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의 설립 근거는 의회가 만든 법이 아니다. 왕실 칙허장이다. BBC는 1922년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고, 1927년 칙허장에 따라 공영방송으로 재탄생했다. 법이 아닌 왕실 칙허장을 설립 근거로 한 것은 공익을 앞세워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설계다. 이에 힘입어 BBC는 세계 공영방송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 왕실이 BBC에 면허를 주면서 강조한 세 가지는 100년이 다 되도록 변하지 않았다. ‘정보, 교육, 오락’이다. 교육적 기능을 지금도 매우 중시한다. BBC와 PBS의 극명한 차이 미국에도 공영방송이 존재한다. PBS다. 영국 BBC와 비슷한 시기인 1920년대부터 라디오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교사들은 1930년대부터 끊임없이 영국 BBC와 같은 공영방송을 주창했다. 그러나 좌절됐다. 1969년에서야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CBS와 NBC 같은 상업방송사에 밀린 것이다. BBC와 PBS의 간격이 이처럼 벌어진 이유는 출발 시점이 늦어서가 아니다. 설립 근거 때문도 아니다. 재원이 문제다. BBC는 수신료라는 안정적인 재원 공급장치를 만들었으나, PBS는 그러지 못했다. BBC는 수신료 납부자들에게 무엇을 할
2022-06-18 11:21교육감 선거 결과 보수 성향 후보는 8곳, 진보 성향은 9곳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이는 단순 평면적 분류일 뿐이다. 외부에서 진보 인사로 분류한 당선인 중 일부는 한국교총 활동 경력과 평소 교육철학을 감안할 때 사실상 탈 진보, 탈 전교조에 가깝기 때문이다. 교육계 내에선 선거 결과를 보수 10명과 진보 7명으로 나눠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14명이던 진보 ‘이념 교육감’은 반토막 났다. 지난 10년 간의 오만과 허울뿐인 ‘혁신교육’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국민들은 낡은 이념 편향의 교육을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으로 바꿀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반토막 난 ‘이념 교육감’ 보수 후보들의 약진은 그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교육’을 내세우며 펼친 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교육 독선에 대한 경고다. 지난 10년 간 심각한 기초학력 저하,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의 폐지 시도에 따른 교육 선택권 박탈, 부정부패의 전형을 보여준 ‘내사람 심기’식 무자격 교장공모제와 특별채용, 민주·인권·노동 등 ‘이념 편향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누적된 불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교조주의적 사고에 입각한 민주, 인권 등 가치는 사회적 공감이 크게 부족한 진영 이슈
2022-06-13 08:50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한없이 작기만 했던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유년 시절의 회상을 통해 나는 교육의 희망을 다시 마음에 담는다. 초등학교 1·2학년 시절 내가 기억하는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그래서 늘 다른 친구들에게 짐이 되고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아이였다. 강원도 고성의 작은 산골 초등학교(도학)에 이름 한 자 배우지 않고 입학했다. 유독 몸이 약했고 부실한 영양 탓에 청결하지도 못했기에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환영을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이 다 아는 것을 모른 채 입학했던 나는 이를 핑계 삼아 스스로 공부도 못하는 아이, 해도 안 되는 아이로 낙인찍었다. 친구들보다 훨씬 작은 덩치에 공부도 못하는 ‘나’, 초등학교 1·2학년 시절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난한 부모님을 둔 초라한 소년이었다. 3학년이 되면서 새롭게 오신 ‘김종영’ 선생님이 담임이 되셨다. 선생님은 열여섯 명밖에 되지 않는 우리 하나하나의 이름을 소중히 불러주셨고 모두를 소중하게 여겨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어느 날 저녁 집에 있을 때였다. 아버지는 그날도 동네 어른들과 마루에서 소주를 들고 계셨다.…
2022-06-13 08:24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박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도박 중독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예방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낮다. 2019년 기준, 전국에서 청소년 도박과 관련된 예방 교육을 학교에서 교육받은 학생은 겨우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학교보건법 개정에 따라 오는 6월 29일부터 학교에서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성인인증조차 없이 쉽게 접근 도박은 어른들만 하는 나쁜 행동이라는 게 우리 사회의 기존 관념이었다. 하지만 청소년 흡연·음주나 학교폭력 등과 같이 도박은 이제 수면 위로 부상한 심각한 청소년 문제다. 청소년 도박의 가장 큰 문제는 대상이 무척 다양하다는 점이다. 체육진흥투표권,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 등과 같은 합법화된 사행산업뿐만 아니라 불법 인터넷 스포츠 베팅, 인터넷 카지노 게임 등과 같은 불법 인터넷 도박까지 광범위하다. 게다가 도박 중독 수준이 높아질수록 도박 참여 횟수와 시간, 금액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 왜 10대 청소년들은 도박에 이렇게 열중하는 것일까?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청소년들
2022-06-12 11:50‘유치원은 학교’라는 명제에 이의를 달거나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유아교육법 제1장 제2조 2항에 ‘유치원이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현되지 않은 교육계의 열망 그럼에도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고자 하는 교육계의 20년 넘은 열망은 광복 77주년을 맞이하는 2022년에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유아교육의 현실적 위상,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영·유아교육의 다양한 이해관계, 미래유아교육 발전에 대한 의지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 공립유치원 교원들은 ‘유아학교를 위한 희망의 소리’를 주제로 유아학교 명칭 변경을 위한 유튜브 챌린지 활동을 시작했다. 유아교육인들의 힘을 모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의 의미를 직접 알리고자 함이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가 주축이 돼 원장부터 행정직원까지, 신규교사부터 퇴직을 앞둔 선배 교사까지, 5~7살 유아부터 학부모까지 모든 교육공동체가 참여한다. 이들의 하나 된 목소리에는 유아교육이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시기의 단순 보육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 기관이 아닌, 기초…
