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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회> 미래 사회의 변화와 우리 교육의 역할- 새교육 창간 정신으로, 미래 교육 패러다임 이끌어야...

서울 서초구 태봉로의 한국교총 1층 사료실 한 편에는 <새교육> 창간호가 놓여 있다. 겉은 바래고 먼지가 수북하지만 오래된 활자가 내뿜는 안광 (眼光)은 고희(古稀)가 되도록 여전히 형형하다. 그로부터 70년, 격동의 시대를 목도해온 그곳에는 한국교육의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난 1948 년 5만 교사들의 결집체인 조선교육연합회(한국교 총의 전신) 주도로 새롭게 태어난 <새교육>은 ‘교육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강렬한 열망을 담아 쉼 없이 달려왔다. 대한민국 교사들의 열정과 희망, 보람과 희생으로 키워낸 거목은 이제 우리 교육에 굳건한 뿌리를 내렸다. 지나온 70년과 다가올 100 년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새교육>이 ‘미래 사회의 변화와 우리 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지난 6월 7일 창간 기념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 좌장은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맡아 강선보 한국교육학회장(고려대 교수),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안병환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중원대 교수), 양영유 중앙 일보 논설위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새교육>은 우리 교육 표상 … 기개 넘친 창간 정신 살려야

 하윤수  <새교육>은 지난 1948년 최규동 교총 초대 회장이 창간해 격동의 현대사를 함께해 왔다. 6.25전쟁으로 발행이 일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표상으로 묵묵히, 그리고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우리나라 전문지 사상 이처럼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가진 매체가 없을 정도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시대를 앞서 한국 교육계의 현안과 문제를 좌중한 <새교육>의 정체성과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뜻깊은 <새교육> 창간 70주년 좌담회에 참석해줘 감사하다.


 강선보  70년의 역사를 이어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새교육>이 우리 교육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 중 하나는 한국적 교육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정신을 가지고 출발했다는 점이며, 지금도 유효하다. 아시다시피 해방 직후 한국에는 미국식 교육 이론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파들이 주창한 교육 이론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개별화 수업이다. 미국에서야 개별화 수업이 가능했겠지만 학급당 학생 수가 1백 명에 이르는 당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다. <새교육>은 이런 점에 주목했던 것 같다. 우리 토양과 문화, 패러다임에 맞는 교육 즉, 한국적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미국 중심의 교육론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기존 교육의 틀을 확 바꿔버린, 창간 당시 <새교육>은 매우 진보적이었다.


 박정현  우연한 기회에 <새교육>에 글을 연재하면서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읽어보곤 했다. 사실 종전에는 연배 있는 교사들만 보는 전문지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교육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부터 젊은 교사들에게 필요한 교수-학습자료와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특히 전문직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는 이만한 필독서가 있을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통성 있는 교육 채널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병환  <새교육>은 표지 타이틀만 봐도 늘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70주년을 맞아 <새교육>이 매달 다룬 주제들을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마 한눈에 한국 교육 변천사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각 정부마다 추구했던 교육개혁의 비전과 이들이 교육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가장 정통성 있는 교육 채널 … 전문성 강화, 교원 필독서로 자리매김

 양영유  뜻깊은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기쁘다. <새교육>은 지난 70년 동안 한국 교육신문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 언론의 대표적인 매체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교사들과 함께 호흡하며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윤수   안 교수 말씀처럼 <새교육>을 보면 그 시대의 어젠다(agenda)가 무엇인 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70~80년대만 하더라도 석·박사 논문에 인용될 정도로 교원들의 필독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필이나 평론 등을 실으면서 조금 가볍게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연구 등 현직 교원은 물론 예비교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프로페셔널한 전문성을 담아야 한다.


