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왠지 인상이 험악한 담임선생님의 모습에 학생들은 경직돼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듣자 하니 아이들은 내가 산적 같았다고 했다. “반갑습니다. 전 김성수(金誠洙)입니다. 뜻은 물가에서 말로서 이룬다 하여 이름따라 이렇게 광주천 옆에 있는 설월여고에 왔습니다.” 물론 내 맘대로 해석한 것이었지만 인상과 너무 다른 말투 때문인지 일부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아이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자기 이름 소개를 할 수 있도록 “6반에 가면 민지도 있고, 정민이도 있고…” 하면서 큰 소리로 게임을 하게 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박자나 이름이 틀리면 벌칙으로 옆 친구들에게 군밤을 맞다 보니 자연스러운 첫 만남이 이뤄졌다. 교내 월중 교사를 앞두고, 매일 열심히 공부하면서 눈이 붉게 충혈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작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험 당일날 6시 50분쯤 일찌감치 출근을 했다. 학생수만큼 사둔 초코파이와 요구르트, 그리고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시험 잘 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들고 바로 교실로 올라갔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각자 자리
2006-09-25 11:03학교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은 조용한데 학생들을 가르쳐 본적도 없는 인사들이 학교에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연일 학교를 흔들어 대고 있다. 학교가 어떻다고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새바람이라는 것이 고작 무자격 교장 초빙을 골자로 하는 교장 공모제여서 더욱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민주적 운영을 주장하면서도 학교운영에 필수적인 교장의 권한을 대부분 회수해버렸기 때문에 오늘날의 학교현장은 교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교장 한사람만 무자격자로 바꾸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처럼 법석이니, 도대체 그 해답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교사가 부족해 무자격 교사를 임용하여 겨우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자격증을 가진 교사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고시를 시행, 수십 대 일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우수 인재를 교사로 임용하고 있다. 교사의 자질 면에서 단연 세계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초·중등학교의 교육내용을 보아도 미국의 경우에는 학기당 7,8개 교과를 이수하여 학습의
2006-09-21 17:159월 9일부터 11일까지 제5회 EI(Educational International) 아태지역 회의가 ‘교원조합의 권익과 양질의 교육을 수호하기 위한 교원단체의 활동 강화’를 주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됐다. 본회의에 앞서 이틀 동안은 같은 주제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둔 회의가 있었다. 17개 국가에서 온 44명이 5개 분과로 나뉘어 각국의 교육 분야 및 교원단체 지도부에서 여성의 참여율 등을 비교하고 여성과 아동에 대한 차별 철폐, 보건과 위생, 각국의 출산휴가 비교, 여성인력의 고용 촉진 등을 소주제로 지역별 회의를 가졌다. 여전히 성인 문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차별대우에 취약한 여성, 어려운 사회 경제적 여건으로 학교를 중퇴하는 대부분이 여자 어린이임을 우려해 참석자들은 ‘남녀평등에 관한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본회의에서는 교원단체의 강화, 노동조합의 권리 및 인권,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과 사회적 정의, 성교육/HIV/AIDS 등 소주제별로 분과회의를 열었다. 특히 성교육/HIV/AIDS 분과회의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3억86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에이즈 환자들이 있으며(2005년 12월 기준) 아태지역에서 2백만 명의 여성
2006-09-21 17:14정부가 지난 1일 입법예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19일 교육재정살리기운동본부 주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2004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 의무교육기관교원의 봉급교부금 폐지와 함께 내국세 교부율을 13%에서 19.4%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부급법 개정안이 시행된 직후인 2005년초부터 초중등 교육재정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교원보수를 거의 동결하고 교육환경개선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도 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지방채발행예산액이 3조원에 이르렀고 초중등교육현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교육계는 이러한 상황에 닥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법 개정을 온몸으로 반대했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교육계의 요구를 묵살하고 법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교육세의 대규모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이를 법 개정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날림 개정의 대가는 혹독하게 되돌아왔고 교육재정은 파탄지경에 빠졌으며, 급기야는 다시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번에 입법예고된 정부의 개정안도 2004년의 재판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먼저 내국세 교부율을 현행 19.4%에서
