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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사회의 여러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계는 작년 말 OpenAI가 출시한 챗GPT로 인해 올 초부터 몹시 소란스러웠다. 챗GPT는 물어보면 뭐든지 척척 답해주고(가끔 거짓 정보를 만들기도 하지만), 수많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줄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하던 인공지능과 비슷한 개체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챗GPT가 대부분의 언어를 참으로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몇 년 전 챗GPT1 개발 때부터 보고 있었는데도 이것은 실로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었다. 필자가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2000년대 초반 어느 날 공학 전공자들과 음성인식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언어교육을 전공했던지라 언젠가 기술이 발전해서 로봇이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그래서 외국어교육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혹시라도 오게 될지 질문하였다. 그때 그들의 답변은 “당신 살아생전에 기계가 인간처럼 말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그로부터 15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에 구글이 Google Assistant를 출시했을 때도 상당한 충격이었는데, 챗GPT는 이보다 열 배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챗GPT가 출시된 이후 필자가 속해있는 각종 커뮤니티·소셜네트워크에서는 온통 챗GPT의 이야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치고 있는(또는 가까운 미래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속단하기 어려우나, 모든 도구가 그러하듯이 결국은 우리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도구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여전히 많은 우려가 존재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교육에 접목하여 교육 효과성을 제고하고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교육에서도 이미 여러 형태의 많은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교육에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학습자 맞춤형 교육’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특성을 지닌 다수의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교실 상황에서 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목표였다.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고,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칸아카데미에서는 ‘칸미고’라는 AI 튜터를 도입하여 학습자가 개별적으로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맥그로힐 출판사에서 개발한 ALEKS라는 AI 기반 플랫폼에서는 학습자 수준을 진단하여 개별 맞춤형 학습내용을 자동으로 큐레이션하여 제공한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교육부는 2025년도를 목표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교육부, 2023a).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기회를 지원’하는데 있다(교육부b, 2023, p.12).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함으로써 영향을 받게 되는 대상으로 학생들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 현장 한가운데는 교사들이 있다. 교육이 인간을 이해하고 서로 교감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한 ‘인간적인’ 행위라는 것을 고려할 때 교육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고,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어떤 의미에서는 인공지능시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 역할 중 하나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에서 교육적 혜택을 이끌어낼 인공지능 수퍼사용자로서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에게 인공지능은 여전히 높은 벽이고, 모든 교사에게 이 역할을 위해서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높이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공교육 내에서 몇 가지 AI 기반 학습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인공지능이 교사의 맞춤형 수업설계를 도와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하여 교사가 사용하기 편리한 교사지원 AI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연구팀 2xAI Research Lab1). 이 시스템 개발의 목적은 교수 설계과정에서 교사의 의사결정이 수월하게 반영되어 학교교육에서 맞춤형 학습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교사지원 AI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첫째, 교사가 수업을 설계할 때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학업성취를 예측하여 결과를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둘째, 교사가 원하는 학습자 특성 변인을 중심으로 최적의 그룹을 구성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는 그룹별로 차별화된 과제나 학습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교사의 교수목적에 따라 분류된 각 그룹의 특성에 맞도록 학습자료를 자동으로 큐레이션해서 제공한다. 교사 지원 AI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므로, 챗GPT와 같은 익숙한 인터페이스 방식을 활용하여 교사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많은 AI 시스템이 개발자 이외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원하는 목적에 따라 수정하여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교사에게 설명가능한(explainable), 그리고 교사가 원하는 변인에 따라 수정가능한(exchangeable), 교사에게 최적화된 AI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특정 결과(예: 학습자 그룹 형성, 학습자 맞춤형 자료 제시)를 내놓는지에 대해 교사들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교사가 원하는 교수목적에 따라 다양한 변인(예: 학습자 수준, 학습자의 진로, 학습자의 흥미 등)을 수정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연구팀은 연구 초기 단계부터 교사자문단을 구성하여 교사들의 요구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시스템 개발 시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인간사회의 역사만큼이나 긴 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가 있었고, 기술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최근 30년간은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지고 그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이 도입될 때도 교육현장에서는 많은 추측과 우려가 있었다. 인공지능도 그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큰 변화를 교육에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더는 무시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공지능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더 많은 학생이 더 나은(최소한 더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2xAI Resarch Lab 연구팀의 고민과 노력은 우리나라 교육이 한 걸음 더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호바스(Horvath) 팁 지난봄,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Horvath, 2020)라는 책을 읽고 파일로 정리해 두었다. 성적처리까지 끝나 조금 여유가 생겨서 다시 꺼내어 읽다가 ‘뇌의 특성을 감안한 PPT 제작 및 발표 방법’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시 읽고 내용을 보완하면서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을 더 상세히 소개할 요량으로 검색했더니 이미 ‘발표를 잘하기 위해 뇌과학을 활용하라’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상세히 소개해 놓은 사이트(똘똘한 온달, 2020)가 있다. 덕분에 책 내용을 소개할 필요는 없어졌다. PPT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그 이유는 책, 혹은 그의 블로그 글을 활용하기 바란다. 이 책 내용을 유튜브에 음성파일로 요약하여 올려놓은 사람도 있다(https://youtu.be/CbFFvTv9fns). ● 호바스의 PPT 제작 팁 요약하여 제시하면 PPT 제작 시 활용할 수 있는 팁에는 1) 텍스트(문장)는 가능한 최소화할 것 2) 키워드 형태의 메시지도 최소화할 것 3) 직관적 이해가 가능한 이미지를 활용할 것 4) 각 슬라이드의 양식(예: 이미지와 키워드 위치)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 등이 있다. 수업(발표) 시 활용할 수 있는 팁으로는 1) 다루는 주제를 매듭짓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2) 발표 말미에 핵심내용 요약해주기 3) 도입 부분 흥미 유발(점화효과)에 노력할 것 등이 있다. 강의나 발표용 PPT에 텍스트는 넣지 말고 필요하다면 핵심단어정도만 포함시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이라는 뇌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타당해 보인다. 호바스가 주장한 뇌의 특성에 대해서는 학습 무관 스마트폰 사용이 학습을 방해하는 이유(박남기, 2021.07)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 떠오르는 질문 그동안 나도 한두 시간 정도 처음 만나는 대중(교육자·학부모 등)을 상대로 미래교육의 모습을 포함하여 큰 흐름을 소개하는 강연을 할 때는 그의 조언대로 이미지와 키워드 중심의 PPT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만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용이나 학회에서 하는 새로운 논문 발표용 PPT에는 이미지나 키워드만이 아니라 텍스트(문장)를 종종 포함시켰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것 같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텍스트가 많이(가령 절반 이상) 포함된 PPT는 뇌의 특성에 비춰볼 때 잘못 제작된 것일까? 교수자(발표자)가 수업용(혹은 학회 발표용) PPT에 텍스트를 포함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업용과 학회 발표용 PPT에는 어느 정도나 텍스트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까? 만일 텍스트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지 않다면 PPT를 활용한 강연 동영상에 자막을 첨부하는 것은 어떤가? 등등이다.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 호바스가 PPT 제작 시 가능하면 텍스트를 포함시키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언어 관련 정보가 우리 뇌에 동시에 입력될 때 하나만 통과하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 때문이다. 당신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동안 책을 읽을 수 없던 것처럼, 당신이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도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듣는 동안 당신의 슬라이드나 발표자료를 읽을 수 없다. 구어이든 문어이든 한 가지 방식으로 정보를 받는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한꺼번에 전달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그 정보를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오랫동안 잘 기억한다. 슬라이드나 발표자료에 텍스트를 포함시키면 상대의 학습과 집중력을 방해한다(Horvath, 2019: 32-33). 텍스트로 이뤄진 슬라이드를 가지고 발표하면 학습과 집중력이 방해받는 이유는 말의 속도와 눈으로 읽는 속도가 서로 달라 뇌가 혼선을 빚기 때문이다. 우리는 1분에 130개 단어를 말할 수 있다. 눈은 1분에 220개 단어를 읽을 수 있다. 빠르면 1,000개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슬라이드에 삽입된 단어(문장)와 말하는 단어(문장)가 사람들에게 동시에 제공된다면, 그들은 눈으로 읽은 단어와 발표자의 음성으로 전해진 단어 사이에서 뒤죽박죽이 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음성을 통해 생성된 단어와 읽기에서 비롯된 단어 사이의 모순으로 인해 또다시 병목현상을 경험하게 된다(Horvath, 2019: 35). 자막과 맥거크 효과(McGurk Effect) 그렇다면 동영상 제작 시 발표자가 하는 말을 자막으로 포함시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까? 모 대학에서 학생 대상 비대면 강의 관련 애로사항을 조사했더니 교수가 제공하는 동영상에 자막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튜브 동영상들은 자막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동영상 강의에서는 자막이 없어서 강의 이해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 자막이 있으면 내용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제공된 동영상 화면에 들어 있는 텍스트와 자막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대면 강의와 달리 비대면 동영상 강의에서는 교수자의 강의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동영상에서 PPT 화면이 주를 이루고, 교수자가 한쪽 귀퉁이에 조그만 화면으로 나타나거나, 아예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이해도는 더 낮아진다. 이때 자막을 넣어주면 교수자의 이야기가 잘 들리게 된다. 자막은 입 모양 정보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교수자가 할 이야기를 미리 읽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잘 들리지 않던 외국 영화의 대사도 외국어 자막이 붙으면 더 잘 들리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nry David Thoreau)가 한 이야기 중에 “우리는 이미 절반쯤 알고 있을 때 비로소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Horvath, 2019: 46). 말의 속도보다는 자막을 읽는 눈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자막이 제공되면 우리 눈은 말하는 상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눈을 통해 그의 말을 들음으로써 이미 알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그의 강연을 보게 되면 당연히 잘 들리고 이해도 더 잘될 것이다. 이처럼 슬라이드에 포함된 텍스트라고 하더라도 자막은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이 아니라 ‘맥거크 효과’를 가져온다. 맥거크 효과란 동일한 발음이라도 말소리를 내는 사람의 입 모양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맥거크 효과는 청각정보는 명확하지 않은데 시각정보는 좋을 때 더 두드러진다(위키백과, 맥거크 효과). 이처럼 시각은 청각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각과 청각은 자유롭게 뒤섞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병목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Horvath, 2019: 51).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동영상 강연 자료를 시청하는 학생에게서 자막이 병목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시각이 청각을 돕는 맥거크 효과가 나도록 하려면 시각자료(동영상에 포함된 PPT 슬라이드)에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제공되는 PPT가 언어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은 단순한 시각자료, 그리고 굳이 필요하다면 키워드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PPT는 순수한 시각자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자막은 해독을 필요로 하는 언어관련 활동이 되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이 자료가 통합되어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감각 통합은 단순한 더하기 과정(additive process. A+B=A와 B)이 아니라 생태학적 과정(ecological process A+B=C)이다. 호바스(Horvath, 2019: 53)는 정원에 딱정벌레를 12마리 풀어놓으면 단순히 딱정벌레 개체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먹이사슬, 흙 속의 영양소, 생존조건 등 정원의 생태계를 바꾼다는 비유를 들고 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이 결합되면 완전히 새로운 전체, 즉 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가 나타나게 된다. 강의용(학술 발표용) PPT에 텍스트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 일반적인 강연에서와 달리 이론 강의를 할 때 혹은 학회에서 학술 발표를 할 때는 나도 PPT에 텍스트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포함시킨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할 때 학생들이 미리 읽고 충분히 이해해온 상황이라면 굳이 텍스트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이론에 대한 정의나 핵심개념 등을 제목과 함께 문장으로 포함시켜놓는 것이 좋다. 내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 전에 그 텍스트를 학생들과 같이 소리 내어 읽어보면 이해의 바탕이 마련된다. 그렇게 한 후에 예를 들어가며 설명이라는 것을 덧붙이면 학생들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텍스트를 많이 포함시키는 경우는 내가 강의나 발표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시키지 못한 경우이다. 이때에는 차라리 핵심 부분을 PPT에 올려놓고 읽어가는 것이 좋다. 물론 전체 PPT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작하여 발표한다면 아무리 학술 발표라고 하더라도 듣는 청중을 지루하게 할 것이다. 설령 학술논문 발표용 PPT라고 하더라도 텍스트만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청중의 이해를 돕도록 설명을 덧붙인다면 청중의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오래전 학회의 한 핵심 세션의 사회를 보면서 악보를 보고 읽는 식이 아니라 악보를 소화해 자신만의 빛깔로 노래 부르듯이 발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발표자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겨우 작곡을 마치고 발표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조금 무리한 부탁이었던 것 같다. 학회 발표라고 하더라도 기왕이면 이미지가 많이 포함된 PPT를 활용하면서 자기의 목소리로 노래하듯이 발표를 한다면 회원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저런, 성질머리하고는.” 어렸을 때 많이 듣던 부모님의 잔소리 중 하나다. 철이 든다는 것,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성질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성질을 조절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질과 성격은 다른 개념이다. 성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정서적 반응이고, 성격은 성질을 조절하여 내보내는 행동양식이다. 꼰대수첩의 마지막화인 이번호에서는 MBTI 성격유형검사 중 타고난 성질(기질)에 해당되는 E-I(외향-내향), J-P(판단-인식)의 기본개념과 심리기능의 8가지 조합을 살펴본다. 삶의 충전방식 _ E와 I E(외향형)-I(내향형)는 에너지 충전방식이다. E유형은 외부로 에너지를 분출할수록 충전된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며, 몸을 움직여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에너지가 차오른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일단 털어놓고 이야기한다. 말하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문제해결방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I유형은 내부로 에너지를 집중한다. 생각이 정리돼야 비로소 말을 꺼내고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문 닫고 방에 틀어박혀 휴식을 취해야 에너지가 충전된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었을 때 E유형은 우울했지만 I유형은 행복했고, 일상복귀가 이뤄질 때쯤에는 I유형은 우울했고, E유형은 행복해졌다. 최근 학교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 중엔 또다시 친구관계를 맺으며 에너지를 쏟는 것이 부담스러운 I유형이 많다. E와 I는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E유형은 시끄럽다. 여럿이 노는 것을 좋아해서 우르르 몰려다닌다. 4교시가 끝나갈 무렵 몸은 벌써 급식실로 가있고, 식사 후에는 아이들과 운동장을 누비며 논다. 또래친구는 물론 선후배·교사에게도 넉살좋게 다가가고, 모둠활동·학교행사에도 적극적이며, 수업시간에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I유형은 교실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는 내용이 나와도 발표하지 않고, 회의시간에도 의견은 있으나 나서서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끼리’ 노는 것을 좋아해서 점심시간에도 교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소소한 수다를 떤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E유형을 선호한다. 아마도 대인관계의 폭이 넓고, 적극적이며, 적응력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 역시 E유형이 많은 반에서 수업할 때가 덜 힘들다. 가끔은 너무 시끄럽고 산만해서 수업에 방해될 때도 있지만, 아무 반응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E유형 교사들은 모둠활동처럼 활동적인 수업을 선호하며, 강의식 수업을 할 때도 온몸으로 설명한다.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E유형 아이들은 열광하지만 I유형 아이들은 부담스럽다. 특히 참여형 수업은 결석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I유형 교사들은 강의식 수업을 선호하며, 차분하고 꼼꼼하게 설명한다. E유형 아이들은 지루해서 딴 짓을 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해서 수업분위기를 흐린다. 시끌벅적한 반에서 수업을 하고 나오면 온몸이 너덜너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회식에 대한 생각차이도 엇갈린다. I유형 교사들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빨리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E유형 교사들에게 회식은 하루 일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즐거운 이벤트이다.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_ P와 J P(인식형)-J(판단형)는 생활방식, 즉 어떻게 사는 것이 편하냐의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할 일을 다해놓고 쉬어야 마음이 편하고, 어떤 사람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막판에 후다닥 해치우는 것이 능률적이다. 전자는 J유형, 후자는 P유형이다. J유형은 판단기능, 즉 T(사고형) 혹은 F(감정형)를 사용하여 빨리 판단하여 결론 내리고,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P유형은 인식기능, 즉 S(감각형) 혹은 N(직관형)을 사용하여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처리하느라 판단을 유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정보수집과정(인식과정)은 다양하고 자율적인 반면 결정을 내리는 것(판단과정)은 보다 논리적·계획적·체계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P와 J는 흔히 계획적이냐 자율적이냐가 기준이 된다. P와 J 역시 E와 I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J유형은 부지런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획한다. 시간약속이나 규칙을 어기는 적도 별로 없다. 그들이 지각한다면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준비물도 챙기고, 숙제도 하며, 이런저런 계획도 야무지다. 그래서 교실 속 J유형 아이들은 모범적으로 보인다. P유형은 꾸물거리고 부산스럽다. 등교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하다. 현관 앞에서 ‘아, 맞다’를 수십 번 외치며 방을 들락날락해야 비로소 준비가 끝난다. 지각하기 일쑤고,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이다. 미리미리 챙겨두면 좋으련만 코앞에 닥쳐서야 허둥댄다. 해야 할 일을 자주 까먹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아~’하며 그제야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 특히 J유형의 부모·교사·친구들은 울화통이 터지지만,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고, 어떻게든 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교실 속 P유형 아이들은 잔소리를 많이 듣는 골칫덩어리들이다. J유형 아이들의 고단함은 정해진 틀·규칙에서 벗어나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강박적 사고이다. 약속시간에 좀 늦을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을 깜빡할 수도 있는데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자책한다. 부모님·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하기 싫은 것도 참고 견딘다. 특히 N-F-J 유형이라면 타인의 감정을 본능적으로 잘 알아차리기 때문에 ‘나 때문에 실망하셨구나’라고 느끼면 죄책감·자기혐오 등이 밀려온다. 친구관계가 틀어졌을 때도 그 어떤 유형보다 상처가 크고 힘들어하며,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따라서 J유형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반드시, 절대, 한 번이라도 등 생각이 너무 강박적이지 않는지 살펴보고,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J유형 교사는 평소 시험원안지·생활기록부·출석마감 시간을 어기거나 공문 보내는 날짜를 지나치는 일이 거의 없다. 1년 동안 학급·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서 있다. 반면 P유형 교사는 날짜를 살짝 넘기거나 오류가 나며, 지각도 자주 한다. 이것은 업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교사는 J유형이 많다. 학창시절부터 모범적이었다. 하지 말라는 것은 안하고, 해야 할 것은 스스로 알아서 했다. 그래서 P유형 아이들이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수십 번을 말해도 여전히 까먹고, 5분만 일찍 나와도 지각을 안 할 텐데 매번 늦게 오며, 자기 물건을 어디 뒀는지도 몰라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럼 P유형 교사는 P유형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다. P유형 교사들은 성장과정에서 부모·교사가 ‘너처럼 그렇게 꾸물거리고, 자꾸 까먹고, 산만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사회생활을 하려면 J유형처럼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잔소리하며 세뇌시킨 덕분에 어느 정도 개선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할 수 있는데 왜?’라며 고치지 않는 P유형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래저래 P유형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험난하다. 교사들이 불합리·부당한 상황에서도 다른 집단보다 더 잘 견디는 이유는 J유형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S-T-J 유형이라면 불합리하고 부당하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전체를 위해 옳은 것이라면 묵묵히 해낸다. 만약 이들이 ‘변화’를 결심하고 움직인다면, 조직적·체계적으로 빈틈없이 준비하여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E-J 유형이라면 활동성·추진력까지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서 돌진한다. 지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열을 지켰던 수많은 선생님 중에는 아마도 E-J 유형이 많았을 것이다. 유전적 요인인 E-I와 P-J의 조합 ● I(내향형)-J(판단형) 사람들 I-J 유형은 매사 진지하다. 자기 생각을 쉽게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지 않은 채 진지하게 자기 생각대로 움직인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주관과 고집이 뚜렷하다. 차분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성해내기 때문에 ‘똑 부러진다’, ‘틀림없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MBTI에서 가장 완벽주의자 성향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아마도 진지하게 묵묵히 끝까지 해내는 이들 덕분에 세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 E(외향형)-J(판단형) 사람들 E-J 유형은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키워드이다. 조직적·체계적인 것을 선호하는데 활동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머뭇거림이 없다. 속도를 내서 돌진하며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한 이들 덕분에 세상은 변화된다. ● I(내향형)-P(인식형) 사람들 I-P 유형은 로딩시간이 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이 너무 많고, 여러 가지 요소와 A·B·C·D… 등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반응까지 예측해야 하는 대인관계 특히 또래관계 역시 어려워한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만약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 E(외향형)-P(인식형) 사람들 E-P 유형의 키워드는 ‘활동’이다. 일단 생각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저지르고 본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할 텐데, 추진력에 비해 마무리는 미약하다. 하나를 진득하게 끝내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만나는 E-P 유형은 문제아 취급을 받거나 교육제도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기에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너무 딱딱하다.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이 유형이다. 그나마 꾸역꾸역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S 혹은 T가 하나씩 들어 있다.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싫지만, 그래도 다니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리기능인 S-N과 T-F의 조합 사람은 같은 상황이더라도 ‘어떻게 자극을 받아들이고(인식기능/S-N), 어떻게 판단하느냐(판단기능/T-F)’에 따라서 취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MBTI 유형에서 가운데를 차지하는 두 지표, 즉 인식기능과 판단기능의 조합을 심리기능이라고 한다. ● S(감각형)-T(사고형) 사람들 현실적·구체적·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ST의 키워드는 ‘정확성’이다. 공사가 분명하고, 객관적이며, 원리원칙과 공정함을 중요시 여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가성비와 효율성을 따져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며, 친구가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도 공감·위로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위로와 공감’보다는 ‘해결중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제시하고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합리적·효율적인 방법을 탐색하거나 제시할 때 만족감을 드러낸다. 공정하기 못하고 원칙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잘 따진다. 모둠활동을 할 때 무임승차하는 아이와 그런 상황을 눈감아 주는 교사에게 팩폭을 날리는 아이들은 대부분 ST, 특히 ESTP와 ESTJ 아이들이다. I유형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누군가 분명 나설 것이기 때문에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 S(감각형)-F(감각형) 사람들 SF의 키워드는 ‘관계’이다. F유형은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감각을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분석한다. 상대방이 어떤 상황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불편해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잘 웃고, 리액션도 잘해주고, 배려심도 깊으며, 솔선수범하여 잘 돕는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자기 일처럼 고민을 들어주며, 옆에 있어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한다. 상대방이 싫은 표정 짓는 것이 마음 불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친구이지만, 정작 자신은 힘들다. 특히 ISFJ 유형이라면 더욱 힘들다. 따라서 이 유형의 아이들은 상대방을 살피는 것처럼 나 자신도 살피도록 지도해야 한다. ● N(직관형)-F(감각형) 사람들 사람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것은 SF와 비슷하지만 이들은 감정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방이 우울한지 기쁜지,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그냥 느낌으로 안다. 친구·가족·동료 등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꼈을 때, 그 충격과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삶을 살아갈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변화에 자신을 맞춘다. 때문에 이들을 지도할 때는 잘잘못을 따지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힘듦을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다. 충분한 공감이 이뤄진 후,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고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특히 ENFP 유형은 타인을 자기방식대로 설득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여서 갈등상황에 놓일 때가 많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느낀 대로 상대방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 ● N(직관형)-T(사고형) 사람들 이들은 사람과의 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다. 친한 친구라도 별일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 관심사는 오로지 추상적·관념적인 것, 세상의 이치와 진리 등이다. 지적욕구가 강해서 궁금한 것은 못 참고 파헤치려고 하는 NT유형의 학생들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INTJ 유형은 또래집단에 어울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엔 교육과정이 너무 단순 반복적이다. ENTP 유형 역시 마찬가지다. 지루한 것을 참을 수가 없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견딜 수 없다. 하고 싶고 궁금한 것이 떠오르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데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나에게 의미 없는 것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는 시간낭비이고, 의미 없는 곳이다. 이 유형의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간섭하고 충고하기보다는 독립성을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본인이 크게 후회해봐야 고집이 조금 꺾일 뿐이다.
