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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학부모는자녀의 온라인활동에 관심을 갖고 사이버폭력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면 예방 및 대처를 잘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류방란)은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각 유형별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처 가이드라인 연구결과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업 등 학생들의 온라인 활동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이버폭력의 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KEDI는 사이버폭력 유형별 가이드라인 개발연구를 통해 예방 및 대처법을 공개했다. KEDI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사이버폭력의 이해·특징·예방·대처,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안내했다. 우선 학생에게 사이버 명예훼손과 스토킹 등에 대해 ‘그림 퀴즈’(사진) 형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일상적 온라인 활동 중에도 이같은 범죄에 노출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저지를 수 있다는 주의사항 등이 담겼다. 학부모에게는 자녀와 사이버 폭력에 대한 규칙적 대화, 신고 방법 및 피해 시 도움 요청 기관, 자녀의 온라인 활동 지속적 관심, 음란·폭력물 필터링 소프트웨어 설치 등을 안내했다. 교사에게는 학교차원 예방 교육의 필요성, 사이버 폭력 예방교육 운영기관 및 내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KEDI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그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어 불안감 감소를 위해 그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국내외 교육자료 분석, 전문가 조사, 사이버폭력의 실태와 인식을 조사한 뒤 의견을 반영해 유형별 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대와 우려의 변주곡 2022 교육과정 총론을 말한다 교육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2022 개정 교육과정 윤곽이 드러났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국,영,수,사,과 공통필수과목은 이수학점이 줄어든다. 필수이수학점이 94단위에서 84학점으로 줄어드는 대신 자율이수학점범위는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확대된다. 한국사는 6학점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며, 과학은 10학점을 이수해야한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전체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과목 이수기준인 출석(2/3이상), 학업성취율(4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이수'에 해당돼 보충이수를 해야한다. 초등학교에서도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확대된다. 그동안 초등학생은 국가 공통 교육과정으로 정해진 과목만 배웠는데, 앞으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최대 68시간까지 선택과목을 신설해 운영할 수 있다. 또 초등학교 1학년의 한글 해독 교육을 강화하고자 국어 시간에 관련 수업을 34시간 추가 편성키로 했다. 아울러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줄이되 초등학교 1∼2학년의 ‘즐거운 생활’ 수업을 현행 80시간에서 128시간으로 크게 늘린다. 어린 학생들에게 맞는 실외 놀이와 신체 활동을 보다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축소가 눈에 띈다. 운영시간은 현행 170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줄어든다. 진로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3학년 2학를 전환학기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자치, 동아리, 진로 등 3개 영역으로 개편한 것도 중학교 교육과정 개편의 특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같은 총론 발표 이후 교육계 안팎의 비판여론이 늘고 있다. 우선 정치색 논란이다. 총론 주요사항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모든 교과에 민주시민, 생태 환경, 노동인권 내용을 편제토록 하는 것은 특정 이념·가치의 과잉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교학점제는 수업시수 편성에서부터 대학입시까지 문제가 제기된다. 국,영,수 축소로 학력저하 우려와 사교육이 증가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과목이 수능에서 제외돼 관련 교과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대입과 불일치를 빚을 경우 교육현장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총론을 만들면서 대입제도를 차기 정부로 넘긴 것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잠자는 학생, 교육격차, 수포자 등 지속적이고 핵심적인 교육문제에 대한 교육과정 차원의 접근이 빈약하다는 점은 가장 비판 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호는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에 대한 현장의 시각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고교학점제를 위한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22 교육과정 총론에 대한 교육현장의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과목만 나열한 2022 개정 교육과정, 학습기회 보장은?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서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라고 한다. 고교부터는 진로별 교육을 하는 곳이기에 학생들은 자기 소질과 적성을 찾고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진로를 찾아,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고교학점제나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취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택의 주체는 ‘학생’이고, 선택의 대상은 ‘과목’이며, 이는 진로를 위한 것이고, 가까이는 졸업을 위해서라고 한다. 교육부나 교육청 등에서는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나아가 수업, 교육평가(성취평가제), 교원(다과목 지도 능력), 시설설비(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각종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는 특목고 일부와 자사고를 일반고화하는 고교체제 변화와 작금의 교육과정 개정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중·고교 부분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논해보기로 한다. 먼저, 고교학점제는 목적인 ‘진로’는 잘 안 보이고, 수단인 ‘과목’을 더 많이 개설해서 선택하는 것이 너무 강조되고 있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이다. ‘과목’ 단위로 개설하고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대체로 취미, 교양, 보충 등을 위한 것이기에 본래 진로를 위한 선택은 아니다. 모든 선택이 진로에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학생이 선택할 대상은 계열, 과정, 학교, 교과, 과목(교사) 등인데, 진로에 더 중요한 선택은 문·이·예·체와 같은 ‘계열’선택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는 계열 내 ‘과정’선택이 진로에는 가장 중요하고, 그 계열과 과정을 개설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진로에는 의미 있는 선택이다. 과정선택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문이과보다는 더 작게 분화된, 그렇지만 여러 개의 교과나 과목으로 구성되어 이들보다는 더 큰 중단위의 선택대상이다. 즉, 인문사회계의 인문, 사회, 경상, 외국어국제 등; 이공계의 공학(Field), 공학(Lab), 의료보건, 정보(AI/IT), 농수산 등; 예술계의 미술디자인, 연극영화영상, 음악, 문화콘텐츠 등; 체육계의 개인운동(육상, 체조), 단체운동(구기), 스포츠산업 등이 진로에 중요한 과정이다. 그간 강조된 두루뭉술한 문이과를 넘어 과정별 선택이 이루어질 때 진로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개정이나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는 이들은 진로에 꼭 필요한 계열선택, 과정선택, 이것을 개설한 학교선택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교육과정 편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나 개정 교육과정 편성표에서 많은 ‘과목’을 나열하고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진로선택과도 거리가 있고, 복잡해 낭비와 시행착오를 부를 뿐이다. 교육부 고교학점제 추진팀은 지난해 교육과정 개정연구자들에게 ‘공통,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과목’으로 나누고 칸칸이 채우도록 하였다. 이는 고교 진로별 교육과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르고 내린 ‘지시’였고, 이를 따른 이들도 유사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고교학점제라는 개혁소리는 요란한데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그 결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100여 개 과목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154개로 늘어났는데, 이를 진로별로 모아서 만들면 50여 개로도 충분하다.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IB DP(Diploma Programme, IB수료증서)는 50여 개의 과목으로 전 세계 3600개의 고교, 심지어 2개 학급 규모의 초소형학교도 만족시키는데, 우리는 학교 간 공동개설 등으로 300여 개의 낱개 과목으로 1600개 어느 고교도 감당하지 못하고 불만인 교육과정을 만들어주고 잘해보라는 식이다. 진로별 교육과정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이 길이 바른 길인 줄 알고 열심히 달려간다. 교육부, 교육청도 열심히 떠민다. ‘과목’단위 선택을 강요하는 고교학점제나 2022 개정 교육과정 편제표는 잘못 들어선 길로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다. 한 학기로 끝나는 ‘과목’을 마냥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2022 편제표에 예시된 과목들은 거의 모두 한 학기나 길어야 두 학기로 끝나는 과목들이다. 편제표는 기준학점도 4±1학점에 1~2학점의 미니과목도 개설하라고 권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이라는 구호는 요란한데, 1~5학점의 과목선택으로는 ‘핵심개념의 이해, 핵심기능의 체득, 핵심가치의 함양을 위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의 구사’라는 고교학습 어디에도 못 미치고, 어떤 과목을 대입시로 할지도 종잡을 수 없기에 2024년에 발표한다고 미룬다. ‘교육과정, 수업, 대입시 따로’가 계속되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이 방문한 어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는 24개 학급에 119개 과목을 개설하는데, 수학은 6단위 2개, 국어 영어 수학은 8단위를 쪼개서 4단위씩 5개, 4단위짜리 4개 등 11개 과목만 단위수가 정상적이지, 그 나머지 108개 과목은 모두 1~3단위 자투리로 개설하고 있다. 이 학교는 11차례 선택을 주지만 결과적으로 문·이과식이고, 국, 영, 수, 사, 과 중에서 선택이다. 전형적인 ‘다과목 분산 피상학습’이다. 학생들은 낱낱으로 쪼개진 과목의 수업, 학습, 과제, 시험 부담에 시달리면서, 정작 진로는 흐릿해진다. 학교는 흩어진 퍼즐을 맞추는 것을 ‘진로’지도라면서 괜한 고생을 한다. 이것은 학교 탓만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잘못 설계한 고교학점제와 교육과정 개정 팀원들의 잘못 때문이다. 대안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방식으로 진로별로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작은 학교도 ‘온전하게’ 개설 가능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진로에 꼭 필요한 공부를 하도록 공부할 줄기를 세워주는 것이 뭐가 그리 잘못된 것이고 어렵다는 말인가? 선택에 중요한 것은 편제표 상으로는 ‘진로선택’ 과목이고, 학생은 과목명만 보아도 어느 진로를 위한 것인지, 몇 학점짜리인지, 어느 시기에 이수하면 되겠는지 알 수 있도록 대규모 학점과목으로, 그 아래 여러 과목이 선택 조합되어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현재 편제표의 과목들이 흩어놓은 구슬이라면 그것들을 진로에 맞게 꿰어서 학생들이 진로에 맞게 선택하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대안은 교과(군)를 먼저 진로에 따라, 다음에는 수준에 따라 하위 과목을 대규모 학점 과목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령 국어과의 경우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과의 과목을 고교에 수준을 낮추어 옮겨놓은 듯한, 낱개의 과목(문학, 독서, 문법, 화법, 작문, 매체 등을 변형한 과목들)으로 그냥 늘어놓으면 안 된다. 그것은 각론 개발이 아니다! 이들을 조합하여 ‘인문용, 사회용, 이공용, 예술용, 체육용’ 국어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수학, 과학, 영어, 사회, 기술공학 등도 그러해야 하고, 전성기가 일찍 도래하는 예술이나 체육 실기 등은 전문화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전공, 부전공, 교양에 맞게 이수하도록 열어 두면 된다. 제2외국어도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으로 나누면 된다. 교양과 취미 보충 과목은 학교가 알아서 1-2학기 소규모 학점으로 개설해도 문제없다. 우리는 아직도 1학년 공통필수 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을 짜는 수준에 머무는데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고교에서 굳이 주요과목을 공통필수과목으로 지정하려면 ‘공통수학1,2(8학점)’이 아니라 고교 재학 중 ‘수학(20학점)’ 이수하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학생은 자신의 진로와 수준에 맞추어 선택 이수할 수 있다. 진로선택과목을 만들려면 2~3년간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대규모’ 학점의 과목을 선 진로별, 후 수준별로 만들어주되, 핵심은 최소한 고교 2-3학년에서는 꾸준히 공부하는 과목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로의 필요에 따라 3년지속과목(상수준), 2년지속과목(중수준), 1년지속과목이나 한 학기 과목(하수준)을 차례로 만들면 된다. 3학년까지 지속적으로 공부한 과목은 자연스럽게 대입시 과목이 된다. 교육과정 개설도, 수업도, 내신과 대입시도 모두 진로별로 할 때 타당성을 갖게 되고 흔들리지 않는다. 할 만한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도 공부하고 싶고, 잘 할 수 있으며, 할 필요가 있는, 해야 하는 공부를 하기에 그 소질과 적성, 잠재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IB DP는 높은 수준은 20단위, 표준수준은 12단위로 2년간 각 3개씩 총 6개 대단위 교과목을 진로에 따라 선택 조합하여 집중이수한다. 북유럽식은 이렇게 진로별 과정을 제시해주고, 영미계 국가들은 과목을 늘어놓아 진로별 과정을 만들어가라는 식이다. 우리나라도 과목을 흩어놓으니 충남 삼성고는 IB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장 큰 교육성과를 내고 있고, 한가람고나 하나고 같은 학교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과정을 만들도록 진로지도를 철저히 한다. 이런 학교는 학교장 등이 교육과정 문해력과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하다. 현재처럼 과목단위를 주면 일부 사립학교나 특목고는 진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지만 대다수 일반고는 그중 일부를 개설하고, 문·이과식 국, 영, 수, 사, 과 중심의 수능 준비에 맞는, 선택하는 흉내를 내는 질 낮은 교육과정을 개설할 뿐이다. 사서 고생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런 과목 난립은 한창 공부할 청소년들과 우수한 교원인력의 낭비와 시행착오를 낳고 잠자는 교실을 만들 뿐이다. 더구나 고교학점제에서는 학교 개설이나 학교 간 공동 개설도 ‘과목’단위 개설을 강조하는데, 낱낱의 과목을 학교 간에 역할분담하면 개설은 쉽겠지만 학생은 매우 불편하다. 특히 특목고의 높은 수준의 과목을 공동 개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학습기회의 불평등을 낳는 원인을 제공한다. 정작 학교 간에 역할분담해서 개설할 것은 진로별 계열과 과정이어야 한다. 개별학교는 ‘규모’에 맞게 특정 계열과 특정 과정 개설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이는 교육청의 적극 중재로 가능해진다. 17개 교육청과 176개 교육지원청, 367개 직속기관은 돈과 인력이 넘친다. 필자는 경기, 서울, 대구, 경북, 용인시 등에서 이를 모의실험해본 바 있다. 중학생과 고교생의 진로별 요구를 조사해서 그에 맞게 학교 간에 개설할 계열과 과정을 역할분담시켜 본 것이다. 즉 소규모 고교는 문·이과의 하위 ‘과정 중 하나’를 개설하고, 중규모 고교는 문·이과 중 ‘계열 하나에 든 과정 모두’를, 대규모 고교는 ‘문·이과 계열에 속한 모든 과정’을 개설하면 된다. 예체는 장르와 종목을 20~30개 학교 중에 일부 학교가 하나씩 분담 개설하면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학교선택과 함께 그 학교가 개설한 계열과 과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숙사는 이런 원거리 통학생을 위해 지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학교는 특화되고, 읍면 지역에도 강소형 학교가 나오며, 하향평준화와 비평준화를 넘어, 우리가 꿈꾸는 진로별 학습기회를 거의 모두에게 보장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복수의 과정 선택도 가능해지고, 그 속에서 교과나 과목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고교생의 진로는 변화가능한 잠정적인 것이고 복수일 수도 있기에 고교 수준에서 최선의 것을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학교의 규모에 상관없이 문·이과 계열의 ‘모든’ 진로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놓고, 정작 진로별 학습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사태를 불러와서, 공연히 공강을 만들고, 이동수업으로 번잡한 교실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진로를 잘 모른다. 진로가 너무 조기에 결정된다. 문·이과가 아니고 무과정이 대안이다. 과목선택이 최선이다. 학교 내에 과목 개설이 다양해진다. 평준화가 대세다. 대학입시 탓이다. 과목단위 선택을 준 것부터가 잘못이다”라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텐가? 대학 학점제는 본래 전공이나 학과 같은 진로가 정해진 곳에서 이론과 실제, 기본과 심화 과목을 1~3학점으로 쪼갠 것이다. 고교학점제로 과목을 더 쪼개는 사태 때문에 필자는 고교에 학점제 도입을 반대해온 것이다. 교육개혁이 별 건가? 보다 나은, 최선의 선택 대안을 취하는 것이다. 고교는 단위제가 맞지만, 학점제로 시작했으니, 지난 70여 년간 극소규모 단위제가 범한 우를 다시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과정과 인프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이 발표됐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면 통상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혼란, 교사 피로도 증가, 개정의 효용성 문제 등을 이유로 불만의 목소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대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간과한 채 이전의 교육과정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그 파장도 엄청나다. 학생들에게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소양과 역량을 함양시키기 위해서라도 교육과정 개정의 정당성은 충분하다. 교육과정 총론이 각론 개발 전 단계에서 선언적인 수준을 벗어날 수 없지만, 이번 2022 총론 주요 사항을 보면 대강의 윤곽에서 교육부가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엿볼 수 있다. ‘생태’, ‘협력’, ‘시민성’ 등 청서로 강조된 단어들, 그리고 ‘디지털 기초소양’, ‘교육격차 완화’와 같은 문구들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이전과 다른 점은 정부 당국 스스로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에 국가, 지역사회, 학교 순으로 내려오던 상의하달식 교육과정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다양한 교육 주체 간 소통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총론이 각론 개발에 앞서 지극히 선언적인 수준에서 개정 방향과 주요 개정 내용을 밝히고 있어 학교 현장의 수용성 측면을 고려하면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학교 안팎으로 안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 교사 내적 차원의 장애 요소들은 역량 강화 연수나 교사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지원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 개인의 역량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교육 인프라가 그렇다.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현장 수용성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나는 ‘초등 저학년 신체활동 강화 방안’과 관련하여 물리적 인프라 문제, 다른 하나는 ‘한글 해득 및 익힘 학습’과 관련하여 인적 인프라 문제이다. 신체활동 공간이 부족하다! 