몸으로 재던 서효는 이번에는 조그만 지우개를 들고 한참을 세고 있습니다. 왼발과 오른발로 앞 뒤를 꼭 붙인 채 재는 아이, 공책을 바닥에 대고 연신 분필로 표시를 하면서 숫자를 중얼거리는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며 쫑알댑니다. 수를 세어 가다가 까먹은 은혜는 다시 세느라 바쁩니다. 1학년에게 100을 넘긴 수를 세게 하는 일은
"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해" - 카프카 오늘은 구례군 독서토론회 날입니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12명의 쟁쟁한 어린이들이 그 동안 읽고 키운 마음의 밭을 친구들 앞에 내놓고 서로의 좋은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갖는 날입니다. 독서토론회의 목적이 좋은 책을 읽고 비판적 안목을 키우며 사고력을 배양시키는 것임을 바탕에 깔고서,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 어린이들에게 오늘을 사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독서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시키는 '의도된 교육'의 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목적이 뚜렷한 독서교육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배양하는 일,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여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고등정신기능을 신장시키는 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건전한 토론문화 형성이라는 3마리 토끼를 겨냥한 독서토론회를 준비한 사회자로서 이 자리에 임한 저 또한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책을 읽어서 더 행복했던 한 주일이었습니다. 이금이 작가가 쓴 '너도 하늘말라리야'는 소희와 바우, 미르 세 어린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그들의 공통분모인 결손가정이라는 굴레를 벗고 한 이간으로서 성잘해 가는 모습을 그린 창작동화
지난 밤의 감동으로 꿈 속에서도 아름다운 춤과 음악으로 장애우들과 나눈 사랑의 언어들이 온밤 내내 여행을 하게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감기로 며칠 동안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약이 없이도 잠을 잘 잤습니다. 아침 6시가 못 되어 시작된 기도 시간에 맞추느라 내복 바람인 아이들이 바빴던 아침. 이 소화성 가정을 위해 온 식구가 마음으로 기도한다는 김미리 팀장의 숙연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아이들도 그분들을 위해 준비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지식의 높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거라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헤어지는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청소를 하고 주변을 정리한 우리들은 본격적인 장애체험 학습에 들어갔습니다. 4부 행사는 임금주, 김경란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장애우들과 짝을 이룬 아이들은 그들의 손발이 되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며 헤어짐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이 몸은 어른인 장애우들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을 스케치하는 내 마음은 일렁이는 감동으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지극한 기쁨은 지극한 슬픔과 같은 감정이라서 눈
몸은 어른이면서도 생각하는 정도가 서너 살 수준인 소화 성가정의 장애우들과 짝꿍이 되어 허브 이야기와 허브 비누만들기, 허브 차 마시기를 하며 아름다운 분위기에 취한 우리들은 나눔의 미학은 가진 사람만 나눌 수 있는 미덕이 아님을 깨달아 가며 우리들보다 더 천진하게 웃고 사랑을 표현하는 장애우들의 웃음에 오히려 행복이란 지극히 단순함에서 오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이들도 당연하게 걸레를 빨아서 식당을 닦고 정리하며 나름대로 밥값(?)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서 몸으로 배우는 공부만큼 좋은 스승이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차가운 물에 걸레를 빨며 날마다 그렇게 자신들을 위해서 일하시는 부모의 노고를 알았을 것이고 한 끼 식사를 위해 제 몸을 내주는 식물들과 음식을 위해 많은 정성과 노고를 들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한 톨의 쌀도 버릴 수 없다는 소중한 가치를 배운 오늘의 의미는 어떤 체험학습보다 좋은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원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역시 3부 행사였습니다. 짧은 시간 준비한 장기 자랑이지만 아이들은 설레며 기다렸고 연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며칠. 촛불의식으로 숙연해진 아이들은 자신의 촛불을 들고
