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작은 산골 분교의 교실마다 아이들의 작은 짐들이 주인을 따라 학교에 왔습니다. 자기 책가방보다 더 큰 살림 보따리들이 토론방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알고보니 오늘은 아이들이 자치 활동 시간에 정한 '아나바다 시장'이 열리는 날입니다. 키가 커서 못 입게 된 옷은 깨끗이 세탁을 하고 손질을 해서 차곡차곡 개어서 보낸 얌전한 진우 엄마의 솜씨가 돋보입니다. 동생들의 장낭감도 나오고 작은 인형, 새 공책들도 새 주인을 기다립니다. 서로 물건을 바꾸어 쓰며 물건 주인의 정성과 사랑도 함께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6명이 일 주일에 한 번씩 자치활동 시간을 통하여 규칙을 정하고 지켜가는 모습을 보며 먼 후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보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자기들이 정한 규칙을 지키기 위해 점심 시간에 음식을 남기는 일도 없고, 수업 시간에 연필을 깎는 일도 삼가하는 모습, 죄측 통행을 한다며 90도 직각으로 방향을 틀어 화장실을 출입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도 나옵니다. 오히려 어른들인 우리 선생님들보다 더 깍듯이 질서를 지키는 모습 앞에서는 작은 부끄러움마저 갖습니다. 착한 행동을 한 아이를 찾아서 칭찬
'지겹도록 싫은 가난, 저세상에선 꼭 벗길...' 11월 17일자 무등일보는 '무겁고 고된 삶'을 살아왔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별거로 누나와 단 둘이 살면서도 미술에 천부적 재능을 보인 A군은 그가 가난 속에서도 한 가닥 꿈을 지폈던 "예술고'진학이 좌절되자 끝내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그는 하루 세끼 중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 이외에는 나머지 끼니는 거의 굶다시피하며 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져서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 쪽에서는 APEC 정상화담을 축하하며 몇 억짜리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세상에 그늘진 한 쪽에서는 지겹도록 가난한 환경과 가정불화의 덫에서 극심한 생활고를 비관하여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현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자살사망율의 변화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초반부터 자살사망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5위의 자살사망율을 보이고 있어 자살사망율이 높은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보다 자살사망율이 높은 헝가리,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은 대부분 자살사망율이 1980년대 이후 감소 추세에 있거나 거의 변화
내 육신의 나이는 늦가을 끝자락이 아닐까 한다. 고운 단풍잎은 자랑하던 지난 가을을 음미하며 서리를 맞아 바스락대며 메말라가는 나무들처럼, 나목의 시원함을 기다리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일해 온 뿌리를 쉬게 하는 나무처럼, 그렇게 빈 겨울을 기다리며 욕심없이 서 있는 나무를 보는 즐거움을 사랑한다. 3년을 살아온 이 산골분교의 시간도 늦가을의 몇 잎 남은 단풍잎 만큼 시간이 남았다. 아이들이 돌아간 빈 교실에서 깊어가는 밤과 친구하며 책을 읽던 즐거움과 부수적으로 따라오던 글쓰는 즐거움까지 선사해 주었던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두 권의 에세이집으로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변신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그 홀가분함을 즐기는 것이니 내면의 소리에 더 민감해진다는 뜻이다. 그것은 홀로 찾아온 이 세상을 다시 홀로 떠나는 준비를 하는, 지극히 숭고한 기다림이다. 한여름같은 뜨겁던 정열 대신 잘 익은 김치처럼 곰삭아서 깊은 맛을 낼 줄 안다는 것이 아닐까? 겉절이 김치처럼 한 순간 쌈박한 입맛을 내는 맛이 아니라 두고두고 감칠 맛을 내며 은유와 여유로 삶의 순간을 채색하는 일이라고. 겨우 낱자를 읽으며 글을 깨우
저는 한교닷컴의 리포터이면서도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중입니다. 처음 시작은 정말 미미한 동기였습니다. 잠자고 있는 듯한 산골분교를 깨우는 작은 노력들을 지역 신문에 연재하면서 하나, 둘 일어나는 변화 앞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놀라움과 보람으로 보낸 2년이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세상 이야기 속에 묻혀서 지상으로 움을 틔워 내보내는 데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하고 선택한 방법이 지역의 지면 신문 대신 오마이뉴스를 택했습니다. 작은 산골 분교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타전하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아이들에게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였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기사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은 발전의 계기로 작용하였고 한 발 더 나아가 자부심으로, 애교심으로 성숙되어 갔습니다. 자신들의 일상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매체 앞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입니다. 좋은 기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하고 광고 사진에 실리게 되었으며 금년 1년 동안 참 많은 행사를 치러냈습니다. 산골 분교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도 숨은 공을 널