총론에서는 초등 1~2학년 학생들의 대근육 활용 신체활동과 실질적 움직임 기회 제공을 위해 ‘즐거운 생활’ 교과에 실외놀이 및 신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안전한 생활’을 재구조화하여 신체활동 시수를 확보하고, 주 2회 이상 실외놀이 및 신체활동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아이들의 신체활동 확대를 반대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신체활동은 학생들에게 심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성 증진과 입학 초기 학교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라도 교육과정 총론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강화하기로 밝힌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신체활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넓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운동장은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서 실내에서만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빈도가 높다. 실제로 봄에는 미세먼지, 여름은 장마와 폭염, 가을 지나 겨울은 추위 때문에 운동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다. 이러한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학교에는 강당이 있다. 강당은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신체활동 공간을 상시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문제는 대규모 학교들은 활용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도심지 학교에 근무하는 특별실 배정 담당 교사는 새 학기 강당 배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용해야 할 학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 보지만 묘수를 찾기 어렵다. 기존 교실을 이용하여 다목적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학교들도 있지만, 움직임 반경이 큰 활동들을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그래서 다목적실을 상대적으로 신체가 작은 저학년에게 배정하고, 강당은 체육교과가 편제된 3~6학년에 배정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정상적인 체육교과 수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3~6학년이 30개 학급인 학교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다른 교과는 차치하더라도, 순전히 체육 교과 수업을 위해서 30개 학급에 강당을 배정한다고 가정할 때 총 90회의 배정이 가능해야 한다. 왜냐하면 체육교과의 주당 평균 시수가 3시간이므로 산술적으로 30학급의 체육 수업을 위해서는 90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6교시까지 강당을 쉬지 않고 배정한다고 해도 30회밖에 배정할 수 없다. 3~6학년 한 학급당 일주일에 1시간만 강당을 배정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나머지 2시간의 체육 수업은 교실이나 학교 뒤뜰로 밀려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학교는 조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신체활동의 기회를 더 제공하기 위해서 강당을 절반씩 나누어서 2개 학급이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마도 대규모 학교들은 충분히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했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옆 반 체육 수업이 나머지 절반의 강당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반 체육 수업에는 소음일 뿐이다. 내가 아이들을 집중시키고자 크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다른 반 수업에 방해가 된다. 강당 중앙에 이동식 간이 칸막이를 세우고 수업을 하지만 옆 반 수업에서 사용하는 공이 우리 반 쪽으로 날아오기도 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 반 아이가 공을 주워서 옆 반에게 건네준다. 종종 내 호루라기 소리에 옆 반 아이들이 쳐다본다. 아무리 동료 선생님들과 머리를 굴려도 강당에 기존처럼 2개 학급을 동시에 넣는 것보다 좋은 안이 나오지 않는다. 하드웨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체육과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분명한 점은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신체활동 중심의 체육 수업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은 신체놀이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고,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해서도 안 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학교 실정이 고려된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하여 교사들의 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될 수밖에 없다. 내용 재구조화니 시수 확보로 신체활동 강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 시수는 최소조건일 뿐이다. 총론을 안내했으니 그에 대한 실천은 오로지 학교의 몫이어야 하는가? 교육청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 특성, 현장 실태 등을 고려하면서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고민하며 갔으면 한다. 총론에 제시된 대로 저학년 학급에도 신체활동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 강당을 배정하고 싶다. 맞춤형 한글 교육, 학급당 학생수는 적정한가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는 학교 적응과 함께 한글 해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글 해득 여부는 이후의 교과 학습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교육격차 완화와 책임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한글 교육 강화는 꼭 필요한 조치다. 이와 관련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맞춤형 교육, 놀이와 연계한 한글 익힘 학습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 역시 학교 현장을 살펴보면 이내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힌다. 아동 개인차가 상당하다. 한글을 전혀 모르고 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거의 깨치고 오는 학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2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학령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을 제외하면, 보통 20명 중반 정도다. 교사의 한글 지도를 지원하기 위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다양한 학습자료를 개발하여 제공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사실 한글 교육에 효과적인 양질의 프로그램이 없는 게 아니다. 이미 자료는 넘친다. 더욱이 교육부는 2018년부터 웹기반 한글학습지원 프로그램인 ‘한글 또박또박’을 개발하여 학생별 한글 해득 수준을 진단하고, 1:1로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실제 교실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 한명 한명을 상대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느냐다. 교사의 지도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다. 인프라의 문제다. 여러 시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 담임 선생님과 별도로 도우미 선생님을 투입하는 사례들이 있다. 시도 차원에서 공교육 입문 단계부터 학습 부진이나 학교 부적응을 조기 예방하기 위한 현장 지원책으로 보인다. 보조 선생님의 조력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담임 선생님이 학급 학생 전체를 온전히 자신의 시야에 두고 맞춤형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초등학생 시기는 교과 학습 외에도 담임 선생님과의 유대관계가 적절하게 형성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에 대한 친밀감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생활 전반에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큰 동인이다. 한글 교육뿐만 아니라 어떤 교육내용이든지 맞춤형 교육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인원 감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이 선제적으로 2022학년도부터 초등학교 1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이는 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학급당 인원은 줄이지 못한 채 내놓는 대책들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을 위해서 가야 할 최선의 인프라다. 교사가 실천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은 공염불 교육과정 개정과 그 교육과정을 실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학교 내 교육환경과 여건, 교실에서 작동하는 교육 현상과 실천을 가로막는 어려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교육적으로 아무리 이상적인 제안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천을 담보하지 못하는 교육과정 총론이라면 선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다. 교육을 실천하는 직접적인 주체는 어디까지나 학교의 선생님들이다. 선생님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이라면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적절한 현장 지원책이 요구된다. 요컨대, 신체활동을 확대하는 일이나 한글 익힘 수준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일은 적절한 인프라가 구축되었을 때 가능하다. 신체활동을 위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맞춤형 교육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 둘은 예산 편성과 맞물려 있기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학습 격차 방지,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 현장 교사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중장기적 차원의 비용편익 분석을 해보길 권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비전 아래 폭넓은 대국민 의견 수렴 체계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대국민 설문조사와 국민참여단의 숙의 과정을 통해 권고안을 도출하고, 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의 현장 교원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교육과정 개발 과정을 거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국가교육회의의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에서 미래 학교교육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도록 한 결과, “학령인구 급감,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등 환경위기,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 문명발전” 등 기술발전이 톱3를 차지하였다.이것은 미래사회 학교의 역할과 학생들이 길러야 할 역량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 할 때,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과 교육 혁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미래사회로의 대전환기에 학생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공포에 가까울 정도이고, 공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현장 일부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피로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현장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해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기대할 것이다. 이에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을 중학교 현장 교사의 눈높이에서 살펴보며 덧붙여 제언하고자 한다.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 포용성은 다른 사람·상황을 너그럽게 감싸 덮어 용서하는 성질로, 변동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사회를 대응하는 중요한 소양이다. 정보화·세계화는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를 증대시켜 한 사회 내의 이질성을 높였고, 양극화의 심화는 혐오와 차별 문제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레건(Regan, 1981)은 이질집단 내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일어나 모든 측면의 발달 및 성취에 기여한다고 하였고, 케이건(Kagan, 1995)은 이질집단에서 학습자끼리 가르치거나 지원하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되므로 학습자 간의 이성 관계를 개선시켜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성별, 종교, 피부색, 성적 지향 등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와 이질성을 긍정적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다양성에 대한 상호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함양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성향을 인간상으로 설정한 것에 타당함을 부여하며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2015 개정교육과정까지 중시되었던 ‘인재’가 아닌 ‘사람’을 인간상으로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인간은 도구적 관점의 인재가 아닌 존재로서의 사람이다. 이번 개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도구적 교육관·국가관을 극복하고, 한 아이가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교육이 작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교육목표에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등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총론에 반영됐다. 우리 아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의 시대를 살아감을 체감하고 있으며, 저성장과 사회적 불평등 심화는 공동체성을 저해하며 공공선이 담보된 지속가능한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증한다. 남미자·우정길(2019)은 세계에는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아울러 인간은 이 거대한 지구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인간-비인간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지구생태계 내의 모든 존재들의 공존과 상호의존의 가치를 강조했다. 더불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가 유일한 인류로 생존한 비결은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라 ‘이타적 유전자’ 즉, 관계를 지향하는 이타성이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위험사회에 우리 아이들의 생존 무기는 공동체성 회복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기존의 특정교과의 몫으로만 여겼던 점을 반성하며, 생태·환경 감수성과 시민성을 핵심 역량으로 모든 교과와 연계하는 것에 동의한다. 또한 모든 교과의 성취기준에만 존재하는 내용 요소가 아닌 실질적으로 감수성과 시민성 역량이 길러질 수 있도록 현장 지원 체계가 갖춰지길 바란다. 디지털·AI 소양 교육 강화 마크 프렌스키(2001)는 디지털 환경 적응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자유롭고 디지털 방식을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Digital Native)란 용어로 정의했다. 이와 반대로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적 관습을 버리지 못한 채 디지털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은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란 개념으로 함께 비교했다. 디지털 이민자인 필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며 디지털 네이티브(중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누적 시간에 비해 도구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수업시간 중 교과 내용만큼이나 온라인 도구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기술로 기존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AI·SW 등 신(新)산업기술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핵심역량으로, 모든 교과 교육을 통해 함양하겠다는 그 필요성에 동의한다.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 결과에도, “코로나19 감염병을 극복할 수 있게 되더라도 온라인 수업을 통한 학습은 이전에 비해 더 활용될 것이다”에 긍정적 전망이 더 높았다. 미래교육은 현재보다 한층 정교하고 현실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실제적 문제해결력을 신장시키고 과제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기에 디지털 기초소양에 기반한 학습역량은 매우 필요하다. 다만 디지털 리터러시가 코딩 등 컴퓨팅 도구 활용 능력 위주로 치우칠까 우려되는 면이 있다. 디지털 생비자(prosumer)로서 디지털 윤리의식 또한 경시되지 않길 바란다. 디지털 윤리 문제는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속에 발생하기에 개인이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에 맞춰진 기존의 윤리교육에서 나아가 기술 개발자와 디자이너, 이들을 관리하는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윤리도 교육과정에 포함되길 기대한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학교 자율시간 도입 학교의 미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에 내재 되어있다. ‘학생들이 어떤 배움으로 성장하게 할까?’,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 미래를 준비하게 할까?’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들과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희망을 말하며 오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교실 안에 존재한다.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미래사회의 시대적 요청이고, 교육과정 및 수업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존중과 더불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수업을 하기 위한 자율권 확대의 필요성에 절감했다. 그렇기에 학교자율시간 도입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부분으로 매우 환영한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즉, 학교자율시간은 학생들의 자기 주체성(주도성,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길 바란다. 학교자율시간은 주어진 내용을 수동적으로 습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학생의 주도적인 배움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의 미래사회에 대응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도성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기에, 학생의 자기 주체성은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와 연계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이번 개정에서 지역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를 지원하는 것은, 큰 틀에서 교육 목적과 일반적인 기준과 내용은 국가가 정하고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은 지역과 학교, 교사가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앞으로 학교는 지역 사회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업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율권의 묘미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고, 지역교육과정과 연계한 학습경험 확대는 학생 삶의 역량으로서의 자기주체성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점은,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를 위한 시도는 이미 6차 교육과정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를 실천할 만한 주체성과 역량 및 여건을 확보하지 못해 형식적인 교육과정 자율권에 머물러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교육과정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교류가 필요하며, 학교자치에 바탕을 둔 학교교육공동체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협치 과정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학생들이 자기주체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사가 이를 지원하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여건과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전문성 신장을 돕는 교육과정 지원체제 구축이 내실있게 마련되야 할 것이다. 이상 이번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았다. 중학교급에 해당하는 자유학기제, 스포츠클럽, 진로연계학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대체로 현장과 국민의 요구가 잘 반영되었다고 자평하며 다양한 지원체제가 마련되어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에 구현되길 바랄 뿐이다.