좋은 아침 (김준호 지음, 김윤희 그림, 교육과실천 펴냄, 40쪽, 1만4,000원) 교사를 위한 그림책이다. 하루를 잘 꾸려가기 위해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사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진다. 수업 내내 자거나 딴짓하는 아이, 욕설하는 아이….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때론 큰 기쁨의 원천이다. 교사는 작은 감사나 사과만으로도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른다. 선생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신영환·기나현 지음, 메이드인 펴냄, 264쪽, 1만6,800원)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마냥 희생만 하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자기 삶도 행복하게 가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환경에 적응하며 안정적으로 일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오늘 내 마음은 빨강 (이주영 지음, EBS BOOKS 펴냄, 240쪽, 1만7,000원) 정서지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 아이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바로잡아 주고 싶지만, 아직 언어표현이 서투른 아이와 대화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마음과 맞닿아 있는 예술을 통해 해결해 갈 것을 권한다. 하루 15분, 26가지 감정수업 방법을 수록했다.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한동일 지음, 344쪽, 1만8,000원) 바티칸 대법원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변호사인 저자가 공부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다. 공부를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공부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배움 자체보다 방법과 기술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마지못해하는 공부가 아닌 마음 깊이 스스로 격려하며 앎의 기쁨을 깨달아가는 진짜 공부법을 소개한다. 사춘기 마음 사전 (이현주·이현옥 지음, 사람in 펴냄, 272쪽, 1만7,000원)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하죠?”, “한방에 결정 나는 시험이 싫어요.” 청소년들은 ‘자신이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기대하는 나’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은 실제 상황 속 대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진짜 전달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들 입장에서 설명하고, 이 모든 것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과정이라는 위로를 전한다.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구정은·이지선 지음, 북카라반 펴냄, 204쪽, 1만5,000원)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를 살펴보고, 국제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온 시스템을 알려준다. 세계가 서로 도와야 한다는 구호를 둘러싼 갈등, 수십 년간의 개발 원조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 등 진지한 생각거리도 던져준다. 외로운 아홀로틀 이야기 (린다 분데스탐 글·그림, 작가정신 펴냄, 138쪽, 1만6,000원) 호수에 딱 한 마리 남은 주인공 아홀로틀은 좀 외롭지만 무럭무럭 자란다. 넘쳐나는 플랑크톤·장구벌레·새우를 맛나게 먹고, 가끔 물 위로 올라가 두 발로 걷는 우스운 바보들을 구경하며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물은 점점 흐려지고 세상은 점점 따뜻해진다. 느닷없는 파도에 호수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아홀로틀의 미래는 과연…. 스마트폰 잘 쓸 준비 됐니? (샤리 쿰스 등 지음, 케이티 어베이미 그림, 정수진 번역, 명랑한책방 펴냄, 108쪽, 1만5,000원) 처음 스마트폰을 갖게 될 어린이들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워크북. 건강하고 안전한 온라인 생활에 필요한 7가지 분야의 57가지 활동을 담았다. 단순히 예의를 잘 지키는 윤리문제를 넘어 온라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평판을 관리하며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법까지 소개한다. 초등교과 연계 내용과 부모 가이드북도 담았다.
가을철 별자리에는 페가수스자리·안드로메다자리·페르세우스자리·도마뱀자리·삼각형자리·양자리·물고기자리·조랑말자리·남쪽물고기자리·물병자리·염소자리·고래자리가 있다.(그림 1 참조) 이번 호에서는 페르세우스 신화와 관련된 페가수스·안드로메다·카시오페이아 등의 별자리에 대해 살펴본다. 세상을 떠난 후 하늘의 별이 된 영웅 페르세우스는 아름다운 아내 안드로메다뿐만 아니라 장인 케페우스, 장모 카시오페이아 등 처갓집 식구 별들과 함께 하늘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가을철 밤하늘에 다정하게 모여 사는 한 가족 별자리들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밝은 별이 없어 별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선선한 가을밤에는 하늘 한가운데 네 개의 밝은 별로 이루어진 커다란 ‘가을의 대사각형’ 별들을 볼 수 있다. 페가수스자리의 몸통 부분으로, 하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다른 별자리를 찾는 기준이 된다. 페가수스자리는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88개의 별자리 중 7번째로 큰 별자리다. 페가수스자리의 대사각형은 알파별 마르카브(Markab)·베타별 쉐아트(Scheat)·감마별 알게니브(Algenib)와 안드로메다자리의 알파별 알페라츠(Alpheratz)로 이루어져 있다. 안드로메다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와 페가수스자리 사이에 있다(그림 2·3 참조). 안드로메다자리는 9월의 밤하늘에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안드로메다은하(M31)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그림 4·5 참조). 이 큰 나선은하는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다. 태양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안드로메다은하의 별빛은 250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다. 안드로메다 발끝에서 그리스문자 π모양의 페르세우스자리를 찾을 수 있다. 한 손으로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형태다. ‘악마의 별’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알골(Algol)은 메두사의 눈 부분으로 페르세우스자리의 베타별이다(그림 6 참조). 페르세우스자리는 여름철 밤하늘에 장관을 보여주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로 유명하다(그림 7 참조). 한여름 밤에 내리는 이 별똥비는 혜성 ‘스위프트-터틀(Swift-Tuttle)’이 지나가면서 흘린 잔해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별똥비가 내리는 위치가 마치 페르세우스자리에서 출발해서 떨어지는 것같이 보여 ‘페르세우스 유성우’라고 불린다. 북반구에서만 매년 7월 중순부터 관측되기 시작하며, 8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절정기에는 시간당 최대 100개가 넘는 유성우를 만날 수 있다. 단 불빛으로 오염된 도시를 벗어나 교외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다섯 개의 별이 모여 형성된 W자형 성군으로 유명하다(그림 8 참조). 사계절 내내 북반구에서 북쪽 하늘에 떠 있는 카시오페이아는 북두칠성과 함께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의 반대편에 있다. 케페우스자리는 오각형의 형태로, 카시오페이아가 보일 무렵 그 위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시오페이아자리와 세페우스자리의 경계를 촬영한 그림 9는 아름다운 성운과 성단들이 모여있는 카시오페이아 OB2 성운복합체의 일부다. 왼쪽의 큰 턱을 가지고 있는 사슴벌레를 닮은 성운이 Sh2-157이고, 그 아래 산개성단 NGC7510이 있다. 오른쪽 위에는 산개성단 M52가 있고, M52 왼쪽에 있는 NGC7635는 가운데 보이는 거품방울 모양을 따서 거품성운이라고 부른다. 거품성운은 뜨거운 별의 항성풍에 의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오른 이온화 가스의 껍질로 알려져 있다. 그림 10은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위치한 IC1805이다. 붉은색의 발광성운이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보통 하트성운(Heart Nebula)이라 불린다. 백마 탄 왕자와 공주 동화의 원조 가을철 별자리의 주인공 페르세우스의 신화는 괴물 혹은 악인으로부터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고, 그녀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는 용감한 왕자 이야기의 원조다.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와 아크리시오스 왕의 딸 다나에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의 영웅이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손자가 자신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다는 델포이 신탁을 믿고 딸을 청동탑에 가두었지만, 다나에는 황금비로 변신해 탑에 잠입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후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아크리시오스는 제우스의 보복을 두려워해 다나에와 아기를 죽이지는 못하고, 큰 궤짝에 넣어 바다로 띄워 보냈다. 궤짝은 흘러흘러 세리포스섬에 닿았고, 페리세우스는 거기서 성장했다. 한편 어여쁜 다나에에게 눈독을 들이던 세리포스 왕 폴리덱테스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사악한 음모를 꾸몄다. 페르세우스에게 세상의 끝에 사는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오라는 위험한 사명을 주어 그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다. 길을 떠난 페르세우스는 아테네의 방패 아이기스, 잘린 머리를 담을 자루, 몸을 안 보이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퀴네에,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얻어 마침내 메두사를 처치한다. 투구를 써서 자신의 모습을 숨긴 페르세우스는 방패의 청동면을 거울로 삼아 메두사를 비춰보면서 하르페라는 명검으로 그녀의 목을 잘랐다.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에서는 날개 달린 명마 페가수스가 태어났다. 그는 페가수스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괴물 고래 케토스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에티오피아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해준다. 교만한 에티오피아 왕비 카시오페이아는 자신과 그녀의 딸 안드로메다가 바다의 님프 네레이데스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님프들로부터 이를 전해 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격노하여 케토스를 보내 에티오피아 왕국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케페우스 왕은 이 재난을 막기 위해서 안드로메다 공주를 제물로 바쳐야 된다는 신탁을 듣고, 그녀를 해변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았던 것이다. 이후 아름다운 안드로메다와 결혼한 페르세우스는 도시국가 미케네를 세우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죽은 후에는 부부가 모두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 가을밤 하늘에서는 이 환상적인 신화의 주인공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잠시 세상사로부터 벗어나 동화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밤하늘에서 이들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메두사와 바다 괴물 케토스를 물리치는 페르세우스 페르세우스의 영웅적 모험담과 로맨스는 많은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재현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 예술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는 금은세공사·조각가·화가다. 메디치가의 주문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 조각상을 제작한다. 높이 320cm의 이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도나텔로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와 함께 피렌체가 자랑하는 3대 걸작이다.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는 오른손에 보검을, 왼손에는 방금 잘린 메두사의 머리를 위로 번쩍 쳐든, 승리의 순간을 묘사한 청동상이다. 그의 발아래에는 목 잘린 메두사의 몸뚱이가 날것의 피비린내 나는 모습으로 뒹굴고 있다. 원래 아테나 신전의 아름다운 여사제였던 메두사는 불경하게도 포세이돈과 신전에서 사랑을 나눠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산다. 여신은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끔찍한 뱀들로 변하게 했으며, 몸통에는 황금 날개가 달리고 용의 비늘로 덮이게 했다. 메두사의 얼굴을 보는 자는 모조리 돌로 변하게 되는 저주까지 받게 되자, 메두사는 악의 화신이 되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해치다가 결국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섬세한 근육 묘사와 현란한 기교로 표현된 페르세우스의 육체와 그의 발에 짓밟힌 채 두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메두사의 몸을 표현한 테크닉은 드라마틱한 장면의 연출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번 존스(Sir Edward Burne-Jones)는 19세기 영국 화가로, 신화와 중세의 문학에서 소재를 빌려와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세계를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당시 산업화로 인한 물질문명으로부터 도피하여 꿈과 환상의 세계에 천착했다. 번 존스는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시리즈를 여러 점 그렸다. 그림 12에서 안드로메다는 손이 사슬에 묶인 채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페르세우스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미녀를 구하는 용감하고 늠름한 왕자 혹은 영웅의 이야기는 이후 동화와 민간설화에 차용되어 어린이들, 심지어 어른들까지 달콤한 공상에 젖게 한다.
유가는 왜 오를까?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WTI 87달러를 넘겼고, 100달러까지 얼마 안 남았다. OPEC+가 자발적으로 감산연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계속 상승중이다. 지난번에 유가 100달러가 넘었던 상황과 지금의 100달러 넘은 상황은 다르고, 좋지 않다. 작년의 고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것이라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많이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유국의 이권에 의해서 발생한 고유가 상황이다. 산유국이 증산에 참여하거나 경기가 지금보다 더 침체가 되어야 유가가 내릴 수 있다. 반면에 산유국이 지금의 생산을 유지하고,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간다면 유가 100달러를 곧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생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출량이 중요 원유시장에 영향을 주는 국가는 4곳, 사우디·러시아·미국·중국이다. 우리는 원유 생산량 기준으로 순위를 주로 보는데 유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원유 수출량이다. 생산량으로 보면 미국이 1위,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가 2위다. 원유 소비량을 보면 미국이 전 세계 20%를 소비한다. 미국은 생산하는 양보다 소비량이 더 많아 아직도 원유를 수입한다. 중국은 생산비율은 전 세계 5%지만, 소비량이 14%다. 9%가량을 수입해야 하니 최대 원유수입국이다. OPEC+가 감산을 하면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간다. 미국이 공급을 늘리려고 해도 원유 생산량을 갑자기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셰일업체들도 무리하게 시추를 늘리지 않고 있다. 그러면 공급에서 키를 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다. 둘이 짝짜꿍이 되어서 원유 수출량을 줄이고 있다. 러시아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비축량을 늘리는 대신 수출량을 줄이고 있다. 유가가 충분히 상승했을 때 비축분을 조금씩 팔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원유가 앞으로 오를 것을 보고 하는 베팅이다. 원유가 내릴 것 같으면 생산량 자체를 줄인다. 그러면 이들이 유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베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유 수요가 늘어나면 유가는 더 오른다. 미국은 최대 생산국이면서 단일국가 수입량으로는 2위다. 엄청난 소비국이다. 그래서 유가가 미국 인플레이션에 많은 영향을 준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이 26%, 인도가 10%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가 심해진다. 올겨울 에너지 위기가 오면 러시아에 취한 유가상한제를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키를 쥐게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돈도 많이 벌고, 협상도 유리해지니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정책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유가가 오르면 네옴시티 자금에도 도움이 되고, 인플레를 통해 친환경정책을 가속화하는 미국과 유럽을 압박할 수 있다. 그리고 유가가 올라 인플레가 다시 심각해지면 내년에 바이든 정권이 재선에 실패하고,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수 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유가가 내리는 것보다 오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유가가 100달러가 넘으면 경제가 위험해진다. 중국 경기가 침체인데 유가가 이렇게 높게 유지되는 것은 경제에 좋지 않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면 인플레가 다시 심해진다. 그러면 고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고, 금리가 높게 오랫동안 유지되면 이자부담을 버티기 힘든 기업과 가계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기업은 투자를 줄여야 하고 고용을 줄여야 한다. 개인은 소비를 줄여야 한다.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인플레에 고유가는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유가는 주식·부동산·채권시장에 영향을 준다. 경기가 호황이 오면서 유가가 천천히 상승하는 것이 경제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반대로 급하게 오르거나 급하게 내리는 것은 비용전가를 하지 못하므로 부작용이 나타난다.