J군! 창 밖에는 조용히 가을비가 오고 몇 잎 남지 않은 가릉 단풍들이 그나마 찬서리에 오그라붙어 갈 길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며 그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그려. 1982년 고흥에서 선생과 제자로 만난 우리들의 인연을 잊지는 않았을까? 교단 3년 차의 초보 선생이었던 나는 40명에 가까운 6학년을 처음 가르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했었다는 걸 세월이 흘러가며 통감하였다네. 잘 해 보겠다는 욕심이 지나쳐서 상처를 많이 주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의 벽 앞에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네. 그대는 우리 반의 반장이었으며 잘 생긴 외모에 축구를 참 잘 하였지. 점심 기간에 2층 교실에서 내려다 보면 온갖 발재간을 부리며 축구공을 잘 다루던 그대의 모습에 감탄을 하곤 했었지. 80년대에 유행했던 바람머리에 날렵한 축구화를 신고 특히 노란 셔츠를 즐겨 입었던 모습이 지금도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군.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풍문만 들었네. 축구 선수로 클 거라고 확신했는데 고등학교까지는 무사히 선수의 길을 걸었다는 걸 알고 있네. 그대로 컸다면 지금쯤 국가 대표가 충분히 되고도 남을 재주를 가진 그대였음을 익히 알았는데, 우연한
요즘 지면 신문이건 인테넷 매체건 간에 신문 보는 게 두렵다. 날만 새면 '교원평가'로 시끌시끌하다. 세간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보는 눈들이 곱지 않다. 심지어 철밥통 운운하는 지경까지 왔으니 더 말해서 뭣하랴. 나는 그 비극의 시작을 홀대받는 교육부 인사 정책에서 찾고 싶다. 교단에 서 본 적이 없는 정치가들이 교육부 수장이 되는 현실에서 출발하여 경제 논리로 풀어가는 모양새를 지닌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는 교육문제는 늘 '봉'이다. 많은 사람들은 선생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무조건' 교원평가를 반대한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 교원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할 준비와 절차, 과정상의 문제, 즉 선결 문제를 해결하고 교원평가를 하자는 교직단체의 목소리는 이미 함몰되어 버리고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두들기는 형국이다.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언론에 흘려서 여론을 호도한 다음, 제 식구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해온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는 모습 앞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채, 마치 주홍글씨를 새긴 선생님 대접을 받게 하는 이 나라의 행태 앞에서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 교원평
산골 분교 어린이들이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29일 지리산 피아골 단풍제를 기념하여 구례군이 주최하고 미술동우회와 단풍제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학생사생대회에 11명이 참가하여 6명이 입상하였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참가시키려고 바쁘신 부모님을 설득하여 대회에 내보느라 며칠 동안 전화를 했던 일, 대외적인 행사에 가 볼 일이 별로 없는 우리 분교의 형편을 딛고 서기 위해 대회 참가를 위해 며칠간 공을 들였던 결과를 눈으로 보는 기쁨에 선생님들도 싱글벙글입니다. 특히 1학년 김찬우와 5학년 한지현 어린이는 그림 솜씨가 탁월하여 교육장님이 주시는 우수상을 수상하여 분교 어린이들의 미술 솜씨를 내외에 과시하였답니다. 입상을 3학년 정진아, 4학년 김애영, 김미영 어린이들도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여 좋은 그림을 그렸답니다.학부모님들의 기쁨도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시골 학교에 다녀도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 동안 참가한 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상을 탄 것도 자랑이고 가장 많은 수의 아이들이 입상해서 아이들의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교실에서 공부한 결과를 밖에 나가서 인정받으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소질
