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전문직원이 성희롱의 징계시효1를 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징계시효가 지난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가 말하길 “지금의 성희롱 판단기준을 수십 년 전 학교에 적용하면 문제 될 교원이 무수히 많을 것이고, 자신부터도 문제가 될 것”이라 했다. 덧붙여 당시에는 학교 교직원 사이에 성적농담·유희가 매우 흔한 일이었다며 시대가 변한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에는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피해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수년 전 벌어진 ‘미투 운동’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현재는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판단과 2차 피해방지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잘 순응하는 것은 수범자의 몫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성희롱 사안절차의 오용이 많아지고 있는 점도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어느 일방이 성적수치심·굴욕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성희롱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거나 2차 가해라고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폭력·아동학대·교권침해의 과도하고 지나친 적용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대응 강화와 적용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악
살다 보면 이런저런 병이 들게 마련이다. 원래 몸이 약하거나 생활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외부환경 때문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외부환경에는 직장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생활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업무로 인한 상병은 늘 존재하는 위험이다. 필자도 수년 전 일이 끊이지 않았던 어느 날, 풀리지 않는 법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몇 시간을 치열하게 논의하며 아주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다음날부터 귀에서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동안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여러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했고,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숨은 돌리면서 일하고 있다. 교원도 업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업무로 인해 생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교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은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와 사학연금 보상제도에 의해 이뤄진다. 보상받기 위해서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승인기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불승인되어 교원과 승인기관 사이에 법적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에 관한 판례들을 살펴보고 교원 재해보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공무(업무) 중 발
우리나라 법원을 상징하는 형상을 아는가? 법원에서 서류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법원’이란 글자와 함께 있는 이 형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손에는 법전을, 한 손에는 손저울을 들고 있는 이 사람 모양의 형상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디케(Dike)와 유스티티아(Justitia)를 연상케 한다. 디케와 유스티티아는 ‘Justice(정의)’의 상징물로서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손저울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상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법전이 아닌 칼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칼은 강제력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의의 상징물이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은 정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강제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강제수단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면서 강제력 있는 법적 대응조치를 묻는 학교현장의 문의가 많다. 특히 학교 외부인 출입과 관련된 문의가 많아,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외부인의 학교 무단침입 외부인은 일과 중 허가없이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8 제2항 제1호 및 「학교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가이드라인」 제3조). 외부인은 학교 경비실이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분쟁을 시작하거나 경고할 때,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분쟁을 마무리할 때에도 합의문에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적는다. 법을 잘 몰라도 이를 보면 불법행위에는 크게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불법행위자는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민사책임), 그 행위가 범죄인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형벌을 받을 수 있다(형사책임). 얼마 전 건물 8층에서 소화기 두 개가 연달아 아래로 떨어져 건물 앞에 서 있던 고등학생과 50대 행인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3.3kg와 1.5kg의 소화기를 건물 밖으로 던진 범인은 놀랍게도 만 12세의 초등학생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에 매우 황당해했다. 가해자가 초등학생이므로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렇듯 연소자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면 피해자는 난감하다. 아무리 가해자가 연소자라도 손해배상은 받아야 할 터인데, 피해자는 누구에게 어떻게 민사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는 학생을 보호·감독하는 교원과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이번 호
학교에서 성(性) 사안이 발생하면 조사기관에서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몇 번 교사의 성폭력 사안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학교현장 분위기는 마음이 조여들 정도로 무거웠다. 성이라는 은밀한 영역의 문제를 밝히는데 피해자·가해자·조사자 모두 마음이 어둡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시간의 조사를 끝내고 나면, 성폭력 사안조사에 대한 심적 거부감이 생겨날 정도였다. 반면 이에 대한 학교 밖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언론보도라도 된다면 전국에서 걸려 오는 전화로 며칠 동안 기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학교와 교육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어떠한 항변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항변으로 인해 비난이 더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최근에도 교사와 제자 간 성관계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있었다. “교사가 제자와 어찌 그럴 수 있느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교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호에서는 이따금 발생하는 교사와 제자 간 성 사안의 법적문제는 무엇이며, 형사법원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의 추행행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사의 학생에
