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40년간 들어오다 보니 이제 이름보다 더 익숙하다. 길가다 누가 부르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선생이란 이름, 단순히 직업을 일컫는 호칭이 아님을 자부하는 마음도 크다. 독립 운동가인 백범 김구를 사람들이 김구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는가. 존경의 호칭으로. 자긍심 잃고 명퇴만 늘어가는 교단 돌아보면 매일 이런 극존칭을 들으며 호사하고 살아왔다. 사회에서 선생이라는 인격에 거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선생의 자리에서 가장 힘써 해야 할 일이 사람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에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을 하면서 초등학교 때 선생님, 루이 제르맹에게 그 연설을 헌정했다. 빈민가에서 자란 카뮈를 장학금 주선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시켜 오늘의 카뮈가 있게 한 뒤에는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이 제자한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원대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 아동문학과 강의를 할 때도 선생님의 역할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바르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 그 다음은 재능과 꿈을 보듬어주고 이끌어주는 일이라고 말했었다. 요즘 선생님은 학생,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10위 안에
2016-04-01 14:064월은 엘리엇(Thomas Sterns Eliot)에게만 잔인한 달이 아니다. 적응기를 끝낸 학생들이 온갖 문제행동을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펼쳐놓는 4월은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다.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지각생과 결석생. 원인도 다양하고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혼내는 교사에게 반항적인 행동을 하거나 무시하는 학생들도 있고, 교사의 지적에 비교적 순종적인 학생들도 있다. 이중 교사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유형은 ‘순종적인 학생’이다. 왜일까?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금세 뉘우친다. “맞아요. 선생님. 제가 고쳐야죠. 내일부터는 지각(결석) 안할게요. 진짜에요”라며 얼마나 말도 잘하는지, 기특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믿고 기다린 보람도 없이 다음날이면 또 지각이고, 결석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말귀도 잘 알아듣는 것 같고, 조그만 더 힘쓰면 잡힐 것 같아 수차례 손가락 걸며 약속도 하고, 주먹도 불끈 쥐며 잘해보자는 다짐도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문제행동은 반복된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 … ‘그래, 그냥 학교만이라도 나와라’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 담임교사와 학생과의 신뢰관계는 깨진다. 더 이상 담임교사는 학생의 말을 믿지…
2016-04-01 09:00나는 한국전쟁 직후 시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고등학교 진학 역시 꿈도 꾸지 못했다. 만약 형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고향에서 촌부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막내다. 막내여서 다른 형제에 비하여 누린 혜택이 많았다. 바쁜 농사철에 주로 힘든 농사일보다 심부름을 많이 했다. 일하는 분들의 점심과 새참을 위하여 막걸리를 사가지고 오는 일, 새참과 점심을 배달하는 일 등이 배당되었다. 물론 가족끼리만 농사일을 할 때는 손 하나가 아쉽기 때문에 일을 해야만 했다. 일을 하다가도 간혹 힘든 일은 면제되는 경우가 있었다. 논에 김을 매는 일을 할 때면 형님들의 사랑 덕분에 논둑에 있는 피를 하천에 옮기는 가벼운 일을 하곤 했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면 주로 죽은 나뭇가지를 주어오는 일 등이 내가 담당하는 일이었다. 지난 연말 TV 프로그램에 7명의 가족이 출연하여 노래와 연주를 하는 것을 보았다. 가장 큰 누나가 22살이고, 막내가 5살이었다. 아나운서가 가족들에게 식구가 많아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다섯남매 중 넷째였다.
