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중학교 학생 여러분, 오늘은 2023학년도 1학기의 뜻깊은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그동안 한 학기 동안 여러분은 열심히 배우고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또 안전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함으로써 큰 과오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한때 TV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던 광고 카피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여러분에게 패러디한다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여, 충분히 쉬어라”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날은 ‘잘 놀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여러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미래의 능력입니다. 여기서 논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휴테크’의 전문가 김정운 박사는 일찍이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잠시 여러분 주변의 어린이들을 보세요. 그들은 놀 때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고 창의력과 사회성이 발달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잘 놀 줄 모릅니다. 왜냐면 어른들이 ‘놀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바로 여러분이 한때는 그런 어린이였습니다. 이제 산과 바다를 찾아 충분히 쉬면서 호연지기를 키우고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세요. 또 자신이…
2023-07-21 11:23긴 장마의 잠깐 휴식기이다. 얇은 햇볕 아래 분홍빛 실타래를 짧게 묶어 놓은 듯한 자귀나무꽃이 녹색 잎 사이에서 수런거린다. 꿉꿉해서 그럴까? 하늘 밑 푸른 바다, 은쟁반, 하얀 모시 수건, 상큼한 여름빛이 물든 이육사의 시 청포도가 그리워진다. 칠월 여름날 아침이다. 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보이더니만 이내 한 보자기 풀어놓은 바람이 풍경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을 피워 올린다. 그 짙은 녹색 바람 끝자락에는 비가 묻어있다. 출근을 서두르는 시각 사위가 점점 어두워진다. 곧이어 세찬 비가 쏟아진다. 우산도 무용지물이다. 국지성 소나기이다. 소나기는 오래 내리는 비는 아닌 좁은 지역에서 온도 차이로 만들어지는 적란운으로 인해 내리는 비이다. 소나기를 삶의 여정에 간이역이라고 비교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가, 어떤 이에게는 일을 앞두고 곤란에 빠지게 하는 비가 될 수도 있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한소끔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보인다. 소나기 하면 좋은 경험과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 했는데 이 두 경험은 잊힘을 거부하며 언제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좋은 일이 펼쳐지면 여유롭고 긍정적인…
2023-07-19 11:00지난 늦은 가을 공주장에서 쪽마늘씨를 사서 텃밭에 심었다. 한 겨울을 지내고 마늘대가 누렇게 되어 쓰러졌다. 쑥쑥뽑아 단단히 영근 마늘을 흐뭇하게 보았다. 가위를 들고 톡톡 마늘대에서 잘라내니 복숭아만한 마늘, 자두만한 마늘, 방울토마토만한 마늘 180개가 나왔다. 40개는 종자로 남겨 둘 것이다. 200개를 목표로 한다. 햇볕 좋은 곳에 널어놓고 여유가 될 때마다 30개 정도 집어들고 집으로 온다. 지루한 일을 할 때 늘 하던 대로 해야할 일 준비물을 가지고 소파에 앉아 TV를 튼다. ‘드라마 몰아보기’. 스텐바가지에 흙묻은 통마늘을 넣고 과도를 들고 통마늘을 하나하나 쪽을 내어 껍질을 벗겨 빈바구니에 떨어트린다. ‘툭’, 작지만 옹골찬 소리. 내 손으로 키운 까닭으로 소리하나에도 흐뭇하다. 싱싱함을 보여주듯 물에 담구지 않아도 껍질이 잘 벗어진다. TV에서는 지독히 운없이 태어났고 골골이 삶을 무너뜨리는 장애물로 고생하지만 뒷골목이 아닌 트인 앞세상에서 건강하게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가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실존인물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였단다. 마늘 한 통을 들고 껍질을 벗기며 ‘지금 저 내용은 실존이 아닌 극적 재미