자기 업무가 적다고 할 사람은 드물겠지만, 교원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교원이 바쁘고 힘들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각종 행정업무와 행사·상담·연수 등으로 정작 수업내용을 연구하고 교육방법을 개발할 시간은 부족하다고 한다. 교원의 본질적인 직무가 교육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원에게 교육 외적인 일들이 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원은 학교에서 법이 정한 의무와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원은 평상시에도 관련 연수와 교육을 받는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원연수와 교육을 진행하다가 업무로 지쳐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아울러 ‘우리의 실정법이 교사들에게 교육 외적으로 의무와 역할을 너무 많이 부여하고 있지 않나’하는 문제의식도 생긴다. 이는 앞으로 입법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법을 잘 숙지하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 상황에서의 교사의 법적인 의무와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교사의 법적 의무와 역할① - 긴급지원대상자 신고 학생이 속한 가구에 생계 곤란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교사는 어떻게 해
어느 날 선생님 한 분이 법률상담을 청해왔다. 야외 체험활동 날 학생이 김밥을 가져왔는데, 그냥 돌려보내자니 버리게 될 것 같아 할 수 없이 받았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마음이 참 따뜻한 어머님이시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어머님으로부터 “선생님, 그때 김밥 맛있게 드셨어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합니다”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다른 일로 선생님에게 불만이 생긴 터였다. 돌변한 상황에 선생님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6년 가까이 지났다. 이로써 학교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과정에서 제재를 받은 교사들도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청탁금지법」 규정을 살펴보고, 학교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안들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청탁금지법」의 의미 「청탁금지법」 이전에도 대가성 있는 공직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뇌물로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의 금품수수 행위가 정례화(定例化)되면서 평소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가 이뤄지다가 필요한 순간에 그 유착관계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교권보호 연수를 진행한 어떤 강사의 실제 이야기이다. 한창 연수를 진행하던 중에 갑자기 한 학생이 질문이 있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불쾌하다는 듯이 강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매번 저희한테 교권연수를 하시는데, 선생님들에게 학생인권에 대해서도 연수해요?” 강사는 요즘 아이들 참 당돌하다고 느끼면서도 나쁘게만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모두 중요하고, 상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위해 학생은 교권을, 교원은 학생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학교에서의 학생인권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교사의 직접체벌 사례이다. 교사의 직접체벌 사례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늘 수업에 2~3분씩 늦는 학생들이었다. 이번엔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늦게 들어온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호통을 치며, 학생들의 팔을 멍이 들 정도로 세게 꼬집었다. 체벌은 교육을 목적으로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주는 것이다. 체벌에는 도구나 신체 등으로 학생의 신체에 직접 고통을 주는 ‘직접체벌’과 벌을 주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주는 ‘간
교원의 교육활동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2019년 10월 개정된 「교원지위법」이 시행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직도 그 변화가 교육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는 2022년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 개정판을 발간하였다. 해당 매뉴얼의 집필진으로서 교원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교원지위법」 부분을 전하고자 한다. 1. ‘교육활동 침해행위’ 「교원지위법」에서 말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개념에 대해 먼저 알아본다. ‘교육활동 침해행위’란,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폭행(상해)’, ‘협박’, ‘명예훼손’, ‘모욕’, ‘손괴’, ‘성폭력범죄 행위’, ‘불법정보 유통행위’, ‘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성희롱’,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부당한 간섭’,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 무단 배포’, ‘그밖에 교권을 존중하지 않거나, 교원의 전문적 지위·신분에 대한 부당히 간섭하는 행위로 학교장이 판단하는 행위’를 말한다(「교원지위법」 제15조,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
학생인권과 교사교권은 교육에 꼭 필요한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이들이 충돌하게 되면 교육현장은 많은 갈등과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특히 「아동복지법」 제정 이후 교사는 신고자와 가해자, 피해자라는 기묘한 구조 속에 모든 멍에를 짊어진 처지가 됐다. 최근 들어 교육현장에서는 수업 중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문제행동을 한 학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행위조차 성희롱이나 성적학대로 고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떠들며 돌아다니는 학생에게 따끔한 말 한마디 했다가 정서학대로 고소당하는 교사들이 제법있다. 학생·학부모가 교육자의 신체적 접촉을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해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때문에 교사들은 사실상 ‘교육적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느니 그냥 참고 외면한다는 게 교사들의 솔직한 속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제4항에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반면 「아동복지법」 제22조(학생 등에 대한 학대예방 및 지원 등), 제26조(아동학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