 강선보  개인적으로 <새교육>과 인연이 깊다. 교사였던 부친이 즐겨 구독했다. 그 바람에 초등학교 때부터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어 <새교육>에 나온 내용이 학위논문에 인용되곤 했다. 회장님 말씀처럼 좀 더 전문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 교육사상가 시리즈 등을 다루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윤수  <새교육>의 아이덴티티는 시대를 앞서가는 안목과 이를 바탕으로 우리 교육을 리드해왔다는 데 있다. 언제나 한 걸음 앞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한 걸음 더 멀리 비춰왔다. 이게 창간 정신이다.


 박정현   해방 이후 우리나라 교사들의 유일한 동반자가 <새교육>이다. 지금도 교사들의 기대치는 높다. 동료교사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창간 정신을 이어받아 정진한다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교육 콘텐츠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안병환  한국 교육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있을 때에도 <새교육>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교육의 뿌리가 되는 유치원 교육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음악·미술·체육교과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교육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감시하고 북돋아주는 데 기여해 달라.


교육부는 존재감 없고 국가교육회의는 면피 급급… 국민들만 답답

 하윤수  요즘 시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잘 안 보인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국가교육회의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을 어떻게들 보는지 궁금하다.


 강선보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중심이 없다. 국가교육 회의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것을 할 줄 알았는데 자기편 사람들만 잔뜩 심어 놨다. 정권의 눈치 안 보고 중장기적 교육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러면 국가교육회의가 정권의 방패막이밖에 안 된다.


 박정현    출범 전까지만 해도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 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인사가 전무한 상 황을 보면서 우려로 바뀌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특히 어느 것 하나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어 안타깝다. 당장 발표가 보류된 현재 2022 대입 개편만 봐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양영유 국가교육회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 김영란 공론화위 위원장은 물론 각 위원회 구성원의 면면을 보라. 전문성도, 중립성도, 비전도, 열정도 부족한 옛 인물들이 과연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대입을 책임질 역량과 실력이 있을까. 초야에 묻혀 봉사활동을 해야 할 분들인데 ‘감투’만 쓰고 앉아있다.


 안병환  국가교육회의 규정을 찾아보니 위원들의 임기가 1년이더라. 정부 발표와는 달리 단기 생산적 성격이 강하다.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 수립을 위해 존재한다는 설립 목적에 맞지 않다. 1년 후 연임을 한다고 해도 정책 추진에 있어서 연속성이 있을지 의문이고, 단기적인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개혁은 민의를 수렴하는 정삼각형 구도로 이뤄져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톱 다운 방식 즉, 역삼각형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인적 구성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특히 유아교육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어 아쉽다.


대입정책 놓고 하청 주고받기 … “교육이 공사판인가”

 하윤수  교육이 공사판처럼 하청 구조로 변질된 것을 보고 놀랐다. 무엇보다 공론화 위원회,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등을 도입하면서 교육의 국가적 책임을 회피하는 양상을 보인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국민에게 떠넘기는 등 교육문제를 너무 정치적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양영유  국가교육회의는 사실 출항도 늦었고, 항로도 이탈했다. 국가교육회의는 독립적인 교육정책을 수행할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의 전 단계로 구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대입 공론화라는 세계 교육사에도 유례없는 기형 카드를 꺼내면서 나침반이 고장났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 특별 위원회에, 대입 특위는 대입 공론화 위원회에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핑퐁’했다. 대학입시가 ‘하청’ 대상으로 전락했다.


