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슴에 부는 휑한 찬바람으로 미리부터 쓸쓸해집니다. 저는 결혼 생활 23년이 넘은 주부이자 남매의 어머니이며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교사랍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던 저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대신 명절이면 시댁으로 달려가던 21년 동안의 세월을 접었습니다. 이제는 달려가도 맞아주실 시부모님 두 분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퇴근이 바쁘게 두 아이들을 앞세우고 선물을 준비하고 용돈을 싸 가던 그 날들이 이젠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바쁜 학교 생활과 집안 살림을 하며 바쁘게 사는 중에도 자식 노릇을 하려고 마음만은 열심이었던 그 때가 참 그립습니다. 돌아가시기 한 해 전, 추석 전날에 시댁에 갔을 때, 아버님의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아픔을 줍니다. 여든을 넘기시면서도 늘 정정하시고 깔끔한 성품이셨던 시아버님이 재작년 추석에 찾아뵈었을 때는 약간의 치매 증세를 보이셨던 겁니다. 두 분 노인만 사시니 추석 전날 가서 음식 장만을 거들려고 부리나케 달려가곤 했습니다. 워낙 말씀이 없으신 아버님은 갈 때마다, "에미 왔냐?" 하고 웃으시면 끝이고, 명절을 지내고 다음 날 출발하려 하면, "하룻밤만 더 자고 가
다시, 국어 교육을 생각한다 주당 수업시수가 가장 많은 국어 시간의 의미는 그만큼 우리 언어인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증거입니다. 우리 1, 2학년 교실에서 첫 시간을 여는 모습입니다. "1학년, 국어 공부 준비를 하면서 요즈음 외우고 있는 '은혜 갚은 꿩'을 네 사람이 소리 맞춰 외워 봅시다." "예, 선생님. 자신 있어요. " 대답과 함께 조그마한 입을 벌려 앙증맞게 합창하기 시작하는 우리 1학년 네 마리의 병아리들을 보는 행복으로 하루를 엽니다. 날마다 반복하다 보니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2학년 나라도 자연스럽게 같이 외우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받아 쓰기를 합니다. 날마다 일과가 된 일입니다. 그런데 내가 내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아이들이 꽤나 고생스럽답니다. 긴 문장을 10개씩 보는 받아 쓰기에서 다 맞으면 포인트 2점, 띄어 쓰기가 완벽하면 1포인트 추가, 글씨가 교과서처럼 예쁘면 1포인트 추가해서 모두 4포인트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학기부터 줄곧 받아쓰기만 보면 소리나는 대로 적어서 점수가 오르지 않아 기가 죽어 있는 은혜가 최고 점수를 맞은 겁니다. 알고 보니 며칠 동안 3쪽에 달하
정부는 농산어촌 근무 교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복식수업수당과 순회교사수당을 신설해 2006년도부터 월 10만 원씩 지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 대상은 2개 학년 이상의 학급을 1학급으로 편성해 복식수업을 하는 교사와, 2개 이상의 인근 학교를 순회하면서 수업하는 순회교사 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68억 9200만원의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나 역시 3년째 복식학급을 맡아 월3만 원의 수당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계획이니 금년이 만기인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책이지만 후임 교사들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생활 근거지와 왕복 200km나 되는 거리를 통근하면 막대한 차량 유지비와 시간을 길에다 뿌리는 게 아까워서 자취를 선택하였지만, 10만 원의 수당은 한강에 돌 던지기이다. 그래도 그 의지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애쓴 사람들과 단체의 노력이 정부와 입법부를 움직였으리라. 교직은 천직이니 선생님들에게 소명의식으로 무장해서 열악한 근무 조건과 낮은 대우에 만족하면서 아이들의 초롱한 눈동자를 보며 2세 교육에 전념하는 보람만 먹고 살라고 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선생님들도 일구고 살아가야 할 가정