미사여구 가득한 교육과정 총론, 내실은 어떨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체제가 우리나라처럼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유럽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연방) 국가보다는 주 수준에서 교육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지역마다 권고 형태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고, 단위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운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주 수준에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목의 명칭과 내용, 적절한 학년과 시수가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제시되어 있다. 그래서 대체로 주 교육과정에 기초하더라도 단위 학교에서 학교 환경과 교사 수급, 학생의 필요와 학부모의 요구를 고려하여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가능하다. 물론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격차 문제가 대두되면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 혹은 (연방)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 속에서 무한 경쟁 사회가 도래하고 국가 간의 경쟁이 교육 분야까지 침투해 들어오면서, 교육을 학교나 지역 혹은 주에 전적으로 맡겨두기에는 학교교육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거리가 먼 중앙정부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만들다 보면 표준화를 넘어 획일화로 갈 수 있고, 지역 및 학교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일본과 우리나라 등 중앙집권적인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나라에서는 이미 제기되고 있는 것들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처럼 근대적인 교육 및 학교 체제가 자생적으로 혹은 지역 수준에서 만들어질 수 없었다. 미군정 시기부터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전국에 배포하고 이를 일괄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방식이 우리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교육부(문교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는 정권의 주요한 시기마다 교육과정을 주기적으로 개정해 왔다. 특히 민주화 이후에는 정권 교체 때마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시안)’이 발표되었다. 해당 발표는 여러 가지 미사여구로 장식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 가장 본질적인 내용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과목 편제와 시수이다. 특히 이번 총론 개정에서는 대통령 공약 사항인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기 위해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필수과목과 수능과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일반선택과목을 최소화하고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과목 편제와 시수 배분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교과 간에 일반선택과목 수를 가지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교과 이기주의’라고 매도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현행 입시 체제에서 파행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로 및 융합선택과목보다는 일반선택과목을 선호하는 교과 및 해당 전공 교수와 교사들의 당연한 요구로 볼 수도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 개정’,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 등의 슬로건 하에 국가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동안의 교육과정 개정 관행을 답습하여 교육부가 고등학교 교과목 편제와 시수를 결정해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매번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인 동시에, 몇 가지 점에서 매우 폭력적이고 비교육적인 교육과정 개정 방식이다. 첫째,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은 학교 교육의 주체들을 소외시키는 교육과정 개정 방식이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교과목을 정하고 시수를 배분하는 등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나 학교의 상황이나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는 묵살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교사들이나 교사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결국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자신들이 만들지도 않은 교과목을 적절하지 못한 시수 내에서 가르치게 되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은 결국 총론 주도의 개정으로 교육과정을 획일화하는 방식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교육과정 총론이라는 전공이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국내의 교육과정 전문가들도 외국에서 유학할 때는 교과를 베이스로 해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을 공부하고 돌아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교육과정 총론 학자가 되어서 교과목의 전반적인 구조와 시수를 배분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교과목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교과목 구조와 통일화된 문서 체제에 초점을 두게 되고 결과적으로 교과목의 획일적인 구조와 내용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셋째,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은 결국 지역 및 학교 단위의 교육 자치를 어렵게 만든다. 지역 및 학교 상황과 교사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교과목 편제와 시수를 가지고 학교장과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학교에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실행하거나 학교 상황을 고려하여 소폭 조정하는 선에서 교육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넷째, 이렇게 만들어진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예컨대 학교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교육부 주도로 추진된 자유학기제의 문제점은 중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며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자 기초학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저출산 및 학령 인구 감소 속에 추진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나 2022 개정에서 새로 도입되는 진로연계학기 역시 향후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은 학교 교육의 실제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현재 학교 교육에 대한 회의와 학력 붕괴, 사교육 등으로 인한 교육격차 확대가 주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를 채워주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해주며, 지역 및 학교 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교육과정 개정은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교육부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더더욱 안 된다. 지역 및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권을 확대하면서 전국적으로는 공통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과목을 편성하되, 지역 및 학교 단위에서 자유롭게 편성 운영할 수 있는 교과목들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시수도 지역 및 학교에서 적정 시수를 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과정 개정을 빌미 삼아 외국의 교육정책을 섣불리 가져오는 것 또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가 교육과정 개정에 외국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답습하고 있는지, 어느 나라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렇게 자주 바꾸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학교 교육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학생들의 필요를 살필 때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맵은 우리가 수업 시간에 흔히 사용하는 기법으로 핵심 주제어에 관해 흩어져 있는 생각과 정보를 그물망처럼 연결된 지도를 그리면서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떠오르지 않지만, 단어만 떠오를 때 혹은 관련 정책 용어만 떠오를 때 간단히 메모해 두었다가 추후 기획할 때 참고하면서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필요성이나 해결책을 마인드맵으로 만들어두고 활용할 수도 있다. 간단한 메모지나 노트를 사용하거나 디지털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파일로 저장해놓고 내용을 추가할 수 있고, 동료들과 원격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정책기획을 주제별로 마인드맵 하면서 주요 정책을 알아보고, 문제점에 따라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정책 이해 먼저 정책 이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마인드맵으로 미래교육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핵심 주제는 그림 1과 그림 2 모두 미래교육으로 같다. 하지만 소주제에 따라 펼쳐지는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은 미래교육을 교육철학, 교육과정, 학교공간, 학교조직으로 기준을 세워 정책을 목록화시켰으며, 그림 2는 ‘미래교육’에 대한 주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구조화한 마인드맵이다. [PART VIEW] 그림 2는 교육전문직원 시험을 준비하는 입문자가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정책을 공부하면서 정책이나 교육 담론에 대해 자신의 생각 혹은 자신의 기본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마인드맵이 더욱 복잡화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추상적인 내용들이 좀 더 구체적이면서 실천 지향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전문직원 시험을 준비하는 교사가 처음부터 기획을 체계 있게 작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기획이나 논술을 작성하기 전에 소속 시도교육청의 주요 정책과 사업들을 살펴보고, 지금 우리 지역교육에 중점을 두고 추진이 필요한 정책과 사업을 마인드맵으로 시각화해놓으면 실제 기획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결방안 찾기 그림 1과 그림 2의 마인드맵 방법은 정책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요 정책을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고, 그림 3과 그림 4의 방법은 수험생이 소속 교육청의 주요 정책에 대한 이해를 한 후 그 정책을 정리하고 자신의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그림 3의 예시는 혁신교육에 대해 마인드맵화한 것이다. 이 그림은 혁신교육 정책으로 혁신학교, 교육과정 다양화, 학교민주주의, 교육의 공공성 확대, 교원인사제도혁신, 혁신교육지구, 학교자치, 지속가능한 혁신교육이 추진되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혁신교육은 혁신학교 운영이다’라는 인식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즉, 정책을 마인드맵 하면서 시각화하면 문서로만 이해했던 정책을 폭넓은 시야로 볼 수 있어서 교육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림 3의 마인드맵 활동을 한 후 수험생은 위 그림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고, 혹은 정책 논술로도 작성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의 연습은 실제 시험 시간에도 유용하게 활용되는데 시험 문제를 보고 기획안이나 논술을 작성하기 전 3~5분 정도 대략적인 개요를 작성할 시 마인드맵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림 4는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계획으로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 목적과 방침, 세부계획을 간단히 마인드맵한 것이다. 그림 3보다 주제가 더 구체적이고, 그 주제에 대한 세부계획이 포함된 예이다. 이는 수험생이 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그 정책에 대해 자기만의 새로운 정책으로 만들어 제시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 4와 그림 5는 구조는 비슷하지만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방법이 다른 예를 제시하였다. 그림 4는 문제해결 방안에 중점을 두고, 세부 사업명에 따라 추진할 사업들을 열거했다면, 그림 5는 필요성 혹은 문제점을 먼저 기술해놓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림 5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했으며 문제해결형으로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 두 가지 중 정책 주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활용하면 된다. 교육정책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속 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교육정책을 좀 더 쉽게 이해하여 새로운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방법으로 마인드맵을 예로 들어 제시해보았다. 제시된 방법 이외에도 수험생이 편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정책을 마인드맵 하여 정리해나간다면 어떤 주제의 기획안도 당황하지 않고 체계 있게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1. 2022년 5월 선발 시험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2022년 5월에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이 계획되어 있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지난달에 실은 추가 질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다른 사례를 분석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잘 반영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운영하는 것은 결과를 떠나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차년도에 수정 보완하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먼저 2022년 5월까지의 연간계획과 월간 계획, 일일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하고, 이때 시험 과목별 안배도 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1, 2차 시험에서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들고 모두 활용될 수 있는 내용들, 예를 들면 시도교육청의 주요업무계획이나 초·중등교육계획, 정책논술 등은 초기에 시간을 많이 배정하고 점차적으로 시간을 줄여나가야 하며, 물론 우선적으로 1차 과목을 초기에 배정하고, 2차 과목은 중반부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나씩을 끝내지 않고 점차적으로 여러 과목을 배정하는 것은 교육전문직원 공부는 중첩되어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많아서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정책논술이나 면접, 교직 관련 전문성 평가 등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서로 연계해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매우 부족한 점은 장기간에 걸쳐 공부할 수 있도록 배정하고, 중간 중간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책논술이나 면접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 단기간에 발전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PART VIEW] 또한 혼자서 하는 것은 한계가 많으니 같이 공부할 그룹을 만들어 하되 혼자만의 학습도 병행해야 한다. 그룹을 구성할 때는 서로 상호보완적일 수 있는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조직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특성이 서로 비슷하다보면 반면교사처럼 상대에게서 별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잘난 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을 보면서 심층면접 집단 토의나 토론 시 본인은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지 성찰할 수 있게 되고, 게으르거나 상대 의존형인 사람이 있다면 그로 인해서 본인이 더 부지런하거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은 더 들지만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체력 관리와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은 대학처럼 교재를 중심으로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관련 교육정책들이나 현장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이를 잘 대처해 나가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 교육전문직원인데 이미 정리된 과거형 교재만으로 다 습득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장기간의 레이스에 필요한 체력을 초반에는 많이 비축하도록, 예를 들어 초기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무조건 운동과 휴식을 하고 중반부에는 일요일만 휴식, 후반부에는 일주일 내내 공부 등의 방식으로 계획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직 교육전문직원이나 과거 교육전문직원이었던 분들의 지도를 받거나 그분들의 교육청 업무를 도와드리면서 조금이라도 감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논술이나 면접 등의 준비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앞으로 기술할 것들을 참고하여 준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 첫걸음으로 정책논술을 먼저 하나씩 살펴보자. 2. 정책논술 시험은 무엇을 알아보려 하는 것인가? 길라잡이 1, 2에서 교육전문직원의 위치와 역할,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 대비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책논술에 대해서도 조금씩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실제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선생님들 중에는 정책논술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정책논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효과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 방법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너무나 잘 알다시피 논술이라는 것은 과거나 현재에도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선발 과정이나 학습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평가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있는 통찰력이나 안목, 관점 등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서술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 생각된다. 즉 논술을 통해 구술능력이나 언변보다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보고 이에 대해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는지, 또한 이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지와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어떤 정책에 대한 기획이나 추진에 있어 출발점에 있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실제 정책 수립 및 추진에 있어 교육전문직원 정책논술 형태로 문서를 작성하지는 않고 각종 보고서 형태로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보고서는 작성자가 가지고 있는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안목, 관점 등이 반영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그 결과 또한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사회 생활 속에서 이런 저런 일들로 어떤 하나의 사실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사람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정책이나 계획들은 그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고,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해서 사실이나 현상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엄청난 파장이 오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수없이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논술은 응시자가 가진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나 관점을 가지고 이를 체계적으로 설득력 있게 서술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가진 특성이나 문화, 현재나 미래 사회 등에 대한 관점이나 안목 등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학생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정책논술은 교육전문직원이 선발 임용시험에서 주로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정책 분야, 특히 교육정책에 대한 통찰력이나 안목, 관점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 논술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일반 논술은 정책 논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주제와 범주를 다루고 있으며 논술 체제와 설득력 있는 주장이 중요한 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비해 정책논술은 상대적으로 어떤 분야의 정책, 교육전문직원인 경우 교육정책이라는 제한된 주제와 범주를 다루면서 그 정책의 추구 가치나 내용 등에 대해 관련 이론이나 현장의 반응, 그리고 복잡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이나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체계적으로 전개하는지에 관심이 더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정책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가나 기업 등의 큰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과 세부적인 내용들을 설계한 것들이다. 