 강선보  국가교육회의 위원들 임기가 1년인데 무슨 중장기 비전을 연구할 수 있겠는가. 기초 연구할 시간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수능을 절대평가로 할지, 상대평가로 할지, 학종과 수능 비율을 어떻게 할지 등 비전은 없고 테크닉만 구사한다. 더구나 국가교육회의가 하는 것을 보면 특정 방향을 정해 놓고 여론몰이하는 것 같다. 대입개편 공청회도 따지고 보면 구색 맞추기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공청회 하고 나서 정부 정책이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안병환  그런 점에서 국가교육회의에 몇 가지 주문하고 싶다. 우선 우리 교육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뿌리부터 튼튼해야 한다. 유초중등 및 고등교육까지 연계 발전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학교급별로 부분적, 단절적 설계가 아니라 연계성을 살린 통합적 접근이 있어야 안정적인 틀을 가질 수 있다. 또 하나, 지금부터는 글로벌 교육·다문화교육에 대한 논의가 강조되어 구체적인 방향이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윤수  말씀을 들어보니 국가교육회의 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가교육회의에서 대학입시 문제를 다루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 선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되 입시부정을 저지르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부정이 없어진다. 공신력 잃은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강선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부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 그게 교육부의 역할이다. 입시부정을 강력하게 처벌하면 2~3년 뒤에는 자리 잡게 된다. 대학은 공신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만에 하나 교육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고 하면 학부모들의 저항에 크게 부딪힐 것이다.


정부 대입정책 비전은 없고 테크닉만... 대학입시는 대학에 맡겨야

 안병환  대학입시정책은 미래 산업구조나 사회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진단 및 예측 후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대입정책은 당장 문제 가 시급한 부분은 수정하되 큰 틀은 최소한 몇 년간의 연구 후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뭔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기존의 교육정책도 좋은 것은 수용하고 이를 토대로 수정·보완하는 점진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 년간의 교육정책을 충분히 검토·분석해 가장 문제점이 적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다. 과거의 것이 꼭 낡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박정현  지금 중학교 3학년 교실은 혼란 그 자체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입정책을 내놓지 못하니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힘들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대입정책마저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바람에 보기 딱할 정도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분명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교사들 중에는 좌든 우든 상관없으니 정책 결정을 빨리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9시 등교니, 학생인권 조례니 하는 것들은 쾌도난마식으로 몰아붙이면서 정작 결단이 필요한 정책은 미적거린다는 불만들이 많다.


 양영유  저는 교육정책을 다루는 거버넌스가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고 싶다. 우선 교육정책에 대한 그랜드 플랜(grand plan)이 없다. 묘목이 자라서 큰 나무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정권마다 교육 묘목을 속성 재배하려다 고사시킨다. 모든 교육의 블랙홀이 돼버린 대입이 그 상징 아닌가.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가리지 않고 메스를 들이대 이상한 괴물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유초중등 및 고등교육이 뒤틀리는 것이다. 정권의 교육철학 부재, 정파 교육주의, 교육 관료들의 무책임, 그에 따른 장기 비전의 실종이 복합된 탓이다.


하윤수 오늘 좌담회는 21세기 교육을 논하는 자리다. 그런데 논점은 19세기 아날로그식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나 싶다. 화제를 돌려 학생들의 폭발적인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짚어봤으면 한다.


독창성이 국가 경쟁력 좌우... 교육개혁은 선택 아닌 필연

 안병환  세계경제포럼(2016)의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의 65%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직업에 종사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지식 전달과 암기가 아니라, 지식 습득 방법과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미래 사회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융합·연계·통합·다양성 등 다양한 교과운영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에 맞는 교육내용, 교수-학습지도방법, 교육평가 방법 등의 다각적인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박정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표류하는 정책 들로 인해 산발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춰 기존의 교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학습이 필요하다.


 양영유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아날로그 시스템을 디지털, 창의·융합형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 그런 뜻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들이닥친 지금은 넘버원(number one)보다 온리원(only one)이 필요한 시대다.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다시 말해 독창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2년 전, 200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일본 나고야대 노요리 료지 교수를 인터뷰한 적 이 있다. 노요리 료지 교수는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할 때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도는 10배나 빠르고, 규모는 300배나 크고, 그 임팩트는 3000배에 달한다”고 했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이런 사회와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되겠는가.


