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 신적이 있으신지요? 승용차 차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쑤욱 내밀면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손바닥에 밀려오는 엄청난 바람에 가슴이 조마조마 하면서도 상쾌 통쾌한 느낌이 드실 겁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그 느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자유와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78년 첫 발령지가 보문사라는 절이 있는 강화도 삼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섬마을 송광초등학교였습니다. 교통이 불편하였기 때문에 학교에 관용으로 50cc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주로 학교 아저씨가 교육청 출입하기 위하여 사용하였고 애마처럼 애지중지 하였습니다. 자취를 하였는데 아이들 보내고 나면 정말 할 일이 없어 공부가 끝나도 이리 핑계 저리 핑계 대고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려 하였으나, 그 당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면 집안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저씨의 애마 타기였습니다. 술을 사 주고 갖은 아양을 다 떨어도 아저씨는 고장 난다고 애마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아저씨 승낙 없이 운동장으로 오토바이를 질질 끌고 나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올라타서 부릉 부릉 시동을 켜고
2007-08-09 09:36학교에 근무하는 매력 중 하나는 대부분 학교에서는 방학을 이용하여 직장동료들과 하루 또는 1박2일정도의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년 초 직원 친목회가 구성되면 회칙을 정하고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직원여행계획도 세운다. 우리학교도 여름방학에 여행을 가기로 하고 계획을 세워 월 2만원씩 여행비를 친목회비와 함께 모아서 지난 7월 말에 서해안으로 1빅2일 일정으로 마음 설레던 직원 여행을 다녀왔다. 미혼 시절은 직원 여행을 아이들 소풍날 기다리듯이 손꼽아 기다리며 꿈에 부풀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온 기억도 있고 기차여행을 한 적도 있다. 매년 여행을 가도 여행지가 다르고 함께 가는 교직원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이 직원여행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학교의 책임자가 되어서인지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발에서부터 돌아 올 때까지 항상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부담이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성인들이라고 하지만 수학여행 인솔책임자로 갈 때보다도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다양한 연령층인데다가 직장에서는 얌전하던 사람이 여행을 떠나고 술이라도 한잔 하면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2007-08-08 17:16나는 교사들의 보결수업에 대한 수당을 주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나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보충과정, 학습부진아지도, 방과 후 교육활동 등 현재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로 지도하는 활동들에 대한 수당이 대부분 지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결수업만은 아직도 무료 봉사로 남아있어 모든 선생님들이 싫어할 뿐 아니라 담당자 역시 배정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공문에 의해 본인이 원하지 않았지만 출장을 가야하는 형편이든, 가정 사정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빠질 수밖에 없는 사정이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하는 시간이면 누군가는 들어가 지도해야 하며,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이 소멸성의 원리가 타 직장과 크게 다릅니다. 타 직종은 전문직이든 일반직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하는 기본원칙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출장은 갔으면 출장이 끝나는 한 밤중이라도 또 공휴일이라도 나와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개인사정으로 결근을 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일을 처리 못하면 무능력자로 보따리를 쌀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유든 수업 결손으로 인하여 나대신 수업을 해 준 다
2007-08-08 15:06“할머니 안녕하세요?”하면 늘 웃으시면서 “교감 선생님도 안녕하세요.”하신다. 우리 학교에는 얼굴이 하얀 밝은 표정의 81세의 꼬부랑 할머니께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출근하신다. 비가 부슬 부슬 오는 오늘도 비옷을 입고 어김없이 출근하셨다. 학교에서 나오는 폐휴지를 수거 판매하여 생활하시기 때문이다. “할머니 이렇게 하면 얼마나 버실 수 있어요?” “한 구루마 하면 800원도 받고, 많을 땐 1,200원도 받을 때도 있다우.” “하루 최고로 많이 벌으신 것은 얼마나 되나요?” “3,000원 벌은 적도 있다우.” “와~~ 많이 버신다!!!” 반도 안 찬 종이 박스를 담은 구루마를 힘겹게 끌고 가시는 꼬부랑 할머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폐휴지 담당 홍은희선생님에게 쫓아올라가 열쇠를 받아 폐휴지 창고를 활짝 열면서 말한다. “할머니, 여기 많이 있어요. 가지고 가실 수 있을 만큼 가져가세요.” 홍길동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지식 더하기 인성!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다 이렇게 학생을 선발한다는 유학파 학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교육과정 특별활동에 봉사활동이 도입되었고, 학생생활기록부에도 기록된 지 10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학생들
2007-08-08 15:05올 학년 수련회 때 교감으로 따라가서 느낀 점입니다. 어느 반 아이들은 숙소에 식당에 있다가 담임선생님이 지나가는 모습만 보면 창 밖으로 막 손을 흔들거나 쫓아와서 선생님!! 선생님~~~”아우성입니다. 그 때마다 그 선생님을 쳐다봅니다. 아이들과 호흡을 맞출 줄 아는 그 선생님의 키가 한 뼘쯤 더 커 보이고, 얼굴이 빛나 보이며, 자랑스럽게 생각됩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까요? 초등학교에서 국어나 수학 등 교과를 잘 가르친다고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될까요?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기 때문에 교사로서 무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영역 중 하나이겠지요. 하지만 29년 교직 경력으로 보아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체 아이들보다 교사 대 개인 아이가 만나는 개별적인 교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인사할 때 눈을 마주보고 같이 인사하는 것, 뭔 이야기를 했을 때 들어주는 것, 인정해주는 것 등 등이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담임을 맡았을 때(담임 교무부장 학년부장 겸임을 했을 때도) 어떤 일이 있어도 일기 검사는 매일 꼭 해
