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에게 배달되는 신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몇 주 전에는 120권짜리 세 박스에 담긴 책이 배달되어 도대체 무슨 책일까, 깜짝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문제의 책은 바로 ‘아비투어 철학 논술’(자음과 모음)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명문대 통합교과형 논술 유형은 칸트와 헤겔을 배출한 독일의 논술시험 아비투어(Abitur)형식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2008학년도부터 논술의 비중이 확대된다는 보도와 함께 지금 교육계의 화두(話頭)는 온통 논술입니다. 신문마다 논술에 관한 기사와 기획이 넘쳐납니다. 고교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온통 논술, 논술, 논술. 자녀 교육에 대한 워낙 유별난 관심 때문인지, 한 때의 지나가는 신드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흐름이 출판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습니다. 모두에 말씀드린 데로 논술 관련 서적은 출판계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웬만한 출판사치고 논술관련 서적을 출간하지 않은 곳이 없고, ‘아비투어 철학 논술’같은 대형기획물을 내는 곳도 꽤 됩니다. 이번 주만 해도 제 손엔 다섯 권의 논술 관련 신간이 들어왔습니다. ‘책꽂이 속에 숨어 있는 논술’(살림) ‘논술 잡는 스키마’(북포스) ‘논술공부 99%
2006-11-15 11:51“쉿!” 초등학교 입학식 날. 교장인 도로테아 여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왼손을 둥글게 말아 귀에 대고 오른손으로 마이크를 감싸 쥐며 말을 시작한다. “지금 많은, 아주 많은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군요….” 강당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교장의 감동스러운 연설이 시작되려는 찰나. 그러나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저자는 화가 났다. 아이 넷이 입학할 때마다 교장은 똑같은 연설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이 책은 엄마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교사들에게 열 받은 사연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교사와 에피소드들이 실존 인물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읽는 이에게 더 충격적으로 와 닿는다. 독일은 2000년과 2003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순위에서 자국 학생들이 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하위를 기록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국민들의 실망감은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과 전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표출됐다. 특히 교육제도뿐 아니라 교사들에 대해 그 안에서 안주하며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2006-11-15 10:59글짓기를 할 때는 창의적인 표현을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범죄와의 전쟁’,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 등 뻔하고 식상한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식상한 표현 대신 새로운 표현을 찾아서 쓰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팽팽거리다’는 ‘일정한 좁은 범위를 자꾸 돌다, 갑자기 정신이 자꾸 아찔하여지다’는 뜻으로 ‘뱅뱅거리다’보다 거센 느낌을 주는 말이다. ‘팽팽대다’도 이와 같은 뜻이다. “뒤통수에 일격을 당한 그는 머리가 팽팽대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굼질거리다’도 자주 활용해볼 만하다. ‘굼질거리다’는 ‘굼지럭거리다’의 준말로 ‘굼질대다’, ‘굼지럭대다’도 같은 뜻이다. ‘굼지럭’의 준말인 ‘굼질’은 몸을 천천히 굼뜨게 움직이는 모양을 가리킨다. ‘굼지럭굼지럭하다’, ‘굼질굼질하다’ 역시 ‘굼질거리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얘, 그렇게 굼질거리다가는 기차 놓치겠다.” “젊은 사람이 노인네처럼 몸을 굼지럭굼지럭해서야 되겠어?” 백마디의 유행어를 따르기보다 소박한 우리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곧 우리말 사랑이 아닐까.