"야호, 9개다!" "서효야, 아홉 개가 쓰러졌으면 남은 것 몇 개지?" "예, 선생님. 한 개입니다." "그럼 합하면 몇 개일까? "예, 선생님. 열 개입니다." "옳지. 그 다음엔 누구 차례니?" 볼링 핀을 쓰러뜨린 서효의 즐거운 목소리가 조용한 학교를 뒤흔듭니다. '10을 가르기와 모으기'를 공부하는 1학년 아이들의 수학 시간입니다. 재미있는 놀이로 수학을 즐겁게 배우게 하려고 도입된 수학 교육과정. 아직도 구체물이 없으면 얼른 답을 구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니 되도록이면 놀이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 주고 싶었습니다. 산골 분교이다 보니 학습 준비물을 대부분 학교에서 구입하는 것에 의지합니다. 아이들에게 학습 준비물을 예고하여 준비하는 것은 재활용품 정도이니,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구체물이 있어야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자료 없는 수업은 곧 학습 결손으로 이어집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겐 공부란 재미있다는 잠재의식이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 글자 하나를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성취의 기쁨을 느끼고 자기와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받아들여 가며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기쁨을 누리게
"선생님, 진우가 아파서 학교에 안 왔어요." 환절기라서 아이들이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진우가 결석이다. 말수가 적고 꼼꼼한 모습도 그렇고 숙제며 준비물 하나까지 잘 챙기면서도 친구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나 대신 지적하는 모양새가 꼭 조선 시대의 꼬장꼬장한 선비를 연상케 하는 우리 진우, 때로는 그 깔끔함이 지나쳐 까탈스럽게 보여서 부드러워지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듣는 아이이다. 선생님이 말하는 것은 법으로 통하는 진우에게는 농담조차 통하지 않는다. 뭐든 진담이고 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다섯 중에 한 아이가 오지 않으니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아침 기운에 나까지 아프려고 했다. 친구가 오지 않은 빈자리를 메워 주려고 따스한 햇볕에 나가 가을 낙엽을 주워 가을 풍경을 만들기로 했다. 노오란 은행잎을 잔뜩 달고 서 있는 은행나무를 살짝 건드리면 흩날리는 모습이 여간 아름다웠다. 고운 단풍잎을 바구니에 담으며 곱게 핀 과꽃과 다알리아 이름을 몇 번이나 묻는 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나도 들떴다. "에구, 오늘은 진우가 학교에 안 와서 선생님도 아플 것 같아." 했더니 눈치 빠른 2학년 나라가 나를 위한다며 칸막이용
매천은 자신의 죽음을 '단지 인(仁)을 이루고자 할 뿐 충(忠)은 아니다고 했고 충을 이루지 못함이 부끄럽다고 했다. 매천사 입구에는 그 분의 뜻을 기려 성인문(成仁門)이 세워져 있다. 나는 몇 년 전 매천 선생님의 증손인 선생님과 같이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초상화에서 보이는 깔끔함을 지닌 선생님은 지금 현직에서 교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시다. 올 곧은 기개와 대쪽같은 성품으로 다른 분들보다 한참이나 더디게 승진을 하셨다. 매천 황현 선생님의 후예로서 그 분이 느끼는 중압감을 깊이 접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 증손자로서 황현 선생님의 유품들이 많이 소실되거나 도난 당한 아픔을 토로하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를 안고 있는 우리의 현대사를 바라보며 나라를 잃은 비통함을, 글을 배운 지식인의 고뇌를 죽음이라는 극한 방법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황현 선생님의 숭고한 뜻을 새겨듣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친일 후손들은 잘 사는데 반해, 반일 후손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지... 후손인 그 분도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그처럼 고귀하고 훌륭한 애국지사이신 증조
전남 장흥 관산남초등학교 위인환 선생님이 올해의 '자랑스러운 광주교대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합니다.(11월 1일자 무등일보) 이 상은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교육분야나 사회분야에서 공적이 있는 사람을 1년에 한번씩 발굴해서 표창하는 상으로서, 광주교대인으로서는 가장 영광스런 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 선생님은 평소 어린이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교실 수업개선으로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페스탈로치 선생님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특히 교육의 창의성과 교실수업 개선을 위해서 수업개선 3운동을 연구과제로 선정해 학교와 학급 전 아동이 실력을 갖추고, 창의성과 탐구력을 갖도록 노력해 왔다는 칭찬을 듣고 있답니다. 선배 교사로서 교무와 연구 업무까지 맡으면서도 2학년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위인환 선생님의 숨은 노력을 찾아내어 칭찬하는 좋은 풍토가 우리 교직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모 방송국이 '위기의 선생님'을 주제로 교단을 흔들어대고 있고 교원평가로 어수선한 요즈음, 어디 가서 내가 교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어 주눅이 들고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교사 집단은 철밥통