따라서 교육정책논술은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설계한 정책들, 예를 들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원격교육 등으로 발생하는 기초학력 부진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력 회복 등의 정책이 수립되었고, 이에 대해 관련 이론이나 현실에 비추어 추구하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아니면 해당 정책의 내용이나 시기·방법 등이 적절한 것인지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상기와 같은 정책논술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어떻게 논술하는 것이 적절할까? 우선 논술의 체제 설정과 관련하여 일반적 체제인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로 체계를 구성할까? 아니면 서론, 현황 및 문제점, 실태 분석 및 해결방안, 결론 등으로 구성할까? 아니면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정책 수립 방안 순으로 서술할까? 그리고 내용 면에서는 서론 부분에 교육정책에 대한 개념과 부작용 시 발생하는 폐해 연구 결과, 또는 현장의 불만 등을 제시하고, 본론 부분에 사례별 구체적인 교육정책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나열하고, 결론 부분에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과 이를 위한 정책수립 방안을 정리할까? 그런데 여기서 어떤 것을 선택하기 전에 잊지 말고 고려해야 할 점은 이 문제를 출제한 사람의 출제 의도가 무엇이고 채점기준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의 정책논술은 상대평가의 성격이 강하므로 출제자의 의도와 채점기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선행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우선 중요한 것은 상기와 같은 정책논술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할까,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준비해야 하는 것이 좋을지가 중요하다. 또한 정책논술 문제를 보면서 관련 정책에 대한 통찰력이나 안목, 관점, 그리고 내용과 방법에 대한 시시비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책논술이 무엇이고, 정책논술 작성 방법은 무엇이며, 실제 작성 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 정책논술을 하면서 관련 정책에 대한 관점은 어떤 것들이 있고, 이를 통해 어떤 안목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앞으로 함께 공부해 보고자 한다. 먼저 기본적인 정책논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겠다. 3. 정책논술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까? 논술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기고문을 먼저 읽어 보자.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논설문에 대해 비교하여 기고한 글이다. 핀란드의 경우는 학생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전개하는지에 대해 초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정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어떤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요? 논술 시험의 원래 취지에 따르면 학생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잘 제시하는 핀란드의 사례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러 시험에서 핀란드의 사례처럼 제대로 된 논술 시험이 시행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명한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은 버리고 오직 담당 교수가 강의 시간 중에 말한 것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게 서술하는 경우가 있어 학과 간의 벽을 허물고 융복합 과목을 개설하는 외국 대학 교육과 비교해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비판이 있다. 그럼 교육전문직원 선발 시험에서 정책논술은 어떤 형태로 평가되는가?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에서 보는 정책논술은 아쉽게도 경쟁 시험이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작성된 채점기준표에 따라 평가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에 따라 자유롭게 서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문제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출제자가 제시하는 문제들을 정책논술 형태로 제시하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관련 정책 추진의 목적이나 목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맺으면 높은 득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은 학술적 능력을 알아보는 학위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인 논쟁보다 현실을 바탕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관련 정책에서 다루어지고 각종 보고서나 계획서에 표현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하여야 채점기준표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책논술은 작성하기가 쉬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련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한 논리는 관련 정책의 추진 방향이나 결과를 중심으로 이미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제시한 것을 잘 정리하여 논설문 체계에 맞게 제시하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 부분에 나름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서론이나 결론 부분에 관련 이슈나 명언 등을 잘 활용하고, 본론 부분이 체계적으로 논지와 논거를 제시한다면 무난하게 평가받을 수 있고, 이러한 패턴으로 준비하면 어렵지 않게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논술은 같은 소재나 주제를 가지고도 매우 다른 주장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상기의 사설처럼 같은 소재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필자가 다른 관점에서 논술해 나갈 수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방송이나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학문에서도 대립되는 학설이 있어 계속 평행선을 그리는 경우가 있듯이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관점은 뚜렷이 다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헤겔의 정반합의 원리처럼 이런 대립되는 관점이 있고, 이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들이 있다는 것은 다소 소모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계속 발전될 여지를 준다는 측면에서 나쁘게만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하다보면 관련 정책에 대한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이해 관계자들이나 집단들이 있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많은 갈등과 민원들이 제기되는 경험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 한쪽이 옳고 나머지는 틀리다는 흑백논리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도 되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것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주장도 경청하게 되고 동시에 관련 공부도 하게 되어 세상을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볼 수 있는 성숙함과 노련함을 가지게 된다. 교육전문직원이 국가나 지방 교육정책 방향으로 학교 경영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동굴 속의 우상처럼 편협된 안목이나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 매우 위험하다. 정책의 이해 관계자가 복잡해서 한쪽에 치우쳤다가는 엄청난 도전에 부딪혀야 하기도 하지만 동양철학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듯이 세상살이는 무엇보다 조화로움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여하튼 이런 논쟁을 통해 대립된 학설이나 주장을 모두 살펴보는 것은 정책 수립이나 추진에서 균형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교육전문직원 정책논술에서는 관련 정책에 대한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논술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논술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답안지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억울하게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세부적인 채점기준표는 제시되거나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과 비교할 수 없으니 억울한지 아닌지 밝힐 수가 없어 매우 답답하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교육전문직원 선발 임용시험 정책논술은 경쟁 시험이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출제자의 출제의도에 맞게 진술해야 채점기준표에 따라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즉 아무리 잘 작성해도 채점기준표에 벗어난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고, 그 결과에 따라 당락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1. 들어가며 초등학교 교사들은 매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발달 단계의 학생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초등 1학년 학생들과 6학년 학생들은 인지·정서·신체 모든 면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이며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학년별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사항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저학년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교육의 중심을 학생에 두는 데에 중요한 가치를 두어야 한다. 또한, 학교 교육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야 하며,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경험을 통해 실천을 도모하고,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지닌 학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에서 2017년부터 추진된 초등 교육과정 정책 중 하나인 ‘성장배려학년제’는 초등 저학년(1~2학년)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교생활 적응을 위하여 관계형성-놀이활동-기초학습을 집중 지원하는 교육과정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를 표현하고,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과정의 기반에서 시작한다. 초등 저학년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의 필요성 및 의미, 그리고 저학년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2. 초등 저학년 교육과정의 필요성 가. 교육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학습안전망 구축 제안 우리 사회에는 교육기회 접근이 제한되기 쉬운 다양한 형태의 위기 및 부적응, 취약계층 학생,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적 소외집단이 존재하며 교육기회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교육차별 및 교육격차 실태를 파악하고 집단특성에 맞는 교육지원을 강화해서 학습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나. 학교생활의 적응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인식 초등학교 1~2학년은 학교생활의 적응 여부를 가름하는 결정적이고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의 학생들이 누구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통한 지원 및 단위학교에서의 집중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여 집중 지원해야 한다. 다. 학교급 전환기의 학생을 지원하여 공교육 책무성을 확보 학교급 변동기에 있는 학생들이 속한 다양한 계층, 지역, 문화적 배경 등 가정의 양육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학생 각자의 특성에 적합한 지도 방법 및 교육의 철학 및 방법, 통합교과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을 지향해야 한다. [PART VIEW] 3. 초등 저학년 교육과정의 지향점 이제 학교는 학생을 중심에 놓고 공평한 학습사회를 위해 공존과 상생을 위한 다양성에 대한 관점으로 변화해야 한다. 학생은 각자 자신의 개성과 특성에 맞도록 교육되어야 하는 존재이고, 학교는 그런 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알아가도록 돕는 제도와 시스템이어야 한다 가. 성장의 공간인 교실 교실은 성장하도록 돕는 곳이며 배울 준비가 되지 않은, 아직 배울 준비를 하는 중인 저학년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서로 다르게 자라 온 아이들이 함께 모여 듣고 배우고 나누며 자라는 공간이 교실인 것이다. 적절한 ‘쉼’이 있는 교육 활동과 학생 개인의 성장에 중심을 둔 교실 환경을 조성하여 저학년 학생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도와야 한다. 학생 개인에게 각자의 경험이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학생의 삶과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특히, 저학년 학생은 부모의 사랑이나 교사의 친절함이 부족하면 정서적 불안감에 빠지기 쉬우므로 미성숙하여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하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하여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숙제 없는 교실, 쉼이 있는 놀이 시간 운영, 학생 개인에 맞는 교육활동 제공 등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여러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과 저해 요인 제거 등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를 조직하여 운영하거나, 저학년군(1~2학년) 교사들이 협력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평가와 환류를 통해 학생들에게 안정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교실 문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실천의 주체인 교사 저학년 학생들은 자신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 교사는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반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떤 성향의 아이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로 학생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다. 학생 이하는 말이나 행동을 차분히 살펴보고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심히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또한, 저학년 학생들에게 교사는 큰 존재로 인식되고 있어 교사의 인정과 칭찬, 허락과 중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스펀지처럼 교사의 말을 듣고 흡수하기 때문에 명확한 학급 규칙을 정해주고 꾸준히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며, 다툼을 중재할 때는 타인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자주 하도록 하면서 교사는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란 그저 지식을 넣어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이를 통해 사랑과 신뢰가 쌓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직 미성숙한 저학년 학생들의 행동을 잘 이해하고 애정과 관심을 갖는 교사는 성장배려학년제의 가장 중요한 실천 주체이며 성장하는 학교 교육의 동행자이다. 다. 교육의 중심인 학생 교실에는 다양한 성향과 기질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한다. 외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는 활발하고 밖에 나가 친구와 놀기 좋아하고,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는 수줍음을 많이 타며 조용히 책을 읽거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내성적인 학생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외향적인 학생이 산만해 보이고 집중력이 없다고 걱정되기도 한다. 어떤 성향이 좋은가, 더 문제인가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학교에서의 경험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 간다는 저학년 학생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학생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라. 협력의 공동체인 학부모 저학년 학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돕는 협력적 동반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학생이라는 교집합으로 인해 엮인 관계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 안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결정된다. 즉, 학생이 교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믿음이 생기면 그리고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에도 신뢰가 쌓일 수 있을 것이다. 교사가 보는 관점과 학부모가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은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교사와 학부모 모두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학부모가 아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임을 이해하는 태도도 함께 필요할 것이다. 4. 초등 저학년 교육과정의 운영 가. 관계형성 중심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공감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충분한 경험과 다양한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인간으로 가져야 하는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없다. 만 12세가 넘으면 그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뇌의 부분이 닫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려는 학생들은 학교 생활이 원만하다. 공감은 사회성 향상에 우선적인 조건인 것이다. 사회성이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학생의 학교와 인생 전반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사회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으며 발달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고 타협을 잘 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과 함께 타인의 기분을 이해하고 원만한 해결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나. 놀이활동 중심 저학년 시기의 학생들은 모든 것이 놀이이고 공부이다. 친구들과 함께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놀이 활동을 통해 익히는 것이 이해가 더 빠르다. 따라서 학습의 결과물보다는 배움에 대한 내적 동기를 높여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교과학습의 기본기가 될 수 있도록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손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혼자만의 놀이에서 벗어나 놀이 집단의 규모를 확대해서 협동적이고 조직적인 놀이를 통해 관계를 알아가고 인간의 사회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 기초학습 중심 저학년 학생들이 배움에서 소외되면 학교생활에서의 소외까지 이어지면서 열등감과 자아상실감, 자존감의 상실 등 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 원만히 적응하지 못하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저학년 학생들이 수준에 맞는 과제를 수행해 나가며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성취의 경험을 맛보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글과 친해지도록 해야 하며 자연스럽게 수 감각을 익히고 수학적 호기심을 키워야 한다. 추상적 개념 형성이 부족한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구체물을 통해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거나 무리지어 보게 하기, 모양이 다른 것을 찾아보게 하는 활동을 통해 학습에 흥미를 높여줄 수 있다. 5. 나가며 초등 1학년 입학 초기 학생들은 안정적인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확장된 공동체 안에서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따뜻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 한글 해득 및 기초 수학 등의 학습 기능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향후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 발현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와 더불어 유치원 놀이 중심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생이 주도적으로 즐겁게 몰입하는 놀이 활동과 교육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또한, 초등 1~2학년 전문담임교사제 운영,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보편적 학습설계의 측면에서 저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별도의 학급 운영비 지원 등 다양한 교육 제도의 변화 및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학교급 전환기 학생의 성공적인 학교생활 지원 및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공평한 맞춤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공교육의 책무성이 확보되길 기대해 본다.