2006-11-13 09:49느닷없이 날아든 벗의 사망 소식에 쿵 가슴이 내려앉는다. 불의의 교통사고였다. 밤이 이슥한 시각, 인사불성이 되도록 대취한 어느 젊은 운전자가 몰던 대형트럭이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와 맞은편에서 달리던 그 아이의 승합차를 덮쳐 버렸다는 것이, 풍문으로 전해오는 사건의 전말이다. 그가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말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아무런 연고조차 없는 먼 이역의 타관(他關)에서. 지독한 가난으로 덕지덕지 도배가 되다시피 해 있던 집, 그의 아버지가 팔다리조차 성치 아니한 몸으로 날품을 팔아 겨우겨우 끼니를 해결하던 딱한 형편이었다. 그런 환경 탓에 주위 친지의 도움으로 중학교만 근근이 마치고선 훌훌 바람처럼 객지로 떠난 뒤 여태 소식 한번 없던 그 애가 아니던가. 총명하여 수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 아까운 아이가……. 분명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그에게는 이 가난이 죄가 되었다. 초등학교 오 학년 땐가 육 학년 땐가 기억이 통 아슴푸레하다. 바람살이 유난스레 매웠던 어느 겨울날이었던 듯싶다. 이글거리는 갈탄난로가 교실 안을 후끈 달구고 있었다. 바로 그 난로 때문이었으리라. 의자 등받이에다 벗어 걸쳐둔 담임선생님의 양복 윗도리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오백 원짜
2006-11-09 10:20사극을 보면 대사 가운데 가끔 '서낭당'이나 '성황당'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서낭당이 맞을까, 아니면 성황당이 맞을까. 서낭당과 성황당은 둘 다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이다. 성황당(城隍堂)은 한문으로 천년 전에 중국에서 수입된 말이다. 성황당은 중국의 성황묘 혹은 성황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국인들은 성황묘에 모신 전쟁의 신이 자신들의 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공을 들였다. 이 성황묘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돼 곳곳에 설치됐는데 국가적인 풍습인 성황당과 민중의 풍습인 서낭당이 서로 뒤섞이며 함께 쓰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서낭당이 성황당과 다른 점은 서낭당은 무속적이고 토속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까지 국가적인 풍습으로 존재했던 성황당과 달리 서낭당은 무속신앙을 대변하는 민중의 풍습이었다. 즉, 서낭당이 성황당에 비해 토속적이고 민족적인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성황당이 서낭당으로 바뀐 것과 마찬가지로 토지와 마을을 지켜준다는 성황신은 서낭신으로, 서낭신에게 차려 놓은 제물상인 성황상은 서낭상으로, 서낭신에게 지내는 제사인 성황제는 서낭제로 바뀌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고갯마루에 있는 느티나무를 서낭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 왔다." "그
2006-11-02 16:11▶교과서에 나오는 한국사 인물 이야기=단군부터 이승만까지 중·고교 교과서에서 선별한 중요 인물 100여명을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생애와 업적, 평가 부분으로 나누어 해당 인물과 그를 둘러싼 시대상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위인뿐 아니라 간신, 친일파 등도 포함시켰다. ‘한국사 속 두 사람’이라는 코너를 통해 두 명씩 짝지어 비교 분석도 실었다. 윤희진|책과함께 ▶플루타르크의 영웅들을 만나다=우리에게 잘 알려진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그리스의 학자 플루타르크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입법가와 정치가, 군인 등 50인의 업적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이 영웅들 중에서 그리스 역사의 주역이 된 테세우스, 리쿠르고스, 솔론, 페리클레스 등 4명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실감나게 읽을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임명현 외|놀자북 ▶생각이 자라나는 이야기=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어린이용 철학서. 행복, 봉사, 아름다움, 끈기와 인내 등 가치관과 관련된 개념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해준다. 각각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위주로 전개되며, 각 장마다 실린 질문과 생각거리를 통해 철학적 의미를 되짚고 대화의 장을 마련해보도록 했다. 폴 클레그
2006-10-26 16:39자기가 하고도 하지 않은 척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행동을 가리킬 때 ‘시치미를 떼다’라고 써야 할까, 아니면 ‘시침을 떼다’로 써야 할까. ‘시치미’란 원래 매사냥이 활발하던 옛날,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털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을 가리킨다. 즉, 시치미란 매가 누구 소유인지를 알려주는 증표였던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매를 잡으면 매의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자기 것처럼 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에서 알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을 빗대 ‘시치미를 떼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시침은 시치미의 준말이기 때문에 ‘시치미를 떼다’, ‘시침을 떼다’ 모두 가능하다. ‘떼다’ 대신에 ‘따다’ 동사가 붙어도 된다.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가’를 보면 “자꾸만 그쪽으로 눈이 가려는 것을 억지로 돌아앉아 시치미를 따고 있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생시치미’는 시치미 앞에 ‘지독한’ 또는 ‘혹독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생[生]’이 붙어 시치미를 강조하는 말이다. 생시치미의 준말로 ‘생시침을 떼다’라고 써도 된다.