Q1. 공포하면 빠질 수 없는 귀신! 과학자들은 흔히 ‘외계인은 믿어도 귀신은 안 믿는다’고 하는데 과연 귀신은 존재할까요? 우선 귀신의 가장 큰 특징부터 살펴봅시다. 귀신은 중력의 영향을 안 받고 떠다닙니다. 바꿔 말하면 질량이 없다는 뜻이겠죠? 우리가 서로 때리고 맞을 때 아픈 이유는 바로 원자 주변을 도는 전자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반발력(척력) 때문입니다. 반발력의 힘으로 충격을 받은 신경세포들이 자극을 전달해서 아프다는 감각을 느끼거나 물리적인 상해를 받는 거죠. 그런데 귀신은 질량이 없다 보니, 귀신이 아무리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려도 우리에게 절대로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사실 한밤에 야산을 헤매다가 누군가를 마주쳤을 때, 사람과 귀신 중 누가 더 무서울까요?라고 했을 때 ‘귀신 마주치는 것보다 사람 마주치는 게 더 무섭다’는 말처럼 저는 사실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Q2. 영혼은 있을까요?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신체는 없어지더라도 정신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영혼’이 있다고 믿는 거죠. 그리고 영혼의 개념은 더 나아가 유령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 냈죠! 그럼 정말 영혼이 있을까요? 일부 과학자들은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의 던컨 맥두걸(Ducan Macdougal) 박사의 일명 ‘21g의 실험’으로 유명한 ‘영혼의 무게’ 실험·연구입니다. 임종이 가까운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람이 죽을 때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그 양이 평균 21g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혼의 무게는 21g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더 신기한 건, 강아지도 죽는 순간 무게 변화가 있는지 강아지 15마리를 대상으로 똑같이 실험했는데, 놀랍게도 강아지는 아무런 무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직 사람에게서만 무게가 약 21g 줄어드는 걸 확인한 거죠! 오직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는 걸까요? 사실 내막을 보자면, 사람이 죽는 순간 미세한 양의 땀이 배출되고, 증발한 땀의 양이 21g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럼 왜 강아지는 무게 변화가 없었을까요? 아시다시피 강아지는 몸에 땀샘이 없습니다. 강아지가 무더운 여름에 혀를 엄청 내밀고 헉헉거리며 열을 배출하는 이유입니다. Q3. 공포영화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하잖아요. 이거 기분 탓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체온이 내려가는 겁니까? 으스스한 배경의 무서운 영상을 볼 때면 일시적으로 소름이 돋으면서 서늘함을 느끼죠! 그래서 오싹오싹 시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심리적인 이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오싹해진다고 해요! 이것은 사실 신경계 반응에 따른 현상입니다. 공포에 관여하는 대표 뇌 부위는 바로 ‘편도체’입니다. 뇌 중앙의 변연계라는 곳에 해마라는 부위 양쪽 끝에 완두콩 크기로 두 개가 달려있는데 이 편도체가 공포를 느끼는 부위입니다. 우리가 무서운 상황과 마주하면 뇌(편도체)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자극되는 곳이 바로 교감신경입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도록 몸이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근육이 수축해서 소름이 돋고 가벼운 떨림이 생깁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는데요. 이 교감신경이 땀샘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식은땀이 나는데, 이 땀이 식으면서 갑자기 오싹함을 느끼는 거죠. 즉 실제로 더위를 식힌다는 사실! Q4. 그러니까 뇌의 편도체가 공포라는 존재를 인식한다는 건데, 만약에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하게 되면 공포를 느낄 수 없는 건가요? 공포는 외부자극에 대한 뇌의 방어활동 결과로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얼마나 예민한지에 따라 공포를 잘 느끼는 ‘쫄보’와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겁 없는 사람’으로 나눠집니다. 편도체가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쉽게 공포에 질리고, 예민하며, 무서운 게 많아집니다. 반대로 무딘 사람은 무감각해지는 것이죠. 실제로 2011년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선천적으로 편도체에 병변을 갖고 태어난 한 환자를 연구했는데, 이 사람은 거미·뱀·공포영화 등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세계 최초로 900m가 넘는 암벽을 로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오른 알렉스 호놀드라는 암벽등반가를 검사한 결과,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어요. 전혀 반응이 없었던 것이죠! 즉 우리가 그냥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편안한 감정을, 호놀드는 몇백m의 암벽에 매달릴 때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요. 흥분을 안 한다는 거죠. 그래서 호놀드는 그냥 단 한번만 발을 잘못 딛거나, 손이 미끄러지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암벽을 끊임없이 맨몸으로 등반에 도전하는 것이죠. Q5. 희한하게도 우리는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면서도 여름만 되면 찾게 됩니다. 이것도 혹시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즐거움을 쫓고 고통을 피하는 게 인간의 기본 욕구입니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면서 소름 끼치거나 혐오감 같은 부정적인 기분을 맛보려고 하는 걸까요? 사람들이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은 두 가지가 존재해요. 하나는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흥분을 느끼기 위해서’이며, 다른 하나는 ‘공포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라는 해석입니다. 미국 피츠버그대 마기 커 연구팀은 귀신의 집 티켓을 산 사람 262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과 후 그들의 감정을 조사하고, 이들 중 100명을 대상으로는 뇌파를 측정한 결과,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피곤하고 지루하다는 사람들의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말해 공포반응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인 거죠! 공포가 일으킨 여러 가지 생리반응을 상쇄하기 위해 교감신경에서는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오싹하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정신적으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Q6. 공포영화가 무서워서 못 보는 분들을 위해 담력을 키울 수 있는 과학적인 팁을 알려준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논문으로 증명된 가장 확실한 방법 하나만 알려 드리자면, 무서울 때는 양쪽 눈을 좌우로 계속 굴려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야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공포를 느끼는 편도체의 활성도가 확연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를 억제하는 새로운 신경회로를 발견했는데, 눈을 좌우로 굴려서 새로운 자극을 계속 줄 때만 이 회로가 활성화되어서 편도체가 억제된다고 합니다. 즉 귀신을 만나면 열심히 눈알을 좌우로 굴려라! 그러면 귀신입장에서도 ‘어라, 얘 정상이 아니네’ 하면서 도망갈 확률도 높으니, 1석2조라고 볼 수 있죠. 네이처에 게재된 정재승 박사 연구팀 논문 내용 기저측 편도체(basolateral complex of the amygdala)에서 공포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신경회로를 발견해냈다. 양측성 시각자극이 편도체 내 공포반응을 담당하는 부분을 억제한다고 보고했다. 다른 자극 하에서보다 양측성 시각자극이 주어졌을 때 해당 부분이 가장 낮은 활성 정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Q7. 마지막으로 귀신이 자주 나타는 곳이 바로 잠잘 때 꿈속입니다. 흔히 ‘가위눌린다’고 말하는데, 가위는 왜 눌리는 건가요? 가위에 눌리는 것은 쉽게 말해 몸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근육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아직 수면상태인데, 뇌의 실수로 의식을 관장하는 부위만 깨버린 경우입니다. 즉 정신은 깼지만, 몸을 움직이는 뇌 부위는 아직 자고 있으니,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이걸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는 거죠. Q8. 그럼 반대로 몽유병은 어떤 증상인 거죠? 몽유병은 가위눌림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의식부위는 잠들어 있지만, 근육을 조절하는 부위가 깨 버린 것이죠. 그래서 몽유병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증상은 우리 몸이 익숙한 또는 습관화된 장소를 가는 것, 우리가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하는 많은 행동입니다. 냉장고를 열고 서 있는 다거나, 화장실에 가서 서 있다가 다시 와서 잠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뇌가 정말 정교한 일들을 수행하다 보니까 가끔은 실수를 하는구나’라며 인간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통째로 오려내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골목을 몇 군데 알고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자리한 모디카, 페루 쿠스코의 새벽 골목, 붉은 승복을 입은 노비스들로 붐비는 루앙프라방의 골목과 노란색 트램이 댕댕거리며 달리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골목 등이 그곳이다. 이 리스트에 에티오피아 하라르(Harar)가 더해졌다. 에티오피아 동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지금까지 다녀본 골목 가운데 가장 찬란했고 눈부셨다. 세상의 모든 색을 그 골목에서 만났다. 중세 성곽도시로 떠나는 시간 여행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디레다와(Die Dawa)까지 비행기로 한 시간, 디레다와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를 가면 하라르(Harar)에 닿는다. 도시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에티오피아와는 약간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상자 같은 직사각형의 건물들과 화려한 문양의 첨탑, 벽과 처마에 새겨진 섬세한 문양은 아디스아바바에서 시작해 곤다르·랄리벨라·진카·아바르민치·하와사·짐마·봉가 등 지금까지 여행했던 에티오피아의 다른 도시에서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사람들의 생김새도 약간 달랐다. 팔다리가 늘씬한 9등신의 모델 몸매는 여전했지만, 이목구비가 더 또렷했다. 눈은 더 깊었고, 코는 한층 오뚝했다. “하라르는 이슬람 도시야. 주민들도 암하라족(Amhara) 이외에 소말리아계 사람들도 많아.” 에티오피아 여행 내내 함께했던 가이드 데쓰(Dess)가 설명해 주었다. 주민의 90%가 무슬림인 하라르는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10세기에 지어진 3개의 성전을 비롯하여, 82개의 모스크가 있어 이슬람교의 ‘제4의 성지’로도 여겨진다. 길을 걷는 여성들 대부분은 히잡을 두르고 있고, 남자들은 투피(tupi, 무슬림 남성이 착용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하라르는 성곽도시로도 불린다. 13세기 하라르의 통치자 누르 이븐 무자히드(Nur ibn Mujahid, ?~1567)는 오로모 부족과 기독교 세력으로부터 이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총길이 3,334m의 성곽을 건설했다. 16세기에 이르러 완성된 이 성곽의 높이는 약 3.6m에 이른다. ‘주골’(Jugol)이라고 불리는 이 성곽 안에 오직 하라르에서만 볼 수 있는 집들과 골목이 있다. 성곽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5개의 성문을 통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견고한 이 성곽 때문에 하라르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도시국가로 발달했고,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아프리카·중동·인도의 중계 무역지로 번성한다. 그리고 1887년 메넬리크 2세 황제에 의해 에티오피아 영토로 통합되고, 1902년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연결하는 철도가 인근 도시인 디레다와를 지나가게 되면서 급격히 쇠퇴하게 된다. 이런 표현은 좀 진부하지만, 성곽 안으로 들어서면 정말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시계의 태엽을 300년 전쯤으로 되돌린 것 같다. 성문 하나를 지나왔을 뿐인데, 나귀를 타고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이 돌아다니는 푸른색 골목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이키 에어맥스를 신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시간 여행자의 정신을 깨우는 것은 가이드 데쓰의 목소리다. “이봐, 초이(Choi). 정신 차려.” 그가 내 옆구리를 툭툭 친다. “일단 시장으로 가보자고.” 색깔보다 화려한 사람들의 미소 “와우!” 시장 입구부터 말문이 막혔다. 붉은색·초록색·푸른색·주황색 등등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은 여인들이 갖가지 향신료와 야채를 파는 좌판을 펼쳐 놓고 있다. 그 앞을 같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은 여인들이 지나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지에 가면 그 도시를 반드시 달린다고 하는데, 나는 여행지에 가면 반드시 그곳의 시장에 간다. 그래야만 그 도시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그렇다. “데쓰, 사진 찍어도 될까? 이 사람들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하지 않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묻자 데쓰가 대답했다. “괜찮아. 내가 알기론 전 세계 포토그래퍼들이 이곳에 사진 찍기 위해 온다더군. 뭐 한두 컷 찍는 거야 괜찮지 않을까?” 예전엔 숨어서라도 어떻게든 사진을 찍곤 했지만, 이십 년 가까이 여행을 해온 지금은 억지를 부려가며 찍지 않는다. ‘못 찍으면 그뿐이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피사체의 마음과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여행이 다른 이들의 삶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하라르 사람들은 우호적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소를 지어주었다. 찍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어떤 여인들은 일부러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햇빛이 드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주기도 했다. 자, 찍어봐 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들 앞에서 가만히 셔터를 눌렀다. 시장을 나와 골목을 걸었다. 세상의 여느 골목이 그렇듯, 하라르의 골목에서도 아이들이 동양의 여행자를 가장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봐 주었다. 초록색으로 칠해진 어느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 렌즈 앞에서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해주었다. 분홍색으로 칠해진 골목의 어느 구멍가게 앞에서는 졸업식을 마친 소년의 사진을 찍어주고는 초콜릿을 얻어먹기도 했고, 푸른색으로 칠해진 어느 길거리 옷 수선 가게 앞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데쓰는 몇 발짝 떨어져서는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세상에는 하라르의 역사를 궁금해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골목에서 웃고 떠들며 사진이나 찍으며 여행하는 인간도 있는 법이지. 그래도 취재는 해야지 하는 생각에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데쓰, 왜 이곳의 택시들은 다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고 지붕만 흰색이지?”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데쓰는 “굿 퀘스천”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곳의 이슬람 사원과 집들이 파란색과 흰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이지. 그 색깔에 맞춘다고 택시도 그렇게 칠한 거야.” 하라르는 150년 전까지 이슬람교도가 아닌 외국인에게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교도가 성곽 안으로 들어오면 도시가 멸망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855년 영국군 장교 리처드 버튼이 이 도시에서 살아 나간 최초의 외부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천상의 맛을 가진 커피 “이봐 초이, 커피 한잔해야지.” 데쓰가 말했다. 맞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로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 하라’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다. “한국의 커피 전문가들은 풍부한 과일 맛과 달콤함, 그리고 거친 흙 맛의 조화가 하라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고 하는데…, 데쓰 맞아?” 하고 물으니 데쓰가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맛있어.” 데쓰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하라르 사람들은 세상의 커피를 하라와 그 외의 커피로 구분한다고 한다. 그만큼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아참, 데쓰에게 한국에서는 하라 원두 100g이 1만 원 정도의 가격에 팔린다고 하니 ‘오 마이 갓’을 세 번이나 연발했다. 하지만 하라르 시장에선 상상도 못 할 싼값에 살 수 있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도 이곳 하라르에 왔다. “시인이 되기 위해 가능한 방탕하게 살겠다”라고 선언했던 그는 동물 가죽 무역상으로 이곳에 도착해 무기 거래상으로 직업을 바꿔가며 이곳에 11년 동안 머물렀다. 그가 판 무기는 1896년 에티오피아가 아드와 전투에서 이탈리아군을 물리치는 데 활약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무역 목록에는 커피도 들어있었고 자신의 커피 가든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끝없는 사랑이 영혼 속에 솟아나리라.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여인을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 랭보의 시 ‘감각’ 중에서 랭보의 시를 읊조리며 커피를 마시는 하라르의 저녁. 이런 풍경, 이런 경험들이 사실 아무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결국 희미한 기억이 되었다가 마침내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즐거운 것이 나중에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지금 즐겁지 않으면 또 무슨 소용이 있을까. ‘거기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하고 누군가 물을 때마다 ‘일단 가보세요. 거기엔 거기만의 즐거움이 있으니까요’하고 대답하는 이유다.
지난 8월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덮쳤다. 태풍 이동 경로에 있던 학교는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자 실시간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상황을 보고한다. 학교 담당자가 ‘학교재난상황관리시스템’에 피해 내용을 입력하면 즉시 전달되는 체계다. 복잡한 전달 과정이나 절차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당국의 대처 또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7월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오픈한 ‘학교재난상황관리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급작스러운 재난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회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학교계획작성·실태조사·학교안전정보센터·통학버스 관리시스템 등 총 11개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학교안전지원시스템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취임 100일 동안 4만km 출장 … 안전공제회 1호 영업사원 자청 대한민국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구성원들의 든든한 안전 지킴이, 학교안전공회제중앙회가 지난 5월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했다. 6대 이사장에 임명된 정훈 전 서정대 부총장이 주인공. 정 이사장은 경북대 행정학 박사 출신으로 대경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서정대학교 부총장, 국립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국제대학교(KIUF) 명예총장과 성운대학교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특히 교수 생활 30년 중 대부분을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성능 좋은 독일 전차를 연상케 한다. 취임하자마자 제주부터 강원까지 전국을 누볐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 ‘1호 영업사원’을 자청하고 산하 전국 17개 시·도학교안전공제회를 비롯 교육청·대학 등 관련 기관들을 찾았다. 한번 출장에 나서면 2박 3일은 기본. 오전 오후로 일정을 쪼개 학교안전공제회 및 학생안전체험관 관계자를 만나 현황을 파악한다. 이후 해당 지역 교육감과 대학 총장들에게 공제회를 홍보하고 협조를 구한다. 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이사장 취임 100일 동안 이동 거리만 줄잡아 4만km가 넘는다. 지구 한 바퀴를 뛴 셈이다. 방문한 기관만 100곳 이상인 데다 만난 사람은 2천여 명에 이른다는 귀띔이다. 올해부터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 시행 … 100개 대학 가계약 한 번 마음 먹으면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특유의 추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앙회가 올해부터 역점을 둔 사업이 있어 강행군을 멈추지 않는다. 대학에서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생들에게 치료비 등을 보상해 주는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가 바로 그것. 지난해 국회에서 「학교안전법」이 개정되면서 학교안전사고 공제사업이 대학까지 확대됐다. 중앙회가 운영하는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에 가입하면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생들이 안전사고 발생 시 보상 혜택을 받는다. 그동안 대학은 학교안전법상 공제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문제는 대학별 재정 여건에 따라 보험 가입이 선택적으로 이뤄져 미가입 대학은 학생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 사실. 중앙회의 대학 공제사업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정 이사장은 밤낮으로 뛰었다. 성과는 놀라웠다.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100곳이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 가입을 신청했다. 아직 민간보험사와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종료 후 가입한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가계약한 대학만 100곳에 이른다. 전문대학은 95%, 일반대학은 60%가 신청했다. 정 이사장은 “내년 하반기면 대한민국 모든 대학이 가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은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의 높은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일반 민간 보험사에 비해 보험 가입비가 30%가량 저렴하다. 반면 혜택은 민간과 동일하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보험인 셈이다. 민간 보험회사보다 가입비 30% 저렴 … 보상은 동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중앙회 공제사업은 민간 보험사와 달리 영업사원이 없다. 보험 모집에 인건비는 단 한 푼도 들지 않는다. 보험료가 저렴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학교안전공제회는 유·초·중·고를 대상으로 운영하면서 전산망 등 공제 시스템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 가입한 대학을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별도의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실제 대학별로 주어진 코드 넘버를 중앙회 전산망에 입력하면 사고접수와 함께 곧바로 보상 시스템이 가동된다. 사고는 어디서 발생했고, 보상금은 얼마이며, 퇴원은 또 언제 했는지 등 일련의 과정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시·도학교안전공제회에 대한 법률지원과 전산회계 시스템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 대상 공제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팀을 신설했다. 아울러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승진에서 연공서열을 파괴, 능력중심 인사를 단행하고 성과급도 철저히 실적에 따라 지급한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라고 정 이사장은 말했다. 대신 이사장인 자신은 서번트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직원 면담, 부서별·직급별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의 고충·애로사항을 청취하면서 직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아직은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지만, 이사장과 공제중앙회 직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머지않아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대한민국최고의 학교안전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가수 송가인, 아나운서 정혜진 등 홍보대사 위촉 ‘새바람’ 그가 공을 들이는 분야가 또 있다. 안전사고 예방과 홍보사업이다.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 등 중앙회의 역할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예방이죠. 아무리 보상을 많이 한다고 해도 예방보다 나을 순 없잖아요.” 정 이사장은 “안전사고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 역량을 쏟아붓겠다”면서 “학교안전정보센터 기능을 강화해 현장 밀착형 안전 예방교육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안전정보센터에서는 ▲생활안전 ▲재난안전 ▲직업안전 ▲교통안전 ▲폭력 예방 및 신변보호교육 ▲약물 및 사이버중독 예방교육 ▲응급처치 등 7개 표준안 자료가 탑재돼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유명 아나운서와 연예인들이 대거 중앙회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회는 MZ세대를 대표하는 국민 앵커 정혜진·고은별·엄지현 아나운서를 2023 학교 안전 홍보대사로 지난 6월 위촉했다. 초대 미스트롯 진으로 유명한 가수 송가인 씨와 청학동 소녀 김다현 양도 홍보대사 대열에 참여했다. 특히 송가인 씨와 김다현 양은 중앙회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학교 안전의 중요성과 공제중앙회에서 추진 중인 사업을 알리고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선포식 … 학교안전공단 설립 구상도 여세를 몰아 중앙회는 지난 9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대국민 선포식’을 가졌다. 창립 16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 안전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앙회의 각오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 이사장은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최고의 가치”라면서 “학생 안전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소명의식을 가슴 깊이 새겨 중앙회가 명실상부 최고의 학교안전 전문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임기는 3년.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학교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부 유관기관을 하나로 묶어 가칭 ‘학교안전공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교육부 산하에는 시설안전을 담당하는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보건 환경안전을 담당하는 한국교육환경보호원 등 학교 안전과 관련한 기관들이 있다. 정 이사장은 “이처럼 분리해서 운영하기보다 중앙회를 중심으로 통합한 가칭 ‘학교안전공단’을 신설, 안전사고 예방과 보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들어 학교 안전사고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중앙회 2/4분기 통계를 보면 초·중·고 안전사고 건수가 5만 2,388건이다. 전년 동기 대비 1만 9천여 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신체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이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 이사장은 “우리 후손들이 안전사고 없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했다.
