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나 협의회 등에 참석하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디서나 비슷한 인사말을 하지만, 으레 하는 말로 듣기에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다소 너그럽지 못하다. 선생님들은 정말 바쁘다. 타 직군과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업무를 수행해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바쁘다. 학생을 위한 교사 본연의 업무와 그를 잘하기 위한 준비, 뒤따르는 부수적인 행정, 여기에 더해 각종 행사 등의 주객이 결국 전도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행 따르다 보면 본질 잃어 교사의 기본 업무는 학습지도와 학생과의 교감이다. 이 두 영역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교사의 소명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고민의 시간 틈으로 최근 경향에 맞는 수업을 잘하기 위한 각종 모임, 매년 성향이 변하는 학생과 공감하기 위한 기법 연수, 여기에 더해 교육적인 수명이 길지 않아 보이는 행사성 업무까지 비집고 들어 온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교사 본인은 막상, 자기 주도적 고민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의 성장이라는 알맹이 없이 시류에 걸맞은 결과물만 양산해내고 본질을 잃어버린 기계적인 시간만
2020-02-17 14:00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다. 발병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확진자 7만 명, 사망자 1700명을 넘어섰다. 날이 갈수록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확진자가 늘고 있다. 바이러스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 단위학교 방역물품 확보 못해 정부에서는 중국 발 입국 제한, 입국자의 격리 수용, 국민 교육·홍보 등의 방역대책을 수립·실행 중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 유·초·중·고·대학교 등 각급 학교도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학교별로 줄줄이 개학·졸업·입학식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 후 휴교·휴업 중이다. 그런데 전국의 학교가 전염병 확산 방지와 방역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교육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학교는 개학 연기·휴교·휴업, 의심 환자 출결처리 기준, 관련 의약·방역물품 구입과 행정에 정부와 교육당국의 혼선과 무책임으로 애로가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인 학교의 감염 예방과 방역 활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국가적
2020-02-17 13:58
“기본에 충실하자.”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되새기고 다짐하는 말이다. 9년째 교무부장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어떤 이들은 ‘이제는 편하겠다’, ‘학년도만 바꾸면 되잖아’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결코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작은 일에도 최선 다해야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하겠지만 자신이 올린 결재 문서가 결재권자에 의해 수정이 되면 유쾌하지만은 않다. 결재 경로를 떠나 자신의 글을 누군가 수정하는 것은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치명적인 오류의 경우는 직접 확인하지만 단순한 표기, 서식 구성의 오류인 경우는 수정 후 결재를 올린다. 결재 이력에서 수정 내용을 확인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침묵이나 ‘고맙다’는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고쳐야 되냐는 불편한 반응도 종종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경력이 짧았을 때는 문서를 작성할 때 불합리하다고 느꼈었다. ‘내용이 중요하지, 점의 위치가 왜 중요하지?’ 힘들게 준비한 결재 문서를 지적하는 관리자 분들이 야속했다. 그런데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왜일까? 나 역시 형식에만 얽매이게 된 걸까? 영
2020-02-17 13:54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전국적으로 6666명이다. 지난해 1월 6049명에 비해 10.2% 늘어났다. 부산광역시 같은 경우 신청 명예퇴직자의 수가 확보된 퇴직금 예산을 초과해 신청자 687명 중 93명을 반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명퇴에 엇갈리는 선후배 마음 매년 꾸준히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사가 많아진다는 것은 교육계에 결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없다. 그 수많은 교사들도 분명 처음에는 교단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고 싶었을 텐데, 이제는 조건만 충족되면 떠나고 싶은 공간이 돼버렸다는 얘기니까. 10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의 체벌이 현재보다 자유롭고, 더 이전에는 소수의 교사가 체벌을 무작위로 사용했던 때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인권이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며 학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끔 교육현장은 바뀌어 왔다. 하지만 이의 부작용으로 일어나는 교권의 추락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이제 교육현장에서는 폭주하는 학생을 그 어느 교사도 막을 방법이 없다. 생활지도를 하는데 바로 앞에서 학생이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친다거나, 그런 학생의 화장품을 압수하지 못해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20
2020-02-17 13:52
2월. 인사 발령과 업무분장으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요. 새 학기에는 어떤 학년을 맡을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어떤 아이와 어떤 학부모를 만나게 될지. 세상은 온통 알 수 없는 ‘어떤’으로 가득채워지니까요. 설레고 기대된다면 좋겠지만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와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색깔을 덧씌우기도 해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더 크게 자리잡기도 해요. 얼마 전, 새 학교로 발령을 받으시는 선생님과 답답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 이번에 옮기는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하라고 해요. 자리가 그것 밖에 없대요.” “3학년 괜찮지 않아요? 그래도 완전 저학년도 아니고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3학년은 괜찮은데, 그 학년에 아주 막무가내인 학부모가 있대요. 작년에 민원이 엄청 많아서 동학년 선생님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대요.” “아~ 그래서 3학년이 비어있었나보네요. 참 답답한 일이네요.” 새 학교로 옮길 때, 가장 큰 단점은 안 좋은 학년, 안 좋은 업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기득권이 없으니까요. 학교를 옮기시는 선생님들도 막막하지만 기존에 근무하던 선생님들도 다크호스(?)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
2020-02-17 09:38