시작하며 수업을 계획 및 준비하고 수업을 학생들과 함께 실행하고 마치는 과정은 교사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교사에 따라 수업은 어려운 고민의 과정일 수도 있고, 더는 걱정 없는 익숙한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수업을 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따라서 수업에 대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사들의 많은 시도가 있었다. 본 글에서는 수업의 계획-실행-성찰의 각 단계를 개선하는 방법 중 ‘수업의 설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먼저, 필자가 기본으로 두었던 ASSURE 모형을 선행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살펴본 후, 다음으로 필자의 수업 이야기와 모형 사이 관계를 통해 수업 이야기를 펼쳐 보겠다. ASSURE 모형 이론에 기초한 선행연구 살펴보기 1. ASSURE 모형(조희정, 2012)의 단계와 고려사항 2. ASSURE 모형의 이점 - 수업의 구성 요소를 고려한 모형으로 학년 상관없이 최적의 수업을 돕는 모형 - 학습자의 학습 촉진을 위해 최선의 환경에서 교수 자료를 조직하는 모형 - 계획에서 설정한 목표가 수업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이루어지는 모형 - 수업의 방향을 잡는 수업계획에 도움을 주어 수업 내용과 방법에 충실하게 돕는 모형 [PART VIEW] ASSURE 모형 이론에 기초한 선행연구 살펴보기 1. ASSURE 모형의 단계별 적용 1) 학습자 분석 ① 일반적인 특성 학습격차가 큰 초등학교 5학년의 평균 수준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학습자는 발표에 소극적이며 학습격차가 큰 편이다. 사춘기에 놓여있으며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이 많다. 기본 생활 습관이 바르며 새로운 배움에 긍정적이고 수용적이다. ② 출발점 행동 본 수업의 학습자들은 2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과학 2단원 ‘생물과 환경’을 학습한 상태이다. 이론적으로는 생물 요소와 비생물 요소, 생태계 구성 요소들 사이 관계, 생태계 평형 등에 대해 학습한 상태이다. ③ 학습 양식 2020년도는 학생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모둠 활동이나 협동 학습에 대한 경험이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이전 학년까지 모둠 활동 및 다양한 학습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체계적 수업 설계가 동료 학습자와 함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다. 2) 목표 진술 ① 2015 개정 교육과정 상의 목표 진술 - 과학과의 목표 - ‘생물과 환경’ 단원 지도 목표 - ‘생물과 환경’ 성취기준 ② 본 수업에서의 목표 진술 3) 교수 방법, 매체, 자료의 선정 ① 교수 방법의 선정 본 수업에서는 생물의 환경 단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 워크숍 수업 모형(장정화, 2004)’ 및 협동 학습을 토대로 과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② 매체의 선정 본 워크숍 전 준비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미리 동물원에 대해 조사할 내용을 아래와 같이 과제로 내주었다. 동물원에 대한 배경지식 및 문제의식, 다양한 아이디어 제공을 위해 책과 영상 자료를 매체로 선정하였다. 또한, 수업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하여 수업의 내용 및 단계를 안내했으며, 학생들은 전지 포스트잇에 모둠의 의견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③ 자료의 선정 교수·학습 자료는 장정화(2004)의 논문에 나오는 ‘미래워크숍 수업모형’을 바탕으로 참고문헌 및 영상 자료를 참고하여 프레젠테이션 및 활동지를 직접 교사가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4) 매체와 자료의 활용 동물원은 학생들에게 친숙한 소재이지만, 자세하게 찾아보거나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대상이다. 따라서 다양한 매체와 자료를 수업에서 제공하였다. 또한 ‘제1회 미래 워크숍’이라는 모형에 맞게 교실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학습자도 자신의 역할을 미리 정하도록 하고 학습 자료를 찾아보도록 하여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 모둠별로 협동 학습을 할 때도 참고할 자료 및 영상을 제공하여 활동 진행에 도움을 주었다. 5) 학습자 참여의 유도 학습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본 수업의 활동지를 통해 핵심적인 질문을 제공하였으며, 핵심 질문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었다. 또한 미리 수업에 대해 안내하고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여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하였다. 6) 평가 및 수정 ① 수업 평가 방법: 수업 녹화 영상 확인, 학생 활동지 확인 ② 수업 성찰 및 평가하기 본 수업을 성찰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 과학의 생태계와 동물원을 연결지어 수업한 것은 적당한 주제였는가? - 수업 주제의 수준이 너무 높지 않은가? - 모둠 활동에서 적절한 역할 분배 및 학습이 되었는가? - 너무 많은 매체 및 자료로 학생들의 활동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 본 학습 내용에 적합한 수업 모형이었는가? - 마지막 평가 단계의 글쓰기 주제와 본 수업의 연관성이 있는가? 처음으로 시도한 수업 모형이었으며 처음으로 학생들과 나눈 주제였다. 수업자 또한 익숙하지 않은 주제였기에 미리 공부하였지만 부족하였고, 편협되지 않은 시각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어느 정도 예시적인 답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본 수업을 통해 동물원과 자연에 대해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 동물원의 유토피아를 상상하고 현실적 방안을 고민하였다는 점, 동료 학습자와 함께 만들고 발표하였다는 점에서 학생들과 교사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정리하며 무엇을 위한 수업이었는가. 무엇을 어떻게 학습하고 있는가. 수업 설계 모형과 필자의 수업을 비교하며 다시 한번 수업에 대해 깊게 바라보게 되었다. ASSURE 모형을 통해 수업 환경과 매체에도 집중하게 되었으며 수업의 일관성 및 다음 수업 개선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수업에 정답은 없기에 오늘도 더 좋은 수업을 고민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고등학교 시절 지리 수업은 제게 즐거움이자 예능이었다.” 왜 그렇게 느꼈던 것일까? 그리고 지금 지리수업을 듣는 우리 학생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솔직해지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방법을 찾기로 했다. 지리수업이 즐거웠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 내가 방금 눈으로 본 현실의 공간 이야기를 수업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엔 눈 내리는 날이 오히려 따뜻하다는 기후수업이 그러했고, 중국집의 배달가능 범위와 최소요구치와의 관계가 그러했다. 이처럼 수업은 삶에서 시작해서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교사의 섬세한 수업 디자인과 정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하더라도 수업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요소와 시행착오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삶의 모습을 교실 수업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VR기기 활용 수업이었다. 수업 준비과정 기존의 VR기기를 활용한 수업으로는 카드보드 형태의 제품에 휴대폰을 삽입하여 VR콘텐츠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VR콘텐츠는 학습자가 콘텐츠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경험하기보다는 제작된 영상이나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VR형태로 시청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그렇지만 Google Earth VR기기가 호환되는 HTC나 오큘러스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휴대폰 삽입 없이도 자체 VR기기로 실행이 가능하며, PC와 연결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모니터 화면으로 VR기기에 보이는 장면을 공유할 수도 있다. 또한 컨트롤러를 손으로 조작하여 VR환경에서 학습자가 콘텐츠를 자유 의지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카드보드 형태의 제품이 1만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최근 최신 발매한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경우 40만 원에서 50만 원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고사양의 PC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사양의 그래픽카드와 램으로 PC사양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 수업에 처음 시도할 때는 조립형 PC 2대와 오큘러스 퀘스트 2기를 구입하여 수업에 활용하였고, 추가로 오큘러스 퀘스트 2를 4기 더 구입하여 모둠별 학습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노력하였다. [PART VIEW] 수업 소개 1. 수업개요 가. 활동주제 Google Earth VR로 현대도시의 특성 파악하기 나. 활동개요 Google Earth VR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현대도시를 가상으로 여행하고 도시의 내부구조의 특징을 바탕으로 탐구하여 도시내부를 Cities Skyline에 표현한다. 다. 학습목표 설정 현대도시의 특성과 내부구조를 파악하고, 도시를 가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라. 활동순서 1) 활동조직 : 모둠 활동(4인 권장) 2) 준비물 : 컴퓨터, Google Earth VR Cities skyline 안내(모둠별 1장), 모둠학습지, 개인학습지 3) 활동절차 4) 활동 유의사항 - Google Earth VR이 운용될 수 있는 교육환경이어야 함. - 사전에 교육청에 교육적 목적으로 Steam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야 함. - 게임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도력이 필요함. - 학습한 도시 내부구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지도하여야 함. 마. 배움 마무리 단계의 핵심 질문 ● 현대 도시가 갖고 있는 내부구조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유럽과 북부 아메리카의 도시를 구분한다면 어떤 특징이 나타나나요? ● 유럽과 북부 아메리카 도시 구조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 학습자가 활동을 통해 알아내야 할 핵심 개념 ● 현대 도시의 내부구조와 특징 ● 유럽 및 북부 아메리카 주요 도시의 내부구조 비교 2. 과정중심수행평가 방법 가. 평가 목표 ● 실내조사를 통해 도시가 지닌 특징을 찾아냈는가? ● Google Earth VR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경관을 보고 내부구조의 특징을 도출하였는가?? ● Cites Skyline을 통해 도시를 구조화하여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도시를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하였는가? 나. 성취 기준 ● [12세지06-02] 유럽과 북부 아메리카의 세계적 대도시들을 조사하여 현대 도시의 내부 구조의 특징을 추론한다. 다. 평가 기준(루브릭) 3. 수업지도안 Google Earth VR 기기 활용 수업은 그림 6에서와 같이 실제 세계를 VR로 구현된 가상의 공간과 함께 Google Street Veiw를 연계하여 컨트롤러를 사용해 공간의 실제 스트리트 뷰를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실제 세계를 구현한 가상공간만으로도 충분히 지형의 기복·형태를 알 수 있어서 지형과 관련된 단원에서 가상답사를 통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스트리트 뷰를 함께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간을 답사하지 않고도 건축, 문화경관, 사람들의 옷차림 등을 실제적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어서 지역지리·도시지리 등에 활용하기 좋은 특징이 있다. [캠프형 프로그램 연계]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VR 영상 제작 GopPro 360 카메라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360도 카메라를 가지고 지역을 답사하면서 영상을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림 7,8을 보면 보면 왼쪽 편에는 세종시 일대의 관광명소를 360도 VR로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했고, 오른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세종시 여행 이용 편의도 비교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이렇게 360도 카메라를 활용하여 영상을 제작하고, 제작한 영상을 VR기기를 활용하여 시청할 수 있게끔 하는 영상콘텐츠 제작 수업도 가능하다. 수업 마무리 Google Earth VR 기기 활용 수업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수업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삶의 모습을 수업에 담으려하고 수업 내용을 토대로 삶에 적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기술들이 변화하는 시대에도 우리는 좋은 수업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시간을 내서 한 줌의 정성을 수업에 담고자 하는 마음, 그곳에서 수업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산 지 2년째, 모두가 생태 환경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우리는 편안함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머리로 아는 것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이다. 꼭 필요하지만 자연스럽게 하기는 힘든 것. 환경 교육이 2022 교육과정 등에서 점점 강조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천하는 사람을 위한 생태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면, 사서교사와 함께 학교도서관 필환경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것을 제안한다. 필환경은 학교도서관 수업에서 만나 학교도서관 필환경 프로젝트는 수업으로 시작한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시대가 도래했다. ‘필환경’은 의사결정에서 환경을 주요 기준으로 고려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진짜 당장 해야 할까? 이 모든 의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책’이다. 수많은 정보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좋지만 어린이·청소년 수준에 맞는 자료를 찾는 것보다 책을 읽고 간접 경험하는 것이 정확하고 빠르다. 따라서 필환경 주제의 학교도서관 수업은 책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권한다. 환경 관련 책은 생태계, 기후 위기 등 과학적 내용을 담은 책을 포함해서, 어떻게 필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담은 책까지 다양하다. 나의 독서 수업에서는 주제에 맞는 책을 10여 종 소개하여 모둠별로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여 읽는다. 필환경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멸종 위기 등 심각한 환경 실태를 알려주어 동기를 자극하는 책부터, 분리수거 등을 자세히 알려주는 실천 위주의 책까지 스펙트럼으로 제시하여 책을 소개했다. 매 시간 15분 정도 책을 읽고 모둠별 책-대화를 나누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PART VIEW] 함께인 듯 단독인 듯 필환경 프로젝트 협력 수업 사실 이번 필환경 프로젝트는 혼자 하지 않았다. 과학 교사와 함께 시기를 정하고, 같은 모둠으로 구성하여 집중적으로 생태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과학 수업에는 모두 같은 기본서를 읽고, 한두 가지 소주제를 중심으로 어려운 단어를 직접 사전을 뒤져 찾아보고 모둠별 단어 사전을 만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필환경에 깊숙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수업에서 실천까지 각각의 수업에서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충분히 한 뒤, 본격적으로 모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챌린지를 고민했다. 필환경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반쪽짜리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SNS에 인증하는 챌린지에 익숙해해서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의 환경 관련 챌린지는 가사 노동에 적용하기 쉬운 내용들이라 아이들과 새롭게 챌린지 항목을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책을 읽고 나니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스로 만든 챌린지라 실천 가능성도 높았다. 풍성한 아이디어를 종류별로 유목화하여 전교생 여름방학 과제로 제시하기 위한 만덕생태마블을 제작했다. 방학 과제는 학급 밴드에 댓글로 올려서 인증하도록 했다. 최대한 인증 방법을 간단하게 해서 참여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선택 과제임에도 100여 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했다. 협력 수업의 효과에 더해 자신들이 직접 제안한 덕에 1학년의 참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상품도 비건 쿠키, 세안 비누, 유리 빨대와 세척솔, 비건 초콜릿 등 필환경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선정하여 더욱 의미가 깊었다. 활자에서 사람책으로 학교도서관 필환경 프로젝트 수업은 1학년과 함께 했다. 2, 3학년과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겸(2학기에 3학년 도덕 협력으로 환경 윤리를 다루며 위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좋은 기회가 닿아 작가와의 만남도 했다. 한창 1학년 협력 수업을 하던 중이라 확실히 1학년의 신청률이 높았다. 잘 버리면 살아나요의 손영혜 작가는 테마파크 디자이너를 하다가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환경 교육을 하는 실천가이다.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부터 필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3학년 싱어송라이터 학생은 아기 거북이 클로버 그림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곡을 써서 특별공연을 해주었다.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에게 기념 굿즈로 손영혜 작가님과 만덕중의 초록빛 책 대나무 칫솔을 선물했다. 강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기회로 이어지는 것이다. 필환경은 학교도서관 수업에서 만나 챌린지와 작가 만남을 거쳐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책으로 읽은 간접 경험이 직접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실천하는 사람을 위한 생태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면 사서교사와 함께 학교도서관 필환경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것을 제안한다. 학교에서의 환경 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 답변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I. 서론 한 교직단체의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 교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41.0%는 최근 2년간 학생의 폭언 또는 폭행을 경험했다. 교육 활동의 어려움으로 휴직(또는 병가)을 했거나 고민해 본 교사도 전체의 29.0%에 달했다. 일본은 훨씬 더 심각하다. 2017년, 일본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022건의 교사 폭행이 발생했으며, 학생 399명이 검거되었다(이동준, 2017). 이러한 수모 탓에 교사들의 발령 3년 내 이직률은 무려 45%에 이르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휴직하는 교사의 비율은 25년 전보다 5배나 증가했다(황보연, 2017). 