국가보훈처에서 11월의 문화인물로 지정한 매천 '황현' 선생님. 황현 선생님은 1855년 전남 광양 출신으로 1905년 을사조약 체결로 국권이 강탈되자 을사 5적의 매국행위를 규탄했으며 1910년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되자 절명시 4수와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신 분입니다. 특히 황현 선생님은 흥선대원군의 집정부터 국권 피탈까지 역사를 다룬 '매천야록'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10월 31일)은 16회 째를 맞이한 매천백일장이 열리는 날입니다. 이 고장 구례가 낳은 애국지사를 마음 속에 새기고 그 분의 시 정신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사실을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알 리 없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쯤이라도 매천 선생님의 고귀한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날의 의미는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행사를 끝낸 '피아골단풍제'와 매천 선생님의 사상을 연결시켜보며, 내 마음은 단풍처럼 붉어지고 있었습니다. 피아골의 단풍이 저렇듯 핏빛인 까닭을 오늘에야 알았으니 그것은 곧 매천 황현 선생님의 피보다 더 붉은 우국충정이 서린 탓이 아닐까 하는... 그 분이 나라가 없어지는 울분을 담아 토해낸 절명시를 읽노라면 열정적인 삶의 순간을 한 잎
"아들몫까지 공부해 주길 바라요" 대학에 합격한 지 일주일만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김형관)을 기리며 아들이 합격한 서강대학교에 9년째 장학금을 전해 온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이 있어 감동을 줍니다. 주인공은 광주운천초등학교 박옥자 선생님이십니다. (관련 기사 " 10월 17일 자 한국일보) 박선생님의 아들은 광주과학고 학생으로 1997년 1월 서강대 자연과학부 화학공학과에 합격했지만 교정을 거닐어 볼 틈도 없이 합격 통보를 받고 1주일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김군에게 병마가 닥친 건 96년 11월 수능시험을 치른 직후였는데, 집에 돌아온 김군은 심한 구토증세를 보이다 결국 쓰러졌고, 병원은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놓았답니다. 광주과학고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부모의 손길을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감기를 앓거나 얼굴색이 안 좋아도 공부 때문일 거라고 그냥 지나친 게 화근이었습니다. “대학에는 꼭 가고 싶다”는 김군을 의사와 가족들이 만류했지만 소원이라며 울부짖었는데 박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몇몇 대학에 “아픈 아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지만 속시원한 답이 돌
"야, 최신형 컴퓨터다!" 아침 일찍 햇살도서실에 들어온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가 학교 밖으로 퍼집니다. 속도가 떨어지는 컴퓨터, 때로는 잘 켜지지 않는 컴퓨터,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학교에서만 컴퓨터를 다루는 아이들에게도 오늘 들어온 컴퓨터 손님은 매우 반갑습니다. 예쁘게 꾸며진 도서실 한 쪽에 컴퓨터를 위한 방을 마련하였습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을 검색해 보는 데에도 이용하고, 교실에서 공부하다 잘 모르는 것을 조사해 보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컴퓨터. 시골 학교라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컴퓨터 활용 수업을 위해서도 잘 쓰일 거라고 생각하니 학부모님들께서도 참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농어촌 학교를 폐교시키는 일을 다시 추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우리 분교의 학부모님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습니다. 폐교에 찬성하실 분도 안 계시고 더 큰 학교로 보내겠다는 학부모님도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찬 독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철저한 개별 학습이 이루어지며 특기 적성 교육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현재의 학교 교육에 만족하시기 때문이랍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까지 조화를 이룬 이 산골에서 만나는 나무들과 새들의 노랫소리, 하루도 쉬지 않고 깨끗
삼흥의 단풍이 저녁노을보다 붉게 타오르는 "피아골단풍". 10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리는 피아골 단풍제는 지리산 원시림과 오색 단풍이 조화를 이룬 신비의 절경을 함께 즐기기 위해 구례군이 마련한 축제입니다. 피아골로 오르는 도로에는 벌써부터 구절초와 개미취가 오는 길손을 맞이하느라 하얀 눈길을 연상케 한답니다. 우리 분교 아이들도 축제에 참가하여 단풍 그림을 그릴 거랍니다. 하루가 다르게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단풍나무들이지만 아직은 절정에 이르지 못해서 행사를 주관한 추진위원회는 날마다 마음의 기도를 올립니다.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도 단풍 그림을 그리며 화가 공부를 하는 중이랍니다. 날마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없는 속삭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참 진지하지요? 즐거운 마음에 재잘대는 아이들의 말소리는 단풍나무에 앉은 새소리랍니다.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한껏 자태를 뽐내며 가을 나그네를 불러들일 나무들의 축제로 피아골은 지금 잔치 중이랍니다. 힘든 선생님, 독자 여러분! 바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피아골로 놀러 오세요. 당신에게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