2016-04-01 09:00
‘알파고 충격’은 단순히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 때문만은 아니다. 1997년 5월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에게 패했을 때도,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의 ‘왓슨’이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10의 170승’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는 무한대 경우의 수를 펼치는 고도의 마인드 스포츠 바둑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지난 3천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연마한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이 그저 5개월여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키운 기계의 능력 앞에서 너무도 쉽게 한계를 보이는 듯하여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위협받는 인류의 직관과 통찰력 구글은 ‘인공지능을 만든 인류의 승리’라며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의 과학기술자들은 복잡미묘한 심경에 휩싸였다. 왜일까. 속도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지력을 지니려면 족히 십 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소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딥러닝을…
2016-04-01 09:00‘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지난 1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3% 오른 9.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전문학사 등 대졸 학위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334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물론 최근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청년층 실업률이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무한대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러한 노력의 정도가 매우 애처롭고 그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피하던 특성화고, 선취업후진학으로 부정적 인식 개선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2015년 현재 70.9%(통계청, 2016)로 연차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해 있다. 현재 대학진학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낮아지고, 취업률이 높아지는 최근의 현상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대졸 청년층 실업 문제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재학생 및 학부모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고,…
2016-04-01 09:0001 소년기를 벗어나던 무렵, 나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 1877~1962)의 명작 데미안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바로 이런 심리를 나도 느껴 본 적이 있어. 맞아, 바로 이거야!’ 하고 맞장구를 치며 공감에 젖었던 대목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실제로는 훔쳐 본 적이 없었으면서도, 자기가 남의 과수원에 들어가 사과를 훔쳤노라고 제법 리얼하게 거짓말하는 대목이다. 그 비슷한 경험을 나도 겪어 보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착하고 바른 소년 싱클레어는 동네의 조금은 불량스러운 놀이 집단에 우연히 끼게 된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얼마나 불량스럽고 모험적으로 영웅 같은 일탈 행동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아이는 무서운 주인이 있는 집에 가서 그 집 물건을 훔쳐 온 이야기를 한다. 또 누구는 학교나 규칙을 얼마나 고약하게 어겨가며 나쁜 짓을 했는지를 자랑한다. 어떤 아이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싸움질했는지를 무용담처럼 자랑한다. 어른들을 속이고 골탕먹인 이야기는 그저 보통으로 등장한다. 우두머리격인 프란츠 크로머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의 못된 일탈 행동들에 대해서 영웅적 용기를 떨친 것이라며 띄워 준다. 그런 짓을 해
2016-04-01 09:00‘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其次 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 爲能化) 중용 23장에 나오는 명문이다. 이 문장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영화 ‘역린’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정조가 말 달리며 독백을 한 이 문장은 우리의 잘못됨을 반성하게 한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 문장 ‘천하를 변화(爲能化)’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이 문장의 출발점인 ‘곡(曲)’에 있다. 23장은 곡(曲)→성(誠)→형(形)→저(著)→명(明)→동(動)→변(變)→화(化)의 관계를 갖고 있다. 치(致)는 ‘미루어 지극히 함’이요, 곡(曲)은 ‘한쪽’이다. 형(形)은 ‘속에 쌓여 밖에 나타남’, 저(著)는 ‘또 더 드러남’, 명(明)은 ‘또 광휘를…
2016-04-01 09:00우리 조상들이 ‘사람을 다루는 교육과 물질을 다루는 일반행정은 서로 다르며, 이로 인해 교육에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정치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한 것은 고려시대였다. 고려사에 자주 등장하는 ‘학관(學官)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각 지방의 수령이었던 목사나 현령 등과는 별도로 ‘학관’이 임명되어 지역 교육을 담당하였다. 수령들은 자기들의 권한 밖에 존재하는 교육 권력의 상징인 ‘학관’을 불편하게 여겼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학관 폐지 상소를 올렸고, 이를 둘러싸고 군왕과 관리들 사이에 논쟁이 이어졌다. 이 논쟁에서 늘 학관 제도 존속 편에 섰던 것은 군왕이었다. ‘교육은 나라 존속의 근간으로서 특별하므로 일반 관리들의 권한 아래 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일반행정 영역에 속하는 모든 업무는 시대적 상황이나 재정적 여건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지만 교육은 변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 중심’ 논리 앞에 관료들은 주장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교육에 대한 이런 오랜 소신은 이후 조선시대 전 기간을 통해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근대 교육 속에서 발견되는 교사들의 특별한 소명의식에도 전승되었다. 이처럼 근대 교육의 핵심 이
2016-04-01 09:00서울시교육청은 일반직 승진 인사문제로 홍역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시행된 일반직 5급 승진평가에서 관리번호 사전 누출 등의 의혹에 휘말렸고, 공무원노조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이후에 시행된 교육전문직 인사는 적잖은 이들이 코드·보상·의리 인사를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원칙없이 단행됐다. 진보성향 교육감의 무원칙 인사, 도를 넘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4만4000원으로 정부에서 사교육비를 조사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3년간만 비교했을 때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전북이었고, 이어서 경기, 충남, 서울, 인천 순이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수장으로 있는 지역들이다(조선일보 2016.2.17.). 사교육비 증가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교육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진보교육감들은 법과 규정을 교묘히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가는 것에만 주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멀리 볼것도 없이 당장 무상급식…
2016-04-01 09:00학생부종합전형의 시작,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교육이력철 학생부종합전형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부터 시작된다. 입학사정관전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시작은 2005년 교육혁신위원회에 닿아 있다. 위원회는 ‘2008 대입시 개선안’을 만들면서 교육개혁 핵심 정책으로 ‘교육이력철’과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제시한다. 교육이력철은 수능 중심의 대입전형 선발을 탈피하기 위해 제시된 핵심 전형자료였으며, 교사가 관찰하고 파악한 ‘학생 성장을 담은 기록물’의 개념이었다. 문제는 당시 이런 교육이력철 기록을 정성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대입전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원회는 대학이 교육이력철 기록을 전문적으로 사정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즉, 교육이력철과 입학사정관제는 중등교육 개선과 대학입시전형이 밀접하게 연관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교육이력철은 많은 반대에 직면하여 진행되지 못했고, 입학사정관제만이 시범 도입 정도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를 정규 대입전형으로 도입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주요 대학 중심으로 전형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심지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대입전형을 100% 입학
2016-04-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