유럽도 비슷하다. 핀란드 교원노조에 따르면 2019년 교사 10명 중 1명은 교육기관에서 폭행을 당했다. 많은 교사들은 폭력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방어 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임미나, 2020). 영국 교사 중 절반 가량도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심지어 신체적 폭력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Furedi, 2009. Verhaeghe, 2020 재인용). 이러한 문제는 교사가 가진 전통적·수직적 권위는 사라지고, 새로운 권위 체제는 만들어지지 않은 권위 부재로 인해 생긴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권위를 획득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가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그 성과는 크지 않을 뿐더러, 권위 획득에 필요한 역량에서 교사 간의 차이가 커 일부 교사는 교육을 포기하거나 무기력한 교사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가 교사의 권위 부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교육 부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사가 행사할 수 있는 강제력이 약화되고, 교사의 전통적 권위마저 사라진 상황에서는 대드는(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생을 지도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1925년, 프로이트는 미래를 예견하는 위트 있는 글을 남겼다(Paul Verhaeghe, 2015/2020: 85). 앞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직업이 세 가지 있는데, 교육하는 일, 치료하는 일, 통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은 권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권위가 추락하는 시대가 되면 이 세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권위와 교육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수직적 권위 부재의 시대에 교육을 회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대안 탐색을 위한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교육과 교사의 권위 관계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권력과 대비되는 개념인 권위란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다(표준국어대사전). 둘의 공통점은 통솔하는 힘인데, 전자는 공인된 권리에 바탕을 둔 힘인 반면, 후자는 사회적 인정과 구성원의 승인에 바탕을 둔 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위도 함께 인정받으면 조직 통솔이 용이하다. 그러나 조직의 장이 권력은 가졌지만 구성원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자꾸 충돌이 발생하여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권위는 가지고 있지만 법적 권리가 약할 때에는, 구성원이 리더를 무시할 경우 리더가 행사할 수 있는 통솔력이 약해져 조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권력과의 관계에서 재정의하면, 권위란 “내가 폭력이나 공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의 말과 요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용하게 하는 일종의 힘”이다. 더 쉽게 정의하자면, 상대가 강제적으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힘이다. ‘권위’라는 용어는 권력(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권력을 가진 리더에 대해 구성원의 복종 수준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기도 하다. 조금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 관점에서 보면 교사 권위 부재란 학생들이 더 이상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교사 권위 회복이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힘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사의 전통적 권위가 힘을 발휘하는 바탕에는 체벌이나 기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권위에 도전했을 때 발생할 사회적 압력과 비난 등 잠재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 전통적인 경외감 등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점차 약해지면서 교사가 행사하던 하향식의 일방적 권위는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었다. 사회와 언론도 교사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이 무기력한 존재가 되도록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변화를 인지한 일부 학생들이 교사의 권위를 부정하고 뭉개고 있다. 오늘날 교사에 대한 권위가 부정당하는 것은 파스칼이 이야기한 “권력이 없는 정의가 부정당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교사의 권력(징계권)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의 흐름상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여기에서는 간단한 얼개만 소개하고자 한다. III. 새로운 권위 : 집단적·수평적 권위 권위 부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파울 페르하에허(Verhaeghe, 2015/2020)는 집단적·수평적 권위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교사 개인의 권위만으로는 학생을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가 먼저 해야 할 것은 ‘학생도움팀’ 시스템 구축이다. 도움팀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은 교원(담당 부장교사, 담임, 상담교사, 교과담당 교사, 방과후학교 교사, 스포츠 팀 코치, 학교장(감) 등 포함),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구청의 사회복지사, 학부모, 학생(급우 및 친한 친구) 등이다. 이 팀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학생 교정 및 바람직한 성장 지원이다. 광주 학강초등학교에서는 이와 유사한 ‘수업 119’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박남기, 2021.07).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로부터 도움 요청이 오면 특정 학생을 위한 도움팀을 구성·가동하고, 그 학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페르하에허는 도움팀에 해당 학생의 학부모를 참여시키고, 논의를 진행할 때 심지어 해당 학생까지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가능하면 해당 학부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는 상담 시 내담자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통해 해당 학부모와 학생이 문제 학부모나 학생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우받고 있음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 교사에게는 대들던 학생이나 학부모라도 도움팀을 통해 문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죄책감이 아닌, 라캉이 지배자의 감정이라고 말한 수치심이 유발된다. 수치심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기회를 만들어준다. 수치심을 느끼는 부모가 도움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할 수도 있다(Verhaeghe, 2015/2020: 224).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할 때 학교운영위원회,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등과의 협의 및 동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교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시행착오는 발생할 것이므로 지속적인 제도 보완은 필요하다. 교사 개인 권위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단권위 시스템 구축은 교사들이 위축되거나 교육을 포기하지 않게 하며, 교사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적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수능 출제 오류 논란 2022학년도 수능은 역대급 수능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기초학력이 무너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용암수능’으로 불린다. 국어와 수학교과의 선택교과별 점수 산정으로 입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법원의 출제 오류 결정으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모두 정답처리된 성적표까지. 한마디로 수능이라는 시험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보여준 수능이었다. 수능 문항 오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수능의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법원에서 ‘정답 없음’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수능 문항 오류에 대한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복수정답 인정 사례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능 문항 오류에 대한 논란은 시대가 변하면서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이의제기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기존의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5지 선다형에서 정답을 고르는 시험 자체가 이런 시비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수많은 수능에서의 변화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다. 1993년에 시작된 수능은 무려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순 암기력 시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의 학력고사를 탈피하여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도입한다. 첫 해에는 8월과 11월 2번의 시험이 치러졌으나 난이도 차이 문제로 인해서 이듬해부터 11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바뀌게 된다(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2번의 수능은 이미 실패했던 정책이다. 지금도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6, 9월 모의 수능과 실제 수능의 난이도 차이 역시 상당하다). 그 후 수능 제도는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기재되지 않고 등급만 기재되는 수능 등급제를 시행하지만, 이듬해 등급제가 폐지되고 다시 표점과 백분위, 등급이 모두 기재된다. 2014학년도에는 국어와 영어를 A, B형로 나눈 수준별 수능이 시행되지만,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에서 각각 영어와 국어의 수준별 수능이 폐지된다.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에는 각각 한국사와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그리고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형 수능이 실시된다. 수능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한때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였던 시기에 그 비중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대입공정화 방안 이후로 학종은 줄어들고, 교과전형과 정시의 증가로 수능의 비중은 매우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능 한 문항이 대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수능의 난이도와 문제 오류에 대한 논쟁도 함께 격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이 과연 생산적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고등학교에서의 1순위는 입시가 되었고, 교육의 본질보다는 입시에서의 유불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입시의 주류가 학종이든, 교과든, 정시든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수능이 주류가 된 이 시점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대학입시는 고등학교에서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평가원은 항상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풀 수 있는 문항을 출제했다고 앵무새처럼 발표하고 있다. 과연 현재의 수능이 그러한가? 입시를 치러본 학생과 학부모, 교사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수능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평가되고, 정시 비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국어와 수학, 탐구에서 변별도를 두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수능국어 비문학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법학적성시험(LEET)의 기출문제를 풀어야하는 것이 현실이고, 수학 4점짜리 문제는 상당수 학생들이 포기하는 문항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영어는 어떠한가? 교과서 수준의 영어 지문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원서 수준의 수능영어를 풀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30년치 기출문항이 누적되어 있는 탐구교과의 경우에는 변별도를 위해서 만들어진 문항에 대한 논란이 곧잘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생명공학II 문항은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마저 이것이 고등학생 수준의 문제냐며 놀라기까지 하는 수준이다(사실 수능 오류문항도 이렇게 변별도를 주기 위해 만든 문항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수준의 수능 문항을 과연 공교육인 학교에서 대처할 수 있을까? 여기에 국어와 수학의 경우 동일한 원점수를 받더라고 선택교과에 따라 다른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결정되는 희한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공정한 시험이라는 수능이 능력이 아닌 선택교과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또 하나의 불공정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예전의 학교 환경이었다면 수능 시험은 충분히 대처할 수도 있다. 그 당시도 사교육의 의존도가 크기는 했지만, 지금의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모든 수업시간은 오직 수능문제 풀이만을 위해 존재했다. 강의식 수업과 문제풀이 수업, 강제 야자와 보충수업으로 이어지는 학교현장은 수능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인해서 수업은 단순한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중심의 수업으로 변하고 있다. 단순 문제풀이를 지양하고 독서와 토론, 탐구활동이 이루어지는 수업으로 말이다.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강제 방과후 수업은 사라진 지 오래다. 더군다나 수능에 집중해야 하는 고3 시기의 경우 교육과정의 변화로 인해서 학생 자신이 선택한 수능선택과목을 위한 수업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심지어 어떤 학생의 경우는 고3 교과에서 수능교과가 하나도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수능의 비중과 난이도는 그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지만, 정작 공교육인 학교에서 수능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능준비를 하려면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학교가 처한 현실이다. 수능을 위해서라면 교육과정에 앞서 선행학습을 하고, 대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재수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학교를 믿고 따른 학생들이 손해보는 구조이다. 교육과정은 어떠한가? 2015교육과정이 개정될 당시, 수능은 전 영역 절대평가를 전제로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대입공정화 방안 이후로 교육과정과 대입의 방향은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2015 교육과정보다 더한 2022 교육과정 총론이 발표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혼란은 심화되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2022 교육과정이 현행 수능과 대척점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은 공교육을 믿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학생들이다. 학교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목표를 수행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현행 수능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인가? 하는 물음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이미 30년 전에 출발한 수능이 형태와 난이도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5지 선다형의 선택형 시험이며, 정량화된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고 있다. 심지어 수능 문항은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정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는 시험이다. 다른 선택지가 정답일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수능 문항이다(이로 인해서 많은 복수정답과 오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답하도록 가르치고자 하면서, 정작 대입 평가는 ‘단 하나의 정답(그것도 100%가 아닌)’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하고 있다. 또한 정답에 대한 논란이 나오면 원래 수능은 ‘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정답에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는 시험’이라는 변명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이 과연 21세기가 20년도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타당한가라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노(NO)”라고 답할 것이다. 기계적 공정을 앞세워 이런 시험을 주류로 만들어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미래는커녕 과거로 되돌아갈 뿐이다. 이미 우리는 이런 분위기가 학교와 수업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수능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출제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수능의 문제점을 풀어낸다고 해서 현재의 입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능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을 포함한 대입 전반에 걸친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육계 전체가 나서야 한다. 대입 공청회처럼 전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은 이미 실패로 끝난 상황이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전제로 지금의 교육을 바라보고 내리는 처방전은 환자를 더욱 아프게 할 뿐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교육 전체를 바라보고,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이다.
