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 영월로 넘어가는 소나기재 어디쯤에서 100m 정도 산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서강 전경이 드러난다.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둥글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은, 혹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안고 휘돌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같기도 한 강이 벼랑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그 벼랑 끝에 70m 높이로 날을 세워 서 있는 기암괴석의 바위가 선돌이다. 푸른 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더욱 위험한 비밀과 전설을 안고 있는 듯 여겨지던. 선돌은 홍성모(58세) 화백을 다시 만난 곳이기도 하다. 신비롭다 못해 기이함으로 다가오는 곳.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가는 길에 잠시 쉬면서 바라본 절벽의 모습이 마치 신선 같다고 해 ‘선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원래는 하나의 바위였지만, 세월이 지나 틈이 생기고 갈라지면서 두 갈래 바위가 된 채로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설화 또한 안고 있다. 그곳에서 백빈(白鬢)을 휘날리며 붓끝에 힘을 실어내고 있는 노화백의 모습이 딱 선돌 그 자체로 비쳐들었던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그림 속 화백은 5년 전 홀연히 고향 부안에 내려와 높이 1m, 총 길이 56m나 되는 방대한 크기의 ‘해원부안사계도(海苑…
2020-03-23 10:46저는 3년 전 학생들에게 성희롱 가해자로 억울하게 신고를 당해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행평가에서 준비물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게 규칙대로 1점을 감점하려 했지만 아파서 그랬다며 울었고 또 다른 학생은 수행평가 중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며 역시 울기에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전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아이들은 제가 어깨를 주무르고 껴안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아마 제가 감점을 하려 했던 데에 불만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졌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었고 외롭게 극복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됐죠. 모든 것이 종료된 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금 45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 두렵고 아이들 앞에 선다는 것에 자신감을 잃어버려 심장이 두근거렸고 결국, 복직하지 못하고 휴직계를 제출했습니다. 언제 또 어떤 아이가 무슨 억지를 부릴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동료 교사들은 어떤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무서웠고 인간이 인간 속에서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그…
2020-03-23 10:23[김은아 공연전문매거진 ‘시어터플러스’ 에디터] 코로나19의 여파가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즘이다. 공연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적게는 몇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관객이 모이게 되는 것이 공연이다 보니, 개막을 연기하거나 조기 폐막, 공연 취소를 결정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엄혹한 상황으로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에 한 줄기 위로를 건네는 것은 결국 예술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잠시 멈춤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직접 극장으로 향하지는 않더라도 생생한 무대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안내한다. ■유튜브=세상 모든 영상 자료의 보고인 유튜브. 공연 자료를 찾아보는 데에도 이만한 곳은 찾기 어렵다. 추천 검색어는 ‘프레스콜’. 이는 공연 개막 후 기자를 대상으로 공연의 몇 장면을 공개하는 일종의 하이라이트 공연 행사를 의미한다. 이 자리에서 공개하는 넘버나 장면들은 작품에서 놓치면 안 되는 중심적인 장면일 때가 많은 만큼, 공연의 핵심을 모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자료일 듯하다. 특히 실제로 공연을 보기 전에 작품의 결말이나 반전을 알고 싶지 않은 ‘노 스포일러’ 족
2020-03-16 09:46손열음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4년 만에 마련된 리사이틀로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이번 공연은 그의 신보 발매를 기념해 진행되는 만큼 음반의 수록곡과 같은 슈만의 곡으로 꾸려진다. 프로그램은 ‘어린이 정경 Op.15’를 비롯해 슈만에게는 행복과 좌절을 넘나드는 시기인 1836~1839년 사이 작곡된 곡들로 채워진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슈만과 모차르트를 꼽아온 손열음이기에 이번 공연에서 어떤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5.13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뮤지컬 리지 1892년 미국에서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인 ‘리지 보든 사건’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 리지가 아시아 초연한다. 작품은 아버지와 계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재판장에 서는 리지 보든을 중심으로 언니 엠마,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앨리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는 가정부 브리짓까지 네 명의 인물이 이끌어간다. 유리아, 나하나, 김려원, 홍서영, 최수진, 제이민, 이영미, 최현선 등 남다른 가창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더불어 파워풀한 에너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4.2-6.21 |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리처드 용재 오닐 리사이틀 데뷔 15
2020-03-16 09:39저는 교육경력이 5년 정도 된 초보 교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소중한 시간들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직 2년 차에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시련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는데 학부모가 별의별 사유로 수년에 걸쳐 각종 기관에 민원 및 고소‧고발을 지속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문의를 하는 듯했지만 점점 이것저것 부당한 요구를 시작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각종 기관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민원에 시달렸고 담임인 저도 수업 준비 할 시간에 수많은 민원에 답변해야 했고, 학생들을 위한 준비 없이 하루하루가 소모됐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아무도 그 학생을 맡으려는 선생님이 없자 떠밀리듯 2년 연속 담임을 맡았습니다. 학부모는 민원에 더해 고소 고발을 시작했고 담임인 저도 인생 처음으로 고소장을 받게 됐습니다. 고소장을 받고는 큰 충격에 손이 떨리고 말도 잘 안 나왔습니다.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자 정신과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불안과 우울 증세는 약물 치료와 상담 덕에 조금씩 나아졌지만, 학교에만 오면 아침마다 그…