2006-10-24 09:27▶이코노리 에피소드=동물과 사람이 어울려 살며 이코노리어와 이코노리 화폐를 사용하는 환상의 섬 ‘이코노리랜드’. 섬에 도착한 주인공들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경제를 배워나간다. 경제학 교수인 아담스 박사는 경제는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생활임을 깨닫고 어려운 한문으로 된 경제용어를 쉽게 해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박노성|동아일보사 ▶기하학과 작도의 원리=딱딱하고 어려운 수학을 동화로 풀었다. 동화 속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하학의 원리와 개념을 파악할 수 있다. 각 도형의 종류에서부터 그 특성을 이용한 작도 응용에 이르기까지, 도형에 대한 모든 것들이 정리돼 있다. 각 장의 끝에는 ‘원리와 개념 정리’ 코너를 마련해 앞의 내용을 한 번 더 짚어보게 했다. 오채환|자음과모음 ▶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일제 강점기, 해방기, 대중가요사, 분단 시대의 남북음악 교류 등 19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근·현대 음악사에 영향을 끼친 서양음악들을 정리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웠거나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악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변천되었는지, 또 그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민경찬|두리미디어 ▶역사체험 여행지 백
2006-10-16 08:57어린 아이들이 친구들을 놀릴 때 흔히 쓰는 표현이 “얼레리꼴레리”이다. 하지만 얼레리꼴레리는 바른 말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알나리깔라리’이다. ‘알’은 아주 작은 것을 뜻하는 말이고 ‘나리’는 어사또 나리, 사또 나리처럼 지체 높은 사람을 높여 부르던 말이다. 알과 나리가 합쳐진 ‘알나리’는 과거에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한 경우를 시기해 이를 놀림조로 이르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여기에 별 뜻이 없는 깔라리가 더해져 아이들이 남을 놀릴 때 쓰는 ‘알나리깔라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이한 유래를 가진 말을 하나 더 알아보자.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 ‘보기에 살림이 매우 가난한 데가 있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이 ‘을씨년스럽다’는 을사년(乙巳年, 1905년)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잘 알다시피 을사년은 일본에게 우리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을사조약이 체결된 해이다. ‘을씨년스럽다’는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 을사년처럼 스산하고 어수선하다는 뜻을 의미한다. 말에는 민족의 얼이 담겨있다고 한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을 할 때는 을사년의 통분이 담긴 조상들의 마음을 상기하면서 한번쯤 마
2006-09-27 14:33교육 현실・과제・전망 다뤄 한국의 교육과 교육행정 윤종건 지음/ 원미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우리 교육이다. 대외적으로 보면 문제해결력 1위, 수학 2위, 과학 3위(2003 OECD 만 15세 학생 학업성취도) 등 상위권에 들고 효율성에서도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쟁력이 뒤처지고 정부부담 학교교육비에 비해 사교육비 비중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유아・초등・중등・고등・특수・사회・평생교육, 교원 및 인사행정, 교육재정, 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교육의 현실과 과제와 전망을 살펴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1998년의 ‘포스트모던시대의 교육행정과 학교경영’의 수정・보완판이다. 국어로 원리, 사회로 문제접근 교과서로 배우는 통합 논술 최진규 지음/ 늘품미디어 통합교과 논술에 대비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국어 교과로 원리를 설명하고 사회 교과로 실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예문은 교과서 지문을 활용했으며 핵심 개념과 원리는 기출문제 및 저자가 직접 만든 문제를 통
2006-09-20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