아프고 아픈 교단 지난여름,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거리에서 함께 했다. 전체 교원의 절반이 여의도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정년 축소, 연금 개악 등 어떤 이슈나 정치적 성격의 집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선생님이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여 같은 목소리를 외쳤다. 이러한 모습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절박함 때문이었다.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영혼이 먼저 살해당한 어린 선생님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동료로서, 선배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지만 그간 감내하며 아픔을 스스로 외면했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이제야 비로소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교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더 나은 처우를 바라는 것도, 다른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오롯이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교원지위법」 등 여러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어땠을까?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관념적인 대책과 무관심 속에 학교는 계속 병들고 있었다. 지난 9월 1일부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와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가 시행되었다.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과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학생생활지도의 실질적인 권한과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의 경험과 판단에만 의존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시의 내용 중 해석에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 시대적인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 실제 적용단계에서 상충되는 지점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고시 내용의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이 추가로 보급될 것이지만 그에 앞서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고,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어떻게 바뀌는가?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생활지도의 범위에 관한 내용이다.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의 생활지도를 단계별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규정된 범위 내에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 8월 17일 고시의 내용을 발표한 이후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반영하여 내용을 일부 수정하였다. 의견이 반영된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지속해서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필요한 경우 보호자에게 인계함. - 학교의 장과 교원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그 외 수업에 부적합한 물품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음. - 학교의 장과 교원이 주의를 주었음에도 학생의 행동변화가 없거나 학생의 행동으로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을 경우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등의 훈육 또는 ‘성찰하는 글쓰기’ 등의 방법을 쓸 수 있음. 이번 고시에서는 생활지도의 유형과 적용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 차원에서 현장 적용 때 유의할 사항과 참고 예시 등을 담은 해설서를 배포할 예정이며,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관련 내용의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고시 제정으로 학생·교원·학부모의 책임과 권리가 균형을 이루고, 모두가 각자의 책무를 다해 무너진 학교를 바로 세우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두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하실 수 있도록 교육부는 앞으로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고시 적용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러한 취지가 학교현장에서 잘 실천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냉정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면서 학습분위기가 훼손되거나, 불법 촬영 영상이 유출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시대적 변화 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초 고시의 내용에서 일부가 수정되었다고는 하지만 1장의 4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업 중 휴대전화의 사용 제한에 대한 부분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다. 현재도 많은 학교가 교칙으로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제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은 혼란을 줄 수 있다. 제한 대상을 ‘휴대전화’로 국한한 것도 논란의 가능성이 크다. 전자통신기기의 기능과 범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 대상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역량을 강조하고 있으며, 디지털교과서의 개발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교실에서 스마트기기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에듀테크의 강조와는 분명 모순되는 지점이다. ● 현장의 혼란 구체적인 해설서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학교마다 다른 여건에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3장 제12조(훈육)의 분리만 보더라도 학교 유형과 물리적 여건에 따라 제한되는 부분이 많이 발생한다. 특별실의 여유가 없고 인적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분리 조치는 쉽지 않다. 학교폭력 사안만 보더라도 즉시분리제도를 적용하기 어렵고, 초기에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선례들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지침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업무만 늘어나는 셈이다. 또 분리 방법이 당장은 실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수업권 보장이라는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여러 복잡한 문제가 수반된다. ● 빈약하고 추상적인 내용 고시 내용 중 일부는 생활지도 고시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추상적이고 빈약한 서술이 보여 실소(失笑)까지 나온다. 분리 조치 항에서 ①은 ‘교실 내 다른 좌석 이동’인데 수업하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내용이 생활지도 고시로 담길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제12조(훈육)에서 ③은 ‘~말로 제지할 수 있다’로 되어 있는데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많은 항에서 ‘이 경우 학교의 장과 교원은 교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주변 학생에게 신고를 요청할 수 있다’로 제시하고 있는데,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 모호한 기준에서 오는 다른 법률과의 충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법률」의 개정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고시의 내용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정당한 교육적 활동’의 범위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12조(훈육)의 ④에서 ‘물리적 제지’를 넣어놨는데 그 방법을 어떻게 쓰는지도 알 수 없고, 교사들이 배운 적도 없으며, 현행 법률에서는 체벌이며 아동학대로 해석돼 소송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고시의 내용이 타 법률과 상충되는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문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실효적인 정책으로 거듭나길 이번 고시는 학생들의 방만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변화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상담할 때 교사의 업무시간 이외에 할 수 없게 한다’는 등 교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긴 것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정책이 나왔을 때 환영하고 반기는 것이 아니라 답답함이 커진다면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지적한 부분 이외에도 적용단계에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고정된 법률이 아니라 수시로 수정이 가능한 고시이기에 현장의 어려움을 앞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자칫 이러한 고시가 교권을 ‘통제권한’으로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오해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을 괴롭게 하거나, 교사가 편하게 지도하기 위한 생활지도가 결코 아니라는 공감대가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I will be back!”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이다. 기계인간들의 반란을 그린 공상과학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역을 맡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반복적으로 이 대사를 구사한다. 시리즈 2편에서는 기계인간인 터미네이터가 인류를 구원할 인류 저항군의 미래 지도자인 존 코너를 세상 지배를 위해 반란을 일으킨 기계인간들로부터 목숨을 지켜준다. 기계인간으로서 터미네이터는 강력한 파워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인공지능으로 무장하여 빠른 판단과 신속한 행동으로 존 코너의 목숨을 지키는 임무를 완수해 낸다. 이야기 초반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말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여 행동이 서툴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미묘한 감정까지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터미네이터는 기계인간이 더 이상 인간사회에서 악용되지 않도록 스스로 영구히 사라지기 위해서 용광로로 들어갈 때, 존 코너와 그의 어머니인 사라와 ‘눈물’의 교감을 나누는 모습에서 기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감동을 준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버 인간 이 영화 1편이 등장한 시기는 초보 수준의 인터넷이 상용화되기도 전인 1984년도이다. 당시 영화로 그려낸 인공지능의 상상력들은 도저히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만 같았는데, 식당의 서비스로봇, 가정의 청소로봇 등을 보면 점차 사이버 인간이 우리 생활에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Davos Forum)에서 처음으로 이슈화되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로봇기술·드론·자율주행 자동차 등 전 세계 질서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였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40여 년 전에 읊은 대사 “I will be back”이 디지털 산업혁명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시대는 실생활의 영역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의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발 빠르게 디지털교육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하여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우리 교육은 교사 한 명이 한 교실 안에 있는 십여 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 각 개인은 저마다 학업성취수준과 속도, 장단점이 다른 차이를 갖고 있는데 교육시스템은 산업시대에나 유용한 철 지난 집단의 평균 수준에 맞춘 전달식 수업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에 비례하여 공교육의 약화는 오늘날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은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은 저마다 AI 튜터(말할 줄 아는 똑똑한 로봇) 1명을 두고 필요한 학습 도움을 언제 어디서든 받을 수 있게 된다. 학생은 교실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던 기초적인 교과지식이나 개념을 AI 튜터를 통해서 더 잘 배울 수 있고, 교사는 학생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활동이나 학생의 사회·정서적인 문제를 집중 지도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소위 HT-HT(High Touch-High Tech) 교육혁명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발현되는 교육의 혁명적 변화 HT-HT 교육혁명은 디지털교과서를 핵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학습을 지원하도록 설계된다. 디지털교과서에 내장된 AI 보조교사는 학생의 단원별 성취수준 진단뿐만 아니라 학습태도까지 누적 관리하며, 교사와 학부모에게 학생의 학습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잠재력과 가능성이 발현되는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앞당기게 된다. 디지털교과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시기에 맞춰서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하기 쉬운 수학·영어·정보교과를 2025학년도에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028학년도까지 단계적·연차적으로 국어·과학·사회교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서책 발행사와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들어가 있고, 정부에서도 필요한 절차와 규정들을 새롭게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 민간 차원의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지만, 국가 수준에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육혁신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부에서도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 교사·학생·학부모 그리고 개발사와의 소통을 위해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것을 보았다. 올 8월에는 교육부에서 디지털교과서 개발의 지침인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교사·학생·학부모가 참여하는 ‘AI 디지털교과서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사용자의 요구를 도출하여 가이드라인에 반영하였다고 한다. 개발사에도 가이드라인 발표에 앞서 시안을 공개하고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하여, 최종 발표 시에는 개발사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 기간이 확대되었고, 개발 절차도 보다 명료하게 제시되었다. 세계 최초의 국가 수준 디지털교과서 개발 교육부에서는 앞으로의 개발 과정에서도 디지털교과서 개발사와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참여하는 T/F팀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정부와 개발사가 한 팀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세계 최초의 국가 수준 AI 디지털교과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기존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통합지원센터도 설치한다고 하니 개발사 입장에서도 가장 큰 부담 하나를 덜어내고, 양질의 교과서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서 개발사들이 각자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여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를 개발하는 건강한 교과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함께 디지털 교육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 역량뿐만 아니라 디지털환경에서 플립러닝·프로젝트수업 등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끌어내는 수업혁신과 함께 학생들의 사회·정서적인 문제를 도와주는 교사의 하이터치 역량이 필요하게 된다.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2025년은 우리나라 디지털 교육혁명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수준의 교사연수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대규모의 교원연수를 추진하고 있고, 특히 2025년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영어·수학·정보 등 세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은 2024년까지 100%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붕괴된 교권도 우리 선생님들이 디지털 수업혁신을 통해서 다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가 ‘기계인간’이 되었을 때 감동을 줬듯, 우리 교실에서도 디지털교과서가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 감동을 주길 바란다. 살아 있는 교실을 꿈꾸며 “I will be back!”
#선생님, 선생님~ #1학년 담임 #오늘도 무사히 오늘도 한 시간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모른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1학년 아이들과의 수업시간은 참 엉뚱한 일 천지이다. 그림 하나를 색칠해보자는데 질문은 학급 아이들의 수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선생님 색연필로 칠해도 되나요?” 물론 나는 친절한 교사라 되뇌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이미 여러 차례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네,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색칠하면 됩니다.” “선생님 사인펜으로 해도 되나요?” “됩니다.” “선생님, 저 사인펜 뚜껑 없어졌어요.” “응, 어디 있을까? 다시 한번 책상 주변을 찾아보자.” “선생님, 지윤이는 안 하고 있어요.” “지윤아, 부지런히 마무리하자.” “선생님, 승윤이가 제 빨강 색연필 빌려 갔는데 안 줘요.” “승윤아, 친구 것 썼으면 얼른 돌려줘야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하…. 처음 1학년 담임교사를 할 때의 당혹감이란 이런 것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매일 매시간 일어나지만, 이제는 별일 아닌 듯 자연스럽게 대꾸하는 나를 보며 헛웃음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늘 평화롭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아이들이 다치기도 하고, 큰 싸움으로 번지는가 하면 이 문제로 학부모상담에 민원까지 이어질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한숨 돌리고 있으니 평소 시끌벅적했던 주인(가명)이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주인아,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파?” “그게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어서요.” “선생님께 말하고 가면 되지?” “혼자 못가요.” “응?” 그동안 입학하고 화장실을 수백 번은 다녀왔을 것 같은데 못 간다니 이해가 안 됐지만, 사정이 있겠다 싶어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교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주인이는 내게 귓속말로 사실은 똥 마려운데 혼자서 못 닦는다고 한다. 아무리 아이(딸아이)를 키워 본 아줌마 선생님이지만 남자화장실에 가서 남자아이의 뒤처리를 해 줄 자신이 없어 내적갈등이 일어났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선생, 너는 학생이 아니겠는가? “주인아, 선생님이 닦아줄까?” “아니요, 창피해요.” 이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좋아. 그럼, 선생님이 문 앞에 기다리고 있을게. 일단 똥을 다 누고 나면 말해. 그럼 선생님이 어떻게 닦는지 자세히 설명해줄게.” 아이가 들어간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길어지고 슬슬 남아있는 우리 반 아이들이 걱정된다. 떠들고 뛰는 아이는 없을까? 싸우거나 다친 아이는 없을까? 이쯤 되니 불안감이 몰려와 어쩔 수 없다. “주인아, 아직 안 끝났어?” “끄응~ 네에.” “그럼, 선생님 교실에 다녀올 테니 맘 편히 볼일 보고 있어.” 이렇게 발바닥에 땀내며 몇 번을 오갔더니 이제야 끝났다고 한다. 그 후로 살짝 문을 열고 휴지를 건네주며 참으로 원초적이면서도 장황한 설명과 휴지 반통의 희생을 끝으로 주인이와의 화장실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등은 땀으로 다 젖었지만, 교실과 화장실을 오가는 사이 반 아이들이 안 싸우고 안 다쳤음에 감사하며 한 시간을 마무리했다. 1학년 담임교사를 할 때 동료교사들끼리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우스갯소리를 종종 한다. 그런데 ‘이 일을 어찌 계속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를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까만 눈동자 때문이라고. ‘우리 선생님이 제일 예쁘다, 제일 좋다,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사랑 고백 때문이라고. 아무튼 ‘오늘도 무사히’를 속으로 되뇌며 퇴근길에 오른다. #With 코로나 #2020년의 우리 학교는 2020년 2월, 학년말 방학.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학교는 매우 분주했다.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학년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를 계획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상은 새로운 전염병으로 시끄러웠지만, 설마 학교가 멈추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학교는 멈췄다. 적어도 밖에서 보는 모습은 그랬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아이들과 대책 없이 아이들을 가정에 두어야 했던 부모들은 어쩌겠냐 싶으면서도 멈춰 선 학교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교사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는 정말 정신없었다. 시시각각 변경되는 방역지침과 교육청 공문을 근거로, 그에 맞는 교육활동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물론 아이들이 없는 학교와 빈 교실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지만, 교사들은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활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학교 간 정보를 공유했다. 내가 있는 학교는 20학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였고, 조손·다문화·한부모가정 등이 많은 학교였다. 일단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확인해보자는 뜻으로 아침마다 모든 가정에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하여, EBS 방송과 e학습터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수업을 병행했다. 올해 맡은 2학년은 EBS 방송을 주로 활용하기에 미리 방송을 시청하며 교육내용에 맞는 학습자료를 제작하고, 차시별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학생 개개인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준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다는 애틋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담아 선물꾸러미도 만들고, 학교에서 준비한 작은 화분도 함께 선물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무턱대고 학교로 나오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학년별로 방문시간을 정해 운동장에서 잠깐 인사를 나누며, 준비한 학습꾸러미와 선물을 나누어줬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이들을 만나니 이제야 봄기운이 몰려오는 듯했고 학교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조금은 들뜬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었다. 아이들을 마주하지 않는 교육은 수업으로써 너무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을 때, 실시간 원격수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사실 두려웠다.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실제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건 어불성설이니 말이다. 실시간 원격수업을 처음 경험한 교사들은 서로 열심히 배워 나갔다. 몇 되지 않는 학년 선생님들과 서로 호스트가 되어 회의도 진행해보고, 수업 시연도 하면서 수업에 활용할 만한 여러 기능도 함께 익혀보았다. 학교에서는 태블릿PC가 없는 가정에 기기를 지원했고, 가정에서 돌봄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긴급돌봄도 마련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실시간 원격수업이 시작된 날,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20여 명의 학생 중 절반 정도밖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가정통신문으로, 전화로만 안내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많은 가정에서는 태블릿PC를 다루는 것과 줌(zoom) 설치부터 입장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거기에 순간 접속이 많아진 시스템은 불안정하여 수시로 수업에서 강제 퇴장되어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어느 때는 수업 중 교사만 따로 튕겨 나와 아이들이 망연자실, 화면에서 없어진 선생님을 찾기도 했으니 말이다. 처음 며칠 동안은 줌 수업을 열어놓고 아직 참여하지 못하는 각 가정에 전화해 문제를 해결해주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오후에 따로 학교 방문을 권하곤 했는데 몇몇 아이들은 머쓱해하며 할머니 또는 엄마의 손을 잡고 교실을 방문하여 따로 배워가곤 했다. 원격수업이 자리 잡기 시작하자 이제 다시 대면수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막상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온다니 아주 사소한 것까지 챙길 게 너무 많았다. 학습활동과 자료도 모두 개별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했고, 아이들의 등교 동선부터 교실에서의 자리 배치, 화장실 이용 동선, 급식실 이용까지 세세한 준비로 학교는 또 분주했다. 코로나와 함께 한 3년은 참 버라이어티했다. 안 해본 형태의 수업이 없는 것 같다. 콘텐츠를 제작·활용한 수업으로, 전체 대상 실시간 원격수업으로, 일부는 대면수업, 나머지는 실시간 수업으로, 전체 대면수업으로, 때로는 학교에 못 오는 일부 학생들을 위해 학교 수업현장을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까지…. 처음 해보는 업무가 너무나 많았다. 그사이 생활습관이 무너진 아이들을 잠에서 깨우는 일도 담임교사의 역할이 되기도 했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체온 체크부터 매시간 수업 후 소독, 복잡해진 출결 서류까지(실제 반별로 책 한 권이 나올 만큼의 서류가 많았다) 말이다. 매 순간 혼란스럽고 힘들었지만 혼자 힘이 아닌 함께 하는 멋진 동료교사들이 있어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장기화한 코로나로 인해 학습결손·학교부적응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에도 학교는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고, 더 치열하게 교육하고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학교폭력 책임교사 #잘못과 용서 어쩌다 보니 몇 년째 이름부터 부담스러운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맡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는 나처럼 대부분 학급 담임도 함께 맡고 있다. 여느 때와 같이 학급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는데 교실 전화가 울리고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된다. 피해학생이 교실에서 친구에게 책으로 머리를 맞아 속상하고 두려워 학교 가기 싫어한다며, 수업 후 피해학생의 부모가 학교로 방문한다고 한다. 일단은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기에 알았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종일 마음이 불편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잔뜩 무거운 마음을 안고 교무실로 내려가니, 아이까지 데리고 온 학부모는 이미 온몸으로 적대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 이번 사안 어렵겠는데.’ 마음의 소리를 뒤로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인사를 건넸다.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우리 아이가 지금 어떤지 아느냐, 아이가 얼마나 학교가 무서우면 학교에 가기 싫어하냐”며 소리를 지른다. “얼마나 속상하셨냐? 아이가 다친 데는 없냐? 제가 문제해결을 위해 도와드리겠다” 위로하며 잠시만 진정하시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내게 당장 상대방 부모와 아이를 데려다 무릎 꿇고 빌게 하란다. “일단 어머니 이야기 들어보고 제가 상대 학생 부모님과 통화 후 사실관계 확인부터 해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의 어머니는 내게 삿대질하며 교무실이 떠나가게 소리를 지른다. “지금 가해학생 편드는 거냐, 그럼 가해학생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거냐, 당장 CCTV를 봐야겠으니 내놓아라, 가해학생 학부모의 전화번호를 내놓아라, 경찰에 신고하겠다” 등 자기 요구만 쉴 새 없이 쏟아붓는다. 보다 못한 교무부장님이 잠시 다른 공간으로 학부모님을 분리했다. 폭풍처럼 몰려온 일에 나는 정신을 가다듬기도 힘들다. 이쯤 되면 멘탈은 반쯤 털리고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한탄스러울 뿐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실수해서 꼬투리가 잡혀 민원이 들어오거나 소송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스스로 매뉴얼을 보고 또 보며 자기 검열을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억울한 일도, 속상한 일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때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대응한다면 아이는 바로 클 수 있고, 교사는 바로 교육할 수 있을까? 사실 학부모 앞에서 죄인이라도 된 양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들의 분노에 찬 감정을 받아내고 있는 내 마음도 이미 병들고 있었다. 또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도 이미 교육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면 좋으련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사안 접수 보고서를 교육지원청으로 보내고, 해당 학생과 학부모, 관련 학생들의 진술서를 받는다. 학생의 수업권은 소중하기에 수업 후 틈틈이 아이들의 일정을 조율해 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유명무실한(?) 전담기구회의를 한다. 이 사안을 학교장 자체 종결로 마무리할 건지, 교육청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건지를 정하는 것인데 사실 아무 의미 없다. 학교는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안 조사보고서와 엄청난 양의 각종 서류를 갖춰 교육지원청에 제출하고 나면 교육청의 조치를 마냥 기다린다. 경험상 교육청에 사안이 산적되어 보통은 한 달 후나 되어야 조치 결과가 나온다. 그동안 학교는 무엇을 할까? 해당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사실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 아직 가해가 확실한지, 조치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담임교사나 책임교사가 개입했다가는 누군가의 편을 들었다는 오해를 사거나 학부모들한테 민원을 받는 일이 수두룩하고, 심하면 소송까지 휘말리기 때문이다. 한 달여가 지나 조치 결과 ‘서면사과’가 나왔다. 결국 가해학생은 사과편지를 써서 피해학생에게 전해주며 끝이 났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사안이라도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보통 두세 달은 계속 이 사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종종 심각한 사안이 있어 학급교체나 전학 등의 조치가 있기도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지극히 드문 경우다. 결과적으로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교폭력 절차를 밟느라 아이들은 교육적 조치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서로 불편한 관계로 몇 달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겪고 있는 중에도 나는 또 다른 아이들의 담임교사로 수업을 하고, 학급에 발생한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물론 불행하게도 또 다른 사안이 발생해서 좀 전과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아니 누구나 그렇다. 실수와 잘못을 경험하며 다치지 않고 안전한 울타리에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학교이다. 아이의 실수를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혹은 조금의 생채기도 나지 않길 바라는 어른들의 무지함과 왜곡된 우리 사회가 아이를 겁쟁이로 만들고, 올바로 성장할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은 요즘이다.