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하나님의 축복이라 하셨던 꽃동네 할아버지. 가난한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 주셨던 테레사 수녀님을 비롯해서 이 세상에는 오늘도 얼굴없는 천사들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가 거둔 영혼과 삶의 볏단을 세어 보게 되는 12월 첫날. 우리 연곡 분교의 16명의 전교생은 사랑의 공동체를 찾아 이른 아침부터 세상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소화 성가정'을 찾아 1박2일의 장애체험학습을 갔습니다. 여덟 살 짜리 1학년들까지 그렇게 먼 길을 나서는 여행을 가기에는 무리가 따랐지만 우리는 힘듦보다 재미보다 더 소중한 영혼의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만남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소화 성가정'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동 607-5에 있는 정신지체와 발달장애우들을 위해 설립된 시설로서 윤남 원장님(소화 데레사)이하 몇 분의 직원들이 30명의 정신지체를 지닌 성인 장애우들을 보살피며 사랑과 기도와 헌신으로 삶을 꾸려가며 성스러운 가정의 모습을 가꾸고 있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설립한 곳입니다. 개설된 지 3년을 맞고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시설 투자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
오늘 조선일보 기사를 보니 '왕따상사'라는 다소 놀라운 기사가 얼른 눈에 들어왔다. 왕따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내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직원회의 때에 솔직한 의견을 내보라 하여도 직원들이 좀체로 말문을 열지 않는 분위기라면 그 상사는 직장내 '왕따 상사'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떠들고 말하다가도 그가 나타나면 직원간의 대화가 뚝 끊긴다면 '나홀로 상사'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왕따가 될까? 조사를 보면 직장내에 왕따가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42.1%라고 하니 그낭 웃어 넘길 일이 아닌 듯 하다.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 1순위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고 2순위는 '성격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 3순위는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지나치게 아부하는 사람'과 일을 너무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더 위험한 것은 상사에 대한 왕따였다. 나열해 보면 '인(人)의 장막형'으로 내 사람은 따로 있다며 믿는 부하만 가까이 하는 타입, '일벌레형'은 회식 자리에서까지 시종일관 일 얘기만 하는 상사, "햄릿형'은 과제는 대충대충 주고 결과에 대해 비판만 하는 상사이며, '폭군
공자의 유가사상은 공자조차 이루지 못한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조선의 조광조에 의해 접목을 시도했었다. 중종 임금이 자신의 약한 정치 기반을 바로 세우면서 강력한 정치 개혁의 도반으로 삼았던 조광조를 담기에는 그릇이 작았던 것일까? 아니면 아직 크지 못한 나무에 깃들기를 서둘렀던 조광조의 급진적 정치 성향 탓이었는가?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 조광조를 키우지 못한 조선의 역사를 아쉽게 생각하곤 했다. 동양 사상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공자의 사상을 정치적으로 완성하고자 목숨까지 내놓은 조광조의 왕도정치가 성공했다면 이 나라 조선의 역사가 그처럼 외세의 침략에 무너지는 서글픈 역사를 가져 오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 말이다. 지금도 이 나라는 보수와 개혁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들이 상존하고 있다. 그들이 부르짖는 수사 앞에는 늘 '국민을 위한다'는 수사가 접두사처럼 따라 다닌다. 그래서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그들이 부르짖는 수사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으며 정치적 행동이 아닌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높은 학력과 명예로운 과정을 거쳐서 입지에 오른, 높은 사람들이기에 후광 효과까지 겸하고