2020-03-09 10:58교원들이 교단에서 행복을 느낄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보람으로 다가오길 바랐습니다. 교사로서 자존감이 더는 꺾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살폈습니다. 답은 ‘교권’이었습니다. 한국교육신문이 신학기를 맞아 ‘교단 치유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먼저 임상 심리전문가 김민녀 박사와 함께 다양한 교권침해 사건으로 상처 입은 선생님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마음 챙김 상담소를 신설합니다. 이진혁 경기 구룡초 교사는 ▲선생님도 쉬는 시간을 통해 교사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힐링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최신 이슈 속 교권·교직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이슈교권·교직도 선보입니다. 본지는 앞으로도 교권 콘텐츠를 강화해 선생님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건 바로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교직 생활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학생, 학부모, 동료 교원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교단에 서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난 생채기는 쉽게 낫지 않죠. 교권침해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오며 그…
2020-03-09 10:51코로나19 여파로 다가오는 신학기가 설렘보다는 걱정으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항시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도 건강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 있죠. 이번 호에는 수건을 이용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필라테스 동작을 배워보겠습니다. 최세아 고고필라테스 원장 *수건을 이용한 전신 스트레칭 전신운동 전, 근육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해준다. 1-1. 의자에 앉아서 양손으로 수건의 끝을 잡고 머리 위로 만세를 한다. 1-2. 어깨가 귀에서 멀어지도록 내려준 뒤, 팔을 뻗을 수 있을 만큼만 뻗어준다. 1-3. 수건이 머리 뒤로 넘어가도록 뒤로 넘겨주며 허리가 꺾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1-4. 배에 힘을 주고 상체를 오른쪽으로 늘려주면서 호흡을 천천히 내쉬어준다. 1-5.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면서 5번씩 반복한다. 2-1. 오른쪽 발바닥에 수건을 대고 천천히 무릎을 편다. 2-2. 허리를 편 자세에서 가능한…
2020-02-25 09:43[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 몇 달 전 자신이 공무원 연금 수급자라고 소개하면서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며 펀드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전화 한 통이 재단에 걸려왔다. 그 당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건이 크게 불거진 상황이라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 소극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건 사람은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재단은 개별 상품을 추천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꼭 가입을 원한다면 가족들과 상의한 다음 주변 은행이나 증권사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에도 같은 내용의 전화가 재단에 걸려왔고 펀드 추천을 요청했다. 그분이 어떤 계기로 펀드 투자에 이토록 큰 관심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갑자기 평소 본인이 잘 모르는 금융상품에 섣불리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모펀드, 사모펀드, ELS, DLF 등 일반투자자들이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 종류는 상당히 많다. 그렇지만 어떤 상품들이 자신에게 적절한 상품인지 알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저금리 시대에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싶은 마음에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를 하는 투자자들은 있지만,…
2020-02-17 13:49맛, 풍경, 이야기. 세 가지 즐거움이 있어 풍요로운 변산을 두고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져야 제맛인 곳. 해안절경을 품에 안고 외변산 바닷길 따라 한 바퀴 굽이돌면 그 길 끝에 곰소가 있다. 길들여지지 않은 선한 세월이 알맞게 곰삭아 입안을 감아 도는 모습으로. 알찬 바지락젓마냥 개미지고 찬찬한 맛으로. 그리고 이생을 살다 가면서 한 번쯤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귀한 것들이 씹혀드는 짭쪼롬한 이야기로. ‘곰소’라는 예쁜 이름의 유래 곰소에 들 때마다 자꾸만 그 이름을 곱씹어보게 된다. 지금껏 수많은 곳을 돌아다녔을 것인데, 그 돌아다닌 걸음들은 다 어디 있는 것일까 묻고 싶어질 만큼 깊고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것 같은 이름, 곰소. 곰소라는 이 예쁜 이름은 과거에 심마니들이 ‘소금’을 뒤집어서 ‘곰소’라고 불렀다는 데서 유래했다. 곰소 일대 해안에 곰처럼 생긴 섬이 있어 ‘동국대지승감’에는 ‘웅연(熊淵)’이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 앞에 소(沼)가 있어 곰소가 됐다는 설 또한 전해진다. 이 소의 또 다른 이름은 ‘여울개’. 곰소 앞바다가 얼마나 깊었던지 서해를 지키는 개양 할머니가 여울개에 빠져서…
2020-02-10 13:38올해 설은 유난히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단지 연휴가 짧은 이유에서일까? 언젠가부터 어른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마저 설빔 같은 한복 차림으로 길을 나서는 풍경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것’임에도 쏟아지는 새로운 것들에 점차 밀려나는 우리의 전통들. 다행히 공연계에서는 우리의 전통예술을 현대무용과 랩, 힙합까지 요즘 문화와 접목해 새롭게 발견하고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번 달 소개할 두 편의 뮤지컬 적벽과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바로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판소리와 현대무용의 만남 뮤지컬 적벽 한나라 말, 위·한·오 삼국으로 나눠지고 서로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상황. 유비와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그를 모셔온다. 오나라의 주유 또한 조조를 멸하게 하기 위해 화공(火攻) 작전을 궁리 중이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 전전긍긍하는데, 때마침 그를 찾아온 공명이 동남풍을 불어오게 만든다. 이로써 주유는 조조군에 맹공격을 퍼붓고, 조조는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한다. 이는 삼국지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전쟁…
2020-02-04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