2006-09-21 15:12국회 법안 처리를 눈앞에 두고 25일‘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안’막바지 공청회가 열린다. 한국교총이 1987년 ‘학교안전사고보상법’제정을 촉구한지 20년만의 일이다. 그 동안 ‘교원지위법’에 학교안전공제회 설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수차례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에서 법안 제정에 합의한 바 있었으나 관련 기관이나 시․도별 이해관계가 달라 번번이 무산됐다. 학교안전사고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미성년인 학생들이 갖는 특성상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사고예방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 합리적 제도마련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각 지역별 학교안전공제회가 나름대로 긍정적 기여를 해 오고 있지만, 충분치 못하다. 지역별로 보상한도가 들쭉날쭉하고, 피해보상도 미흡하다. 부실한 보상체제로 인해 교원들이 소송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 최근 5년간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의 가장 큰 원인이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것이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은 상호부조 형태의 학교안전공제회에서 공적보험 형태인 사회보험 제도로 전환되는 진일보한 측면과 전국적으로 통일된 공제료 및 보상 기준 제시로 시&
2006-09-21 13:33
원이와의 첫 만남은 몇 년 전 5월이었다. 새하얀 원피스에 두꺼운 안경을 쓴, 가냘프고 몹시 허약한 모습이었다. 원이의 손가락은 잘 자라지 못해 울퉁불퉁했고 손톱은 까맣게 뭉개져 있었다. 고도근시에다 바람이 조금만 쌀쌀하게 불어도 갑작스레 고열이 나고 오들오들 떨었다. 벌벌 떨면서 계단 난간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쓰러웠다. 원이는 다운증후군이었다. 다음해 3월, 원이는 우리 반이 되었다. 원이 어머니는 개학 첫날부터 교실을 쓸고 계셨다. 나는 빗자루를 빼앗으며 “이제 원이도 어엿한 2학년이니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됩니다” 했다. “선생님, 제 딸아인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랍니다. 그러니 저라도 선생님을 도와드려야죠.” 그러나 나는 원이 어머니 호의를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했다. “원이가 스스로 화장실이라도 갈 수 있게 하려면 지금부터 모든 걸 혼자서 연습해야 합니다. 교실이 2층이니까 어머니께서 1층 현관에서 책가방도 주시고 교실까지 혼자 올라올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두달 후에는 교문에서부터 훈련시켜 주시고요.” 처음에는 “원이 왔니?” 하고 나가서 반기기 전까지는 원이는 혼자서 교실에도 못 들어오고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그러기를
2006-09-19 11:31요즘 교육계는 무자격교장 임용, 교장초빙공모제 등으로 시끄럽다. 노태우 정부 때로 기억이 된다. 교원들의 승진 적체를 막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교감승진 기간을 30년에서 25년으로 내리고, 학교장은 1차 임기 4년에 2차 중임 4년을 허용하고 나머지 기간은 초빙교장 제도를 이용하는 인사제도를 내놓았다. 10여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에서 예상하고 목표한 대로 과연 초빙교장제도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교원의 사기를 향상시켰는지, 교육발전에 얼마나 큰 이바지를 했는지, 제도나 운영 면에서 문제점은 없는지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반성하고 비판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초빙교장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일선학교의 일부 교장이나 교사, 교원단체에서도 초빙교장제를 선호하지 않고, 정년연장의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초빙교장으로 응모하려는 경쟁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희망자가 대부분 한 명이어서 주변학교 교장 한 분에게 부탁해 들러리를 세워 복수지원의 형식행위를 갖추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초빙교장제도의 교육적 목적이나 효과를 발휘할 수
2006-09-19 11:30스승의 날이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하순 경 지방의 한 초등학교에서 평소 담임교사의 급식지도에 불만이 있던 학부모가 폭언과 폭행을 동반한 민원제기 과정에서 여교사가 무릎을 꿇게 되고, 이러한 장면이 방영돼 교육계 전체를 참담한 충격으로 몰고 간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유예 등의 처분이 포함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처분의 요지는 협박, 명예훼손, 모욕 등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학부모가 초범이고 동종전력이 없는 점, 범행동기, 피해자인 여교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의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한다는 것으로 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검찰조사 사실로서 입증된 것이다. 비록 이번 사건에 교원단체가 학부모를 고발까지 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교권침해 행위는 전국적으로 한 두건이 아니며, 그 정도가 교권침해를 넘어서 한 개인의 인권을 유린함은 물론 다수 학생의 학습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권이 이렇게 까지 추락하게 된 것은 학부모만의 책임은 아니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교원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교육당국이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내모는 잘못된 교원정책과 이에 편승하여 일부단체와 언론이 극소수 교원의 잘못을 전체 교원의 문제인 냥 성토하
2006-09-14 11:25잘못된 통계가 정책 오류를 부른다. 통계가 곧 정책이라는 말도 있다. 특히 OECD 교육통계 같은 권위 있는 자료는 한 나라의 교육정책 방향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OECD 교육통계를 적극 활용해 국민을 설득하고 교육투자를 늘리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계도 OECD 국가 중 최악의 교육여건임을 들어 교육투자의 획기적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와 감사원은 OECD 교육통계 중 교원보수 수준, 교원 수업시수, 정부 예산 중 교육예산 비중 등 입맛에 맞는 통계만 골라 교육투자 요구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도 최근 몇 년간 OECD 교육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여건의 열악상에 주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교원들이 수업은 적고 보수는 높다’는 식의 보도에 치중해 국민 일반에 잘못된 인식을 유포해 왔다. 이 결과 외국은 교육투자의 증대를 통해 교육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교원을 개혁 대상으로 한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OECD 교육통계가 정확하다면 할 말이 없다. OECD 교육통계에 따르면 미국교사들이 우리나라 교사들보다 연간 2배나 더 수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
2006-09-14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