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금요일 아침, 한 주가 끝나갈 무렵이지만 오늘도 정신없기는 매한가지이다. 6시 30분 무렵 눈을 뜬다. 이미 출근한 남편은 아마 오늘도 아침 식사를 거르고 갔을 것이다. 서둘러 밥상을 차리고 옷을 입고, 둘째 아이를 깨워 세수하라고 시켜놓고 화장을 한다. 밥상에 앉으면서 첫째 아이 방문도 열어 깨워둔다. 7시 25분, 둘째 아이와 집을 나선다. 다행히도 아침 돌봄을 시행하는 초등학교 덕에 아이를 맡기고 걸어서 학교로 출근한다. 중간에 다리를 건널 때 보이는 양재천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봄 풍경을 곁눈질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걷는 출근길…. 이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중학생인 첫째 아이는 혼자 밥을 먹고 8시 무렵 집을 나설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조금 일찍 철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첫째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을 미뤄둔다. 7시 50분 학교에 도착해 아침 전달 사항을 챙겨서 8시 조회를 위해 교실에 입실한다. 3월 마지막 주가 되니까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유인물의 양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아차, 독감으로 결석했던 학생들이 미처 내지 못한 동의서와 동아리 배정서, 결석 신고서를 챙겨야지. 조회를 마치
2019-05-03 10:00살아오면서 많은 복을 누렸다. 그중에서도 좋은 스승을 만나고 가르침을 받는 복을 누렸다. 스승들의 가르침은 길을 잃고 헤매거나 나태해질 때 나침반이 되고, 격려의 다독임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만난 스승들은 청소년기의 필자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일이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려주셨다. 대학에서 만난 스승들은 필자에게 평생을 견지해야 할 학문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또 학문으로의 길을 열어주셨다. 중·고등학교의 스승들이 인생의 큰길을 제시하셨다면, 대학 때의 스승들은 그 길을 살아갈 방법을 일러주신 셈이다. 시대를 앞서간, 남다른 교육철학을 가진 서원출 교장선생님 몇 년 전, 십여 명의 친구들이 모인 적이 있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동창인 자리였는데 그날따라 필자가 약속 시각에 조금 늦었다. 필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 중 한 명이 “너 잘 왔다. 근데 너 보수야? 진보야?”라고 묻는 것이다. “나야, 건전한 보수지”하고 답했다. 필자의 대답을 들은 친구들이 일제히 웃으며 “네가 무슨 보수야, 넌 진보야 진보!”라며 놀리듯이 말했다. 그 자리에서 진보는 조금 부정적인 의미로 필자에게 들려왔다. 그래서 필자가 “내가 진보야?”하고 친
2019-05-03 10:00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
2019-04-03 13:30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
2019-04-03 13:30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
2019-04-03 13:30‘한 학부모가 소크라테스에게 찾아와 학교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한다. 사람 되라고 자녀를 학교에 보냈더니, 오히려 부모인 자신을 폭행했다는 게 이유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길래 애가 이 모양이 됐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놀란 소크라테스는 줄행랑을 쳤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고대 아테네 소피스트들이 만든 학교의 폐해를 비꼰 희곡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 소피스트 학교는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선동,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유죄를 무죄로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이 같은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 셈이다. 지난 2월부터 교육부 자문기구인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헌 서울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서양고전학자이다.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희곡은 오늘날 우리 교육현실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했다. “교육의 기본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데 학교 교육이 인성은 뒷전인 채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경제적 특권을 누리는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보다 사회의 책임이 더 크죠. 돈이 많아야 대접을 받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유리합니다. 결국 입시와 돈이 직결돼…