 강선보  정답을 찾는 교육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제일 필요한 것은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다. 교육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교육의 변화는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의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국민의식을 바꾸는 계몽운동이라도 펼쳤으면 한다. 학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교육부가 못하면 교총과 <새교육>이 나서서 정부의 역할 부재를 질타하고 미래를 위한 교육 개 혁에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정현  교육 패러다임을 자주 지적하는데 그 주체는 교사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교사 대부분은 무력감에 빠져있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는 교사들이 왜 무기력해졌는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크다. 학부모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고 사소한 일로 소송을 당하기라도 하면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 정부가 아무리 근사한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을 제시한다 해도 교사들이 무기력해진다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교사들의 무기력은 학생들에게도 전이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고, 학생과 교사 등 교육의 주체가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새교육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학교의 기능 갈수록 다양화 ... 교사 업무량에 따른 교원 증원 이뤄져야

 하윤수  정확한 현실 지적이다. 교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교총 이 교권 3법 개정을 촉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교권을 강화하고 교사들 이 신명나는 현장을 만들어야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있다.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안병환  학생들의 사회적 삶에 필요한 역량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는 교육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지식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 기술·협동·창의성 및 문제해결력 같은 역량과 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과거보다 교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훨씬 더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양영유  우리나라 교사 수준은 세계 최고다. 하지만 교사되기가 어렵지 일단 되고 나면 역량이 멈춰버린다. 교사의 연륜만으론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의 트렌드와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잡지 못한다. 치열한 셀프 자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들도 안주하지 말고 경쟁하며 공부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의 지원도 절대 필요하다. 교원 재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평가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교원양성제도의 대수술도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 교육대, 사범대 양성 시스템으론 임용고시 낭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박정현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가치를 단순히 전달하지 않고 아이들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교사 공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교사 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진정한 정책 마련이 이뤄졌으면 한다.


 강선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재편이 필요하다. 양 위원 지적처럼 그중 하나가 교원양성기관의 재편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교원양성기관의 과감한 구조 조정,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부응한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작업이 시급하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세대들에게 필요한 인간성·협동성·통찰력·창의성 등을 키워줄 수 있는 역량을 예비교사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하윤수  <새교육> 70주년을 맞아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2048년이되면 창간 100년을 맞는다. 이때쯤 되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 하다.


求古尋論 정신으로 잘못된 교육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 설계를

 안병환  지까지는 대체로 학급당 학생수만 줄어들면 교육이 안고 있는 상당 부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사회 변화는 학급 당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이득보다는 오히려 교사와 학교의 역할과 직무량이 더 확대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급당 학생 수는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르나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다양하게 제공돼야 할 것이다. 30년 후에는 지금보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교사에 대한 지원 체제가 더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영유  1년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데 30년이라니, 참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려면 창의성이 핵심능력이 되어야 한다. 30년 후면 인공지능(AI) 교사가 교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교육은 기계가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미 AI 과외나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이 활성화되고 있다. <새교육>이 창간 100 주년을 맞는 해엔 보편화를 넘어 더 진화해 있지 않을까. 현재 제한적인 수준인 무크(MOOC)도 일반화돼 교육의 국경도, 학교 담장도 없어지는 초국가적 협력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여기 있는 분들이 다시 좌담회를 해 볼 수있으면 좋겠다. 너무 큰 욕심인가.


 강선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70년 전의 <새교육>은 과거의 전통적인 교사중심·교과중심 교육을 학생중심과 경험중심으로 바꾸고자 한,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개념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돌입한 만큼 우리 교육도 70년 전처럼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자세로 지금의 잘못된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야 한다.


 하윤수  명심보감에 구고심론(求古尋論)이란 말이 있다. 옛것 속에서 많은 논의와 토의를 깊이 하다 보면 오늘을 찾는다는 의미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현재를 살피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오천석 전 문교부 장관은 <새교육>기고문에서 “우리가 굳게 믿는 새교육 없이는 새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새교육>은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상징이다. 70주년을 맞아 환골탈태하는 노력과 함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제2의 창간 정신으로 100년의 미래를 향해 정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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