“수능은 공정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아요. 정답과 오답만 가르는 찍기 시험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교육을 모두 지배하는데 무슨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어요.” 교육부장관을 지낸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은 수능의 가장 큰 폐단으로 학생들에게 정답과 오답만 있는 세상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알아야 할 모든 지식에 맞고 틀리는 것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중간이라는 게 얼마나 많아요. 검은 것과 흰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회색지대가 훨씬 많잖아요. 그런데 수능은 회색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김 이사장은 이 같은 수능 교육이 우리 사회에 흑백논리를 강화시키고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대립적 문화를 고착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능은 이미 한계를 넘긴 지 오래”라고 전제하고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개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당장 폐지하기보다 10년, 20년 장기적 안목으로 서술형 문항을 추가하는 등 발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우리 사회 석학으로 존경받고 있는 김 이사장을 만나 한국 교육의 위기와 가능성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 3월이면 대선이 치러집니다. 교육계를 대신해 여야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통령이란 국민들을 위해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대통령 후보 중에 누가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부동산 문제도 검찰 개혁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이 이대로 가면, 우리의 미래는 정말 어둡다고 봅니다. 상당히 어둡습니다. 교육의 여러 문제들을 정파적 안목이 아닌,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긴 호흡으로 풀어가길 당부합니다. 5년마다 교육정책을 리셋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선거가 임박하면 공약을 내놓겠지만 현재로선 교육에 좀 무관심해 보입니다. 괜히 건드려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일까요? “국민들의 관심이 없는 거죠. 사실 교육열이 높다고 하지만 오로지 관심은 대학입시뿐입니다. 그러니 입시가 끝나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끝나버리는 거죠. 사실 국가지도자라면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점은 아쉽습니다.” 지난 5년 문재인정부 교육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지, 또 학점으로 총평을 한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는지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지난 2년은 교육종사자 모두에게 어려운 기간이었고, 정책수립 및 구현에서도 어려움이 더 많았던 기간이었다고 믿어집니다. 인상 깊었던 점을 꼽는다면 첫 번째는 임기초기의 ‘대입 공론화 위원회’ 구성과 운영이고, 두 번째는 이런 공론화를 통해 수립했던 대입제도를 소위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바로 다시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아쉽게도 모두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인상 깊은 것들이 남아 있네요. 저는 자사고 폐지 등도 상당히 잘못 추진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국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을 그땐 관행이 그랬다느니 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했죠. 게다가 오히려 입시제도를 바꾸라고 요구할 정도니 국민들이 분노할 수밖에요. 많은 교수들이 자녀 입시를 위해 논문 품앗이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 것도 유감스럽습니다.” 그러고보니 논문표절과 자녀 공저자 등재 등 대학의 연구 윤리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일부 유력인사들의 학위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고요. 대학 스스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대단히 아쉽지만 대학이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여느 조직과 다르게 훨씬 더 도덕적으로 엄정하고 모든 면에서 투명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걸핏하면 부각되는 논문 표절 시비는 결국 대학이 부실하게 학위를 수여했기 때문이지요. 의혹이 제기되면 이를 철저히 점검해서 표절이라면 학위를 취소하고 지도교수를 징계해야 하는데, 그런 당연한 일들에 대학은 머뭇거리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자녀 공저자 등의 경우에도 엄중한 징계가 있어야 합니다. 대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도덕적으로 엄격해져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6월에는 시도교육감 선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교육계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여기시는지요. “우선은 지금과 같은 교육감 선거제도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훨씬 더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통상 20%도 안 되는 투표율은 이미 그 자체로도 직선제로서 전혀 의미가 없다고 믿습니다. 누구도 관심 없는 선거이기에 기호를 잘 추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우스꽝스런 행사가 돼 버렸습니다. 정당과 연계되어 있는 줄 착각하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소위 좌파처럼 후보단일화를 이루면 무조건 승리, 혹은 우파처럼 단일화에 실패하면 필패입니다. 즉, 후보자의 경륜도,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교육정책도 당락에 전혀 영향을 못 미치는 선거입니다. 교육감 선거가 전혀 교육적이지 못하니 이는 정말 큰 문제 아닌가요? 저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지방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육감 직선제 폐단이 크다는 말씀인 거죠? “교육자치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치꾼들의 놀이터가 돼 버렸습니다. 수백억 들여 선거해 봐야 그사람들 좋은 일 시키는 거예요. 교육감 하겠다는 사람들도 교육보다는 정치권 눈치나 보고 말이죠. 이걸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실정에 교육감 직선제는 맞지 않아요.”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두드러지고 교육격차가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도 성과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코로나19로 인해 격차가 심각해진 분야 중 하나가 교육임에 틀림없습니다. 학교는 미래 세대를 위해 인류가 창안한 교육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지요. 그런데 같은 또래 학생들을 학교에 모으는 것으로 시작하는 전통적 교육은 코로나19로 졸지에 불용(不用) 처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던 혁명적 변화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엔 현격한 격차가 생겼습니다. 벌써 2년째 계속되고 있으니 훗날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 같습니다.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마련하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국가의 획일적인 정책은 항상 또 다른 부작용도 불러오지요.” 이런 때 일수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습 의욕을 확실히 지닌 학생들은 어느 또래건 대개 전체의 20% 정도뿐인데,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학생들에게 원격수업은 지루한 시간 때우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학습의욕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가 이를 직접 독려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원격수업을 훨씬 효율적으로 가꾸는 일은 교육계에 주어진 새로운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야 할 일입니다.” 관련지어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야기 합니다.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대비하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과학 및 이공계 교육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공계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 교육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는 이제 디지털 문명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학생들이 길러야 할 소양을 알차게 교육하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일은 어떤 측면에서 그보다 더 중요하지요. 학생들의 학습목표는 오로지 시험을 잘 보는 것이므로,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는가가 결국 교육을 지배합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깊게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현재의 수능과 같은 시험으로 평가받는 학생들에게 그런 가르침은 그저 공허할 뿐입니다. 긴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풀어야 할 많은 문제에 오지선다가 어디 있나요? 저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우리 교육을 풀기 위해서는 수능이라는 매듭부터 손을 보아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모든 국민이 자녀의 대학입시에 초미의 관심을 갖는 상황에서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은 물론 불가능이지요. 긴 시간을 두고 장기적 계획으로 수능을 바꾸어야 합니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수능제도에 손을 대는 일은 최악입니다. 학생들에게 ‘공부와 학습’을 지긋지긋한 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 현재의 수능입니다. 저는 50년 전에 예비고사를 치른 세대입니다. 지금의 수능 같은 대입을 위한 전국 차원의 시험이었지요. 이런 무지막지한 시험제도가 아들딸을 지나 손자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나요?” 이명박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지내셨습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교육부 폐지론이 나옵니다. 실제 장관을 해보시니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여기시는지요. “참으로 아쉬운 이야기입니다. 교육부가 없으면 진정 교육이 잘 될까요? 국회나 청와대가 없으면 우리나라 정치가 잘 될 것이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인재양성의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획일적 규제 등은 폐지되어야 할 대상이지요. 교육부 폐지는 빈대 잡자고 초가집 태우는 일입니다.” 새해를 맞아 전국의 교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교직은 성직입니다. 소명은 원래 종교적 개념으로 하늘의 부름을 받은 일이라는 뜻이지요. 같은 일에 종사하면서도 그 일에 대한 의미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물론 많지만, 저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인간사회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 일이라 믿습니다. 사회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드립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범띠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998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모두 5명의 초중등 교사다. 새교육이 신년특집으로 기획한 좌담회에서 이들은 정부가 제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학교 현장에 맞는 교육정책을 펼쳐 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교육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교원성과급과 교원평가를 폐지하고 보직수당을 인상하는 한편 교권보호에 한층 힘을 실어주는 그런 새해가 되길 희망했다. 이들은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VR 등 에듀테크를 교육에 활용, 학생들의 창의성과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인성교육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좌담회 참석자는(가나다순) 노윤란(인천 초은초·1974년생) 문솜(서울 동원중·1986년생) 서수민(서울 서원초·1998년생), 양진원(제주 대흘초·1986년생), 이영준(경기 안성창조고·1986년생) 등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먼저 2021년 잠깐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특히 선생님들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는지요. 노윤란 아무래도 줌 수업 아닐까요? 갑자기 끊기고 튕겨 나가고, 많이 당황했어요. 제가 접속이 되면 학생들이 안되고, 반대로 학생들은 되는데 저는 튕겨 나가있곤 했죠. 초기에 혼란이 많았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가뜩이나 집중도가 떨어지기 쉬운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습지도에 어려움이 컸어요. 서수민 임용시험 합격 후 처음 교단에 선 한 해였어요. 아이들에게 피해 줄까 봐 수업 준비를 많이 했는데 원격과 등교수업을 오가는 바람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또 생각과 달리 자꾸만 전달식 수업을 하게 되고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때면 ‘내 탓인가’ 죄책감이 들기도 했어요. 양진원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오락가락하다 보니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원격 때면 ‘아이들이 점심은 제때 먹는지 밤늦도록 핸드폰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컸죠. 그런데 등교수업이 시작되자 이번엔 무너진 생활 리듬을 찾지 못해 아이들이 무기력해지는 걸 많이 봤어요. 친구들과 관계도 서먹해 학교 수업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기껏 생활습관을 잡아놓으면 다시 원격으로 돌아가 말짱 도루묵이 되곤 했죠. 교사로서도 참 막막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영준 저는 ‘관계’를 꼽고 싶어요. 대면 수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학생들과 변변한 추억 하나 없네요. 교사로서 참 아쉬웠습니다. 또 불필요한 접촉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많아 동료교사들과도 끈끈한 유대를 맺기 힘들었습니다. 관계의 단절을 가장 힘든 점으로 꼽고 싶어요. 새해에는 이 같은 어려움들이 모두 해소되고 학교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3월에는 대통령선거, 6월에는 시도교육감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양진원 제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너무 많아요. 예컨대 초등 1~2학년 수업을 오후 3시까지 늘리겠다거나 돌봄교실을 저녁 7시까지 하겠다는 것들은 학교 현실을 무시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생각입니다. 현장에서 실천 가능하고 학생들에 유의미한 정책들을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영준 동감입니다. 교육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현 정부는 학생 중심 교육을 내세우며 교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수민 저는 소위 말하는 학생인권조례 세대인데요, 초중고 시절 학생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배웠죠. 그런데 교단에 들어서서 보니 학생 인권은 이전보다 많이 신장됐는데 교권도 그만큼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더군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교권 보장을 위한 인적·물적 토대가 마련된다면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 솜 개인적으로 교사는 씨 뿌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뿌린 씨앗은 아주 긴 시간이 흐른 후 열매를 맺습니다. 알찬 열매를 맺으려면 비옥한 땅이 중요한데 그런 토양이 바로 학교 현장인 셈이죠.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상의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는 그런 국가지도자라면 유권자들이 외면하지 않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들이 마음 놓고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교육당국의 교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윤란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과대학교예요.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급한 곳이죠. 교사가 제대로 된 수업을 하려면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해요. ‘우리 땐 한 반에 60명이 넘는 교실에서 공부했는데 30명 가지고 힘들다고 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을 때면 기운 빠지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보조교사를 확대 배치해 학생 개인차에 맞는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수민 비록 교직 경력은 1년 남짓이지만 교사들의 수고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장선생님들이 받는 수당도 턱없이 모자란 거 같았고요. 성과급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남들보다 몇 배 일하고도 B등급을 받는다면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일한 만큼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동기부여가 되는데 이런 점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영준 저도 매년 느끼는 거지만 성과급 시즌이 되면 마음이 불편해요. 학교별로 기준을 정해 심사를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너무 많습니다. 차제에 교원성과급을 폐지하고 수당이나 직무급제로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진원 교원평가도 폐지돼야 합니다. 요즘은 험한 욕설들이 많이 걸러졌지만 그래도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은어나 받침글자를 이용해 쓰여 있어요. 교사로서 마음의 상처가 크죠. 