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 정권 시절에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제 5공화국 문화정책의 기틀을 세우기도 했던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 1901~1976)는 프랑스인들이 '행동하는 지성', '실천문학의 대가', '세기의 전설', '지성의 대통령' 등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이다. 1996년 프랑스 정부가 그의 사망 20주기를 기해 프랑스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팡테옹 사원으로의 이장을 결정한데서도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떠한 것인지를 잘 말해준다. 공쿠르상 수상작 ' 인간의 조건'(1933), '정복자'(1928), '왕도'(1930)나 '희망'(1937) 그리고 '알텐부르크의 호두나무들'(1943) 등이 한결같이 극한 상황을 뛰어넘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그리고 있듯이 실제로도 그는 그런 삶을 살았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험에 끊임없이 뛰어든 그의 인생역정은 그야말로 숨막히는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그는 22살 때 고대 크메르 왕국의 조각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기도 하고, 인도네시아에 머물면서 피식민지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신문을 발간하기도 한다. 그는 또한 스페인 내전 때 민간 항공군 대장으로…
2008-10-16 11:20"나는 작은 골짜기가 많기 때문에 발라쥬라 불리는 샹파뉴 지방의 한 모퉁이, 강과 시냇물의 나라에서 태어났다. 내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장소는 골짜기의 움푹 파인 곳이나 맑게 흐르는 물가, 수양버들의 짧은 그늘 속에 있었다. 그리고 강 위에 안개가 피어 10월이 될 때…" 금세기 최고의 시인 철학자로 평가되는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의 대표작 '물과 꿈'에 나오는 이 같은 물의 몽상은 강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 조차도 물에 대한 근원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단지 바슐라르 특유의 아름다운 산문이 갖는 시적 문체의 흡인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살균 처리된 세계'라 부른 과학인식론의 메마른 탐구로부터 풍부한 문학 상상력의 형이상학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평생 행복한 몽상에 젖어 살 수 있었던 특이한 사상가 바슐라르. 그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 출신이면서도 유달리 물의 풍경에 민감한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적 실체로 파악된 물에 대한 몽상을 회화의 세계에서 가장 절묘하게 묘사한 화가를 꼽는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940~1926)를 들어야…
2008-10-16 11:19시·그림·서예 등 다양한 재능 뽐낸 종합예술인 권력 재편의 혼란기 속에서 더욱 빛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진 어머니로는 신라시대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이나 고려시대 정몽주의 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부모에 효도한 여성은 신라시대 지은을 비롯하여 문화의 유씨 등 수없이 많다. 또한 학문이 높고 시문에 능한 부인은 고려시대 여옥을 위시하여 윤지당 임씨 등이 있었으며 글씨를 잘 쓴 부인은 익제 이제현의 손녀 이씨와 강희안의 따님 강씨가 있었고 그림 잘 그리기로는 강희맹의 후손 월성 김씨, 육오재 정경흠의 누이 정씨 등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부인들은 각각 한두 가지의 재주와 성품을 가졌을 뿐이요, 더구나 그 유품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신사임당은 뛰어난 인격자요, 덕 높고 어진 어머니이면서 어버이에게 지극한 효행을 실천한 효녀이고, 학문이 깊으며 시문과 그림, 글씨, 자수에까지 능한 종합적인 모범여성이다. 오늘날 신사임당의의 많은 유품들이 국가와 지방의 문화재로 전승되어 보존하고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요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뚜렷한 주관 갖춘 가정 CEO 신사임당은 서기 1504년(연산군 4년) 음력 10월…
2008-10-14 09:21한국인에게 있어 ‘한국음악’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음악의 종류가 많아지고 국 가 간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더욱 ‘우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음악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지은 이성천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국악 창작’에 심혈을 기울였던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 전통음악의 한 특징을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보았다. 전통음악은 화성 없이 같은 선율로만 이루어진 것 같지만, 그 같은 선율 속에서 각각 구별되는 음색을 들을 수 있음이 바로 이 화이부동의 정신과 통하는 것이다. 이성천은 한국 전통음악의 또 다른 특성을 ‘포괄성’과 ‘여유’로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포괄성은 ‘다양한 가락과 음정의 조합이 옥타브의 주선율 속에 싸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상추쌈 안에 밥, 고추장, 고기, 마늘, 참기름 등이 싸여 있어서 크게 보면 상추쌈 한 덩어리지만, 그 속에 다양한 맛이 나는 음악이 들어 있는 것과 같다는 해석이다. ‘여유’의 특성은 ‘호흡’과 관련이 있다. 서양음악의 지휘자에 해당하는 ‘집박’은 음악의 시작과 끝을 지시할 뿐, 모든 연주의 흐름은 연주자들 간에 통하는 호흡에 의해 결