2023-07-12 09:49얼마 전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용하여 등산을 다녀왔다. 우리 부부 올해 목표는 월 2회 등산이다. 그러니까 연 24회 등산이 목표다. 지금이 5월 하순. 다이어리에 등산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현재 12회다. 목표에 차근차근 접근하고 있다. 부부건강도 차근차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대개 휴일을 이용해 산을 찾는다. 이번에도 찾아갈 산을 정한다. 칠보산은 석가탄신일에 우산 쓰고 다녀왔고 안양 수리산 병목안은 야생화 탐사로 이미 다녀왔다. 안성 서운산은 거리가 멀고 안산의 수암봉은 가본 지 오래 되지만 기분이 그렇고. 결국 수원시민을 반겨주는 125만 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광교산으로 정했다. 그러나 절터와 사방댐 인근의 산사태 흔적은떠올리기 싫다. 코스를 바꾸었다. 우리 부부가 자주 가는 코스다. 파장동 항아리 화장실을 지나니 바닥을 야자매트로 깔아 푹신푹신하다. 한천약수터를 지나 좌회전하면 광교헬기장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만난다. 초여름 숲등산로는완전 그늘이다. 중간중간에 놓인 벤치에 앉아 땀을 씻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이 코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피톤치드(Phytoncide) 지수가 다른 등산로에 비해 높다. 2012년 관계기…
2023-06-05 10:38봄날 여린 나뭇잎의 연둣빛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담장 넘어 햇빛에 투영된 감나무 이파리의 연둣빛은 눈부시다 못해 유혹으로 망막에 내려앉는다. 이 달보드레한 연둣빛을 보며 우리의 삶도 연둣빛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지만 일 년 중 연둣빛 향연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잠깐이다. 연둣빛 삶이란 어떤 것일까? 미국의 동화 작가 타샤 튜더는 말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답니다. 인생은 결코 긴 게 아니에요. 우물쭈물 멍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끝나 버린다.” 타샤의 말은 아름다운 시간은 짧은 시간에 지나가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떤 시간이든 마음만 먹으면 연둣빛 삶을 바꿀 힘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살이란 의도한 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에게 일상을 연둣빛 삶에 견준다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까? 5월 초 며칠간의 연휴였다. 지난 2월 꽃샘바람이 요동치는 가운데 졸업하고 한동안 둘째 아이를 보지 못했다. 항상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연휴 기간에 집에 온다고 하니 반가워 몇 번이나 달력을 쳐다본다. 그런데 날씨는 비바람으로 시작된다. 연휴 시작 전날 늦은 시각, 어둡기 전
2023-05-15 18:00언제 겨울이 있었을까? 봄꽃들이 별처럼 쏟아지며 겨울을 넘는다. 온 세상이 꽃밭이다. 겨울의 소리 없는 무너짐과 함께 시작된 봄을 보며, 세울 때와 무너뜨릴 줄 아는 자연의 흐름에 고개 숙인다. 아쉬움이 있다면 연유야 어떻든지 사람만이 자신의 마음속에 쌓은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음이다. 전교생 50명 남짓한 면 단위 시골 초등학교에 봄이 아롱진다. 산수유꽃 지나고 꽃샘추위에 백목련 꽃잎이 뭉개지는 비 갠 오후, 붓 도랑물이 흘러든 황톳빛 개울의 바위 언덕 진달래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분홍빛의 유혹, 아! 저 바위 절벽이 아니라면 한 아름 꺾을 수 있을 것인데, 소유의 욕심을 뒤로 하고 진달래로 흐드러진 자연의 정원을 사진에 담는다. 꽃 핀 정원 하면 떠 오르는 동화가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정원’이다. 동화 속 거인은 멋진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정원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정원 밖은 봄이 한창이지만, 성처럼 높은 담벼락을 둘러친 거인의 정원은 일 년 내 겨울이다. 하지만 거인이 마음을 열고 높은 담을 걷어내자 그 정원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세상에서 멋진 봄으로 피어난다. 초등학교 2학
2023-03-29 15:10해마다 3월이면 학교에서 입학식(入學式)을 치른다. 전년도의 1학년을 1년 동안 잘 보살피고 지도해서 학교에 적응하도록 만들고 다시 1학년을 받는 날이다. 학부모가 가장 많이 오는 날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안내하는 말에 귀를 세우고 경청하는 날이기도 하다. 세월 따라 변해 온 입학식의 모습이다. 2017년 3월 입학식을 하는 내내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려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으아~~~~!” “싫어! 싫어! 싫어!” 그 아이 엄마는 문을 지키고 있다가 아이가 뛰쳐나오면 거의 강제적으로 다시 자리에 앉히기를 거듭했다. 아이는 그저 싫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다른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특수실무원은 다른 아이에게 손톱자국이라도 남길까봐 아이 바로 뒤에서 안절부절이다. 어쩌다 다른 아이에게 상처라도 입히는 날에는 입학식이 끝나기도 전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먼저 열릴 판이다. 특수실무원이 그 아이 뒤에서 계속 다독거려도 저항을 하다 어느 틈에 '획~' 하니 문 쪽으로 달아났다. 아이의 엄마보다 주변의 엄마들이 더 걱정스러운 얼굴들이다. 그 아이가 불쌍해서도 동정해서도 아니다. 같은 학급에서 견뎌야 할 자기…
