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루지가 어느 날 종기가 되었습니다. 엉덩이에 조그맣게 뾰루지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무언가 손끝에 좁쌀 같은 게 도톨도톨 걸리더라고요. 그때 잠깐 연고를 발라야 하나,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 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곧 잊어버렸어요. 바쁘기도 바빴고, 워낙 크기가 작아서 무시한 것도 있고요. 어영부영 시간만 흘렀습니다. 어느 순간 의자에 앉다가 ‘욱신’하는데 놀라 비로소 제법 딴딴하고 큼직한 종기가 자리 잡은 걸 알았습니다. 누를 때마다 욱신거리는 게 제대로 된 종기가 분명했습니다. 겁이 나서 달려간 병원, 종기를 진찰한 의사 선생님이 혀를 끌끌 찼습니다. “평소에 미련하다는 소리, 많이 듣고 살지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일부러 키운 거냐고 마구 혼을 냅니다. 결국 남들 보기에는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종기 때문에 마취주사까지 맞았습니다. 칼이 살을 찢으며 깊숙하게 들어와 박혔고, 종기를 째고, 꽤 많은 고름을 빼내고, 거기에 붕대를 붙이고, 한동안 술과 기름진 음식과 기타 등등을 금지당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칼을 댄 곳에는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흉터가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종기가 툭 하고 떨어진…
2023-09-05 10:30최근에 상상을 초월한 충격적인 일들이 교육계에 줄지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과 입시지옥 등 고질적인 문제 위에 교사 자살, 학생 마약, 교사 데모와 명퇴, 폐교 급증 문제가 덮치고 있습니다. 수년간 계속해서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고, 행복도 세계 최하위라는 섬찟한 성적표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빈도수가 저학년으로 갈수록 더 많다는 사실에 미래가 참으로 절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더 암울한 문제는 학생과 교사 관계가 대립으로 치닫는다는 사실입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부딪히면서 둘 사이가 아름다운 사제관계가 아니라 불신과 두려움이 지배하는 적대관계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학생인권을 너무 내세우면 교권 강화가 요구될 것이며, 두 인권의 대립이 제로섬 게임이 되는 순간 학교현장은 황폐화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교육전문가가 아니라 스승으로 다가가는 길만이 학생인권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럴 때만 교사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서로 단절되고 적이 되어서는 문제만 더 커지고 함께 불행해질 뿐이지요. 갈등 봉합을 외부 조직에 의존할수록 자
2023-09-05 10:30“요즘 우리 과에 선생님들 왜 이렇게 많이 와?” 최근 세상을 떠난 초등교사 자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우리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안타까운 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등학교 교사 28명, 중학교 교사는 15명이었다. 작년 기준 전체 교사 44만여 명 가운데 초등교사는 44%다. 그런데 극단 선택을 한 교사 가운데 초등교사 비율은 57%에 달했다. 교육 당국이 ‘원인 불명’으로 분류한 7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0명 중 절반이 넘는 16명이 우울증·공황장애로 숨졌다. 그다음은 가족 갈등(4명), 신변·질병 비관(각각 3명), 병역 의무(2명), 결혼 준비·투자 실패(각각 1명)로 분석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는 2018년 14명에서 2019년 16명, 2020년 18명, 2021년 22명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학생과 교사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6년간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13명),
2023-09-05 10:30최근에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10대 10명 가운데 1명은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초등학생도 포함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무려 48%의 청소년이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MBN, 2023.6.22.).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스마트폰중독·야동중독 등 다양한 중독현상을 거치면서 둔감해진 모양입니다. 중독은 개인적 일탈이며, 시간이 지나면 대다수 아이는 별다른 문제 없이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건 착각입니다. 대상만 바뀔 뿐 절대 치유되지 않는 중독 중독은 시간이 저절로 치유해 주지 않습니다. 중독자는 그저 다른 중독 대상물로 갈아탈 뿐입니다. 게임에서 술·도박·섹스·마약으로 좀 더 확실하고 강하게 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옮겨갑니다. 중독은 개인의 취약성 또는 도덕성 문제가 아닙니다. 관계 단절감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 박탈된 꿈에서 오는 공허감과 상실감, 공부와 경쟁 스트레스를 포함한 각종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은 인스턴트 해결책을 찾습니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외적 요소에 일시적으
2023-08-07 10:30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