2008-10-13 09:41미시건 주립대학의 생리학과 교수의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그의 동반자이자 역사학자 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공동 역작인 이 책은 특별히 부제가 붙어 있는데,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 도구’가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생각의 원천은 ‘창조적으로 생각하기’에 관한 것이다. 부제가 말해 주듯이 이 책은 우리 안의 창조성을 이끌어 내는 13가지 생각 도구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즉,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도구 13가지들은 순차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13가지 생각도구를 일렬로 세울 필요는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의 통합으로, 통합은 생각도구들의 완결판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주장하는 통합교육이 주는 시사점은 대단하다. 창조적인 사람들의 감정과 이성을 들여다본 결과, 상상력은 생각도구의 숙달과 종합적 이해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구만 있다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재 우리의 교실에서도 얼마든지
2008-09-23 12:4719세기 플로베르풍의 사실주의 또는 발자크풍의 전통적 소설형식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새로운 ‘탐색으로서의 소설’을 쓰고자 한 20세기 ‘누보 로망’의 작가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소설가로 미셸 뷔토르(Michel Butor, 1926~)를 들 수 있다. 그는 사르트르가 정확히 지적한 바, ‘소설에 의하여 소설을 부정하고’, ‘소설에 대한 소설’을 시도한 혁명아라 할 수 있다. 특히 2인칭 소설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개척한 ‘라 모디피카시옹’(변모)은 1인칭 소설의 효과와 3인칭 소설의 효과를 독자에게 동시에 느끼게 하는 혁신적 기술방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뷔토르가 이 소설에서 종래의 소설처럼 레옹 데르몽이라는 주인공을 ‘그’ 또는 ‘나’라 부르지 않고 ‘당신’이라 부른 것은 그의 독특한 소설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에 의하면 소설이란 작가가 자기 멋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읽어가는 독자의 마음속에 점점 형성되어가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당신’이라 부르는 것에 의해서 독자도 작품 속에 끌려가고, 작가와 똑같은 자격으로 창조에 관여해야만 한다. 또한 소설은 현실이 어떤 식으로 우리 눈앞에
2008-09-22 10:28누보 로망 이후 가장 전위적인 문학운동을 앞장서 주도해 온 ‘텔켈’ 그룹의 기수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 1936~ )는 줄리아 크리스테바, 마르슬랭 플레네와 더불어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3인방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1961년 전통적인 심리소설과는 전혀 다른 누보 로망적 양식의 실험소설 ‘공원’(메디치상 수상)을 발표함으로써 커다란 주목을 받게 되며 프랑스 문단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선봉장이 된다. 줄거리라는 ‘시간성’보다는 ‘짜맞추고 뒤섞은’ 이미지의 조합에 의해 공간성을 획득함으로써 하나의 치밀한 그림이 되는 소설 ‘공원’은 현대소설사에 등장한 돌연변이 같은 실험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소설의 시각적 차원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솔레르스가 정신적 내용을 확실히 포착하여 그것을 형태의 정확한 소묘와 선명한 배치에 의해 조형적으로 전개시킨 17세기의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을 특별히 주목하여, 그에 대한 본격적인 평론과 소설 ‘푸생 읽기’(1961)를 쓴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신보다 3세기 전에 태어난 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솔레르스는 푸생에게서 시대를 뛰어넘는 어
2008-09-08 10:58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적어도 한국 사람으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글, 곧 우리글을 만들고, 지금 우리가 국경이라고 말하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우리의 영토를 확정했다는 사실 정도다. 그런데 세종이 이승을 떠난 지 500년하고도 쉰여덟 해가 되고, 태어난 해로 따지면 올해가 611돌이 되는데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빛나는 것은 왜일까? 믿음과 형평성의 원칙 강조 세종은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잠시라도 팔짱을 끼고 한가히 앉아 있는 일이 없이, 백성 위에 있으면서도 백성보다 더 백성과 함께 살고자 나날이 정사를 보살피고, 여가에는 학문과 궁리, 창조와 경륜에 마음을 쏟았다. 또 중국의 입김이 거센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독립국가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었다. 시황제나 나폴레옹처럼 영웅적 권세를 누리기보다는 머나 먼 국경지방의 민관의 생각까지 하나 놓치지 않고 물어서 세금의 형평을 논하기도 했고, 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강우량 측정기를 만들어 농사일에 보탬을 주고, 시계를 만들어 백성이 시간을 알게 하는 세심함에까지 열을 쏟았던 임금이었다. 죄인을 다스릴 때도 등을 때리는 법을 폐지하고, 죄수들의 옥중 생활에 조금이라도 괴
2008-09-01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