침통한 가을학기입니다. 폭우와 무더위가 번갈아 가며 힘들게 했던 여름이 이제 지났는가 싶었더니 내 눈에 눈물이 폭포 같고, 내 마음속 열불은 땡볕보다 더 뜨겁습니다. 날씨는 그나마 견뎌냈는데 내 안의 물불은 잘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제단 앞에 살포시 내려놓은 하얀 카네이션이 마치 제 것인 양 손에서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한 교사의 소중한 삶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두 분 세 분 줄 잇다 보니 어느덧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40년 전에 제가 교육자의 길에 나섰을 때, 그땐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었습니다. 존경받고 따름 받는 스승으로 어여쁜 제자를 만난다는 설렘에 제 마음이 구름처럼 뭉클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먹구름이 잔뜩이고, 제 마음은 여전히 떨립니다. 설레서가 아니라 분해서 겁나서 요동치고 떨립니다.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듭니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야. 이렇게 된 데는 다 원인이 있어. 이것 때문이고 저것 때문이야. 적을 하나 발견했더니 여기저기 의심되는 적이 눈에 더 뜨이기 시작합니다. 옆 동료와 눈빛 교환으로 의심이 어느새 확신으로 바뀝니다.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터널 비전이 되고 절망을 만납니다. 그래서 정신이 피폐해집니다. 맞습니다. 지금 우리는 위기임이 분명합니다. 선생님들께서 이미 사태를 잘 파악하고 계십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환경·제도·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개선되는 것이겠지요. 교권과 학생인권 사이에 균형이 맞춰지고 조화가 생겨야 하겠지요. 교육과 훈육이 쌍두마차가 되어야 하듯이 교사와 학부모 역시 아이의 성장을 이끄는 한 팀이 되어야 하지요. 둘 사이가 불신과 대립에서 신뢰와 협력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의 기본이 입시와 단절(각자도생)에서 성장과 연결(상생협력)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굳게 믿습니다. 앞으로 교권도 좀 더 확고해질 것이고, 교육의 개념이 더 성숙해질 것이며, 여건도 나아질 것입니다. 먼 훗날이 아니라 곧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모두에게 미래가 있을 테니까요. 우리가 여러 고비를 슬기롭게 잘 극복했듯이 이번에도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날이 오는 날까지가 우리에게 가장 큰 고비일 것입니다. 교육자의 길이 험해진 건 사실이고, 여태껏 우리는 너무 참고 묵묵하게 견디어 왔지만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잖아요. 우리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살더라도 잘 살아야 합니다. 죽은 듯이 참고 사는 것은 잘 사는 게 아니지요. ‘남이야 어떻게 되던 나만 잘살면 돼’라는 식도 잘 사는 게 아니지요. 잘못 살면 불행해지게 됩니다. 살되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합니다. 사는 모습과 방식이 가지가지입니다. 좀 엉뚱한 비유지만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제집 뜰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여럿이 살고 있습니다. 자기 꼬리 쫓아다니며 분주한 막둥이, 밥시간만 기다리는 복돌이, 마음 편하게 잠자는 나비와 자기 집에 꽁꽁 숨은 꼬꼬가 있습니다. 뜰에는 이들 외에 다양한 꽃과 나무도 있습니다. 저나 동식물이나 다 똑같은 시공간에서 살고는 있지만 엄청난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살아 있다’와 ‘살아간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후자는 사람한테만 사용됩니다. 개나 고양이가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살아간다고 하지 않습니다. 동식물은 그냥 살아 있을 뿐입니다. 사람한테만 사용하는 ‘살아간다’는 말은 사람은 어디론가 향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목표의식을 지니고 어느 방향을 선택해서 미래로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그저 생존하는 게 아니라 비전이나 꿈을 지니고 성장(成長)하는, 단어 그대로 ‘어른으로 되어가는’ 존재입니다.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사람 구실’을 하는 어른으로 커가는 것입니다. 우리 교육자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중추적 역할을 맡은 특별한 존재이지요. 사람은 어디론가 바람직한 곳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잘 사는 것임을 은퇴한 제 친구들이 확실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제 친구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저는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친구가 은퇴 후에 확 늙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 친구는 돈도 명예도 충분히 모았고 자녀들도 다 자립시켜 놨으니, 누가 보더라도 성공했고 그래서 지금은 마땅히 쉬고 있는데 그다지 편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태껏 해야 할 일만 하며 살았으나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신난답니다. 그러나 매해 18개국을 돌며 세계 전문가들 앞에서 호령하던 친구가 고작 18홀을 돌며 저녁내기를 호객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리할 수 있는 재력과 체력이 있는 게 다행이지만 과연 얼마 더 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친구 중에 교육자는 은퇴 후에도 꾸준히 방과후수업에 진로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 없이 골프를 칠 재력은 없지만 ‘내일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내일이 오더라도 기쁘게 맞이할 여력이 있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원하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력을 뽐냅니다. 비록 본래 전공과 무관하지만 그래도 학생이 ‘사람 구실’ 하도록 돕는 스승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냥 또 하나의 은퇴한 직장인이 아니라 더 큰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여전히 생기가 넘칩니다. 미안해요. 이런 말은 별로 위안이 되지 않겠지요. 당장 힘들고 괴로운데 생뚱맞게 먼 은퇴 후 이야기는 한가하게 들릴 테니까요. 하지만 훗날을 위해 그냥 참고 견디라는 뜻이 아닙니다. 교육자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할 정도로 힘든 고생길이 돼버렸을 때, 고민하시더라도 은퇴까지 남은 10~20년만 아니라 은퇴 후 살아가야 할 최소 20~40년도 함께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길을 갈 때 도착지를 염두에 두어야 엉뚱한 곳에 도달하지 않잖아요. 젊은 시절을 의미 있게 보내야 인생 후반부를 아름답게 보냅니다. 그래서 교육자는 영원히 교육자로 살아갈 수 있음이 얼마나 좋은가를 조금이라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고비를 이겨내기 위해 내면의 힘도 조금 비축해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시각을 조금 달리하면 됩니다. 고비를 극복한 실제 사례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군에서 신규교관을 지도하는 책임교관들이 제 연구소에 와서 닷새간 강의 컨설턴트로 거듭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에는 전투 트라우마 후유증에 시달리는 교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게 다 시큰둥하고 어두운 표정에 말투는 공격적이고, 거칠었으며, 밥은 도피하듯 홀로 먹던 교관이었습니다. 전문성은 최고였지만 오랜 스트레스에 정서적으로 고갈되고 메말라있었습니다. 이분은 천안함·세월호 등 여러 참혹한 현장에 투입된 특수요원이었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당시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정신적 충격이었을까, 얼마나 마음이 찢기는 고통이었을까, 가히 짐작됩니다. 저는 그분의 부적절한 자세와 부정적 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닷새간 저희 강사진과 동료 교관들이 그분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고 공감해드렸습니다. 비록 단점이 두드러지게 보였지만 그분의 장점도 보려고 애썼습니다. 마지막 날 그분께서 모두와 함께 식사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소를 되찾아 가신다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셨습니다. 누군가 자신에게 경청하고, 지지해준다는 느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이 느껴지면 더 이상 고독하지 않습니다. 지난날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여전히 욱신거려도 앞으로 좋아지겠거니 희망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포기하지 말아요. 이탈하지 마세요. 우리 서로 지지해주면서 계속 교육자로 살아가요. 어차피 우리가 이미 택한 스승의 길, 참 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니까요.
우리는 지금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으며, 다양한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의 발달로 맞춤형 정보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환경이 변하게 되고, 정보매체가 발달하면서 대중들에게 필요한 역량 또한 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정보를 학습하고 지식을 내면화하는 학습역량이 중요했다면, 현재는 적합한 정보를 선별하고 수집하여 종합·정리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의 핵심역량에서는 자신의 삶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며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관리 역량’, 다양한 영역의 지식·정보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활용할 수 있는 ‘지식정보처리 역량’,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기술·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사고 역량’ 등을 제시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바탕으로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진로를 설계하고,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석할 줄 알며, 자신만의 창의성이 드러난 결과물로 표현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교육을 통한 인간상의 핵심역량을 길러주고, 고차원의 학습위계가 드러날 수 있으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길러줄 수 있는 탐구활동 수업사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왜 탐구활동이 학교도서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과 정보화시대 사서교사의 역할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PART VIEW] 왜 학교도서관인가? 탐구활동의 백미는 주제 선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정된 탐구주제를 구체화시킴으로써 활동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자신의 정보 요구를 명확히 할 수 있으며, 적합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다. 주제를 선정할 땐 참고자료의 수집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단행본 자료부터 신문기사·학술정보·온라인정보 등의 참고자료들이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자료에 해당된다.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단행본 자료들과 전자매체를 소장하고 있으며, 온라인 구독 시스템을 활용하여 라이선스가 필요한 정보원들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사서교사가 개입해 면담을 실시하고, 정보 요구를 구체화하며, 탐색한 자료의 적합성을 점검해 주어야 한다. 최근 챗GPT·람다(LaMDA)와 같은 AI 기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발달하고, Microsoft의 Bing AI와 같이 기존의 검색 엔진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AI 챗봇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탐색-브라우징 방식의 검색보다 정보를 얻기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AI 챗봇서비스를 활용한 자료 수집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챗봇서비스는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결과물까지 서비스해 주기 때문에 자칫 학생들이 글로 쓰는 정보표현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서교사는 AI 챗봇서비스에게 질문하는 방법이나 수집한 정보를 종합·정리하는 방법, 살을 붙여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줄 필요가 있으며, 특히 서론-본론-결론의 짜임새 있는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수업 준비과정 수업하기에 앞서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수행하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성으로 이루어진 탐구보고서 형식은 논문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고등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논문자료를 선정하여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할 수 있도록 표시하여 제공해 주었으며, 작성 과정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가이드 자료들도 구입하여 교재로 활용하였다(그림 1·2 참조). 탐구보고서 이해하기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글을 쓸 때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성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글을 작성한 경험은 부족한 경향이 있었다. 탐구보고서의 취지는 학생 스스로 생각한 창의적인 주제에 대하여 교과지식을 적용한 심화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형식에 맞는 글을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스스로 탐구한 학습활동이 주 내용을 이룰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정보원을 활용하겠지만 그중 학술자료(논문)는 글의 형식과 내용에서 탐구보고서와 매우 유사하다. 학술자료를 활용하기 힘든 이유는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 체계와 용어 선정에 있다. 그래서 학술자료의 내용 이해에 중점을 두지 않고 글의 형식과 전개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 문장을 표기하고 발췌독을 실시하여 학습자료로 활용하였다. 차시별 수업 전개 탐구주제 선정하기 탐구주제 선정은 향후 수집할 정보원의 종류와 본문의 전개 방향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를 선정할 때는 지나치게 어려운 주제를 선정하지는 않았는지, 관련된 자료들을 쉽게 수집할 수 있는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탐구활동이 내포되어 있는지 등의 요소들을 고려하도록 안내하였으며, 탐구활동을 통해 도출하고자 하는 결론이 무엇인지, 어떤 탐구활동을 수행할 것인지 등의 목적이 주제에 잘 드러나도록 내용을 점검해 주었다. 서론 작성하기 서론을 작성할 땐 탐구의 배경·필요성·목적 3가지가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주제를 선정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제시할 땐 주로 신문기사 자료나 통계자료를 활용하는데, 통계자료의 경우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 수집할 수 있으며, 신문기사 자료는 구글 검색엔진 및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통합검색이 가능하다. 학교현장에서 많이 활용하는 BIGKINDS는 수집한 기사를 데이터로 변환하여 시각화나 2차 분석에 사용하기 좋은 DB로 대중적인 기사를 단순 스크랩하기 위해서는 구글 검색이 더 낫다고 판단하였다. 통계자료를 활용하면 사회적 흐름 파악이 쉬우며,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근거자료로도 적합하여 배경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좋다. 본론 작성하기 본론은 선정된 주제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형식적인 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어 안내했다. 먼저 주제에서 제시한 탐구목적에 따라 본론이 전개되어야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주제의 범주에서 벗어난 내용을 작성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들이 있다. 탐구주제에 알맞게 목차가 구성되었는지, 본문 내용이 목차의 흐름대로 진행되는지, 목차의 소주제에 적합한 자료조사가 이루어졌는지 등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 또한 보고서의 내용이 1인칭 시점에서 작성되었는지, 지나치게 주관이 개입되었는지 등의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보고서는 형식이 엄격한 글이기 때문에 손이 가는 대로 글 쓰는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이 실수하는 경우들이 많다. 결론 작성하기 결론은 내용 요약, 시사점 도출, 향후 탐구계획 3가지가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많은 학생이 탐구과정의 도입 부분을 서론, 정리 부분을 결론이라 오해한다. 하지만 탐구과정은 모두 본론 내용에 해당되며, 서론과 결론은 본문을 뒷받침해 주는 글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탐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적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연관된 탐구활동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길러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서교사는 관련 자료 탐색을 지원해 주고 적합한 주제 분야를 선정하는 데 소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수학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하면서 교육분야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학이 미래 지능정보사회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언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수학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21세기의 인재로서 필수적인 역량 중 하나로 인공지능 설계에 필요한 수학적 원리와 개념의 이해가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안’을 통해 공학적 도구의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였다. 또한 ‘인공지능 수학’과 같은 역량 중심의 맞춤형 수학교육 과목을 신설하여 현대의 교육환경에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역량과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교수·학습자료의 개발, 그리고 공학적 도구를 활용한 교육방법 등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특히 파이썬과 같은 공학적 도구의 활용은 학생들이 인공지능과 수학의 연관성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경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수학교과에서 배우는 이미지 자료의 표현·처리·분류 인공지능 수학에서 이미지 자료의 표현·처리 그리고 분류 방법에 대한 깊은 이해는 행렬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이미지 자료는 기본적으로 픽셀의 배열로 구성되며, 각 픽셀은 RGB(Red·Green·Blue) 값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RGB 값은 0부터 255까지의 정수로, 그레이스케일 이미지는 각 픽셀이 단일 값으로 표현되며, 이 값은 해당 픽셀의 밝기를 나타낸다. [PART VIEW] 이 이미지 자료를 컴퓨터에서 처리하려면 2차원 배열 또는 행렬로 표현되어야 한다. 행렬의 각 요소는 해당 위치의 픽셀값을 나타낸다. 이러한 행렬 표현은 이미지를 다양하게 변환하고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렬 연산을 통해 이미지를 이동하거나 반전시키는 등의 변환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이미지 분류 작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MNIST 데이터셋과 같은 손글씨 이미지 데이터셋을 사용하여 모델을 학습시키면, 이 학습된 모델은 새로운 입력 이미지가 어떤 숫자를 나타내는지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수업에서 인공지능 이미지 분류 모델을 생성하여 학습자가 직접 만든 손글씨 이미지를 분류하는 과정을 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이미지 자료의 표현·처리·분류와 관련된 핵심내용을 깊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중요하며, 이 모든 것은 수학의 행렬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 관련 성취기준 [12인수02-03] 수와 수학 기호를 이용하여 실생활의 이미지 자료를 목적에 알맞게 표현할 수 있다. [12인수02-04] 수와 수학 기호로 표현된 이미지 자료를 처리하는 수학 원리를 이해한다. [12인수03-02]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분류하는 수학적 방법을 이해한다. ● 1차시 수업 1차시 수업은 이미지 자료를 컴퓨터로 어떻게 표현하여 저장하는지를 학습했다. 이미지 자료(흑백 이미지)가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픽셀의 색깔에 따라 검정색은 0, 흰색은 1로 매칭시켜서 표현한다. 이미지의 크기와 같은 크기를 사각형의 숫자(0과 1) 모임이 되는데 그것이 수학의 행렬인 것을 알게 한다. 행렬의 정의와 개념을 학습한다(그림 1·2 참조). 회색조 이미지의 픽셀값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X-ray 같은 흑백 이미지 자료가 컴퓨터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그림 3 참조). 픽셀의 컬러색상이 RGB값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R·G·B값을 각각 조절하여 컬러 픽셀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추가 기능으로 컬러 피커(Color Picker)를 통하여 더 다양한 색상을 직접 선택하여 찾아볼 수 있다(그림 4 참조). ● 2차시 수업 2차시 수업은 예시로 주어진 컬러 이미지나 자신이 원하는 컬러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컬러 이미지의 RGB값을 행렬값으로 변환하여 확인해 보는 수업이다(그림 5 참조). ● 3차시 수업 3차시 수업은 이미지 자료의 처리를 행렬의 합과 차, 실수배로 학습할 수 있는 수업이다. 3차시부터는 파이썬을 활용하여 실습활동을 구성하였다. 픽셀로 되어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행렬 연산을 하기 위해 28x28 픽셀 이미지로 되어 있는 MNIST 손글씨 데이터셋을 사용하여 원하는 데이터를 행렬로 표현하고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 4차시 수업 4차시 수업은 이미지 자료의 처리를 행렬의 곱으로 학습할 수 있는 수업이다. 원하는 이미지 데이터 행렬에 단위행렬을 변형시킨 행렬과의 곱 연산을 통하여 평행이동(좌우상하)과 대칭이동(좌우상하)를 확인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 5차시 수업 5차시 수업은 인공신경망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분류하는 원리와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수업이다. 인공신경망의 이미지 데이터 분류의 원리와 방법을 이해하고 MNIST 손글씨 데이터셋으로 머신러닝의 지도학습을 이용하여 데이터 학습을 시킨 다음 손글씨 분류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손글씨 숫자를 그림판을 사용하여 만든 후, 분류 모델을 통하여 인공지능의 분류가 얼마나 잘 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내가 선택한 공학적 도구 _ 웹 기반 프로그래밍(HTML), 파이썬 코랩(Colab) 인공지능 수학과목에서 행렬을 학습하는 데에 파이썬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용하다. 파이썬은 사용자 친화적인 문법을 자랑하여 학습자가 행렬 연산 및 알고리즘을 쉽게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파이썬에는 행렬 연산을 위한 넘파이(numpy)와 같은 풍부한 라이브러리가 있어 복잡한 행렬 계산도 간결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구글 코랩(Colab)을 사용하여 파이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별도의 환경설정이나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즉시 파이썬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는 학습과정을 시작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며, 기술적인 문제를 최소화한다. 또한 코랩은 GPU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 리소스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행렬 연산과 같은 리소스 집약적인 작업에 매우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코랩은 구글 드라이브와 통합되어 있어 작업한 노트북에 쉽게 저장·공유·협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파이썬은 인공지능 수학, 특히 행렬 연산을 학습하는 데에 효과적인 도구이며, 구글 코랩은 이러한 파이썬 코드를 손쉽게 실행하고 공유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웹 기반 프로그래밍은 사용자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UI/UX 툴과 라이브러리의 활용을 할 수 있다. HTML·CSS·JavaScript라는 웹 프로그래밍의 핵심도구를 사용하였다. HTML은 웹 페이지의 기본 구조와 콘텐츠를 정의하는 마크업 언어이며, CSS는 웹 페이지의 디자인 요소를 조절하는 언어이다. JavaScript는 웹 페이지에 대화형 기능을 추가하는 스크립트 언어로, 웹 페이지의 동작을 제어한다. 