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 수업을 시작한 첫해에는 수업 동영상을 보고 오도록 안내해도, 막상 보고 온 학생은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동영상을 보게 하는 데 시간을 뺏겨 소통할 시간이 부족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수석교사 모임에서 ‘하브루타 수업’을 접했다. 2016년 거꾸로 교실과 하브루타식 질문 만들기를 적용해 ‘질문과 설명으로 상호 소통하는 거꾸로 교실 수업’을 문법 단원에 적용해봤다. 둘씩 짝을 지어 학생들 스스로 동영상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 동영상은 반드시 교과서의 예와 학습활동 문제를 바탕으로 제작해야 하며, 학습목표와 관련된 질문을 둘씩 만들라고 했다. 그런 후 친구들의 동영상을 돌려가며 보고 오게 했다. 이때 반드시 친구의 동영상을 보며 친구의 설명에 대해 질문할 내용을 ‘질문과 설명’ 학습지에 작성해 오게 했다. 수업시간에는 모둠별로 앉되 책상을 디귿 자로 배열했다. 학습 내용은 ‘질문과 설명’ 학습지를 바탕으로 하되 또 다른 질문을 만들면서 서로 교차해 질의응답을 하게 했다. 그랬더니 수업은 친구들의 질문에 답하고,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고,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다른 모둠에 제시하는 학생 중심 활동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나갔다. 교사가
2017-07-01 00:00한 방송사에서 제작·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세간의 관심을 가파르게 끌어 올렸던 적이 있다. 한 세대 전 1988년 무렵, 한국인이 살았던 삶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재현해, 그 추억과 감회를 시청자들의 몸이 기억 하고 화답하도록 하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종영을 4회 앞두고, 제작진은 언론에 시청자들이 기다려 즐길 수 있는 ‘모를 권리’를 꼭 지켜 달라고 당부를 했다. 결말 내용을 미리 알리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드라마에 열중해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그 드라마는 이렇게 결말이 난다’고 미리 이야기해 버린다면, 얼마나 김이 새는 일인가. 드라마 수용의 긴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모를 권리’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이 경우 ‘모를 권리’는 시청자에게는 드라마를 감상하는 몰입의 즐거움을 보장하는 권리다. 해당 방송사 입장에서는 ‘모를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드라마의 흥행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한 언론이 이 드라마의 결말을 미리 알고서 방영 전에 세상 널리 공지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다가 이는 국민적 관심을 끄는 드라마이므로, 그 결말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존
2017-07-01 00:00201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5만 9673명으로 73.7%에 이른다. 이 수시모집 인원 중 학생부 종합전형은 32.1%로 8만 3231명이나 된다.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수상실적, 동아리 활동, 독서활동, 봉사활동 등 교내 비교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전형이다. 전공적합성과 성장잠재력을 토대로 지원학과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취지는 대학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형방법에 따라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 유형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전형방법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대학은 1단계에서 서류 100%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40~60%의 면접을 반영해 선발한다.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서류 확인 면접, 인성 면접으로 이뤄진다. 별도의 면접 없이 서류와 학생부로만 선발하는 대학은 비교과보다 내신의 우위가 보장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면접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은 성균관대와 서강대, 홍익대 등 서류 100%로 전형하는 대학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특히 서강대처럼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을 활용해 서류 100%로 선발하는 전형은 내신이 떨어져도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2017-06-02 16:06학생부 종합전형의 핵심 평가 평가 요소의 초점은 창의성을 갖춘 학업능력과 인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의식에 있으므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수업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 한 예로 ‘DNA 수업’ 사례를 살펴보며, 학생부 종합전형에 따라 수업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고찰해보겠다. ‘DNA 수업’의 의미 ‘DNA’는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정보를 의미하는데, 이를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된 능력, 즉 ‘끼’ 혹은 창의성으로 이해하고, 그와 같은 ‘끼’를 찾는 수업이 ‘DNA 수업’이다. 동시에 ‘DNA’는 협력적 상황을 통해 의사를 공유하고(Discussion), 그 내용을 정리해 효율적으로 설명한 후(Narration), 그에 따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Addition) 이 수업의 각 과정을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의 재구성 주당 2시간씩 9개 반을 ‘DNA 수업’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수업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변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습자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바꿀 때 시수에 맞도록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수업의 방식을 무조건 학생 중심으
2017-06-02 16:01교육 정상화 vs 사교육 조장 학교생활기록부를 주요 전형 요소로 해서 교육의 과정을 살피는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가 현재의 추세와는 반대로 학종이 포함된 수시 모집 축소를 내세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크다.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학종을 지지하는 측은 단 한 번의 시험결과보다 교육의 과정을 살피게 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은 전형에 반영되는 요소가 다양하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전형이라 사교육을 조장하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얘기다. 양쪽 주장이 모두 수긍이 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원들도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만을 보더라도 상반돼 보이는 얘기들이 있다. 공정성 불신·사교육 조장 등 부정적 인식 만연 수능 중심의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에서 3월 27일 발표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학종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비율이 1만 3356명의 수험생 응답자 중 51%다.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는