우리 반 다섯 명의 아이들은 아침부터 바쁘답니다.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일, 아침 독서를 하는 일, 핸드벨 연주를 하는 일도 아침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청소할 시간이 없으니 우리 반 청소 당번은 항상 선생님 차지랍니다. 아침 독서를 하면 더 좋은데 우리 선생님은 어깨도 아프고 힘든 바이올린을 날마다 시키신답니다. 유명한 바이올린 음악가는 하루에 열 시간씩 했다면서 30분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내리는 우리들에게 "연습밖에 없다. 시간을 아껴서 한 곡이라도 많이 배우도록 하자" 며 날마다 잔소리를 하신답니다요. 한 가지 악기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들보다 늦게 배운 우리 선생님은 벌써 진도가 많이 나가서, 새로운 책을 사서 연습한다고 자랑하시며 우리들을 약올립니다. 아는 노래를 바이올린으로 켜면 참 재미있답니다. 열심히 연습한 친구들은 진도도 빠르고 칭찬도 많이 들으니 똑같이 배우고도 실력에도 차이가 납니다. 학교에서 사준 바이올린에다, 30분 이상 걸리는 읍내 학원에 가지 않고도 값싼 수강료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하니 날마다 열심히 연습하라는 선생님 욕심 때문에 우리들은 아침마다 바쁘답니다. '세상에 공짜는 하나도 없다'는
"얘들아, 알밤 주우러 가자, 유치원 어린이들도 언니들 손잡고 모이세요." "야~~~신난다." 그 동안 부지런한 이재춘 주사님이 주워 오신 알밤을 쪄서 우유에 곁들여 3번 나눠 먹은 아이들은 자기들도 알밤을 줍고 싶다고 날마다 졸랐습니다. 비가 와서 못 가고, 바람이 불어서 못 갔는데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수풀 속에 떨어진 알밤을 주우려면 모기 한테 헌혈(?)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출발하기 전에 미리 약을 뿌리고 밤송이에 찔리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 주었습니다.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로 가는 풍경을 눈에 익히며 꽃무릇으로 붉게 물든 언덕을 올라 야생화들과 반가운 눈 인사를 나누며 전교생이 나들이 가는 '알밤 줍기 체험 학습'으로 아이들 곁에서 누리는 이 행복. 문득 날이 새기 바쁘게 알밤을 주으러 풀이슬로 바짓 가랑이를 다 적시던 어린 날이 그림처럼 떠 올랐습니다. 밤나무가 없던 우리 집은 가을이면 내가 주워 온 알밤을 모아서 부엌 바닥을 파고 땅에 묻어 두시던 어머니 모습이 포개졌습니다. 저장할 방법이 없으니 땅 속에 묻어 두었다가 설날에 쓰시던 어머니의 살림 지혜. 밤송이를 발로 잘 비비면 그 속에 하얀 머리를 하
"분교장님, 진호 아버님이 오셨는데요." "예, 곧 갈게요." 1, 2학년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가 보니 학부모님은 벌써 가고 안 계셨다. 저학년이라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표가 나서 쉬는 시간에 잠깐 뵙는다는 것이 아이들과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니 깜빡 잊은 것이다.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부랴부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으시다며 다시 올라 오신다고 하셨다. 한, 두달에 한 번은 꼭 분교에 들러셔서 교직원들 목을 축이라시며 음료수를 떠안기는 진호, 진이, 진아 아빠이신 정대용씨. 자식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분교에 온 3년 동안 그 정성에 변함없으신 분이다.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나눌 만큼 우리 분교 교직원들과 가족처럼 어울리시는 모습에 늘 감사할 뿐이다. 때로는 학교 일도 거들어 주시기도 하며 화장실 대청소도 해주신다. 우리 선생님들이 내놓는 커피 한 잔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으신다. 진호는 나와 2년 동안 한 교실에서 숨소리를 지척에서 들으며 살았으니 자식처럼 정이 든 제자다. 직장이 먼 곳이면서도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의 학교까지 담임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하고 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날마다 새로운 발견의 연속입니다. 