이 세 가지 언어는 웹 페이지의 구조·디자인·기능을 담당하며, 웹 프로그래밍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노력으로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다면 충분히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HTML의 코딩 문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ChatGPT를 활용하여 웹 페이지를 만들었다. 코딩의 기초 문법을 공부하고 ChatGPT를 활용하여 자신의 교수·학습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알고리즘)으로 구현한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학습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돌잡이? 돈잡이! 인구절벽의 시대, 돌잔치는 참 귀한 잔치가 되었다. 간소하게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출생률은 현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귀한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돌잡이다. 시대가 변하며 돌잡이에 사용하는 물품도 다양해졌다. 마이크·축구공·마우스·CEO 명패까지 부모의 소망이 가득 담긴 다양한 물품 속에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받는 물품은 역시 ‘돈’이다. 부모 자신들이 돌아보니 돈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함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정작 돌잡이 이후 이 귀한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경제교육을 하고 있을까.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4·19부터의 민주화 과정과 지금까지의 교육 변화를 돌이켜보면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한 성찰과 이를 신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자주적 생활 능력’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고민했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성인이 되어 자주적 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은 무엇보다 한 명의 ‘경제적 인간’이 되는 것인데, 과연 노력이 충분했는가. AI가 말하는 경제금융교육의 필요성 인공지능의 시대, GPT4.0에게 ‘어린이들에게 경제금융교육이 필요할까?’라고 물어보았다. 경제금융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은 돈을 어떻게 버는지 관리하는 방법, 소비와 저축의 중요성 등을 배우게 됩니다. …(중략)… 경제와 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리능력은 어린이들이 성공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소득·소비·저축을 이해하고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배우는 것이 결국 성공적인 성인이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신용불량, 빚 수렁, 빚 벼랑…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장년층이 아닌 사회초년생인 청년 관련 기사에 더 자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2023학년도 수능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1.1%라는 사실, 금융교육 관련 내용이 초등에는 거의 없고, 중학교에는 사회과목 중단원 1개, 고등학교는 2025년에나 선택과목이 신설된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찾을 수 있다. [PART VIEW] AI가 놓친 경제금융교육 인간다움이 더 필요해진 시대, AI가 놓친 것은 없을까?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헌법」 제119조 2항에서 국가는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미래교육2030에서 밝힌 ‘존엄·포용·공존’의 가치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경제주체 간의 조화, 경제의 민주화를 통해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금융교육은 개인의 경제적 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 경제공동체를 이루는데 방향성을 두고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함께 잘 사는 학급 경제공동체 학급 경제공동체는 ‘살아있는 작은 사회’여야 한다. 몇 차시 수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업시간을 포함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실제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생활을 위한 화폐가 필요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하며,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 다만 언제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이 가능한, 불완전하지만 열린 구조여야 한다. 학급 경제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른바 ‘모범생’이 꼭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용인하는 수준에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가진 도전적인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시스템을 더 잘 누리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창의성의 정의적 특징인 모호성 참기, 위험감수성향 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올곧은 모범생’보다 더 잘 누리는 경향을 보였다. 지나치게 구조화되어 답이 정해진 게임의 형태는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교실과 현실은 다르다. 3월에 만난 아이들은 경제교육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돈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주식과 코인 등에 호기심을 보였다. 한 해 동안 지속되는 학급 경제활동은 학년 초 학급 경제공동체 만들기로부터 시작된다. 다음은 ‘함께 잘 사는 학급 경제공동체 만들기’라는 주제로 진행한 8차시 수업의 개요이다. 다만 [활동④]의 경우 처음에는 국어과와 연계하여 토의·토론을 진행하지만 창의적체험활동 자율활동시간과 연계하여 연중 정기적인 학생자치회의, 안건이 있는 경우 아침 혹은 점심시간 등 자투리시간을 활용한 비정기적인 학생자치회의를 통해 연중 민주적인 운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밝힌다. 활동 ① _ 학급 경제공동체 비전 세우기 학급 경제공동체는 학급 한해살이의 근간이다. 한 번 정해놓고 불변하는 것도 아니며, 일정 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아니다. 소득과 소비 등 연간 지속되는 경제활동으로 연결된 아이들에 의해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이고, 아이들의 삶 그 자체이다. 우선 경제금융교육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수업의 중반부까지는 결국 ‘잘 사는 것’이었다. 다만 수업의 끝에 가까워질수록 특별히 유도하지 않았지만 ‘함께 잘 사는 것’이 중요함을 아이들 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만 잘 사는 것보다 함께 잘 사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유익하며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학년 1학기 사회 2단원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다. 학급 경제공동체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 사회 2단원을 재구성하여 먼저 살펴보았다. 자유와 경쟁이라는 핵심적인 가치와 함께 희소성과 선택의 문제를 고민해 보았고, 불완전한 시장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 경제활동에서 개인과 기업은 자유롭게 경쟁하며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p.100) -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경쟁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p.103) - 경제활동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추구하는 이익이 모두를 위한 공공의 이익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p.105) 출처: 사회 6-1 교과서(아이스크림미디어, 한춘희) 학급 경제공동체의 이름은 ‘농부의 마음’으로, 상징은 ‘새싹’으로 하였다. 학급 텃밭을 운영하겠다는 담임교사의 한해살이 설명도 있었고, 의미도 있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었으나 사실 유일하게 담임교사의 입김이 작용한 부분이다. 돈이 중요하다며 ‘코인’이나 ‘금괴’를 상징으로 제시하거나, 비슷한 맥락으로 ‘보물섬’, ‘양남캐슬’ 등의 의견이 있었으나 이름과 상징은 교육적 차원에서 중요하고, 전반적인 맥락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씨앗부터 열매 맺기까지 성실하게 돌보고 키우는 것은 물론 그 바탕이 되는 땅을 소중히 하고 건강하게 다루는 것이 경제의 모습과 유사하며, 농부의 마음으로 1년을 살아보자는 취지였다. 이 부분까지만 설명하였는데 오히려 아이들의 입에서 ‘두레’와 ‘품앗이’ 등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이 나와 함께 나누었다. 민주적인 운영이란 덫에 걸려서 가치와 방향성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다. 활동 ② _ 학급 경제공동체 화폐 만들기 인체의 혈액과 같은 돈의 순환은 경제공동체 성공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급 경제공동체는 ‘실제 돈’이 아니기 때문에 몰입도가 낮을 수 있으며, 이에 모든 학생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급 화폐를 일부 학생이 사용하지 않거나 무시한다면, 나머지 선량한 시민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돈이 좀 예쁘거나 적절한 의미 부여가 된다면, 사용 빈도도 높아지고 소중히 보관하는 편이다. 학급경영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것이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학급 경제공동체 비전 세우기 활동 이후 바로 화폐 만들기 수업을 하는 것이 좋다. 화폐에 학급 경제공동체의 비전을 표현할 수도 있고, 이후 학급임원선거와 함께 직업 선택 등 전반적인 순환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준비과정의 의미도 있다. 우선 화폐 단위는 토의를 통해 함께 정하였다. 우리나라의 화폐, 다른 나라의 화폐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화폐 단위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지 아이디어를 모았다. 학급 경제공동체의 상징이 새싹이기 때문에 ‘싹’, ‘새싹’ 등의 의견도 있었고, 학교 이름인 ‘양남’, 6학년이니 ‘육’, 그 밖에 ‘원’, ‘달러’, ‘코인’ 등의 의견이 있었다. 모두 의미 있는 의견들이지만 기존 화폐 단위는 제외하기로 하였고, 발음하였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 역시 제외하였다. 표기 방법까지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화폐 단위는 YN(양남의 이니셜), 발음은 ‘Y(와이)’로 결정하였다. 금액권의 종류는 현실과 동일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계산의 용이성을 위해 1YN, 5YN, 10YN, 20YN, 50YN, 100YN 총 6종으로 하고, 제작 및 보관의 용이성을 위해 최종 당선된 디자인을 컴퓨터로 스캔하여 양면 컬러로 출력하기로 하였다. 디자인 공모전은 금액권 6종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개별로 진행하였고, 아이디어는 미리 생각해오도록 3일간의 시간을 주었다. 25분간 개별 디자인 후, 이후 15분간 4인 모둠에서 2명을 선발, 2개 모둠을 합해 다시 2명을 선발하여 최종 4개의 디자인을 놓고 전체 투표를 실시하였다. 학교의 교목인 은행나무의 잎과 체육·미술 등 교과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그린 작품이 최종 당선되었고, 출품 학생이 직접 그림판으로 최종 작업을 하겠다고 하여 현재의 화폐가 완성되었다. 5월이 되자 ‘다있소’(학급 매점, 문구점)를 운영하는 학급 임원들이 훼손된 화폐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하고 학생 자치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였다. 단순 접기와 말기는 물론 물에 의한 변색, 찢김 등이 생각보다 많았고 이에 대해 주의하기로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화폐를 훼손하는 학생들에게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법 나왔다는 점이다. 활동③ _ 학급 경제공동체 소득→ 소비→ 저축→ 기부 순환시스템 만들기 아무리 멋진 화폐를 만들어도, 실제 학교생활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제 경제활동을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부분에서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크게 소득·소비·저축·기부 총 4개의 축을 기준으로 운영하였지만, 소득과 소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학급 경제공동체 활동을 처음 시도하거나 저학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소득과 소비에 더욱 집중하여 운영할 것을 권장한다. 소득은 정기적 직업(1인 1역)과 비정기적 아르바이트(학급 및 학교에 일손이 필요한 경우 등)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직업의 경우 당연히 돈을 많이 받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경쟁할 것 같지만 적은 소득에 자기 시간이 많은 것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있다. 다만 4주 단위로 직업을 변경할 때, 직전 직업은 선택 우선권을 배제하여 불필요한 소요를 줄였다. 소비는 매점과 문구점을 운영하여 활발히 돈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하였다. 품목의 경우 학생들이 임원들에게 수시로 건의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설문을 받기도 하여 학생 자치회의 시간 안건으로 상정하여 변경하고 있다. 세금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자릿세에 대한 부분만 걷기로 하였고, 경쟁이 생기는 경우는 경매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저축은 이자 계산의 용이성을 위해 적금 2종만 실시하였고, 기부는 교육차원에서 학급 경제공동체 내부가 아닌 외부로 기부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자율적으로 모금하고 있다. 활동 ④ _ 학급 경제공동체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학급 경제공동체 비전 세우기 활동에서 사회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유와 경쟁이라는 핵심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개별 구성원의 이익과 공동체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성에 합의하였다. 비전만 세우고 이후의 운영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교과서로만 배우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지만 1년 동안의 민주적인 운영이 가장 핵심이고 성패의 열쇠가 된다. 사실 1인 1역과 직업의 역할 차이는 없다. 예를 들어 배식을 1인 1역이 하건, 맘스터치 학생들이 하건 일의 차이가 없고 밥맛에도 차이가 없다. 다만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직업인으로써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게 되니 많은 학생이 ‘돈’을 받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하고, 밥을 받는 학생들이 불만족스러워하는 상황이 생기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학생들 역시 예년에 비해 비교적 공정하게 배식하는 것 같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일과 밥맛의 차이는 없으나 만족도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무책임한 직업인들도 있다. 학생자치회 안건으로 상정하여 토의하였더니 벌금을 부과하거나, 다른 징벌적 일을 부과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나왔다. 다행히 일정 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을 약속함에 따라 훈훈하게 마무리되었고, 이후 유사한 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벌금과 징벌적 일 등을 도입할 경우 법 제도까지 치밀하게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학급 경제공동체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다. 국어와 창체 자율활동 등을 통해 정기적인 회의시간을 마련해야 하며, 비정기적인 회의를 위해 아침시간·중간놀이·점심시간 등 자투리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담임교사가 지시적으로 정해줄 수 있는 것들도 전체적인 방향성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들에게 위임하여 회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유와 경쟁이라는 중요한 가치와 함께 책임과 공동체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다음은 지금까지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었던 주제와 결론 중 일부이다. 민주적인 운영이 다소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다. 아이들 또한 그렇게 느끼기도 한다. 다만 어쩌면 가장 비효율적인 제도인 민주주의를 우리가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체험적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대화와 타협’이다. 가끔은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단기간 불편하도록 두고, 후에 다시 논의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로 비속어와 욕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에게 벌금을 부과하자는 의견에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운영토록 하였더니 불과 2주 만에 비속어와 욕의 범위가 애매함, 벌금이 효과가 없음 등을 이유로 다시 회의를 통해 폐기하였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는 전교생이 145명, 총 11개 학급의 작은 학교다. 2023학년도 현재 본교의 총 5개 학급의 담임교사가 경제교육을 주제로 학교교육력제고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전교의 45%에 해당한다. 연구반 5개 학급 중 4~6학년이 총 4개 학급으로, 고학년의 80%가 연구반이다. 6학년은 1개 학급 16명으로 고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학급 내, 학교 안 경제교육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민주적 경제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성공적인 경제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다양한 경제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가능하다면 한 학급보다는 한 학년이, 한 학교가 함께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훨씬 더 인상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며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제기되었다. 담론 수준의 미래교육이 이제 눈앞에 실재적 차원으로 넘어왔으며, 현재의 직업이 더 이상 미래 직업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교육은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지식보다는 사건과 사물을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통찰력이 중요하며,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요구가 많아지고, 지역과 연계한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교육들이 실천되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학교와 지역사회의 동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혁신교육지구·교육복지사업·학교시설복합화·마을교육공동체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교육청과 지자체 사이의 교육을 위한 협력체제는 강해졌고, 예산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지역사회 구성원의 교육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지역의 인적·물적자원을 이용한 여러 활동을 교육과정 내에서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다양한 지역연계 교육협력의 필요성과 방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역연계 교육협력의 필요성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학교 교육개혁의 대안으로 교육공동체 구축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교육은 더 이상 학교만의 역할과 책임이 아닌,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필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존의 학교 중심 교육개혁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 간 협력관계를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교육부·지역교육청·지방자치단체 등의 정부기관 간 연계 및 정책사업이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주체(교장·교사·학생·학부모·지역주민 등)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아래에서 시작되어 점차 위로 조직화되어가는 과정, 즉 풀뿌리 운동의 모습을 통해 공교육 내실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지역사회를 배운다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지식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과 연결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지역에 대한 학습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역할이 가능하다. 김경희(2017)는 지식정보사회는 과거 산업사회와 달리 지역에 단순히 존재하는 학교 모습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강조된다면서 교육문제는 더 이상 학교에 국한되지 않으며, 지역사회도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하였다. 정제영(2015)은 학교의 교육 기능, 지역사회의 경쟁력, 학생 복지, 지역사회 개발 등 네 가지 관점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설명했다.첫째, 학교의 교육 기능 강화 측면에서 인적·물적자원 지원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이 필요하다. 단절된 학교 운영 방식으로는 사회적 변화, 교육환경 변화, 학생의 다양성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학교의 기본적인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학생의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PART VIEW] 둘째,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간 연계를 통해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개발하여 공급함으로써 지역경제의 생산성 향상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미래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학교의 역할을 의미한다.셋째, 학생복지 측면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활용하여 돌봄과 복지 개선 등을 통해 학생들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지역사회 개발면이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 내 성인들의 교육적·사회적 욕구, 여가활용의 욕구 해소를 위해 학교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영택(2017)에 의하면 교육과정의 지역화는 삶과 지식의 괴리를 극복하게 한다. 학생들이 프로젝트수업을 통해 지역의 필요를 조사하고, 환경과 토지의 사용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지역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지역개발을 위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연계 교육의 방향 가. 삶을 위한 교육 마을 안의 학교는 ‘좋은 마을을 만드는 기지’와 같은 곳이라고 한다(성미산학교, 2016). 학교와 마을, 지역을 연결하는 것은 우리 지역의 교육적 이상과 가치를 세우는 과정이다. 즉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지역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둘러싼 지역의 생활상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설계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과서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연계되고, 삶의 태도와 기술을 체득하게 하고자 하는 교육활동은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배우는 일로 연결된다. 교과서 외 다양한 체험활동이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삶을 위한 수업을 위해 예·체능, 노작수업 등의 워크숍 활동을 강화하고 마을에 관련된 시설을 연계하여 다양한 활동을 구성할 수 있다. 나. 