‘카톡-’ 나른한 주말,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거실 쇼파에 누워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작년에 졸업한 제자, 마이크다. 「필승-! 해병 김마익! 쌤- 저 뉴스에 나왔어요 한번 보세요」 첨부한 뉴스 링크를 확인한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외국인 화제’란 기사 그 속에 피부가 유달리 까만 그 아이는 ‘김마익’이란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뀐 이름표를 달고 군복을 입은 채 환히 웃는다. 이제 교정기도 뺏나 보구나. 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삼 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군대를 갓 제대해서 복직했던 내가 너와 처음 교실에서 마주했을 때,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석으로 부르려 하는데 유달리 낯선 이름이 있었다. ‘Mike Maurice Gabin’ 그게 너의 이름이었다. 프랑스 선교자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너는 유달리 모계의 혈통을 받아서인지 피부는 까맣고 쌍꺼풀은 매우 짙은 전형적인 필리피노였다. 이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순간 아득했다. 그때 넌 손을 맞잡듯 내 눈을 붙잡으며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의 이름은 마익크 몰리쓰 가뱅이무니다.” “뭐라구...?” 당황에 빠진 초보 교사를 두고 넌 더욱 어리둥절해 하며 “써,썬생님
2020-02-12 15:32그동안 일선 교원들의 숙원이었던 8월 말 퇴직교원 성과상여금 지급이 실현됐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에서 성과급 관련 예규인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을 개정해 지난달 28일 고시했다. 이로써 올해 퇴직교원들부터는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8월 퇴직교원들은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반면 기간제 교원들은 2개월 이상 근무하면 성과급을 지급해 줄곧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특히 정규 교원으로 수십 년을 근무하고 퇴직하는 교원들에게 대우는커녕 생일이라는 불합리 기준으로 역차별을 한다는 불만과 민원이 야기돼 왔다. 교총의 뚝심으로 차별 철폐 교원들을 포함한 공무원 성과급은 김대중 대통령 임기 초인 1999년 인사혁신처 전신인 중앙인사위원회가 ‘공직 사회의 경쟁 원리 도입으로 유능·우수한 공무원 우대 공직 분위기 조성’이라는 취지로 도입했다. 이어 국민의 정부 100대 개혁 과제에 포함돼 2001년부터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급돼 왔다. 당시 교원 성과급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추구’라는 명분까지 있었지만, 도입 초기부터 논란과 갈등을 초래해 왔다. 일반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 원리를
2020-02-03 17:00
한 40대 남자가 퇴근길 회사 로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지나가던 청년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119를 부르고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한다. 쓰러진 가장은 청년의 도움으로 아들, 딸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행복하게 돌아간다. 심폐소생술 교육 시간에 본 영상이다. 가상현실 활용해 실감 나게 심폐소생술은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췄을 때 하는 응급처치다. 심정지 발생 후 4∼5분 안에 시행하면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만 8500명이 심정지로 사망하고 1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97%가 생존할 수 있지만 4분이 지나가면 생존율은 50%로 줄어든다. 심정지 발생 장소는 80% 이상이 가정이나 공공장소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바로 옆에서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가족과 제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큰일이지 않은가?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잘 배워둬야 한다. 교사는 해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법정 의무교육이 돼 전 교직원이 참여한다. 진지한 태도와 비장한 각오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지시대로 몇 번의 연습을 한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을…
2020-02-03 16:58
‘세상만사(世上萬事) 복불복(福不福)’이라는 말이 있다.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또 안 되는 일도 없으니, 그저 자신의 복대로 된다는 의미다. 30년 동안 소송을 담당한 나로서는 소송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임에도 담당 재판부마다 사건을 대하는 관점과 방향이 달라, 서로 다른 결론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마다 달라지는 관점 작년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립학교 남녀 선생님 두 분이 나를 찾아와 행정소송을 의뢰했다. 도교육청이 학교법인을 감사한 결과 교사 채용 절차에 하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당시 임용된 교사 3명의 임용취소를 요구했다. 학교법인은 그 요구에 응했다. 3명의 선생님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그 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결정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 분의 여선생님은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우선 임용취소처분이라는 똑같은 유형의 처분을 받은 두 분 선생님을 공동소송의 형태로 1건의 사건으로 묶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각자 따로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두 분의 경력과 포상 등의 전력이 서로…
2020-02-03 16:56학습부진학생들을 만난 첫해에는 내 기준으로 혹은 주변 학생들과의 비교 기준으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이듬해부터는 어떠해야 한다는 기준을 버렸다. 괜찮다는 위로로 다가갈 수 있었고, 작은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었다. 다음은 그간 학습부진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들이다. ① 어려워야 공부지="저는 분수부터 포기했어요.", "수학은 배웠는데, 또 배워요." 이런 말을 하며 계속 오르기만 해야 하는 가파른 계단 앞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울기의 길을 만들어 주면 오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분수를 어려워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중3이 분수의 사칙연산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② 누군가 하겠지=누군가가 가르쳐 줄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은 아무도 안 가르쳐 주는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중학교에 가면 또 배우라고 하고,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때 다 배우고 왔다고 한다. 학습하는데 필요한 문해력과 수리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도와주는 ‘누군가’가 분명해야 한다. ③ 하다 보면 되는 거야=작은 성공 경
2020-01-18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