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원을 상징하는 형상을 아는가? 법원에서 서류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법원’이란 글자와 함께 있는 이 형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손에는 법전을, 한 손에는 손저울을 들고 있는 이 사람 모양의 형상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디케(Dike)와 유스티티아(Justitia)를 연상케 한다. 디케와 유스티티아는 ‘Justice(정의)’의 상징물로서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손저울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상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법전이 아닌 칼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칼은 강제력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의의 상징물이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은 정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강제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강제수단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면서 강제력 있는 법적 대응조치를 묻는 학교현장의 문의가 많다. 특히 학교 외부인 출입과 관련된 문의가 많아,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외부인의 학교 무단침입
외부인은 일과 중 허가없이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8 제2항 제1호 및 「학교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가이드라인」 제3조). 외부인은 학교 경비실이나 행정실에 출입목적을 밝히고 방문증을 받아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다면 바로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
「형법」 제319조 제1항 |
꼭 학교 담을 넘거나 개구멍으로 들어오는 등 은밀한 방법으로 들어와야만 이 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관리자 의사에 반하여 들어온 것이라면 출입문으로 공공연하게 들어오더라도 이 죄에 해당한다. 또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와야만 이 죄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위 규정상 보호되는 건조물에는 문과 담으로 밖과 구분된 건물의 부속 토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문과 담으로 밖과 구분된 학교의 부속 토지에만 들어왔더라도 위 죄에 해당한다.
방문 목적을 속이고 방문증을 받아 학교로 들어온 경우에는 어떠한가? 방문 목적을 속이고 출입승낙을 받으면 그 승낙은 무효이므로 역시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 실제로 도서 외판원들이 학교관계자가 기다린다며 방문 목적을 속이고 학교 배움터지킴이로부터 방문증을 받아 교실이나 학교 운동장에 들어간 사례에서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가 인정되었고,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허가를 받아 들어온 외부인을 학교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할 때
외부인이 일단 허가를 받고 들어왔으나 학생과의 부적절한 접촉, 교원 괴롭힘, 주취 상태, 위험한 물건 소지 등의 문제로 외부인을 학교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할 때가 있다. 일과 후나 주말에 학교 운동장을 외부인에게 개방한 학교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외부인의 행동이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를 경찰에 신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행위에 이르기 전에는 어떻게 대응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있을 때까지 지켜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학교관리자가 외부인에게 학교에서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형법」 제319조 제2항 |
학교관리자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은 외부인은 즉시 학교에서 퇴거해야 한다. 만약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형법」 제319조 제2항). 물론 퇴거 요구가 정당해야 하므로 학생 안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학교 시설물 보호 등의 구체적인 퇴거 요구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퇴거불응자에 대한 강제 퇴거 수단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이라 한다(「형사소송법」 제211조).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따라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사람도 현행범인을 체포할 수 있으며, 체포 후에 현행범인을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인도하기만 하면 된다. 주거침입과 퇴거불응은 퇴거할 때까지 범죄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퇴거하지 않는 외부인은 현행범인이며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가 있다. 다만 경찰이 아닌 자가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매우 급박한 상황 외에는 경찰에 의해 체포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접근금지가처분
● 민사상 접근금지가처분
외부인이 학교로 찾아와 끊임없이 학생 또는 교원을 괴롭히는 문제행동을 한다면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학생이나 교원이 피해자로서 법원에 자신의 ‘인격권 및 평온한 사생활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 사정을 소명하면 법원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단기간 내에 접근금지 결정을 위반할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위반 시 배상액을 함께 결정하기도 하는데(아래 결정례 3. 이하 참조), 이는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압력을 가함으로써 접근금지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접근금지가처분 결정례 |
●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
특정 범법자에 대해서는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이 내려질 수 있다. 이는 위반 시 위반자를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제력이 크다.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이 규정된 범죄행위에는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 등이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행위자·아동학대행위자·스토킹행위자에 대해서는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이 내려질 수 있다.
마치며
불법행위자에 대한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는 학교에서 불법행위를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러오고, 학교에서 불법행위가 계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비록 학교가 대화와 설득을 우선하는 교육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단호한 대처가 필요할 때는 강제적인 법적수단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의 상징물인 디케와 유스티티아가 들고 있는 칼은 불법에 굴복하는 곳에는 정의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