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뿐 아니라 전국 유아교육계의 관심사였던 강원도 전직 전임강사들의 특별채용 건은 3명 발령으로 일단락되었다. 민병희 교육감의 민선 출마 때부터 시작되었던 전직 전임강사 특채 건은 ‘무상급식’, ‘고교평준화‘와 같은 뜨거운 정책의 뒤에 밀려 그런대로 걸림돌 없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왜 현장은 축하보다는 술렁거리고 있을까? 또 필자는 왜 이렇게 가슴 깊숙이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할까? 온 몸에 힘이 빠져 맞은 새 학기에 유치원 아이들의 낭랑한 웃음소리와 해맑은 미소에도 허전한 미소로 답하는 나 자신이 서럽기만 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조용히 자문하는 질문에는 인정하기 힘든 것들에 대한 힘없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전직 전임강사 특채 건은 교육감의 권한이니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공직자라는 사실, 특채는 대단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수하고 명예로운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다. 또 1년 단위의 계약제 강사로 재계약이 안 된 26명 중 16명(이 중 3명만 발령)만 선택돼 발령 대기 처분을 받은 것은 우리의 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반영이고, 목적을 이룬 것이라는 일부의 판단도 불신을 가져왔다. 더욱 목 놓아 울고 싶은 것은 ‘유아
2011-03-03 21:43외형상으로 보면 지난 한 해 사회 다른 분야의 이념적 갈등이 교육계에까지 투영되어 더욱 혼란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희망의 씨앗도 보인다. 희망의 씨앗은 적절한 조건이 만들어져야만 싹을 틔울 수 있다. 갈등이라는 무성한 잡초 안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아내고 가꾸어가는 것은 교육계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인간 삶을 들여다보면 경제 분야에서는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상호경쟁이 치열하다. 정치 분야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크게 충돌하기도 한다. 이렇게 경쟁과 갈등이 심한 사회가 그래도 조화를 이루며 소위 말하는 발전이라는 것을 이루도록 돕는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개인과 사회의 본질과 한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깊이를 더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발전 및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분야이다. 교육에서마저 조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없을 때 그 사회는 수명을 다 하게 될 것이다. 교육이 인간과 인간사회를 조화와 발전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계가 해야 하며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교육계가 우선 받아들여야 할 것은 자기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교육
2011-03-03 20:00
지난 2월 25일 밤 9시에 서울 창동역을 출발해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에 학교에 도착하는 13시간의 도보여행을, 필자는 학생들 22명, 동료 교사 2명과 함께 즐겼다. 창동역을 출발해 두 시간 남짓을 걸어 안암동에 있는 K대학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공부에 열중한 선배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은 사뭇 달라 보였다. 청계천 변을 걸으며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되살리는 것이 분명 삶의 올바른 방향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복원공사가 한창인 남대문을 지나면서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또 하나의 생채기를 보았다. 새벽 5시쯤 우리는 서울과 경기 부천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다. 서울의 북동쪽 끝에서 남서쪽 끝까지 관통하는 데 8시간 정도 소요됐다. 아이들은 서울을 벗어났다는 성취감에 탄성을 질렀으나 곧 이 탄성이 탄식으로 바뀌어 역곡역을 지날 때 힘들어하던 학생 1명이 더 이상 못 걷겠다며 포기 선언을 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부천 소사역을 지날 때 학생 3명과 동료교사 2명이 죄송하다며 낙오하겠다고 했다. 학생 18명과 필자, 19명밖에 없었다. 뒤처지는 아이를 지도해 주는 교사도 없었고, 오로지 필자가 선두에 선 채 나머지 20여㎞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2011-03-02 18:29교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선생님, 저 선구입니다. 이쪽 고등학교로 오셨다는 소식 듣고 연락드렸습니다.” “아……, 선구! 그러니까 20년 전에 졸업한 선구!” 나의 목소리가 자못 떨리며 톤이 올라간다. 선구 역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음색이 역력하다. 