부적격교사를 솎아내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선량한 교사들을 떠나게 만드는 역기능이 심각합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됐습니다. 문 솜 중학교 교사로서 임용 문제를 짚고 싶어요. 중등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데 교사 되기는 바늘구멍이죠. 양성과 임용의 수급불균형이 너무 심합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규모만큼 사범대학에서 양성하는 체제를 통해 교사 교육과정이 밀도 있게 운영됐으면 좋겠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현장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어떤 부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기는지요. 문 솜 가상현실 기술이 교육현장에 도입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학생들이 책으로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직접 경험해 본다면 더욱 생생한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수민 저도 정보활용 교육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찾아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영준 그러려면 교실수업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사실 원격수업을 하면서 교사들 간 전문성 격차가 많이 드러났어요. 앞으로도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수업이 요구될 텐데 그럴수록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 데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윤란 지식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성교육 아닐까요? 학교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기본 요소인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근한 예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학교폭력도 줄어들지 않고 있잖아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며 존중하는 민주시민을 기르는데 교육적 역량이 모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진원 조금 지나간 이야기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중에는 연필 잡는 법은 물론이고 숟가락·젓가락 잡는 법도 배우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상대를 배려하는 법이나 상처 주지 않고 말하는 대화법,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협업 능력 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은 기본에서 출발하고 기본으로 완성되는 법이죠. 긴 시간 감사합니다. 끝으로 못다 한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영준 특수학급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매우 필요합니다. 특수학급에 근무하면 보통 미니 특수학교의 느낌으로, 교육과정 편성, 체험학습, 통학비 등등 업무가 너무 많아 정작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단위학교의 업무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윤란 전 후배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당장은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훗날 좋은 교사로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초임교사 시절 학부모가 상대 학부모에게 소송을 걸고말썽 피우는 아이들 때문에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어요. 당시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 원망도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니 소중한 경험들이더라고요. 지금 힘든 상황에 놓인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성숙한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고 씩씩하게 대처해 나가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양진원 사실 학교에서 교사로서의 삶은 전쟁과 같습니다. 쏟아지는 공문, 학부모 민원, 아이들과의 만남 등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교사일까? 공무직일까? 민원처리반일까? 하는 생각들이 떠나질 않아요. 교육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이 점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음유하듯 조상의 흔적들과 공존하는 인도의 하루 마이소르행 기차를 탄다. 30분 연착이라니 정말 너무 착해진 인도 기차에 새삼 놀랐다. 알아듣긴 힘들지만 안내 방송도 있고, 전광판을 부지런히 흘러가며 친절을 열거하는 안내 글자들도 있다. 오래전 북인도를 여행할 때 겪었던 10시간 연착도 그러려니 했던 기차였는데 말이다. 이틀을 주유하던 함피와도 이별이다. 12시간 정도를 달려 마이소르에 이르게 된다. 인도에 와서 세 번째 야간 이동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난 야간 침대 기차나 슬리핑 버스에서도 잘 잔다. 더 소란스럽고 이동이 잦은데도 말이다. 평소에는 숙면을 잘 취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대목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의아하다. 게다가 예전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깨끗한 침대 시트까지 2매씩 지급이 되었다. 역시 잘 잤다. 카르나타카(Karnataka)주의 주도인 벵갈루루에서 절반 넘는 사람들이 내렸다. 아침 6시가 됐고 이윽고 해가 뜬다. 버스로 3시간 넘게 더 달려선 마이소르에 닿는다. 더욱 짙은 푸름과 무성한 야자수 수풀들이 인도반도의 더 아랫녘으로 내려선 것과 남국의 열대를 증언한다.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창 너머로 마이소르 궁전의 돔 지붕이 뵌다. 왼쪽으로는 성필로메나 성당의 뾰족한 첨탑이 뵈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전망이다. 오늘 내일 이틀간 이 생면부지의 남인도 한 도시에서 머물게 된다. 음유하듯 그 조상들의 흔적과 현재 그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경이롭게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을 나 또한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리라. 그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면서..... 저개발국이 그랬고, 특히 인도의 뭄바이가 그랬고, 함피의 호스펫이 다 그랬다. 먼지와 차와 오토바이, 오토릭샤들이 뒤엉킨 무질서와 지저분함. 그러나 몇 거쳐 온 곳 중에 그래도 덜 번잡하고 덜 지저분한 곳. 오히려 차분함마저 느껴지는 첫인상의 도시가 이곳 마이소르다. 숙소를 나서 300미터 정도 걸어 나갔는가 했는데 한 식당이 눈에 든다. 현지인들로 그득 차 있다. 휘휘 한 바퀴 둘러보고 개중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음식을 손으로 가리켰다. 카레와 큼직한 로티 한 장, 그리고 몇 가지가 더 있는 이 메뉴는 50루피, 우리 돈으로 850원 정도이다. 솔직히 맛있다는 말을 하기엔 주저되지만 먹을 만은 했다. 화덕에 로티를 구워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신난 요리사가 뭐라고 열심히 설명을 한다. 알아듣지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끄덕해 주었지만, 환한 웃음으로 즐거워한다. 일단 데바라자 마켓으로 향했다. 놀라워라~ 이렇게 놀라운 삶의 생생함이라니! 열대의 풍요로움과 다양한 인도의 빛깔들이 다 모여 있다.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오늘은 스치듯 이렇게 지나가지만, 내일 다시 더 찬찬히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다른 길을 재촉했다. 인도 여행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인도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인도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검색해둔 영화관엘 인터넷 지도의 안내로 이르렀다. 그런데 담장으로 둘러처진 영화관에 경비가 대문을 닫아둔 채 아예 들여보내지 않는다. 한 발 물러서 관망해 보니... 알겠다. 상영시간이 가까워져야 들여보내는 거였다. 영화 포스터 한 귀퉁이에 다음 시간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4시 30분. 일단, 성필로메나 성당으로 향한다.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호객하는 오토릭샤꾼들의 부름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내내 걸어서 도착했다. 가이드북에도 쓰여 있었지만 인도 분위기와 너무나 이질적이고 고압적이고 날카로워 보이는(보는 관점에 따라 웅장하고 엄숙하다고 표현하는 이도 있으리라) 이 건물. ‘너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니?’라는 느낌이다. 그나마 내부는 전체 수리 중. 성당을 한 바퀴 돌고 나선 서둘러 다시 서울의 상암과 같은 이름을 한 극장, 상암시어터(Sangam Theater)를 향해 바삐 걸었다. 4시 10분. 문이 열렸고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영화는 단 하나. 70루피 티케팅을 하고 기다리니 30분이 되어 관람을 마친 앞 시간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온다. 관람객의 95% 정도는 남자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대공연장 같은 규모의 넓은 영화관이다. 인도는 극장 영화 제작 편수에서 해마다 1000편 이상을 만드는 유일한 나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정도로 극장 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이다.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최고 수준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힘을 못 쓰고, 자국 영화에 환호하는, 영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영화관에 들어서서 인도 남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더니, 잠시 후 인도 국가인가 보다. 일제히 일어서서 경의를 표하길래 나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자 세상에나 관객들이 난리다. 손뼉을 치고 휘파람과 괴성을 지르는데 고막이 찢어질 지경이다. 이렇게 영화관이 해방구 같은 역할을 하다니! 인도인들의 영화사랑을 온몸으로, 생생하게 경험했다. 인도인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비현실적인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꿈과 같은 세상을 경험하고 해피엔딩을 보며 자기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넓고 큰 공간이라 대화면에 화질도 좋고 음향도 준수하다. 부대시설은 우리의 70~80년대 수준.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이란다. 1시간만 보고 마이소르 궁전의 해질 무렵을 보기 위해 극장을 나왔다. 해가 지면 불빛과 더불어 더욱 수려해진다는 마이소르 궁전의 풍경을 보기 위해 서둘렀다. 북문이었나 보다. 남문에서는 5시 30분까지만 입장한단다. 내일 다시 올 건데 지나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오케이란다. 외관 몇 컷과 서녘으로 떨어지는 해와 궁의 모습 몇 컷을 담으니 퇴장을 외치는 경비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궁전 외곽에서 디즈니 만화에나 나올 법한 동화의 모습 같은 야경을 감상했다. 마이소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당연 마이소르 궁전이다. 마이소르에는 모두 7개의 궁전이 있기 때문에 마이소르는 ‘궁전의 도시(City of Palaces)’라고 불린다. 마이소르 궁전이라고 하면 보통 마하라자 궁전(Maharaja Palace)을 말하며, 마하라자 궁전을 암바 빌라스 궁전(Amba Vilas Palace)이라고도 부른다. 14세기에 최초의 궁전이 건축된 후, 1897년 결혼식 축제를 열던 중 전소되었고, 현재의 궁전은 영국의 식민 지배 시절 여왕이 영국계 인도인 건축가 헨리 어윈에게 새로운 궁전의 설계를 맡겨, 1897~1912년에 건축된 것이다. 마이소르 궁전은 인도 힌두교의 와디야르 왕조(Wadiyar Dynasty(1399~1950))의 마이소르 왕국(Kingdom of Mysore)의 궁전으로 인도에서 타지마할과 더불어 가장 방문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며, 빼어난 조형미와 거대 규모, 동화 속 왕궁 같은 수려한 외관과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튿날, 마이소르에서의 여정이 좀 여유롭다. 자간모한 궁전과 마이소르 궁전 내부까지 다 관람을 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스리랑가파트나행 버스를 시티버스스탠드에서 탔다. 여기 마이소르의 시내버스는 여태 들렀던 다른 도시의 그것보다 깨끗하고 최신식이다. 그런데 버스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앞문으로 타서 그 자리에 서 있었더니, 운전기사가 무슨 말을 하면서 역정을 낸다. 상황 파악. 버스 중간쯤에 문이 하나 있고, 앞쪽은 여성 전용이다. 무슬림도 많다는 이 도시의 여성 배려 문화인가 보다. 아니면, 얼마 전에 있었던 인도 여성 추행이 문제가 되어서 철저히 남녀 구분해서 타게 하는 것인지. 스리랑가파트나에 도착해서 먼저 만난 큰 건물이 자마맛지드란 이슬람 모스크였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서 다른 출입자들의 행동을 관찰해 보았다. 먼저 발을 씻는다. 그런 다음 2층으로 오른다. 나도 따라서 신발 벗고 발 씻고 들어서는데 통행로 양쪽에 차도르를 쓴 여성들이 구걸을 하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그 싸한 눈길을 지나 2층에 오르니 한창 예배 중이었다. 실내로 들어가서 한쪽 가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의식이 끝나자 이맘(Imam, 무슬림의 지도자)으로 추정되는, 다른 사람과 복식이 조금 차이가 나는 한 명이 걸어 나오자 한 사람이 나를 밖으로 나가도록 안내한다. 모두 밖으로 나오자, 이맘은 막바지 축복과 기도인 양 양손을 허리춤 약간 위로 올리고 기도를 하더니 마친다. 아래로 다시 내려가서 아이 두 명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Tippu's Death place’란다. 외세에 맞서 싸우다 술탄이 장렬히 전사했다는 곳. 그는 외세(영국군)와 가장 강력하게 조직적으로 맞서 싸운 거의 유일한 왕이었다고 한다. 그 후 영국군에 매수된 인근 왕국 연합군에 의해 4차 마이소르 전투에서 전사하게 되고, 영국은 이후 티푸 술탄 이전 와디야르 왕조 괴뢰 정권을 옹립하며 섭정을 시작하게 된다. 티푸 술탄의 행적을 보면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아 마땅하지만, 다소 초라하고 허술하게 관리된 그의 유적지 앞에 서니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의 불꽃같은 투혼은 영국 식민지의 지속과 힌두 정권의 주도권 아래 부역자와 그로 말미암아 대대손손 부귀를 누려온 세력에 의해 퇴색된 것이라는 씁쓸한 생각에 우리의 현대사를 반추해 보게 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스리랑가나타스와미 템플. 그러나 오늘 오후 4시엔 종교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4시 이전엔 출입이 안 된단다. 4시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외관만 둘러보고 다시 마이소르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거리표 짜이 한 잔을 마셨다. 잠시 후 버스가 온다. 이번엔 넉넉하게 남은 자리 덕분에 차창 밖 풍경을 여유롭게 음미하며 돌아갈 수 있다. 야자나무만 배경에서 지운다면 우리네 시골 여느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차창 밖 정겨운 풍경이다. 마이소르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오후. 시내에 이르러, 다시 찾아오마 생각했던 데바라자마켓으로 걸음을 하여 그 북적이는 삶의 온기 속에 흠뻑 몸을 맡겨 보았다.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재래시장은 골목별로 상품들이 잘 구획되어 있다. 풍성하고 넘치는 색감에 더하여 향기까지 정겹다. 오래오래 시장을 거닌다. 어깨가 부딪혀도 좋고, 호객하는 사람들의 외쳐대는 큰 목소리들도 더 이상 소란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열대의 갖가지 과일들이 모여 있고, 신께 바쳐지기 위한 온갖 꽃들이 축복처럼 시장 거리를 치장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적 표식과 치장, 염료로 두루 쓰이는 ‘꿈꿈(KumKum)’이라는 천연 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어 다채로운 빛의 축제라도 열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이전에 다녀왔던 남인도, 그중 마이소르 지역을 배낭 여행했던 기억을 다시 호출해 보았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유적이라는, 화려한 치장을 자랑하는 마이소르 궁전보다도 내겐 재래시장 데바라자마켓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열대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운 빛이 어우러진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던 곳. 그런 곳에서라면 언제든 길을 잃고 한없이 거닐고 또 거닐어도 좋을 것만 같다.
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2 (교육트렌드2022집필팀 지음, 에듀니티 펴냄, 528쪽, 2만8000원) 2021년 3월 18명의 교육전문가가 모여 2022년 교육 현장에 가장 영향을 미칠 20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대통령 선거, 교육감 선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이 예정돼 있는 2022년, 대한민국 교육의 정책방향이 집중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교육계의 쟁점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이 8개월에 걸쳐 300여 개의 논문과 자료 등을 조사하며 현황을 분석하고 시사점과 전망을 아우른 글을 한 권에 모았다.
넋두리로만 그치지 않을 교사의 일상과 성장 이야기 (이윤희 외 5인 지음, 교육과학사 펴냄, 24쪽, 1만4000원) 신규교사부터 18년 경력의 교사까지 각각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초등교사 6명이 모였다. 독서교육 전문적 학습공동체 ‘오후의 발견’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들과 실천했던 교육활동부터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 등 학교생활에서의 경험과 고민을 풀어냈다. 제목 그대로 넋두리로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성장의 길로 향하고 있는지를 글로 담아냈다.
수업의 모든 것, 수업을 탐하다 (권경희 지음, 행복한미래 펴냄, 292쪽, 1만5800원) 수업 준비를 많이 했다고, 수업 자료가 많다고, 디지털 매체를 잘 사용한다고 좋은 수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수업을 민낯으로 들여다보아야 하고, 그것은 수업코칭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0여 년 동안의 수업임상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눈빛이 살아있는 호기심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한 7가지 단계를 정리하고 본인의 수업코칭 사례를 담았다.
원씽(One Thing) 교실 (전은주 외 3인 지음, 도서출판 수류화개 펴냄, 280쪽, 1만6000원) 세종시교육청이 세종형 초등학교 학력 신장을 위해 ‘생각자람 초등교육 실천 사례’로 발굴한 출간된 도서다. 4명의 저자는 자기조절력, 디지털 리터러시, 자기주도성, 협력을 미래핵심역량으로 선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교사교육과정 운영 방식의 제안, 전문적 학습 공동체 운영에 대한 생각과 실제 학교 현장에서 실천한 사례를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