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교 교원 대부분이 2025년 전면 시행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교총이 지난 7월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가 2025년 전면 도입을 반대했다.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이 미흡(38.5%)’하고, ‘학생 선택 및 자기 주도성 강조가 교육 결과를 온전히 담보할 수 없다(35.3%)’는 게 주된 이유다. 교과, 학군 쏠림 가속될 것 고교학점제는 대입 중심의 교육과정을 학생이 원하는 교과 선택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그럼에도 전체 응답 교원의 82.9%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입이 고교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대입에 유리한 교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할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이를 원할 것은 자명하다. 일각에서는 교과 선택권으로 인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분리될 가능성도 지적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주요 과목에서 파생되는 심화 과정의 개설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칠 우수한
2021-08-05 14:54지난주 제65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최고상 입상자에 대한 상장 전수식이 열렸다.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2명에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여한다. 입상자에게는 최고의 영예다. 그동안의 노력에, 수상의 결실을 거둔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 입상작은 일반화를 거쳐 전국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으로 구현돼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현장교육연구대회는 가장 수업 친화적인 연구대회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대회 축소하려는 교육 당국에 유감 그러나 이 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65년을 달려온 현장교육연구대회를 포함한 모든 연구대회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100년 교육을 만들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주역인 선생님이 마음껏 공부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원대책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정부와 교육청이 연구대회 축소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더욱 유감스럽다. 교감의 연구대회 참여를 사실상 막고, 민간기관이 운영하는 대회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나
2021-07-29 18:35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등교 수업 전환, 온라인 수업 등 주요 정책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는 이른바 ‘교사 패싱’으로 현장 교원들은 좌절했다. 오락가락 정책의 부담도 현장의 몫이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2018년 7월 대법원은 “2014년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취소한 처분이 정당하다”라고 판결했다. “국가(또는 교육청)에 의한 기존 교육제도의 변경은 교육당사자 및 국민의 정당한 신뢰와 이익을 보호하는 전제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절차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뒀다. 현실-이상의 괴리 고려 안 해 그러나 최근 이러한 대법원판결에 역행하는 사안이 발생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도록 하는 학폭법 개정안‘이 올해 6월 23일 시행되면서 학교의 혼란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내용과 시기의 문제를 지적한다. 학교폭력의 특성상 학교폭력 심의위 개최 전까지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가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분리했다가 학
2021-07-15 18:43지난달 29일 교육활동 중 뜻하지 않은 교권 침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소송비 지원을 심의, 의결하는 제100회 교권옹호기금위원회가 열렸다. 숫자 100은 우리 일상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진행하고 있는 일의 완성 또는 더할 나위 없는 완전무결을 뜻한다. 1에서 시작해 100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지난하다. 그렇기에 현장 교원의 어려움을 살피고 억울한 피해를 당한 선생님 편에서 교권 보호를 위해 한결같은 노력을 해온 교총의 헌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원 확대·법제도 개선 성과 교총은 교권 침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1978년부터 민·형사 소송은 물론 소청심사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폭넓게 지원해왔다. 소송비 지원액은 여러 번 인상을 거쳐 현재는 심급당 500만 원, 3심까지 총 1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소송비 지원액이 2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경찰조사 변호사 동행도 지원하는 등 지원 금액과 지원 범위 모두 지속 확대 중이다. 제도상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주요 정당과 교육부 등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5만원의 벌금형만 받아도 교단에서 퇴
2021-07-01 15:26최근 특정 교원노조의 일부 시·도지부가 지역 내 초·중·고교에 당해 노조와 교육청이 체결한 단체교섭·협약(단협) 사항을 이행하라는 압박성 공문을 직접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칙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교육청과 교원노조 지부 간의 단협 사항은 교육청에서 관할 지역 학교에 공문으로 시달해 교원들에게 안내하고 지도 감독권을 행사하는 게 정도(正道)다. ‘단협 이행’ 학교 압박한 교원노조 그런데 특정 교원노조 지부가 직접 일선 학교에 공문을 발송해 단협 이행을 촉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교원노조법 위반으로 관리자를 고발하겠다고 겁박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현행 법령상 교육청과 교원노조 지부 간 단협 사항은 비노조원들을 포함한 관할 지역 내 전 학교와 교원들에게 효력을 미친다. 따라서 단협 체결 시 더욱 숙고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이번 사태처럼 특정 교원노조 지부가 직접 일선 학교에 겁박성 공문을 보내며 완장 찬 상전 노릇을 하는 것은 행정 일탈이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 지역 1300여 개 초·중·고교에 ‘전교조 서울지부 단체협약 이행 협조 요청’ 공문을 직접 발송해 2020년 12월 단협 체결사항을 안