2005년 11월 15일 이른 아침, 까치 소리가 들리던 아침 나는 이 책의 일독을 끝냈다. 책을 산 지 열흘만에 일독을 겨우 끝낸 경우는 이 책이 처음이었다. 일독을 하는데 이처럼 시간을 끄는 책도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적한 사택에서 밤 늦도록 책을 읽는 재미, 먼 동이 트는 아침을 맞이하며 까치 소리에 책을 덮으며 유림의 숲을 지나 현실로 돌아왔다. 3권으로 1부를 이루고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내가 존경하는 인물인 '조광조' 를 현대에 살려낸 작가 최인호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15년 전의 구상을 현실로 이루어낸 작가의 굵은 펜대 앞에서 그저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작가의 발끝을 따라가며 인간 조광조의 모습을 만나며 참 행복했다. 아니 가슴이 아팠다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이리라. 성종 13년(1482년)에 태어나 중종 14년(1519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사약을 받고 죽은 정치개혁자. 썩어빠진 정치를 바로잡으려다 실패하였던 이상주의자. 그는 하늘 아래 지극한 도(道)를 구하며 공자조차 이루지 못했던 왕도정치를 현실에 접목시키려 했던 선각자였다. 작가 최인호는 '혼란한 시대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얘들아, 그 대목은 이렇게 하는 거야. 누나가 하는 것 잘 보고 따라 해 봐." "나라 누나, 이렇게?" "응, 그래. 참 잘 하네." "그럼. 지금부터 노래에 맞춰서 해 보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인데 우리 반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교실에 넘쳐 납니다. 알고 보니 12월 1일~2일 1박2일 일정으로 '소화성 가정 방문' 체험 학습을 떠나기 위한 사전 준비 활동을 하는 거랍니다. 소화성 가정이란 정신지체 장애우를 수용하고 있는 단체로서 나이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연령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수준 정도인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함께 모여 사는 단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 분교는 민간기업과 자매결연 활동의 일환으로 장애우들과 어울려 사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지난 7월 16일에는 바깥 세상으로 나들이 하는 일이 드문 그분들을 연곡분교로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를 열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시간을 갖게 해드렸습니다. 물장난을 치며 즐거워하던 장애우들의 맑은 표정은 아이들과 똑 같았습니다. 덩치는 어른이면서도 아이들처럼 단순하고 사랑이 많으시던 모습, 아이들이 건네는 작은 편지 하나에도 감동하고 좋아하던
"얘들아, 오늘 즐거운 생활 시간에는 배운 노래를 쟁반 노래방으로 계명창을 하자." "야호, 신난다. 선생님, 몇 마디씩 해요? "처음엔 한마디씩 부릅니다. 틀린 사람에겐 가벼운 알밤을 이마에 선물하기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즐거운 생활 시간입니다. 복식 학급의 어려움이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두 개 학년 교육과정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수업 결손을 막는 일. 그러면서도 예능 과목에 대한 즐거움을 심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악은 리듬과 박자 개념에 은연중에 계이름 지도까지 되어서 악보를 보는 능력을 길러 줘야 상급 학년에 가서 애로를 느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계명창을 즐겁게 하면서도 흥얼거리며 입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계이름으로 노래를 부르게 할까 고민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쟁반 노래방'이었습니다. 전체 노래를 틀리지 않게 다 불러야 쟁반으로 맞지 않는 풍경이 익살스러웠습니다. 나는 그 쟁반 노래방을 음악 시간에 도입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답니다. 1, 2학년 노래를 차례로 배운 다음 계이름으로 익힙니다. 그 다음에는 쟁반 노래방으로 들어갑니다.
믿는 대로 된다는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책. 미국 차세대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는 목사 조엘 오스틴의 저서로, 최선의 삶을 위한 7단계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각 단계별로 실질적인 제안과 조언을 제공하며, 오늘을 온전히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말하는 마음의 힘은 '하나님 안에서 품는 긍정의 힘'이다. 간단하지만 깊이 있는 일곱 단계를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평범함을 넘어 자신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발휘하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적인 태도를 벗어던져 더 큰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목차만 얼른 보아도 어깨에 뭔가 힘이 솟게 만드는 책이다. [1부] 나는 비전을 키우는 사람이다 [2부] 나는 건강한 자아상을 일군다 [3부] 나는 생각과 말의 힘을 발견한다 [4부] 나는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날 것이다 [5부] 나는 역경을 통해 강점을 찾는다 [6부] 베푸는 삶을 살라 [7장] 나는 언제나 행복하기를 선택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걱정하는 일의 98%가 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감도 함께 상실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자신에게