학습에서의 자기결정권 확보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이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역량이 요구되는 미래사회를 생각해볼 때 경직된 학습자상은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과제에 의해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져서 학습에 재미가 없고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학생을 배제한 채 교사가 설계하고 학생은 교사가 만들어낸 구조에 단순히 참여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습과 배움에서 주인이 되어 스스로 학습주제 선정 및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며,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실행하는 학습은 학생의 행위주체성에 근거한 학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해진 학습내용을 일방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기존의 학습에서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즉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것이다. 학교 밖에서의 학습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학습의 장소와 시간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내용을 선택하고 탐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현상의 본질을 간파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생태계 구축 미래학교는 삶의 다양한 방식을 배우고 실제 삶과 연결된 곳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를 지향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존재와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곳이어야 한다. 생태적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볼 때, 무엇보다도 학교는 단순히 사회가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체의 한 ‘부분’이 아니다. ‘교육생태계’라는 말에는 모두가 모두와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는 관계망 속에 있다는 시각이 담겨 있으며, 학교를 포함한 모든 사회 단위가 변화의 주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생태학적 관점은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환경요소를 학습의 자원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공유 자원들은 유용한 교육콘텐츠인 것이다. 따라서 마을형 교육과정 계획, 공유자원으로의 학교 및 지역 시설 공유,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지역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학교와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연계 교육의 활성화 방향 첫째, 학생들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마을·지역에 대한 공동체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선 마을이 공동체를 의미하는 단위로 느끼게 해야 한다. 마을을 아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마을의 필요성과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학교와 마을 또는 지역이 함께 학생을 교육하고 마을과 지역은 학생들의 배움터가 되고, 학생들은 마을과 지역의 주인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연계 교육과정과 수업이 발전되어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이를 수업으로 실천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연계 교육과정 운영 방식은 학교주도 마을협력모델, 주민주도 학교협력모델, 학교와 마을 공동기획모델 등이 있다(김현섭, 2022). 교육과정과 수업의 전문가이면서 구현의 주체인 교사가 있는 학교주도 마을협력모델 확산이 좀 더 용이하다. 주민주도 학교협력모델은 주민의 참여가 높은 장점 외 학교와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에 소외되기 쉽고, 지역교육활동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배경에 따라 특정 주제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학교가 중심이 되어 교육과정을 디자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구성원이 함께 연계하는 협력 모델 실천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의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역·지자체·학교·교육청이 함께 지역연계교육생태계를 구축하여 지역특성화 사업을 구성할 수 있고 원클릭 시스템을 통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역사·생태·문화·평화 등의 프로그램을 학교와 매칭하여 지역과 학교가 연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학부모교육과 활동을 평생교육 측면에서 접근하여 다양한 활동을 연계 협력한다. 학부모 학습동아리 지원 및 학교와 지역서점 또는 지역도서관 연계 인문학 강좌 지원, 학부모 아카데미 개설 등 평생교육 연계를 통한 학부모활동을 다양하게 지원하여 지역교육 구축의 활동가로 양성할 수 있다. 넷째, 학생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학생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도 배려와 존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마을에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마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마을과 지역을 우선 살려야 한다. 이는 지역의 사람들 간의 관계성 회복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교육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비로소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게 한다. 학생들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 어른들의 성장이 지역 협력 교육활동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학교와 지역의 동시 성장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지점이다. 나가며 학생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에게 지역연계 교육협력은 그 필요성의 공유와 내면화에 이어 실행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학교의 교육적 이상과 모든 학생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신뢰의 구축과정에서부터 완성을 향한 학교공동체·지역거버넌스 체제 구축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일련의 절차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원을 학교 내에서 학교 밖으로 넓히는 관점으로 학교와 지역 사이의 연결망을 강화하고 교육의 성과물을 다시 지역으로 피드백하여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체제는 미래교육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생성장을 위한 공교육과 마을의 수렴적 관계성을 구조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를 추출하고 지역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안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은 학교를 품고 공공선을 지향하며, 학교는 지역과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맺어야 할 때이다. 이를 통해 상생적 성장에 기반을 둔 지역연계 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지역과 연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4조의2는 ‘교원의 휴가에 관하여는 교육부장관이 학사일정 등을 고려하여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교원의 휴가에 관한 특례인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교육부 예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이하 각급 국·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원 및 「교육공무원법」 제22조의2에 따라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배치되는 교사(이하 “순회교사”라 함)의 휴가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를 우선 적용받습니다. 다만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서 규정하지 않은 교원의 휴가(연가보상비를 제외한다)에 관하여는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제8장(휴가)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10조에 근거하여 교원의 휴가에 관하여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6조 제1항(연가계획 수립), 제4항(승인), 제5항(연가보상비 지급)과 제16조의2(연가 사용의 권장), 제16조의3(연가의 저축), 제16조의4(10일 이상 연속된 연가 사용의 보장), 제19조(공가)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1. 휴가의 개념 가. 정의 학교의 장이 일정한 사유가 있는 교원의 신청 등에 의하여 일정 기간 출근의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으로, 연가·병가·공가·특별휴가를 총칭함. ※ 출근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토요일·공휴일은 휴가 사용 대상이 아님 나. 휴가의 종류 1) 연가: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근무능률을 유지하고 개인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사용하는 휴가 2) 병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또는 감염병에 걸려 다른 교직원·학생 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부여받는 휴가 3) 공가: 교원이 일반국민의 자격으로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에 협조하거나 법령상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경우에 부여받는 휴가 4) 특별휴가: 사회통념 및 관례상 특별한 사유(경조사 등)가 있는 경우 부여받는 휴가[PART VIEW] 2. 휴가제도의 운영 가. 휴가실시의 원칙 1) 학교의 장은 휴가를 승인함에 있어 소속 교원이 원하는 시기에 법정휴가일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연가는 수업 및 교육활동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일을 제외하여 실시하도록 함. 2) 학교의 장은 휴가로 인한 수업 결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 나. 휴가 등의 승인권자 및 절차 1) 휴가를 원하는 공무원은 허가권자에게 미리 신청하여 사유 발생 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함. ※ 불가피한 사유로 사전승인을 얻을 수 없으면, 늦어도 당일 정오까지 필요한 절차를 취하여야 하며, 이 경우 다른 교원으로 하여금 이를 대행하게 할 수 있음. 2) 학교장의 휴가는 직근 상급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실시함. 다. 휴가일수의 계산 1) 연가·병가·공가 및 특별휴가는 별개의 요건에 따라 운영되므로 그 휴가일수의 계산은 휴가종류별로 따로 계산함. •반일연가는 13:00를 기준으로 오전·오후로 구분하되, 탄력근무시간제를 적용하는 학교에서는 근무시간 4시간을 기준으로 학교의 장이 달리 정할 수 있음. 2) 휴가기간 중의 공휴일과 토요일은 다음과 같이 처리함. •공휴일과 토요일은 휴가일수에서 제외함. 다만 연가를 제외한 각 휴가별(병가·유산·사산휴가 등) 휴가기간의 사용일수(토·공휴일 포함)의 합산이 30일이 넘으면 그 휴가일수에 토요일과 공휴일을 산입함 (예시) ① 병가를 주중 21일 + 토·공휴일 8일 사용 = 병가 21일 사용 ② 병가를 주중 21일 + 토·공휴일 9일 사용 = 병가 30일 사용 3) 법정휴가일수를 초과한 휴가는 결근으로 처리함 3. 휴가종류별 실시방법 가. 연가 1) 재직기간별 연가 일수 • 재직기간은 「공무원연금법」 제25조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규정한 재직기간(연금합산 신청 또는 기여금 불입여부에 관계없음)의 연월일수를 적용하며, 휴직·정직·직위해제기간 및 강등처분에 따라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기간은 재직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함. - 다만 육아휴직(복무규정 제15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기간) 및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은 재직기간에 산입함. ※ 시간선택제공무원 및 한시임기제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재직기간에 합산하여 산정하며 이 경우 근무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근무기간 전체를 산입함. • 재직기간은 연가사용 직전일을 기준으로 계산함. 2) 연가일수의 가산 가) 연도 중 결근·휴직(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은 제외)·정직·강등 및 직위해제된 사실 및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없는 교원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재직기간별 연가일수에 각각 1일(총 2일 이내)을 가산함. (1) 병가 미사용에 따른 연가가산 ※ 질병 또는 부상의 치료를 위한 반일연가·지각·조퇴·외출의 누계가 8시간 미만인 경우에도 병가를 사용한 것이므로 연가가산대상이 되지 않음(단,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 제2항의 공무상 병가만을 사용한 경우 연가 가산 대상에 해당됨). (2) 연가실시일수가 3일 미만인 교원 나) 연가가산은 1년간 성실히 근무한 데 대한 보상이므로 연도 중 임용되어 1년 미만 근무한 공무원에게는 해당되지 않음(1월 1일자 신규임용자는 해당, 1월 2일 이후 임용자는 제외). 3) 휴업일 중 연가 사용 근무상황부 종별 중 연가(반일연가를 포함)를 신청할 때에는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근무상황부 또는 근무상황카드를 포함)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음. 4) 수업일 중 연가 사용(「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5조) 교원의 연가는 수업 및 교육활동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일을 제외하여 실시하도록 함. 다만 수업일 중 연가를 신청할 때에는 교육정보시스템에 예규 제5조 제1항 각 호 중 해당되는 연가 사유 호 등을 기재한 후 학교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함. ※ 제⑨호 사유의 경우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유 및 비고란에 ‘제⑨호’를 선택한 후 해당되는 사유를 기재 5) 연가 일수의 공제 가) 결근·정직·직위해제 일수 및 강등처분으로 인하여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일수가 있는 연도에는 이를 당해 연도의 잔여연가 일수에서 공제함. 나) 휴직(「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1항 제5호에 의한 법정의무수행 휴직이나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휴직한 경우는 제외), 연도 중 임용된 경우 임용되기 이전 기간 등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제외하고 다음 산식에 의하여 산출된 일수를 부여함. •이 경우 해당연도 중 사실상 직무에 종사한 기간은 월로 환산하여 계산하되, 15일 이상은 1월로 계산하고 15일 미만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며, 산식에 의하여 산출된 소수점 이하의 일수는 반올림함. 다)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 •퇴직자의 경우 미 근무기간 •연도 중 임용자의 경우 미 근무기간 •1개월 이상 연속된 교육파견 기간 •연간통산 병가(공무상병가 제외) •연도 중 군입대한 경우 입대 후의 미 근무기간과 복직 시 군에서 근무했던 기간 •1개월 이상 연속한 국외교육훈련파견 등의 경우 그 파견기간 나. 병가 1) 병가의 종류별 내용 가) 일반병가는 다음의 경우 연간 60일 범위 안에서 승인함.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감염병에 걸려 그 공무원의 출근이 다른 공무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나) 공무상병가는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요양이 필요할 경우 연간 180일 범위 안에서 승인함. 다만 병가사유가 동일한 경우에는 연도의 구분 없이 180일의 범위 안에서 승인함. •동일한 사유라 함은 동일한 사고·사안을 말하며, 최초의 질병·부상으로 인해 추가 질병이 발생한 경우 동일사안으로 처리하여 연도 구분 없이 180일의 공무상병가 사용 가능. 2) 병가일수의 계산 가) 병가일수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단위로 계산함. 나)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지각·조퇴 및 외출은 각각의 종별 구분 없이 누계시간으로 계산하여 누계 8시간을 병가 1일로 계산함. 다)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함에도 제출하지 못한 병가일수는 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고 병가일수에는 산입하지 아니함. 3) 병가의 운영방법 가) 연간 누계 6일까지는 진단서의 제출 없이도 병가를 사용할 수 있으나, 7일 이상 연속되는 병가와 병가의 연간 누계가 6일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17조에 의하여 교부된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함. •동일한 사유의 병가는 최초 제출한 진단서로 갈음할 수 있음.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연가를 활용. 나) 일반병가와 공무상병가의 사용일수는 각각 별도로 운영함. •공무상병가 기간 만료 후에도 직무수행이 어렵거나 계속 요양이 필요한 경우,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있음. •공무상병가·일반병가·연가·질병휴직은 사용 요건을 충족한다면 부서장의 승인(질병휴직의 경우 임용권자의 명령)을 거쳐 사용할 수 있음. - 단, 질병휴직은 질병·부상의 완쾌 등 휴직사유의 소멸 시 복직할 수 있으므로, 질병휴직 기간 만료 시 동일한 사유로 연속하여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없음. ※ 휴직기간 만료 후 복직하여 정상근무 중 동일질병 또는 부상이 재발된 때에는 복직 후의 근무가 정상적인 상태로 상당기간 지속된 경우에만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있음. •병가의 기간은 기관장(승인권자)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수행 가능여부와 진단서의 내용을 감안하여 결정함. ※ 병가일수 산정 예시 【사례 1】 A 질병으로 4일간(화·수·목·금) 병가를 쓰고, 다음 주 월요일 1일 출근한 후 화요일부터 B 질병으로 25일(토요일과 공휴일 합산 시 36일)의 병가를 사용한 경우에는 - 각 병가의 시작일부터 종료일까지의 병가기간(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으로 합산하였을 때 총 병가기간은 40일이 됨. 이 경우 ‘각 병가기간의 총합’이 30일 이상이 되므로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하여 총 40일의 병가를 사용한 것임. 【사례 2】 2개년도에 걸쳐 30일을 초과하는 병가의 경우에는 - 연도별로 구분하여 각각 30일 이상인 경우에만 공휴일과 토요일을 휴가일수에 산입해야 함. 4) 공무상병가제도의 운영상 유의사항 가) 공무상병가의 실시에 있어서 공무상질병·부상사실 여부, 병가기간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규정에 의한 요양승인 결정 범위 내에서 기관장이 진단서와 해당 공무원의 직무수행 가능여부 등을 감안하여 결정함. •가해자에 의한 손해배상 등의 사유로 공무상요양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에도 공무상요양승인을 받아야 함. 나) 아래의 경우에는 승인권자가 공무상질병·부상여부를 판단하여 공무상병가를 승인할 수 있음. •「공무원연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선거직 등)의 경우 •6일이내의 단순안정만을 요하는 경미한 질병·부상의 경우 다) 공무상요양승인 기간 중이라도 공무상병가일수 180일이 만료된 후에는 동일한 사유로 재차 공무상병가를 승인할 수 없음. 라) 공무상요양승인을 신청하여 심의 중에 있으면 그 결정서를 통보받을 때까지는 일반병가와 연가를 승인할 수 있으며, 이후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결정된 때에는 사용한 일반병가와 연가를 공무상병가로 소급 처리할 수 있음. 이는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 공무상병가로 소급처리하지 않거나 일반병가·연가의 일부만 소급 처리할 수도 있음. 마) 일반병가 및 연가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공무상요양승인이 결정되지 아니하여 질병휴직 중인 경우 휴직기간 중에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결정된 때에는 당초의 일반병가·연가·휴직처분을 취소하고 공무상병가로 처리할 수 있음. 이 경우 「공무원임용령」 제57조의7 제6항에 따라 당초의 일반병가·연가는 공무상 질병휴직으로 처리할 수 없음. ※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출근하지 못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병가·연가·휴직 등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경우 업무담당 공무원은 해당 공무원의 의사(意思)를 확인한 후 근무상황을 처리(병가·연가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부여하여야 함. 다만 갑작스런 발병이나 본인이 의식불명 등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족이 연락하여 휴가신청을 대행할 수 있음). 다. 공가 1) 공가의 사유(「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7조) 1. 「병역법」이나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른 병역판정검사·소집·검열점호 등에 응하거나 동원 또는 훈련에 참가할 때 2. 공무와 관련하여 국회·법원·검찰 또는 그 밖의 국가기관에 소환되었을 때 3. 법률에 따라 투표에 참가할 때 4. 승진시험·전직시험에 응시할 때 5. 원격지로 전보 발령을 받고 부임할 때 6. 「산업안전보건법」 제129조부터 제131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건강진단,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 따른 건강검진, 「초·중등교육법」 제21조의2 제1호 및 「유아교육법」 제22조의2 제1호에 따른 마약류 중독검사 또는 「결핵예방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결핵검진 등을 받을 때 7. 「혈액관리법」에 따라 헌혈에 참가할 때 8.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제13조에 따른 외국어 능력에 관한 시험에 응시할 때 9. 올림픽·전국체전 등 국가적인 행사에 참가할 때 10. 천재지변·교통차단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출근이 불가능할 때 11.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교섭위원으로 선임되어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참석할 때,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3항에 의한 교섭 관련 협의를 위하여 지명된 자로 참석할 때, 같은 법 제14조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7조에 따른 대의원회(「교원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교원노동조합의 대의원회를 말하며, 연 1회로 한정한다)에 참석할 때 12.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1조 및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교섭·협의에 관한 규정」 제2조의 교섭·협의당사자로 교섭·협의에 참석할 때, 「교육기본법」 제15조에 의한 교원단체의 대의원회(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교원단체의 대의원회를 말하며, 연 1회로 한정한다)에 참석할 때 13. 공무국외출장 등을 위하여 「검역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검역관리지역 또는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가기 전에 같은 법에 따른 검역감염병의 예방접종을 할 때 14.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의 제1급 감염병에 대하여 같은 법 제24조 및 제25조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는 경우 또는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행정기관의 장의 조치·명령에 따라 같은 법 제42조 제2항 제3호의 감염 여부 검사를 받는 경우 2) 공가제도의 운영상 유의사항 가) 복무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가사유에 대한 증빙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음. 나) 공가의 승인대상인 「직 필요한 기간(시간)」에는 검사일·소환일·투표일·시험일 등의 당일에 왕복 소요일수(시간)를 가산할 수 있음. 다) 원격지간* 전보 시 이사 등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일수를 포함하되, 부임일의 다음 정상근무일까지 공가를 사용할 수 있음. * 원 소속기관 등으로부터 전보 발령지로 이동할 때 가장 빠른 교통수단으로 편도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인사발령을 받은 당일 부임에 관한 일을 모두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 라)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 따른 건강검진의 확진검사와 「결핵예방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결핵검진의 확진검사는 공가 대상이 아님. ※ 「산업안전보건법」 제129조부터 제131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건강진단 중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확진검사는 공가 대상임. 마) 행사참가는 각급기관의 장이 선수·심판 등 공가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함. 바) 공무원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공가처리를 할 수 없는 경우 •노조의 단체교섭 및 협의와 관련하여 사진촬영·참관 등을 위해 참석하거나 사무처리를 위하여 동행하는 인원 •노조의 자체규약 등에 의한 총회·대의원회·조합연수·조합행사·설명회·기타 조합회의 및 집회 등에 참석하는 경우 •「공무원노조법」에 의한 근거 없이 최소 설립 단위의 정부 교섭대표 및 각급기관과의 협의를 위해 참석하는 경우 등 사) 제1급 감염병에 대하여 예방접종을 받는 경우에 공가 부여 기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제1급 법정감염병에 한정하며, 인플루엔자 등 일반 독감 예방접종은 미해당 •접종기관으로 이동, 복귀시간, 접종소요시간 등 예방접종에 직접 필요한 시간만큼만 부여 아) 구속된 경우 기소 전까지는 공가로 처리함. 이는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헌법정신을 감안하고, 불기소·기소유예 등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취지임. 자) 징계·소청·행정소송 등에 있어서 업무담당 공무원의 출석은 출장 처리하고, 당사자 및 참고인은 공가 처리함.