2007-08-08 15:0320살에 교직에 발 들여 놓은 후 교실에서는 나는 항상 왕이었다. 교실의 왕으로써 그 때 그때 내 기분과 감정에 따라 수시로 같은 일이 벌어졌어도 결과 처리를 달리했던 것 같다. 하지만 4·50명의 아이들이 나의 눈 빛 · 기분 · 칭찬· 인정 · 질책 · 꾸중에 따라 僖 怒 愛 樂이 갈렸고 그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틀려졌다. 그래도 좋은 교사 되겠다는 열망과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생활하였기 때문에 학년 초 담임 발표 때 항상 아이들의 환호를 받았으며 동료교사 후배 선배 관리자들로부터도 인정과 칭찬을 받았다. 노력도 하였지만 관운도 좋아 누구보다 일찍 승진하는 영광도 얻게 되었다. 가정생활도 정도의 차이가 문제지 사람 누구나 한두 가지 갖고 있는 걱정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지지해 주는 예쁜 아내와 똑똑한 아들로 무리 없는 삶을 살았으며 만약 다시 태어나 한 번 더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고 자긍심이 많았다. 4 · 50년을 늘 칭찬을 받아왔고, 칭찬해주는 위치에 있다보니 나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의 간섭이나 반대의견 특히 질책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
2007-08-08 15:03덤벙덤벙, 대충대충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하고 남에게 폐도 끼친다. 청주 효성병원 36병동에서 어머니를 간병하며 나도 몇 번 실수를 했고 어머니도 병실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 졸음이 가시지 않은 새벽녘에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갔다. 3개의 양변기 중 한곳의 문이 조금 열려 있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확 열었다. 안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있던 사람이 화들짝 놀란다. 화장실 문을 잠글 수 없을 만큼 몸이 불편한 환자였다. 얼른 문을 닫으며 사과를 했지만 부주의 탓에 일어난 일이다. 하루에 몇 번씩 어머니의 소변 통을 비워야 한다. 화장실의 변기에 소변을 쏟고, 걸레를 빠는데 이용하는 수도꼭지에서 빈 소변 통에 물을 받아 다시 변기에 쏟으면 된다. 지금에야 그러지 않지만 처음에는 수도꼭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병실에 냄새를 피웠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온지 사흘째인 어머니가 어떤 때는 “드-르-르-러-렁~” 5옥타브까지 높이며 코를 곤다. 병실사람들은 잠을 못 이루는데 간병하러 온 자식이 옆에서 잠만 자면 욕할 것 아닌가? 코 고는 횟수를 줄
2007-08-07 14:28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지 18일째 날이다.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내가 청주 효성병원 366호에서 보낸 기간이기도 하다. 병실은 몸이 아픈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특수상황의 장소다. 더구나 일반병실은 낯모르는 8명의 환자와 8명의 간병인이 같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사는 방법이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10여일 째 할머니를 간병하고 계신 할아버지가 있다. 아흔의 나이에도 할머니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다니실 만큼 정정한데 나이는 속일 수 없나보다. 낮에는 혼자 복도의 의자를 지키고, 밤에는 할머니 옆에서 “끙끙” 앓으시는 게 하루의 일과다.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세상은 ‘웬 놈의 병이 이렇게 많으냐?’고 걱정을 하신다. 예전에는 고뿔(감기)이나 뽀드락지(종기) 밖에 없었고, 그것도 산약으로 치료하면 되었다며 병원이 어디에 있는 줄 몰라도 되던 시절이 그립단다. 먹을 게 없어서 고생했던 소싯적 이야기도 자주 하신다. 상도 없이 밥을 먹던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 끝에 낡은 집 한 채 있다고 영세민으로 등록을 안 해준다며 푸념을 하신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살이가 공평하지 못하다. 쉽게 바
2007-08-05 09:09내동 롯데아파트 누님 댁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려고 아파트 정문 쪽으로 아내와 나는 걸어서 가고 있었다. 갑자기 오토바이 한대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흔히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뒤에는 손자장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노란 깃발을 휘날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것이다. 정문에 다다를 즈음에 오토바이 소리가 더 가까이 들려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를 힐끗 돌아보는 순간 바로 내 옆에 와서 서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헬멧을 벗고는 깍듯이 인사를 한다. 나는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르쳤던 조금은 어리석지만 마음씨 착한 녀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박진이입니다." "그래! 반갑다.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잘 있었니?" 물어보는 순간 손을 쑤욱 내민다. "선생님! 명함 주세요."하는 것이다. "야! 초등학교 선생님이 명함이 어디 있냐?" 특별히 명함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나는 명함을 만들어 본 일이 없다. "진이야, 나는 명함이 없단다." 그랬더니 손바닥을 쑥…
2007-08-04 14:56여름 방학이 시작된 지도 벌써 2주 이상 된 것 같다. 옛날 학교에 있을 때에는 그래도 방학이 되면 으레 자그마한 설렘도 있었다. 나중에 개학 때쯤 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마음 아팠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왜냐하면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하다 보면 방학도 그리 특별한 것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학은 조금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기대만으로도 조금은 새로웠다. 교육청에서 두 번째로 학생과 선생님들의 방학을 지켜보고 있다. 여전히 학생들은 모자란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고생을 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정신이 없고, 초중학생들도 학원 문전을 기웃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선생님들의 생활은 어떠할까. 학교에 나가서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해야 함은 물론이고, 연수나 수련활동 및 행사 지원 등도 해야 하고, 인문계고등학교 선생님의 경우는 입시지도를 위해 방과후학습과 자율학습에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며칠 전에 잘 아는 후배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는 방학 중이라면서 방학도 없이 어떻게 지내냐는 것이다. 나는 방학과 관련하여 특별한 추억이 없이 살
2007-08-03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