"여러분, 어느 쪽의 전구가 더 밝은 지 자세히 살펴 보세요." 오늘은 우리 분교에서 2년 동안 구례군 수업장학요원 활동해 온 정태훈 선생님이 본교의 5학년 어린이들을 데리고 여러 선생님 앞에서 과학 수업을 공개하는 날입니다. 도입 단계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호기심을 발동하게 한 수수께끼 상자가 등장했습니다. 두 개의 꼬마 전구에 켜지는 불의 밝기가 달라지는 원인이 전구의 연결 방법임을 알게 하는 공부입니다. 발견학습모형을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정 선생님의 노련한 솜씨에 40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아닌데도 척척 잘 맞는 학습 분위기와 잘 준비된 실험 자료로 규칙성을 발견하고 진지하게 실험 활동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탄성과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실험실이 살아 있는 학교, 과학 수업을 자신 있게 해 주는 선생님, 과학을 즐기며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어느 학교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이 과학 실험실과 도서실, 그리고 화장실입니다. 우리 분교에는 과학을 전공하고 과학 수업을 즐겨 하시는 정 선생님 덕분에 학교가 팔팔하게 살아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21일 저녁 7시 20분 쯤, 조용한 산골 분교를 울리는 손전화, "선생님, 저 문화 엄마입니다. 지금 어디세요? 얼굴 좀 뵙고 싶은 데요." "예, 학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상을 타온 이야기를 신문에 실을 글을 쓰는 중입니다." "선생님 얼굴을 꼭 좀 보고 싶어서요." "그래요? 그럼 우리 문화랑 데려오세요. 보고 싶으니까요." 문화는 5, 6학년 2년 동안 내 코앞에서 눈을 맞추며 살다 졸업한 제자입니다. 이젠 어엿한 중학생이 된 잘 생긴 우리 문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5학년이었던 때 처음 만났는데 어찌나 고집이 센지 한 번 틀어지면 책상을 후벼 파고 씩씩거리며 내 속을 뒤집어 놓던 녀석이었습니다. 질문을 하면, "잘 모르겠는데요. 그게 뭐지요?"하며 엉뚱하게 반문을 해서는 나를 곤란하게 한 아이였습니다. 노래를 참 잘 하고 번득이는 시어로 나를 놀래키던 아이, 자존심이 상하면 친구를 칭찬하는 것에도 골을 내곤 해서 담임인 내가 적응하기 힘들었던 소년이 이젠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막내로 자라서인지 유별난 고집불통으로 꾸지람을 하면 눈알이 붉어질 정도로 울기까지 하던 녀석의 모습은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그렇게 어린 아들이 늘 안
지난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각에 걸려온 전화, "선생님, 오늘은 찬우를 학교에 못 보낼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찬우가 아픈가요?" "아닙니다. 아무래도 오늘 찬우 엄마가 아이들 낳을 것 같아서 순천에 갑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찬우도 데려 가야 할 모양입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몸조심하시고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시겠습니다." 찬우네는 이번에 네 번째 아이를 낳는답니다. 지난여름 늦가을에 아기를 낳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축하드린다고 했더니, "아이고, 축하는 무슨 축하요. 오히려 동네 사람 보기가 창피합니다요. 자식 키우기 힘든 세상에 넷씩이나 낳는다고 수근대는 것만 같아서요." "아이고, 무슨 말씀이세요. 요새처럼 아이들이 귀한 세상에 낳을 수 있으면 낳아야지요. 국가적으로도 찬우 아빠는 애국자입니다. 용기를 내세요. 산모에게 힘을 주시고 행여라도 부끄럽다는 생각마시고 적극적으로 생각하세요. 그래야 태어날 아기도 당당해진답니다." 찬우 엄마는 일본 여인이시다. 그런데 얼마나 얌전하시고 온화하신지 늘 탄복이 나오게 하는 분이다. 항상 웃음 띤 얼굴에 조심스런 태도도 그렇고 아이들을 챙겨 보내는 게 빈틈이 없으신 분이다. 찬우는 일본에
"얘들아, 6명이 참가한 매천백일장에서 5명이나 입상했단다." "정말이세요? 야, 신난다. 그런데 좀 아쉽디. 다 탔으면 더 좋을 텐데..." "그래도 자랑스럽구나. 우리 구례에서 가장 알아 주는 백일장에서 우리처럼 작은 분교 학생이 글 솜씨를 발휘해서 상을 탔으니 말이다." 우리 연곡분교 아이들은 감성이 발달해서 글을 참 진솔하게 잘 쓴답니다. 꾸미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잘 표현하는 아이들이랍니다. 가지고 있는 바탕이 고우니 격식을 갖춰 쓰는 방법적인 면만 조금 지도해 주면 1학년짜리도 제법 글을 잘 써서 놀라곤 합니다. 매천 황현 선생님의 우국충정을 기리고 그 분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매년 열리는 매천백일장은 이 고장 구례에서는 으뜸가는 문학행사입니다. 이 고장에서 글 솜씨를 지닌 초중고 학생들이 모여서 자웅을 겨루는 귀중한 시간이 됩니다. 학교에서 국어 쓰기 시간에 엶심히 글 쓰기 공부를 한 실력, 일기 쓰기로 달군 솜씨, 좋은 책을 읽어서 마음 밭에 뿌려놓은 알곡들을 챙겨서 글밭을 자랑하는 그 시간은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됩니다.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살아있는 글을 쓰는 동기가 됩니다. 2시간 동안 한 편의 글 속에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