그는 지금 잠깐 찾아뵙겠다고 한다. 긴장된 마음으로 나는 교문 쪽으로 향한다. 잠시 후, 작은 트럭이 도착하는가 싶더니 운전석에서 그가 내린다. 좀 떨어진 거리이지만 한눈에 봐도 분명 예전의 얼굴, 선구가 확실하다. 녀석은 성큼 내 쪽으로 오더니 그냥 발치에서 넙죽 큰 절을 한다. 말릴 새도 없이 땅바닥에 엎드린 채 “선생님, 건강하시죠?” 안부를 묻는다. 나는 그의 옷이 더럽혀질까봐 얼른 일으켜 세운다. 그의 선하게 생긴 눈이 이미 물기에 젖어 있다. 그러니까 기억이 새롭다. 20년 전 아이들이 졸업하는 날, 반 아이들 이름을 마지막으로 호명하며 하나씩 안아주고 헤어질 때, 유독 마지막까지 교실에 남아 눈물을 흘리던 아이. 눈물의 의미를 나에게 일깨워주던, 그가 바로 선구다. 통속된 말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이라고 하지만, 더러는 흘려도 좋은 것이 눈물임을 그때 알았다. 선구는
2011-03-02 15:08그간 방학 기간 내내 학교는 ‘공사 중’이었다. 이제 2011학년도 새 학기를 맞아, 화장실 개보수 등 여러 작업도 마무리되었다. 활기찬 학생들의 발걸음과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교정 곳곳에서 들린다. 문제는 학생을 맞는 내 마음이다. 학기 맞이의 새로움 대신 마음의 부담과 그늘만이 나날이 늘어간다. 외재적 내재적 요인에 의한 학교 현장의 물리적 변화에 대해 아직도 난 여전히 부적응의 혼수상태인가 보다. 2010학년도 지난 학기의 마무리는 참으로 유별났다. 연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벽두 이래 나라 안은 구제역과 AI와 같은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의 창궐로 인해 민심이 뒤숭숭하다. 나라 밖도 혼돈의 극을 달렸다. 폭설, 홍수, 기근, 화산, 지진 등 기상 이변과 중동 아프리카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대학살극으로 인해 혹독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겨울은 추워야 제격’이었다. 그게 맞다. 이태준은 ‘매화’에서 말했다. “차갑더라도 풀 먹인 옷은 다듬잇살이 올라야 하고, 덧문까지 봉하더라도 차야만 겨울 맛이”라고. 하지만 지난 2010학년도 교육 현장의 경우, 우리의 옷에는 다듬잇살이 지나치게 올랐고, 찾아온 겨울은 지나치게 찼다. 참으로
2011-02-28 16:22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시련과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 시련과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당면한 문제의 책임을 바깥에서 찾는다. 그러나 세상은 냉혹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백마 탄 기사가 홀연히 나타나서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사실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해결할 것인가? 이미 수년 전 신문에, 대학생들의 수강신청까지도 엄마가 해 준다는 보도가 있었다. 게다가 부모가 갓 취업한 자녀의 직장까지 찾아가 상사에게 선처를 부탁하기도 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쯤 되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는 상당히 도를 지나치고 있다. 결국 성장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부모의 지나친 과잉보호는 자녀들을 부모의존형 인간으로 만들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사의 선택을 본인이 하지 않고 부모가 대신해 주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제3자인 부모에게 떠넘기게 되는 책임회피형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며 사는 존재(problem-maker)이기도 하지만 동시
2011-02-28 13:03“얘, 강호야, 오늘 우리 정상에 올라가자.” “응, 그래. 정상에 가자.” “야, 나도 같이 가.” 초등 3~4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스키장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하는 얘기이다. 눈에는 아직 잠이 한주먹이나 묻어 있는 부스스한 얼굴로 밥을 뜨며 오늘 있을 신나고 즐거운 일에 벌써 자신감을 내보인다. 정상에 가면 위험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전혀 무섭지 않다며 괜한 걱정 하지 말라는 표정이다. 정상에서 저 모퉁이로 휘어 돌아내려 오는 길이 아주 재미있단다. 그래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 이르니 “네” 하며 씨~익 웃는다. 웃는 얼굴이 어찌나 예쁘고 귀엽던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스키장 왼쪽 가장자리 쪽으로 점프대가 마련된 보드 길에서도 보이는 아이들이 거의 10대 아이들이다. 점프를 위해 오르고 도전하고, 도전했다 넘어지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또 도전하고. 아이들만의 특권이다. 어떤 아이는 자세를 가다듬고 속도를 조절하며 목표점에 이르더니 점프를 해 공중회전을 하고 사뿐히 내려앉으며 드디어 성공했다. 두 손을 들어 환호하며 성취의 기쁨에 어쩔 줄 모른다. 곁에서 지켜보던 내가 다 가슴이 설레고 ‘와~’하는 감탄이 나왔다. 넘어지는 아이들이 더 많
2011-02-28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