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전화였다. 삼 년 만에 소식을 전해온 범수 씨는 효행 장학금을 받을 아이들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주말에 인근 마을에서 백수연 잔치를 하는데 주인공인 할머니께서 장학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불현듯 삼년 전 범수 씨가 산중(山中)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탈상을 마치면 개심사 골짜기에서 홀로 기거하는 노인을 돌봐드릴 예정입니다.” 당시(2007년)는 무심코 흘려들었던 말이다. 범수 씨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시묘살이의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2002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 5년 가까운 세월을 부모님 묘소를 지켰다. 폭풍이 몰아치고 거센 눈발이 휘날리는 추위에도, 살갗이 델 것 같은 뜨거운 무더위에도 그는 언제나 산중의 부모님 묘소 곁에 있었다. 생전(生前)에 잘하지 돌아가신 후에 묘소를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입방아 찧는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자식 노릇을 다할 뿐이라고만 했다. 3년 전 시묘살이를 마친 범수 씨는 산중에서 “효를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라고 했던 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효 관련 자료를 모아 책을 집필하고 효 교육을 담당할 기관(서천어버이대학)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장
2010-09-29 13:45며칠 전 출근길에 동네 구멍가게를 칭찬하자는 방송 프로그램을 들었다. 모 지방 ‘그린마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알다시피, 지금은 농산어촌 구석구석까지도 대기업 슈퍼마켓과 대규모 마트들이 진출해 있다. 동네 구멍가게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 소개된 구멍가게는 그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동네 ‘맥가이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손님이 산 물건과 손님이 가지고 온 짐을 함께 배달해 주기, 부동산이 없는 동네에서 무료 복덕방 노릇하기, 택배를 대신 맡아 보관해 두었다 주인이 나타나면 택배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노인분이면 집까지 가져다주기,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어떤 대규모 마트보다 더 값싸고 싱싱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들어 인근에 대형 마트가 개장하였는데, 동네 사람들이 모여 소중한 그린마트가 문을 닫으면 안 된다고 새 마트 불매 운동을 벌여 결국 그 마트가 업종을 변경하기로 하였다는 이야기도 말미에 나왔다. 그린마트 이야기는 현행 우리 학교 교육에 시사한 바가 적지 않다. 한 때 OECD가 미래 학교 시나리오 6가지를 제시한 적이 있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현행 관료체제로서 학교가 더 강력하게 유지되거
2010-09-29 13:43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축구가 16강에 진출했을 때 온 국민은 환호성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17세 이하 어린 태극소녀들이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로 일본을 격파하고 우승하는 신화를 이루었다. 5000만 국민이 응원하는 가운데 일요일 아침에 우리는 세계 여자축구를 평정한 17세 이하의 새 여왕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 축구연맹 주최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여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쓴 것은 1882년 축구가 한국 땅에 선을 보인지 128년만의 쾌거로써 한국 축구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국민의 관심도 없고,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심어준 어린 여자 선수들의 선전분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로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한과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준 것은 아마도 1992년 8월9일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경기에서 선두를 달리던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를 막판에 따돌리고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월계관을 써야 했던 그 민족적 통한을 말끔히 씻어준 황영조의 쾌거가 있고, 또한 지난 2월에 개최된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일본빙상의 희망
2010-09-28 10:50유난히 태양이 나를 달뜨게 했던 지난여름 나는 한 마리 짐승이었다. 내 안에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므로 내 몸은 늘 뜨거웠고 현재에 안주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의 조상은 은빛 갈기가 눈부신 늑대였을 것이다. 하늘을 보면 늘 이마가 시렸고 들판을 보면 심장이 뛰었다. 흐르는 강물 소리만 들어도 갈기가 곤두섰다. 푸른 풍경을 찾아가야 하는, 그것은 본능이었다. 숨 가쁘게 달렸다. 죽창과 황토의 땅 전라도를 지나 경상의 끝으로 갔다. 끝에서부터 역류하여 흙속에 깃든 살 냄새를 맡고 싶었다. 이것을 풍경과의 수상한 연애라 해도 좋다. 남쪽으로 이어진 긴 실핏줄 같은 길을 질주하며 싱싱한 바람으로 배를 채웠다. 이제 내 여름의 항로는 통영에서부터이다. 통영에서 하룻밤을 자고 섬진강으로 풍경을 몰면 된다. 통영은 파닥거리는 도시이다. 거기에는 어떤 간절한 목숨이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중앙시장에서 애틋한 몸부림을 본다. 닥지닥지 늘어선 활어노점상이 도마와 함께 뒤척거린다. 잠을 이룰 수 없는, 간이횟집에서 참돔과 광어가 내 앞에서 옷을 벗는 시간은 짧았다. 하얀 살결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나오고, 소주를 마시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목숨의 전율. 나는 몇 잔의