2023-03-06 17:49『언어를 디자인하라』의 저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는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을 별도로 생각해서 지어 말하라고 강조한다. 그 또한 대학 교수가 아닌 '지식생태학자'로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나도 내 직업을 소개할 때 교감(校監)이라고 하기보다 독감(讀感)이라고 종종 표기 한다. 讀은 '읽을 독', 感은 '감동할 감'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학교 안에서 중간 관리자로 학교장을 도와서 학교의 일을 관리하거나 수행하는 사람으로 불리우기 보다 나의 정체성을 좀 더 담아낸 '독감(讀感)'으로 살아가고 싶다. 책 읽는 교감, 책으로 소통하는 교감, 책으로 성장하는 교감 그리고 더 나아가 평생 책을 붙잡고 감동 받은 대로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이다. 이번 2월에 전입한 교직원과 기존의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올 해의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협의하는 시간을 3일간 가진 적이 있다. 교장 선생님도 새로 오신 터라 협의하는 주간의 첫 시간을 여는 역할을 내가 맡겠다고 했다. 교무부장의 간단한 안내와 학교장의 부임 인사 겸 학교를 운영할 청사진을 듣는 시간 이후에 나 또한 교육과정 전반에 관해 교직원들에게
2023-03-06 17:42교직에서 승진이나 전직할 때 친한 지인으로부터 난(蘭) 화분을 축하 선물로 받았다. 대개의 지인들은 축하전화를 한다. 또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축전을보내지만 가깝다고 생각하거나 교류가 잦았던 지인, 인간적으로 맺어진 관계에서는 화분을 보낸다. 고마운 분들이다. 축하를 받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내가 축하 화분을 받았던 때는 언제인가?교사에서 장학사 발령 받았을 때, 장학사에서 교감 전직 발령 받았을 때, 교감에서 교장 승진 받았을 때, 교장에서 장학관 승진했을 때 등이다. 이 가운데 축전과 축하화분을 가장 많이 받았던 때는 교직의 꽃이라 일컫는교장 승진 때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필자는 기록으로 남겼다. 지금 기억으로는 축전 100여 통, 축하 난 화분 40 여 개를 받았다. 2007년 9월, 첫 학교 교장실 한 쪽벽면이 화분으로 가득 찼다. 3단 화분 받침이 12줄인데 초록으로 가득하다. 마치 모내기를 마친논을 보는 듯하다. 교장실난향이 향기롭다. 첫 학교에서 열정을 바치다보니 4년이 흘렀다. 부임 이듬해부터 3년간 받은 학교표창이 무려 19개다. 필자 자랑이 아니다.구성원들이 능동적, 자발적으로 교육 열정을 바친 결과다. 덕분에 한국교육대상도 받았다. 화
2023-03-06 17:37신입생 여러분, 어서 와요! 중학교는 처음이지요? 오늘로부터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3년 동안 마치 전쟁을 치르듯 힘겹게 학교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도 제대로 모르고 재기발랄한 성장기의 멋과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속에서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려움을 간직한 채 여러분의 중학교 진학을 한동안 고민하고 망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여러분은 전통의 명문 산곡남중과 모교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오늘은 축복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산곡남중은 1987년 개교한 이래 35회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산곡남중의 모든 교직원들은 자신들의 진로와 진학의 선택에 따라 당당히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을 떠나보내면서 진심으로 축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긍지와 보람을 느꼈습니다. 왜냐면 산곡남중 졸업생들은 앞으로 상급학교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멋진 모습으로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첫째, 산곡남중은 모든 학생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생활하고 진로·진학을 지도하는 학교입니
2023-03-02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