1, 2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우리 반 다섯 명이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 보면 아이들의 개성과 소질이 얼마나 다른 가 새삼 놀라는 일이 날마다 생깁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의 혈액형 검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것도 참 신기해 합니다. 나는 바넘 효과(점성술이나 점괘 등에서의 성격 묘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반적인 진술을 마치 자기 것인양 믿는 현상)를 이용하여 혈액형에 따른 좋은 점과 고칠 점을 한 사람씩 말해 주었습니다. "A형인 진우와 은혜는 욕심이 많아 지기 싫어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데 착실해서 글씨도 잘 쓰고 약속을 잊지 않고 잘 지키고, B형인 서효는 말 솜씨가 좋아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즐겁게 잘 하는데 덜렁대는 버릇이 있어서 물건을 잘 잊고 다니지?" "와, 진짜 맞아요. 그럼 찬우와 나라 누나는요?" "그래 찬우는 AB형이라서 깊이 생각하여 말을 하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고 손재주가 좋아서 만들기도 참 잘 하지? 그리고 O형인 나라는 성품이 좋아서 사람을 즐겁게 하고 잘 사귀지? 그 대신 낙천적이라서 걱정이 없는 편이지?" "예! 선생님. 참 신기해요." 학자들에 따라
연곡 분교 어린이들이 스스로 잘 하는 것 중에는 '자치 활동'시간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전체 16명이 선출한 학생 회장을 중심으로 영역별 부장들의 활동도 대단하답니다. 고학년이라도 급식 시간에는 1학년 급식부에게 식판을 검사 받고 합격해야 할만큼 엄격하답니다. 화장실에서도 지킬만큼 철저한 좌측 통행,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모습도 여간 대견합니다. 운동회 연습에서 무용의 안무도 그룹을 지어 잘 한답니다. 아침 독서 시간에는 선생님들이 들어가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합니다. 아이들이 주인의식을 가진 학교, 뭐든지 찾아서 열심히 하는 학교, 전교생 공동체의 모습은 시골 학교만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읍내로 이사를 간 학생들도 다른 학교로 가지 않고 그대로 우리 학교로 다닌답니다. 전교생이 다 주인인 학교, 그들이 정한 규칙을 스스로 잘 지키니 선생님들의 잔소리(충고) 시간도 필요없는 학교,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는 학교, 전교생이 함께 노래를 배우고 다 같이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교, 우리는 이 학교를 '사랑의 학교'라고 부른답니다. 며칠 뒤에는 전교생이 '알밤 줍기 체험 행사'를 열 거랍니다. 그리고 한창 핀 '봉숭아 꽃 물들이기'도 전교
상사화 붉은 날이면 애끓는 그리움에 행여 님이 오실 세라 세찬 바람 두들겨도 밤 새워 꽃등 켰구나 누굴 못 잊어 상사화로 피었는가 절절한 그리움은 꽃대궁에 풀어놓고 찬 서리 오기 전에 한 번만 보이소서. 발아래 묻은 그리움 붉어지는 얼굴 한 생애 다 하도록 볼 수 없는 나의 잎새여 가을비 찬바람에 산 제비만 오락가락 상사화가 피는 날이면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이, 가 버린 어버이의 모습이, 그리움 하나도 바래지 않은 채 또아리를 틀고 나를 불러 세웁니다. 뿌리에 감춘 그리움들을 짧은 가을 속에 숨기고 저렇듯 붉은 가슴 숨기지 못해 피고서도 아직도 다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부릅니다. 뜨겁다 못해 치솟아 오른 그 붉디 붉은 시간들이 꽃잎마다 엉겨붙은 그리움이 되어 달밤에만 피어 눈도 붙이지 못 하는 언어들을 쏟아 놓습니다. 이 가을엔 상사화처럼 한 순간이라도 붉어지고 싶습니다. 원도 한도 없이 붉다 지치고 싶습니다. 저렇게 붉은 가슴으로 아이들 곁에 머물다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추운 겨울에도 그리움 녹여 숨죽인 채 알뿌리를 키울 수 있는 그리하여 잊혀진 그리움 위에 다시 아이들의 노래따라 한 철만 피고 싶습니다. 상사화처럼 날마다 붉은 선생이고 싶습니다.