2023-07-05 10:30교육부가 교사의 인사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수업가산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교원승진 및 보수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 새로운 인사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교원역량혁신추진위원회(추진위)는 지난 3월 30일 1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들을 논의했다. 이날 교육부가 추진위에 상정한 교원역량혁신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수업 잘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가칭)수업력 제고 유공가산점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업력제고 유공가산점은 공통가산점으로 분류돼, 확정되면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기점으로 교실수업의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교육부가 디지털 역량을 수업가산점의 주요 척도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교육부는 추진위 연구·검토를 거쳐 내년에 교원 승진규정 개정을 포함한 인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업가산점의 주요 척도로 디지털 역량 거론 수업을 잘하는 교사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학교교육의 중심을 수업에 두겠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
2023-07-05 10:30디지털 대전환 시기를 맞아 미래사회는 변화의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미래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며, 교육의 중심인 학교에서부터 그 방향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기교육은 ‘자율·균형·미래’의 3대 원칙을 바탕으로 기본과 기초를 갖춘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기초역량과 기본 인성교육 강화, 인공지능 기반 에듀테크 활용 교육 확대, 지역교육협력 플랫폼 구축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미래사회에 걸맞은 교육의 방향을 세워가고자 한다. 기초역량의 강화 기초역량은 무엇보다 학생이 갖춰야 할 행복의 중요 조건이다. 향후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포함해 의사소통능력·학습력 등 기초역량을 먼저 갖춰야 한다. 경기교육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멘토링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1:1 학습운영, 기초학력학습지원 전문교사 인력풀을 구성해 학생의 기초에서부터 심화에 이르기까지 학습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떨어진 기초체력과 학습, 사회성 회복을 위해 초등 3·4학년을 중심으로 맞춤형 ‘더(T·H
2023-07-05 10:30“교육혁신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미래의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교육혁신을 통해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챗봇의 의견입니다. 교육혁신에 대한 2,000자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하자마자 챗봇이 불과 3~4초 만에 뚝딱 써낸 글의 서두입니다. 놀랍도록 논리적이지만 다음 문장이 한층 더 놀랍습니다. “교육혁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교육혁신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혁신을 위한 노력은 정부·학교·학부모·학생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챗봇은 혁신의 가장 어려운 심리적인 부분마저 예측합니다. 서둘지 말라, 그리고 서로 탓하지 말고 협업하며, 각자 해야 할 부분을 책임 있게 하라고 애정 어린 조언마저 곁들였습니다. 힘든 만큼 좋은 결과도 있을 테니 견디어 내라고 격려까지 합니다. 이 답변에 감탄하면서도 섬뜩하고 초라해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생각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꿰뚫어 보는 것 같고, 우리를 마치 달래야 하는 어린애
2023-07-05 10:30지난봄 딸아이가 시집을 갔다. 결혼식장에서 나에게 인사를 올리며, 눈물을 비쳤다. 어릴 때 큰 시련을 겪으며, 나에게 인생에 대한 감사를 일깨웠던 아이다. 자라서는 내게 늘 따뜻한 대화 친구였다. 그 순간 나도 간신히 눈물을 참아내었다. 딸아이와 아프게 정들었던 세월은 이렇게 응축되어 ‘보석 같은 눈물’이 되나 보다. 마음에 오래 새겨지는 장면이었다. 그날 내 마음에 새겨진 장면은 ‘딸아이의 눈물’ 말고도 또 있었다. 그것은 주례를 맡으신 김기석 목사님의 주례사 말씀이었다. 딸아이의 눈물이 ‘감정의 울림’으로 새겨졌다면, 목사님의 주례사 말씀은 성숙한 인간과 삶의 태도를 불러오는 ‘이성의 울림’으로 새겨졌다. 명색이 교육학자인 나에게는 ‘교육적 성찰’의 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주례 목사님은 신랑 신부가 살면서 두 개의 동사를 실천하며 살기를 주문했다. 그중 하나는 ‘우러러보다’이고, 다른 하나는 ‘바라보다’였다. 서로 우러러보고 바라봄으로써, 부부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관계를 복되게 이끌어 가라 하신다. ‘우러러보다’와 ‘바라보다’는 단순한 ‘보다’가 아니다. 거기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마음은 자못 진실하고 간곡하다. 나는 이 두 동사를 사
2023-06-08 10:30서론 미국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젊은 성인에 비해 마약 및 처방약 등을 처음 접했을 때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성장기 10대들의 뇌는 성인과 비교했을 때 중독의 영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훨씬 더 치명적이고 중독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즉 어린 나이에 실험적으로 마약류를 사용할수록 훗날 마약류 중독 가능성은 더 커진다. 또한 청소년은 마약류 남용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직접적인 손상을 입으며, 다른 범죄를 촉진하고 그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10대 청소년들의 마약류 문제와 관련된 정신·신체적 건강상태는 표 1과 같이 제시될 수 있다. 최근 경찰에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중독재활센터에 의뢰하는 10대 청소년의 수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5월 현재 20여 명이 중독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 사례들을 보면 ▲마약류 이외의 문제로 소년원에 갔다가 마약류 구입방법을 배워 사용한 사례, ▲불법 도박사이트에 넘쳐나는 불법 마약광고를 보고 마약을 접한 사례, ▲마약류 문제로 퇴학·전학 조치되었고 전학 간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에…
2023-06-08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