2019-04-03 13:30박범신의 장편소설 은교를 읽다가 여주인공을 쇠별꽃에 비유한 것을 보고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이 소설은 예순아홉 노시인이 열일곱 소녀 은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읽을거리다. 그중에서도 은교를 쇠별꽃에 비유한 대목이 하이라이트다. 한 소녀가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소나무 그늘이 소녀의 턱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사위는 물속처럼 고요했다. 나는 곤히 잠든 소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열대 엿 살이나 됐을까. 명털이 뽀시시 한 소녀였다. 턱 언저리부터 허리께까지, 하오의 햇빛을 받고 있는 상반신은 하앴다. 쇠별꽃처럼. 고향집 뒤란의 개울가에 무리 져 피던 쇠별꽃이 내 머릿속에 두서없이 흘러갔다. 브이라인 반팔 티셔츠가 흰 빛깔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고요히 그 애의 머리칼을 만져보았다. 그 애의 젊은 머리칼에선 적멸((寂滅·사라져 없어짐) 없는 빛이 흘러나왔고, 쇠별꽃 같은 향기가 풍겨 나왔다. 셔츠를 가만히 당겨 그 애의 어깨를 가려주었다. 투명하고 싱그러운 어깨였다. 첫 번째 대목은 시인이 자기 집 데크 의자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고 있는 은교를 목격하는 순간으로, 시인이 은교를 처음…
2019-04-03 13:30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이른바 ‘외모 규제’를 하려 한다며 큰 반발이 일었다. 여성가족부가 2017년에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2019년 개정판에 부록으로 딸린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 출연자들이 아이돌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며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부가 왜 아이돌 외모까지 규제하느냐, 아이돌 외모를 팬한테 맞춰야지 정부한테 맞춰야 하느냐, 아이돌도 각각 차별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는데 정부가 구분 못하면 획일적인 거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여성가족부가 완장을 찼다”며 과도한 권력행사를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심각한 오해다. 정부가 아이돌의 외모를 규제하거나 지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돌이 비슷한 외형인데 그런 아이돌들이 출연을 독식하니 결과적으로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가이드라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아이돌 출연 독점을 줄여라’가 된다. 이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음악
2019-04-03 13:30성균관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재학생 수에 관한 것이다. 흔히 조선시대의 최고 학부로서 당시 수재들의 집합소이자 모든 학생들의 로망이었던 곳, 그래서 성균관은 언제나 학생들로 미어터졌던 공간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성균관의 실제 재학생 수는 가히 충격적이다. 성균관의 재학생 정원이 200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재학했던 학생 수는 많게는 수십 명, 적게는 한두 명에 불과하였다는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재학생이 하나도 없다는 한탄들도 발견된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일까?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당시 성균관은 어떤 곳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죽어 나가다 조선시대 성균관에 관한 기록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의 기록은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대략적이나마 가늠하게 한다. 성균관 학생들이 여러 번 부종병으로 죽게 되어 저희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 (중략)…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글 읽기만 힘쓰므로, 정신이 피로하고 기운이 떨
2019-04-03 13:30# 1 무작정 떠난 인도 배낭여행 인도는 배낭여행객 사이에서 여행하기 어렵기로 손에 꼽히는 국가이다. 그런 인도를 아무런 계획 없이 여행했었다. 대학 졸업 전에 잠시 공장에서 근무했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한 동료가 쉬는 시간이면 인도의 자이살메르에서 담아온 낙타 사파리 사진을 보여 주며 인도 여행기를 들려줬었다. 덕분에 그때 번 돈으로 카메라를 장만하고 인아웃 항공권만 결제하고 인도를 한 달 남짓 다녀왔다. # 2 가이드북 두 권에 모든 것을 의지한 여행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2009년이었다. 인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이드북을 두 권 챙겼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많은 정보를 저장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때는 종이에 대한 의존이 높던 시기였다. 가이드북을 통해 교통편, 숙박업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첫날 하루는 숙박업소를 돌아다니며 빈방을 찾고, 다음 도시로 향하는 교통편을 예약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이게 당연한 절차였기에 여행의 일부라 생각했고 재미있게 즐겼다. 물론 지금도 이런 방법으로 여행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시간은 금보다 귀하기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사전에…
2019-04-03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