"옛날에 한 나그네가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쉭, 쉭, 쉬이익." 이 대목은 요즈음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외우는 읽기 책에 나온 '은혜 갚은 꿩'의 시작 부분이다. 우리 반에서 가장 먼저 외우기 숙제를 해온 찬우가 자랑스럽게 읽기 책을 외우는 것이다. 보통 때는 목소리도 작고 조심스러워 하던 찬우가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표정은 귀여움을 넘어서 부러운 지 다른 아이들이 신기하게 바라본다. 3쪽 짜리 이야기를 다 외우면 별 하나를 주겠다는 칭찬 스티커를 타려고 등교하자마자 자랑하는 찬우의 외우기로 아침을 시작한 교실. 1학기에 다 익힌 한글 덕분에 날마다 책을 읽는 재미에 폭 빠진 아이들은 등교하기가 바쁘게 도서실로 직행한다. 어제 읽던 동화 책을 찾아서.. 받아쓰기를 시켜보면 바르게 쓰기와 소리나는 대로 쓰기 사이에서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역력하다. 거기다가 띄어 쓰기까지 함께 요구하면 100점을 받기는 참 어렵다. 새삼 우리 국어가 어려움을 실감하게 된다. 몇 년 전 대학원 국문학과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12년 동안 학교 교육과정을 밟고 대학에 들어온 국문학과 학생들도 완벽하게 원고지를 써 내는 학생이 드물다.' 며 한탄하시는 모습을 보며
가을의 화두는 단연 책과 독서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매체가 발달해도 책을 빼놓고 가을을 논할 수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교 교육이 시작된 이래로 교육은 사람(스승)과 책이 한 몸을 이루어 제자를 길러내는 그 근본만은 바뀌지 않았다. 9월은 언제나 독서의 달이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렇게 중요하고 절실한 독서를 그렇게나 강조하여 왔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독서 열기는 가히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서서 참담할 지경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 8월4일 내놓은 ‘2005년판 한국출판연감’도 우리 국민이 얼마 만큼 책과 담을 쌓고 있는지 웅변해 준다. 연감에 따르면 만화를 포함한 2004년의 출판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1천억원 가까이 줄었고, 2004년 신간 발행부수도 1억895만여부로 전년에 비해 2.2%가 감소했다. 외환위기가 몰아친 1997년 이후에도 출판사 수는 꾸준히 늘어났으나, 지난해에 책을 단 1권도 출간하지 못한 출판사가 92.4%에 이른다. 통계로 본 우리 사회의 독서력은 실로 암담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인 것이다. 더 깊이 들어거 보면, 올해 2/4분기 중 한 가정이 책을 비롯한 인쇄물을 구입하는 데 쓴 돈이 월 평균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일까? 전방 부대의 아들이 그립고 홀로 식사를 할 남편의 어깨가 안쓰러우며, 집에 남겨 두고 온 딸아이가 염려되고 힘든 공부를 이겨내는 제자들의 근황이 그리운 걸 보면….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가을 기운이 외로움을 몰고 오는 가 보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가을은 가르쳐 준다. 이렇듯 당연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홀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며,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 부지런히 짝을 짓는 물잠자리도 나비들도 짧은 가을이 생의 전부임을 아는 듯 교정을 수놓는다. 남편과 아내로 사이로 만난 그와 나는 20년이 넘은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주말부부로 지내온 시간으로 따진다면 같이 산 세월이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나에게 지상에서 허락된 단 한 사람으로 만났으니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늘 미안하고 부족한 아내의 자리. 먼 후일 언젠가 전원주택을 장만하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며 텃밭을 가꾸고 책을 읽고 시를 쓰는 낭만적인 노후를 생각하며 일이 먼저인 삶을 살아온 우리들. 자식들에게도 나중에 더 좋은 것을 해주리라 미루며 사랑의 표현을 자제하