기획의 정석 기획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그로 인해 변화될 내일을 그려보는 데 의의가 있다. 기획을 구상할 때 문제가 두루뭉술하면 해결책도 두루뭉술하게 된다. 기획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최선의 상태와 현실 간의 차이에서 나온다. 현재 상황을 분석한 후 날카롭게 문제를 정의할 때 과학적인 기획이 탄생하게 된다. 기획의 단초는 ‘명분’이다. 명분은 ‘왜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는지, 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등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러한 명분은 대체로 기획의 추진 배경이나 근거에서 표출된다. 또 다른 기획의 중요한 요소는 ‘지향(orientation)’이다. 지향은 기획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지향은 기획안의 제목·목적·기대 효과 등에 반영되는데, 기획안에 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기획안의 존재 의미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지향에 구체적인 방향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명료해야 한다. 목표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으면 문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날카로운 문제 정의에 따라 목표도 날카롭게 구체적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 이렇게 재정의된 목표를 통해 기획안을 접하는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콘셉트(concept)’이다. 기획에서 콘셉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데, 이러한 콘셉트에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을 왜 말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에서 도출된다. 콘셉트에 따라 독자들은 기획안의 감정·언어·반응 등에 지배당한다. 콘셉트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場)이 되고, 기획의 주제가 되거나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된다. 기획자의 콘셉트는 독자들에게 틀짓기(framing)가 된다. ‘왜 그런 콘셉트를 잡았을까?’에 대한 매력적인 대답 유형으로 ‘의미 있잖아’, ‘그게 대세잖아’, ‘내 생각과 일치하는데’, ‘맞아, 그게 답이거든’ 등이다. 이렇게 콘셉트는 독자들에게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다. 기획을 구상할 때 구체적으로 표출될 기획안이 어떤 체계와 틀로 구체화될 것인지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왜 그런 기획안을 작성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접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이때 기획의 명분·지향·콘셉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특히 ‘왜냐고? 문제가 이러이러하니까, 이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필요성과 정당성을 느꼈으니까’ 등 다양하고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잡는 순간 문제의 본질에 가깝게 접근하게 된다. 이런 콘셉트를 표현하는 방식을 정리하면, 첫째로 숫자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숫자는 콘셉트를 잡을 때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들어 보았는가? ‘성공하는 7가지 습관, 20세가 되기 전에 해야 할 20가지, 100만 명이 선택한 베스트 셀러’ 등 숫자를 활용한 제목을 접하게 되면 호기심과 동기가 유발되고, 발표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PART VIEW] 둘째로 비유·은유·언어유희·패러디 등 콘셉트를 연결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다. 독자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와 기획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를 연결하는 것이 비유와 은유라면, 독자가 알고 있는 용어를 살짝 바꾼 것이 언어유희일 수 있다. 독자가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바꾸어서 보여줄 때 패러디가 된다. 이러한 비유·은유·언어유희·패러디 등은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발표할 때 상대방이 전혀 모르는 내용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줄 수 있다. 셋째로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감성은 눈을 번쩍하게, 귀를 쫑긋해지도록 해준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단순히 ‘잘난 결과’만을 제시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자신과 무관한 일에 대한 단순한 통보나 전달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애틋한 과정’을 공유하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참했다는 마음을 갖게 할 만큼 엄청난 효과를 창출한다. 넷째로 비교를 활용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다. 완만한 차이보다 이질적인 차이를 강조할 때 정보처리 및 기억효과가 커진다. 비교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다른 것을 먼저 떠오르게 한 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대비시켜서 그것이 얼마나 더 좋은지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비교는 기획에서 제안한 내용을 돋보이게 만들고,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기획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 ‘방법(means)’이 있다. 방법은 기획안에서 추진경과, 실태 및 현황, 추진전략 및 방침, 세부추진계획 등에 반영된다. 추진경과는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안의 태생과 진화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하면서 방법을 구상하게 만들고, 명분과 지향을 공고하게 만들기도 한다. 방법은 실태 및 현황을 분석하고, 문제의식을 구체화하면서 그 해결방안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줄 시사점을 추출하여 추진방침과 세부추진계획을 연결하는 핀 역할을 하게 된다. 추진방침은 방법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세부추진계획에 포함된 정책의 종류·대상·내용 등을 결정하는 준거 역할을 한다. 세부추진계획은 기획안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구체적 방법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현장에 반영될 세부적 내용을 점검하고 개요적으로 포함시키는 기획의 실질적인 핵심이 될 수 있다. 기획안은 무조건 쉽게 표현해야 한다. 콘셉트부터 용어와 단어 선택 등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때 이해도와 참여도가 높아지게 된다. 쉬운 기획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뉘앙스가 달라지거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주관적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기획을 구상해야 한다. 전체 내용의 틀이 잡혀 있고, 각종 정보가 표·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기획안은 간결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최대한 단문으로 기술하는 것이 쉬운 기획 작성의 요령이기도 하다. 좋은 기획안을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정리하면, 공감과 적극적 동참을 유발시키기 위해 기획자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을 지녀야 한다. 사실이 없는 당위적 주장은 오직 신념을 함께 하는 독자들에게만 호소력이 있게 되지만,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진술은 공감과 동참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게 된다. 기획안 작성 가이드라인 기획안을 쓸 때 한 문장의 길이를 짧게 해서 하고 싶은 말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긴 문장은 읽기도 힘들고 이해도가 떨어지는 만큼 오해의 소지가 크다. 무엇을 어떤 식으로 실행할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획안은 읽는 사람을 금세 질리게 할 수 있다. 요점을 압축해서 항목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제일 좋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별첨 자료로 보충하여 제시하는 것도 좋다. 훌륭한 기획안일수록 심플하다. 기획안이 심플하려면 불필요한 부분이나 사족은 과감하게 제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어려운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프로다운 기획자가 될 수 있다. 기획안에 외래어를 부득이 사용해야 할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나, 기획안에 외래어를 줄줄이 늘어놓는 것은 좋지 않다. 기획안을 읽는 모든 사람이 기획안에 등장하는 외래어를 안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외래어는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기획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되도록 외래어 표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추상적 표현도 지양해야 한다. ‘상당히 크다’고 할 때 ‘상당히’란 단어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획기적인 기술’이란 표현도 무엇이 ‘획기적’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획기적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능하다. 또한 ‘~라고 생각한다’, ‘~로 보인다’ 같은 애매한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다. 기획 자체에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다’, ‘~입니다’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추상적 표현을 지양하는 대신,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알기 쉬운 문장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항목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쓰되,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한 문장은 50자 이내로 쓴다. 한 단락은 1분 전후로 읽을 수 있도록 300자 이내로 제한한다. 문장의 개수도 3문장 정도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A 정책안에 대한 평가에서 ‘연령별로는 젊은 층일수록 높이 평가하거나, 성별로는 여성 쪽이 높이 평가한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낮은 지명도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보다 ‘낮은 지명도에 기인한다’로 간단하게 표현하거나, ‘강력한 홍보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보다는 ‘강력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기획안 1장의 행수는 아무리 많아도 20행을 넘지 않도록 한다. 그 이상이 되면 읽을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기획안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프나 도표도 1쪽에 하나씩 싣는다. 그 페이지에서 전달해야 할 사항을 하나로 좁히면 전하고 싶은 내용을 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도표에 설명을 추가할 때도 핵심문장을 짧게 쓰는 것이 좋다. 기획안 자체는 심플하고 냉정하게 써야 메시지가 강하게 남는다. 기획안의 내용이 물 흐르듯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구성되려면 각 페이지의 요점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기술’을 최대한 구사해야 한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simple is best). 단어를 선택할 때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멋 부리지 말고) ‘어떤 단어를 사용하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면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TIP❶ _ 글쓰기를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너무 욕심부리면 안 됨). -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재료가 무엇보다 좋아야 한다(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해야). -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을 채우지 않도록 한다(군더더기 빼기). - 글의 시작은 에피타이저(appetizer), 글의 끝은 디저트(dessert)로 한다. -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한다(두괄식,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채우면 메인 요리 맛있게 못 먹어). - 메인 요리는 일품요리로 한다(삼계탕이면 삼계탕, 한식이면 한식). 하나의 메시지로! -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해진다(과다 수식이나 현학적 표현 지양). -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오락가락, 중구난방식 기술 지양, 순서에 입각해서) 있다. -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은 필수이다(글의 대상 파악, 일식당인데 짜장면 황당). -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 있다(글마다 다른 전개 방식). - 요리사가 장식·기교에 승부수 던지면 곤란하다(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승부). - 간이 맞는지 봐야한다(퇴고의 과정). - 집밥이 최고(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글 작성)! 출처: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TIP❷ _ 깔끔한 기획 문장의 조건 - 뜬구름 잡지 말자(선문답, 현학적 표현 지양). - 가급적 한 주제만 집중하고, 거창·창의적 집착·조바심에서 벗어나자. -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 없다(진정성, 사실 충실에 역점). - 실현 가능성, 지나친 욕심(과욕 금물). - 첫째는 주제, 둘째는 뼈대, 셋째는 문장(군더더기 없이 명료, 담백하게, 아는 만큼 쓰자). - 횡설수설하지 말고, 부연설명이나 사족을 멀리하자. 결론)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기에 말이 부족하면 글이 모호해지고, 생각은 없이 말만 길게 늘어뜨리면 글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출처: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3 AI·과학·메이커·영재·정보·수학교육 주요업무계획’ 중 AI 역량 및 컴퓨팅사고력 신장을 위한 정보교육에 초점을 맞춰, 그를 토대로 정책기획안 작성의 시사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Ⅰ. 차세대 정보(SW·AI) 교육과정 체계화 1. 학교교육과정 내 정보(SW·AI) 교육 운영 강화 ▶ 목적 •AI 교육을 통한 초·중·고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강화 •모든 학생이 AI 기초소양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타교과 지식의 융·복합을 통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내용·방법의 혁신을 주도하는 전문 인력 양성 ▶ 내용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대비하는 정보(SW·AI)교육 강화(2024년 초등, 2025년 중등 적용) - 기초 소양으로 디지털 소양 강화 - AI·SW 등 신(新)산업기술 혁신에 따른 미래세대 핵심역량으로 디지털 기초 소양을 함양하고, 교실수업 개선 및 평가 혁신과 연계 - 모든 교과교육을 통해 디지털 기초 소양 함양 기반을 마련하고, 정보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AI 등 신기술분야 기초 심화학습 내실화(표 1 참조) - 정보 교육과정 재구조화 및 신산업분야에 대한 학생 요구 등에 따라 자율적인 학교별 정보 교과목 편제와 교육과정 편성 기준 마련(표 2 참조)
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집단면접 형태로 교육전문직원을 선발하는 곳은 경기·인천·울산을 제외한 14개 시·도이다. 경기도와 인천도 2022년까지 운영을 했으니 거의 모든 시·도에서 토의·토론을 활용한 집단면접으로 교육전문직원을 선발하고 있다. 그만큼 집단면접은 중요하다. 교육전문직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개인의 역량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전문직원이 근무하는 교육청(지원청·직속기관 포함)은 여러 과와 팀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여러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다양한 업무로 인해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다. 심층면접이 개인의 인성과 업무와 관련된 지식을 평가하는 측면이 강하다면 집단면접은 전문직으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소통하는 태도와 관계성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렵고, 혼자 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번 호부터 전문직 면접이라는 주제로 ‘집단면접’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먼저 2023년 14개 시·도교육청의 집단면접 전형 내용과 배점을 살펴보자. 각 시·도별로 토의·토론을 통한 집단면접에 점수는 2차 전형의 최저 10%에서 최대 40%까지 차지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시·도교육청의 정책 이해 및 적용, 논리적 사고력, 발표력, 경청능력과 함께 상호작용을 통한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암기한 내용을 꺼내서 이야기한다고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 문제를 개선할 위기관리능력과 업무수행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PART VIEW] 경험한 바로는 1~2명의 개인역량이 뛰어난 조보다 토의·토론과정에서 협업과 소통이 원활하고 갈등상황 속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한 조에서 합격자가 더 많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토의·토론내용도 단순히 교육정책과 특정 사업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기보다는 미래교육 문화 확산, 교육과정 지원역량, 학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학교지원 리더십을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우린 앞에서 간단히 집단면접의 중요성과 각 시·도별 평가요소와 배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간단히 정리하여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집단면접의 평가요소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간단하게라도 써보고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추후 실전 연습 부분에서 언어적 요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꾸준히 녹음해서 듣는 것은 나의 잘못된 습관을 찾을 수 있고, 전달력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실습 1 각 지역별 집단면접 핵심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평가요소 1개를 정하고 그 내용을 두괄식으로 쓰시오. 이제 집단면접 준비를 위한 핵심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단기간에 전문직이 되기 위한 능력과 소양을 키울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집단면접에서 평가하는 토의·토론은 평소에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평소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학년이나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있다면 좋다. 집단면접 준비 핵심 콕! 첫째, 교사가 아닌 교육전문직으로서 교육현안에 대한 소양을 높이자! 학교와 교육청이 고민하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에 대해 다양한 집단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학교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협업해야 하고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둘째, 토의·토론 준비를 위한 스터디를 구성하자! 같은 초등교사로만, 중등교사로만 구성하지 말고 초등 3명, 중등 3명 정도로 혼합하여 구성하는 것이 좋다. 1차·2차 시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연습하며 상호 피드백을 통해 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 셋째, 예상문제를 준비하자! 기출문제를 파악하고,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현재 교육 이슈와 관련하여 주제를 잡고 다양한 관점으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토의·토론 절차를 익히자! 각 시·도교육청별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한 토의·토론 절차를 익혀야 한다. 토의형·찬반토론형·사회자 주도형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준비한 내용들을 절차에 맞게 풀어낼 수 있다. 다섯째, 예시 답안을 작성하여 입으로 암기하자! 집단면접은 입으로 하는 논술이다. 논리적으로 작성한 예시 답안을 입으로 암기해야 한다. 녹음을 통해 반복 청취하고 들으면서 자신의 억양과 전달력을 확인한다. 미흡한 점을 수정하면서 입과 귀로 정확한 음성과 논리적 전개를 체득해야 한다. 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집단면접 형태로 교육전문직원을 선발하는 곳은 경기·인천·울산을 제외한 14개 시·도이다. 경기도와 인천도 2022년까지 운영을 했으니 거의 모든 시·도에서 토의·토론을 활용한 집단면접으로 교육전문직원을 선발하고 있다. 그만큼 집단면접은 중요하다. 교육전문직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개인의 역량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전문직원이 근무하는 교육청(지원청·직속기관 포함)은 여러 과와 팀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여러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다양한 업무로 인해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다. 심층면접이 개인의 인성과 업무와 관련된 지식을 평가하는 측면이 강하다면 집단면접은 전문직으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소통하는 태도와 관계성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렵고, 혼자 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번 호부터 전문직 면접이라는 주제로 ‘집단면접’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먼저 2023년 14개 시·도교육청의 집단면접 전형 내용과 배점을 살펴보자. 각 시·도별로 토의·토론을 통한 집단면접에 점수는 2차 전형의 최저 10%에서 최대 40%까지 차지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시·도교육청의 정책 이해 및 적용, 논리적 사고력, 발표력, 경청능력과 함께 상호작용을 통한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암기한 내용을 꺼내서 이야기한다고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 문제를 개선할 위기관리능력과 업무수행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험한 바로는 1~2명의 개인역량이 뛰어난 조보다 토의·토론과정에서 협업과 소통이 원활하고 갈등상황 속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한 조에서 합격자가 더 많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토의·토론내용도 단순히 교육정책과 특정 사업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기보다는 미래교육 문화 확산, 교육과정 지원역량, 학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학교지원 리더십을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우린 앞에서 간단히 집단면접의 중요성과 각 시·도별 평가요소와 배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간단히 정리하여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집단면접의 평가요소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간단하게라도 써보고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추후 실전 연습 부분에서 언어적 요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꾸준히 녹음해서 듣는 것은 나의 잘못된 습관을 찾을 수 있고, 전달력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실습 1 각 지역별 집단면접 핵심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평가요소 1개를 정하고 그 내용을 두괄식으로 쓰시오. 이제 집단면접 준비를 위한 핵심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단기간에 전문직이 되기 위한 능력과 소양을 키울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집단면접에서 평가하는 토의·토론은 평소에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평소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학년이나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있다면 좋다. 마지막으로 집단면접 실전을 위한 핵심내용을 살펴보자. 집단면접 실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터디를 통해 실전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이다. 실제 평가 장소와 같은 동일한 환경으로 실전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테이블 배치부터 평가용 시계 활용과 평가 시간까지 평가장과 동일하게 한다. 복장도 갖춰서 실시하고, 멘토를 해줄 수 있는 현직 장학사나 전문직 출신 교감을 통해 예상문제를 받고 평가위원 역할을 부탁하면 더욱 좋다. 둘째, 녹음 파일과 동영상을 활용한 개인 연습을 정기적으로 한다. 출·퇴근시간에는 녹음 파일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전달력이 떨어지는 습관이나 자신 없게 보이는 말투 등을 수정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좋다. 또한 동영상 촬영을 통해 시선처리, 손과 몸의 움직임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 체크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셋째, 집단면접 준비를 통해 토의·토론내용을 채운다. 즉 무엇을 말할 것인지를 예상문제도 만들고 예상답안도 만들어서 외운다. 이제 집단면접 실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말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집단면접은 개인의 역량과 함께 집단 속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소통하는지를 평가한다. 그래서 토의·토론에 참여하는 자세, 시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맞장구 및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의견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정확한 자료 분석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실전에서 정확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문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요즘 논술이나 집단면접 기출문제들을 보면 문항에 조건과 자료를 첨부하여 객관성을 높인다. 그리고 응답자유도가 높은 문제를 출제하여 문제해결력 등 고등사고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항들의 특징은 제시문 속에 들어 있는 조건과 자료를 정확하게 분석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출제자의 의도에 맞는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교육전문직의 관점에서 말해야 한다.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많이 하는 실수가 교사의 입장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합격하면 교육전문직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서 교육청에 가서 일하는 줄 안다.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교사가 아닌 장학사의 관점으로 연습하고 답변해야 한다. 각 시·도교육청별로 교육전문직 합격자를 위한 연수를 임용되기 전에 하지만, 그것으로 전문직의 능력을 다 키울 수 없다. 합격하는 순간 이미 전문직이고, 발령이 나는 순간 바로 장학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실전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바로 ‘나는 전문직이다!’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전문직으로서 어떤 문제나 과제가 주어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겸손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을 먼저 말하고 이후에 이유와 근거, 마무리 순으로 분명하고 또렷하게 말해야 한다. 앞에서 전문직 집단면접 준비와 실전을 위한 핵심내용을 제시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각자 또는 함께하는 스터디 조원들과 함께 집단면접 능력을 키우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구체적인 준비방법은 이후 내용에서 자세히 안내하겠지만 먼저 어떻게 집단면접을 준비할지 방향성과 원칙을 정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효과적인 집단면접 준비 방법에 대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 논술 준비와 함께 집단면접을 준비하기, 메모카드 작성법 및 실습, 예상문제 제작 및 정리에 대한 내용이다. 이번 호에 대한 내용을 잘 숙지하고 다음 호의 내용을 받아들인다면 집단면접의 고득점을 위한 좋은 초석을 놓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