2010-09-16 14:21수석교사제 시범운영이 2008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시행되고 있다. 수석교사제는 지난 30여 년간 교육현장의 숙원이었다. 3년간 시범운영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수석교사제는 교육 현장에서 동료교사 수업컨설팅, 학습자료 개발 및 지원, 저경력 교사 멘토링, 각종 연수, 수업 시연 등 학교문화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교육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그 사실이 확인된바 있다. 물론 영국,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수석교사제는 매우 성공한 제도로 인정받아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수석교사제는 법제화가 안 된 상황이라 역할이 불분명하고 일부 관리직들과 교사들의 이해부족으로 수석교사활동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운영을 수행하고 있는 333명의 수석교사들은 이 제도가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한국교육의 희망이라는 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온 몸을 불태우며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 및 포럼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수석교사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법제화에 동의하고 있음에도 주관적인 오해와 이해 부족으로 일부 교육단체 등에서 수석교사제
2010-09-16 14:11
나는 2007년을 전후 한 2년간 육군 보병 34사단장직을 수행했다. 그때 나는 모든 병사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인생목표를 찾아 설계하고 병영생활이 그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도록 지휘했다. 목표를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군대생활의 보람을 느끼도록 ‘지휘관’이 아니라 ‘컨설턴트’가 되고자 노력했다. 소위 ‘목표지향적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에게 군 복무기간을 인생의 공백기가 아니라 인생의 기반구축기로 변화시켜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연계, 선진 병영 문화 정착과 강군육성에 기여하려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병사들은 저마다 감동어린 소감문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강민구 병장과 조문영 이병의 체험담도 그 중 하나이다. 강민구 병장의 체험담=(전략)…나는 10대의 삶을 바르지 못하게 살아왔다. 잘못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보병 제35사단에 전입오니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은 해봤지만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중대장과의 상담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문화관광학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인생 목표를 세우게 되었고 군 생활 목표를
2010-09-15 09:27서술형평가, 수행평가 확대 필요 객관화된 점수의 압력 극복해야 최근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신장하고 바른 인성과 도덕적 판단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교육 분야의 과제 중 하나로 창의․인성 교육의 강화를 설정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교육과정 운영이나 평가 방법, 학습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주제의 정책과 연구를 추진 중이다. 물론 창의력과 인성 교육에 적합하도록 개선된 평가 방법이라는 것이 기존의 평가 방향이나 방법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평가 체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시행되는 학생 평가라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과 무관하지 않아야 하며, 학생의 학습 결과를 평가해 성적 등의 결과를 산출하는 데에도 이용되어야 하는 기본적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 동시에 창의력을 계발하고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방법의 특성이나 효과를 고려해 볼 때, 서술형평가와 수행평가가 창의력 계발이나 인성 함양 교육을 지원하기에 적합한 평가 방법으로 제안된다. 서술형 문항은 “서답형 중 단답형과 완성형을 제외한 문항
2010-09-09 12:40지난 5월부터 시작해 약 2개월 동안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제가 실시되었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교사의 교육에 대한 동료 교원의 평가와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원평가제를 통해 교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이 제도는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고, 아울러 학교 현장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교원평가 결과 점검할 것이 있다. 우선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영역은 절차와 방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참여부터 저조했다. 필자의 학급은 설문 참여자가 45명 중에 5명이 기간 내에 참여했다. 다른 학급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감을 앞두고 학교 측에서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데리고 가 대량 불참 사태를 면했다. 이러다보니 설문 결과는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아이들은 컴퓨터실에 억지로 갔고, 설문 조사도 장난스럽게 진행했다. 다른 반도 참여해야 하니 설문을 진지하게 읽을 시간도 없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일부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악플을 남겼다.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토로하고, 생활지도에 대한 반감
2010-09-09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