오늘 아침 인테넷 신문을 읽다가 마음 찡한 소식이 있어 그 감동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의로운 광주학생'으로 선정하여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수여하여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상은 지난 2002년 8월 17일, 전남 황룡강 임곡교 아래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급류에 휘말린 초등학생 1명을 구하고 다른 학생도 구하기 위해 다시 뛰어들었으나 급류에 지쳐 숨진 고 김남용 군의 3주기를 맞이해 고인의 참다운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광주시내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의로운 학생'을 선발, 장학금(각 1백만 원)을 주는 상이다. 수상의 주인공들은 참다운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지고 의로운 삶의 실천의지를 실천한 금호고등학교 박광수(3년)군, 광주수피아여고 신아름(3년)양, 동일전자정보고 고희진(3년)양이다. 박광수 학생은 '만성부비동염'으로 자신의 건강 역시 완전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간경화 말기 증세로 생명이 위독한 모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둔 지난 5월 중순 고3 수험생 신분으로 어머님께 간을 기증해 이미 화제가 된 학생으로, 박 군은 "공부는 다음에 할 수 있지만 어머님 목숨은
분단 55만에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 관광이 현실로 이루어져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박연 폭포와 선죽교를 보던 설렘. 일제강점기에 북한을 오르내리며 건축 일을 보셨던 아버지는 부벽루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며 아직 어린 나에게 북한 이야기를 자주해 주셨다. 어렸을 때 흑백 사진 속에서 보던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텔레비전 속에 등장하고 한발 더 나아가 북한 관광의 물꼬까지 터진 지금.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북한을 가르치고 소개하는 일은 늘 시사적이며 교육적이어야 함을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북한을 알게 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자연스러운 접근’이라고 생각해서 문학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하고 싶어서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의식주를 비롯해 말과 글이 온통 남의 나라 것이 판치고 있다. 특히 서양 나라의 것이 판을 치는 현실이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도 예외는 아니다. 왕자나 공주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듣고 읽고 자란 아이들이니 너나없이 공주병, 왕자병이 드는 것은 아닐까? 공주이야기에 빠져서 자란 아이들은 항상 예뻐야 되고 잘 생겨야 된다는 무의식이 자라서 외모 지상주의가 되고 다이어트 열풍에 빠지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
"얘들아, 삶은 밤이다. 알밤에 우유 마시고 공부하자." "야! 신난다. 참 맛있겠다." 지난 밤 큰 바람에 일찍 세상 나들이에 나선 학교 뒷산의 밤알들이 너도나도 굴러나와 풀숲에 숨어있었나 봅니다. 부지런한 우리 이주사님이 풀베기 작업을 나가셨다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햇밤을 한 바구니 안고 오셔서, "농약을 안 했더니 절반은 벌레 먹은 못난이 밤들입니다요. 성한 것만 골라서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 간식하면 좋겠습니다." 단단한 알밤 껍질을 뚫어놓은 벌레들이 참 신기했습니다. 벌레들은 가장 맛있는 알밤을 골라 먹는 모양입니다. 크고 좋은 것보다는 작고 야무진 알밤만을 골라 뽕뽕 구멍을 뚫어놓았습니다. 거름과 농약을 하지 않았으니 볼품이 없고 벌레먹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같이 살아야 할 동반자임을 생각합니다. 어느 책에선가 '나무는 이파리 열 개를 내면 두 개는 짐승이나 새에게 주고, 두 개는 사람이 가져가게 두고, 두 개는 벌레들에게 주고, 두 개는 제 열매를 위해서 쓰고, 나머지 두 개는 뿌리에게 주어 다시 거름이 되게 한다.'는 글귀를 보며 농약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욕심많은 사람들이 자기만 먹고 벌레들은 다 죽으라고 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