2021-06-24 16:00지난주(14일~18일) 사이버 학교폭력 예방 교육주간을 보냈다.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단위학교의 예방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학교별·지역별로 사이버 폭력의 근절과 예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너무 조용히 지나간 것 같아 아쉽다. ‘과도하다’ 할 정도로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주간 관련 기사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등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말이다. 사이버 폭력 예방은 학교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 사례 갈수록 증가 추세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뉘듯이 학교폭력의 양상도 크게 변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의 확대는 과거 물리적 폭력으로 대표되던 학교폭력을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왔다. 사이버 학교폭력과 사이버 교권 침해 사건도 급증하는 이유다. 사이버 폭력이란 ‘정보통신 기기나 온라인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뜻한다. 즉,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갈취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영상 유포 등이 있다. 올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사이버
2021-06-17 17:39서울 소재 8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재지정 처분 취소 1심 행정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학교법인 경희·한양학원이 재단 운영 자사고에 부당하게 재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양 재단에서 운영하는 경희고와 한양대부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나머지 6개교도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 자사고 8곳 모두 승소 이들 8개 자사고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2019년 이전 5년간의 운영 실적을 토대로 한 재지정 평가에서 점수 미달로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자사고는 평가계획 매뉴얼에 따른 자체 운영성과보고서 제출 직전에 서울교육청에서 갑자기 평가 점수와 항목을 변경한 데 대해 의도적 불공정 평가라고 반발·불복해 8개교가 둘씩 나눠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고, 서울교육청은 전패(全敗)했다. 이번 판결로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서울교육청이 평가 기준(배점·항목)을 변경·소급 적용한 것은 입법 취지의 본질에 반하며, 위법·불공정성·권한 남용이라는 법원 판결 취지에 대한 국민 공
2021-06-03 15:42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선임교사1’, ‘선임교사2’, ‘전문교사’를 거쳐 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교원자격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이후 교감·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고경력 교사의 번 아웃 현상을 막고 이들의 성장 및 전문성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큰 이유란다. 이는 교직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묵묵히 교단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몰이해이자 교직에서 승진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비교육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내로남불’의 전형 교직은 사람을 교육하는 직종이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기업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교육은 다양한 유·무형적 요건들의 충족이 요구되는 종합예술과 같기 때문이다. 유‧무형적 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관계이다.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관계는 수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형성된다. 교사와 학생의 대면과 가르침, 그리고 배움, 이것이 교육의 생명이자 학교의 근간이다. 이 외에는 어떤 것도 목적이 될 수 없다. 국회의원 개개인을 하나의 입법기관이라고 하는 것처럼 교사 개개인을 하나의 교육기관이라고 보는 이
2021-05-27 14:51교총은 매년 교권실태보고서를 내놓는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아 13일 ‘2020년도 교권보호 활동 지침서’를 발표했다. 매년 교권 사건의 경향성과 교직 사회의 고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교권에 대한 실태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학폭 감소, 사이버폭력 늘어 첫째,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교폭력 관련 교권 사건이 감소했다. 반면 원격수업에 따른 욕설‧민원 등 새로운 유형의 교권 사건이 증가했다. 교권침해는 2019년 513건에서 402건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학교 교육환경이 달라지면서 원격수업 중 욕설, 악성 민원과 SNS상 교원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 등 이른바 ‘사이버 교권침해’가 증가한 것이다. 둘째, 매년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교직원’에 의한 교권침해가 1위였다. 402건 중 △교직원에 의한 피해 143건(35.57%) △학부모에 의한 피해 124건(30.85%)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코로나19로 학사가 급변하고 방역, 급식, 긴급돌봄, 원격수업 등 다양한 업무에서 구성원 간 갈등이 늘
2021-05-13 15:58지난 3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교육이념으로 자리 잡아 온 ‘홍익인간’ 이념을 삭제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안을 철회한 촌극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민주시민’ 교육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냈다가 스스로 접은 것이다. 유명 역사 강사는 이를 발의한 12명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신축 12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민 의원은 또, 같은 날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법’ 제정안도 함께 제출했다. 교육이념을 민주시민으로 내세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학교 교육에서 실제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이다. 지난해 같은 당 남인순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각각 발의한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과 법체계와 내용이 사실상 같다. 대한민국 정체성·교육이념 뒤흔든 촌극 골자는 이렇다. 교육부 장관이 3년 주기의 학교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민단체 활동 경력 인사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위원회를 장관소속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또, 민주시민 교과를 의무적으로 신설해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특정 세력 중심의 논의 구조에서 탄생한 기형적 법안으로 사회적 통합보다는 갈등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2021-05-06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