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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교사와 학생 간 성사건에 관한 형사 판례 분석

학교에서 성(性) 사안이 발생하면 조사기관에서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몇 번 교사의 성폭력 사안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학교현장 분위기는 마음이 조여들 정도로 무거웠다. 성이라는 은밀한 영역의 문제를 밝히는데 피해자·가해자·조사자 모두 마음이 어둡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시간의 조사를 끝내고 나면, 성폭력 사안조사에 대한 심적 거부감이 생겨날 정도였다. 반면 이에 대한 학교 밖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언론보도라도 된다면 전국에서 걸려 오는 전화로 며칠 동안 기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학교와 교육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어떠한 항변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항변으로 인해 비난이 더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최근에도 교사와 제자 간 성관계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있었다. “교사가 제자와 어찌 그럴 수 있느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교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호에서는 이따금 발생하는 교사와 제자 간 성 사안의 법적문제는 무엇이며, 형사법원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의 추행행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추행은 보통 은연중에 발생한다. 예컨대 교육·지도행위 중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상담 중 학생을 격려·위로하며 신체접촉을 하거나, 학생과 환담하면서 엉덩이를 치거나, 포옹하거나, 손깍지를 끼는 식이다. 그래서 추행행위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학생이 이를 추행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당황하여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지나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당시 들었던 불쾌한 감정을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그 경험을 공유하게 되고, 이후 성폭력 교육·상담 등을 통해 당시 행위가 추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비로소 그간 행위들에 대해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게 된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전에 학생들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아주 오랫동안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별히 아동·청소년이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하고,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에는 아예 공소시효가 없다.

 

폭행·협박 등의 수단 없이 은연중 이뤄진 신체접촉도 강제추행죄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일관되게 ‘강제추행죄에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의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大小强弱)을 불문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폭행·협박 등의 수단 없이 이뤄진 신체접촉도 그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이 되어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 2012도8767 판결은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는 행위나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나아가 대법원 2013도5856판결에 의하면, 강제추행죄에서 행위자에게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학생을 성적인 대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와 같은 교사의 주관적인 사정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 고려사항이 되지 못한다.

 

미성년자의 동의하에 이뤄진 간음·추행

각 개인에게는 성관계 여부와 성관계 대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 이른바 ‘성적 자기결정권(性的 自己決定權)’이 있다. 그러므로 성적 행위에서 상대방의 동의 여부는 위법과 적법을 나누는 일반적인 기준이 되고,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관계는 성범죄가 된다. 오늘날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부부 사이에도 인정되고 있다. 대법원 2012도14788, 2012전도252(병합) 전원합의체 판결은 ‘남편이 아내에게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간음하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너무 어리거나 행사하더라도 불완전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보는 나이, 즉 외부의 성적 행위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나이를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만 13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간음·추행이 금지된다. 만 13세 미만의 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성적발육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만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행위

그렇다면 만 13세 이상의 자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만 13세라고 해봤자 중학교 1학년생 내지 2학년생이다. 아직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성숙하고 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성년자는 성인의 ‘그루밍 성범죄(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해 성적 가해를 하는 것)’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외부의 성적 행위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나이를 만 13세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다가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 등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유포사건이 터지면서 마침내 만 16세 미만의 자에 대한 성인의 간음 또는 추행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이로써 개정 법률이 시행된 2020년 5월 19일부터는 성인이 만 16세 미만의 자와 간음·추행행위를 하면 만 16세 미만의 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처벌된다.

 

만 16세 이상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행위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만 16세 이상인 경우를 살펴본다. 만 16세 이상부터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성적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성인의 성적 행위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해당하는 만 18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능력을 따지고 있다. 대법원 2013도7787 판결은 ‘아동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경우가 있을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아동이 성인의 성적 요구에 특별한 저항 없이 응하였다거나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한 사정이 있더라도 아동이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특히 교사나 친족과 같이 아동과 특별히 신뢰관계에 있는 자가 그 신뢰관계를 이용하여 아동의 성적 결정 또는 동의를 이끌어 낸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따라서 보호관계에 있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교사가 보호관계를 이용하여 학생과의 성행위에 이르렀다면 이는 성인의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로 보아 다음과 같이 「아동복지법」 위반(성적 학대행위)으로 처벌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의미하고, 이는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성적 행위도 그것이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2017.6.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등).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그 행위가 피해아동의 인격발달과 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15.7.9. 선고 2013도7787 판결, 대법원 2017.6.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등). 그리고 설령 행위자의 성적 요구에 피해아동이 현실적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마치며

만 18세 미만의 아동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도 상당히 미약하다. 그리고 교원과 학생 사이에는 보호관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호관계가 왜곡되어 성적관계로 변질되는 것에 불법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교원에게는 교육자로서 직책을 맡아 수행하는 데 손색이 없는 인품이 요구된다. 교원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수많은 학생과 그 학생들을 맡긴 학부모 모두의 신뢰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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