2017-06-02 15:4419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역구도에서 ‘세대구도’로 대결 양상이 변했다는 점을 꼽는다. 대한민국의 2030 다수가 보수우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한민국의 6070 다수가 진보좌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생각하면 정신이 암담해진다. 차라리 지역구도가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골치 아픈 갈등이 본격적으로 그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 논쟁이 유독 골치 아픈 이유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는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도저히 따로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안 보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수는 물질적인 측면에 기인한다. 이제 어느덧 일반명사가 돼버린 ‘금수저 논쟁’을 보면 부모세대의 경제적 능력이 자식세대의 ‘등급’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연재에서 여러 차례 말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역동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부모세대의 경제수준이 자식세대로 대물림되는 것은 어느 정도 진실이다. ‘결혼’이라는 이름의 리트머스 시험지 수저가 시원치 않다고 자기 부모를 바꿔버리고 싶은 자식이 그렇게
2017-06-02 15:31당시에는 그랬다. 고교 졸업 후 통과 의례처럼 치르는 행사 중 하나가 부산으로 가는 밤기차에 오르는 것이었다. 기차에서 밤을 지새운 후 부산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것. 20대의 시작을 낭만의 아침으로 시작하는 것. 20대를 눈앞에 둔 어린 고교생에게 이만한 유혹적 낭만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곳에는 낭만이란 건 없었다. 몸 하나 편히 앉기 힘들 정도로 좁은 자리, 그 공간마저도 옆자리 아저씨에게 반 이상 점령당하기 일쑤였고, 담배에 찌든 냄새와 쉼 없는 코골이를 애써 이겨낼 만하면 들려오던 갓난아기의 울음 섞인 칭얼거림에 그나마 억지로 청하던 잠마저 이내 달아났다. 거기다 몽롱해져 가는 의식과는 반대로 너무나도 선명하게 열차 안을 메운 형광등 조명은 얄미울 정도로 밝았다. 잠듦과 깨어남을 반복하던 그 순간, 열차 안의 모든 불이 갑자기 사라졌다. “정전입니다. 금방 다시 켜집니다.”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돌아다니던 역무원의 다급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전이 만들어 낸 정적 속에서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밤하늘의 빛들이 하나둘 열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지막이 빛나는 달빛이 먼저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밤 기차에 매달려있던 사람들의…
2017-06-02 15:2801박 선생이 이번에 어떠어떠한 공적으로 상(賞)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좌중에 나온다. 그때 누군가 불쑥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상을 많이 받아 봤지요.” 옆에 있던 사람이 묻는다. “선생님은 무슨 상을 받으셨는데요?” “아, 나는 아침저녁으로 밥상을 받습니다.” 옛날에 유행했던 ‘아재 개그’ 중 하나다. 이 썰렁한 개그 안에도 상 받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은연중에 숨어 있다. 누구나 상 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음도 드러난다. 상(賞)은 잘한 일이나 우수한 성과를 칭찬해 주는 표적이다. 그래서 상은 명예의 증거품이다. 상금이 많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지만, 상금에 이끌리는 상은 그저 그렇고 그런 상인지도 모른다. 상금의 가치가 명예의 가치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금은 사라져도 상의 명예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노벨상이 그렇다. 그런데 참,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돈으로 상을 사려는 사람도 있다. 상이 타락한 것인지, 돈이 타락한 것인지 모르겠다. 흔히 ‘상을 탄다’고도 말한다. 곗돈을 타다, 배급을 타다, 봉급을 타다 등과 같은 쓰임이라고 보면 된다. 복이나 운명 같은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것을 ‘타고난다’고 하는데, 이것도 ‘상을 탄다
2017-06-02 14:31이금이의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미르, 소희, 바우 등 세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느끼는 아픔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미르는 아빠, 소희는 부모, 바우는 엄마가 없지만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커가는 얘기를 그렸다. 1999년 나온 책이라 필자가 클 때는 없었던 책인데, 아이들 방에서 우연히 보고 빠져들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희는 바우에게 누나 역할을 해주는 등 셋 중 제일 조숙한 아이다. ‘부모가 없고 예쁘고 비싼 옷을 입지 못해도’ 언제나 당당하다. 바우는 이런 점 때문에 소희가 하늘말나리 같다고 생각한다. 바우는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이 꽃 이름이 뭔 줄 아세요? 하늘말나리예요. 진홍빛 하늘말나리는 꽃뿐만 아니라 수레바퀴처럼 빙 둘러 난 잎도 참 예뻐요. 다른 나리꽃 종류들은 꽃은 화려하지만 땅을 보고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서 피어요. 마치 무언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아요.” 소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도시의 작은아버지 집으로 가야 했다. 바우는 소희에게 하늘말나리를 그린 그림을 주면서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이라고 쓴다. 그러자 소희가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라고 말
2017-06-02 14:21프로이트가 처음 아이들의 성(性)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의 당혹감은 상상외로 더 컸을 것이다. 무성의 존재, 아니 아예 성 자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슨 금단의 구역을 밟은 것 마냥 쉬쉬 두려워하던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니 그 놀라움은 더 컸을 것이다. 20세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 프로이트는 후에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라는 묶음으로 불리는 논문들을 들고 나와 ‘유아의 성’까지 말한다. 그가 유아의 성에서 핵심으로 다룬 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이 개념은 반대되는 성의 부모를 아이들이 따르고 좋아한다는 단선적 의미 외에 동성 부모에 대한 사실상의 적대감과 이성 부모에 대한 심리성적 변화의 측면까지 포함하고 있다. 잠깐 신화를 살펴보자. 오이디푸스 신화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가 신탁을 받으며 시작된다. “당신의 아들이 당신을 죽일 것이다.” 두려운 라이오스는 양치기를 시켜 아들을 죽이라 명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기는 코린토스의 왕에게 맡겨져 자란다. 후에 청년이 된 오이디푸스는 역시 자신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접하자 바로 집을 떠난다. 길러준 부모를 친부모로 알았기 때문이다. 길을 가던 그는 라이오스의 일행을 만나 시비 끝에 자신의 진짜
2017-06-02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