2022-06-11 08:49오래전 어느 운수 좋은 날이었어요. 급식실에서 돈가스가 남았다며 식판에 무려 3장을 얹어주시는 거예요. 감격! 평생 잊을 수 없는 급식 시간. 맛있게 먹으려고 젓가락을 드는 순간, 울리는 핸드폰. “선생님, 학교 폭력 민원인이 찾아오셨는데 식사 중이시죠? 어떻게 할까요?” 돈가스의 감격도 잠시. 마음은 착잡해졌어요. 점심시간에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어떤 말을 할까? 걱정도 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민원은 그런 거잖아요. 교무실에 있다는 학부모님에게 갔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부모님, 학교 폭력 때문에 찾아오셨지요? 그런데 약속하지 않으셨고, 저도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해요. 5교시에 수업도 해야 해서 만약 상담하신다고 해도 10분 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기다리시겠어요? 기다리기 힘드시면 시간 약속을 잡고 다시 방문해주시면 돼요.” “기다릴게요.” 기다린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았어요. 제 마음이 꼬였던 탓도 있겠지만, 그 학부모님도 기분이 나빴겠지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왔는데 담당자는 밥을 먹는다고 했으니까요. 그 처지가 이해되지만, 수업도 해야 하는데 밥도 못 먹고 배고픈 채로 기분 나쁘게 아이들 앞에 설 수도
2022-06-09 16:23최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각각 방과 후 과정을 법제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에 대한 운영 근거를 초·중등교육법에 마련하는 것이다. 이주환 의원은 교총과 학교 현장의 반발에 법안을 급히 철회했으나, 강득구 의원은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 2년 전에도 교육부가 방과후 과정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학교와 교원들의 원성 속에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학교 방과 후 과정에 대한 입법 논리는 모두 비슷하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이뤄지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사교육과 보육에 대한 학부모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즉, 이미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서비스가 안정적이고 충분히 시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작 핵심이 되어야 하는, “왜 학교에서 방과 후 과정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학교 교육력만 떨어뜨려 방과 후 과정의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돌봄교실은 보육의 영역이다. 교육 본연의 활동과는 연계성이 희박한, 사실상 사회문제에 대한 대처를 학교에서 수행해
2022-06-06 08:29MZ세대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미디어 매체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MZ세대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MZ세대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통상적으로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 주변의 2030 세대를 비슷한 개념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기성세대와 다른 MZ세대 MZ 교사도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워라밸이 중요하다. 퇴근 시간 이후 사생활을 존중하고 본인의 문화 취미 생활 등을 중시한다. 개인의 행복 추구가 중요한 삶의 가치다. 개인의 삶을 일과 분리해 존중받기를 원한다. 사회에서 교사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학교에서만 수행하고, 그 이후의 삶은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에 따라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의 연가, 조퇴 등의 권리도 보장받으려 한다. 아프면 눈치 보지 않고 조퇴 쓰고, 원치 않거나 다른 사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회식 자리는 빠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을 당당히 실행할 수 있
2022-06-05 08:29필자는 충남 부여의 작은 시골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학생 수가 20명을 살짝 넘지만 1908년에 개교해 100년이 넘는 전통 있는 학교다. 2021년 9월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고민했던 것은 ‘코로나-19’라는 핑계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운영 방향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 자연을 체험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자연 체험 기회 주려 시작 3학년 과학과 ‘나비의 한살이’ 단원은 나비를 통해 자연 생태계를 이해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느끼는 매우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반드시 체험적 경험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운영되는 교육과정은 극히 일부분에 국한돼 오히려 확산적 사고의 접근을 방해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나비뿐만 아니라 고사리와 이끼, 버섯 등 교육과정에 나오는 생물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에 체험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체험학습장을 설계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먹이의 공급이었다. 나비는 극편식을 하는 곤충으로 5종의 나비를 기르려면 5종의 먹이 식물과 2종 이상의 꿀식물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작은 샘터도 필요하다.
2022-06-04 09:28교총은 지난 5월 12일부터 현장교원을 대상으로 2022년도 교섭과제 공모를 시작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2조에 따라 △봉급 및 수당체계의 개선 △근무시간·휴게·휴무 및 휴가 △여교원의 보호 △안전·보건 △교권신장 △복지·후생 △연구활동 육성 및 지원 △전문성 신장과 연수 △기타 근무조건 등이 교섭·협의의 대상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발굴된 교섭과제는 전문가 회의, 교섭과제선정위원회 등을 거쳐 교섭 테이블에 오른다. 교단 숙원 과제 해결할 기회 이번 교섭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갖는 첫 교섭이라는 점에서 현장 교원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교원 잡무경감, 처우개선 등 학교 현장의 사기 진작 방안을 실현하고,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교원성과급 등 현장의 원성이 자자한 교원정책을 개선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과 고교학점제 도입, 정시 확대 등 대입 제도변경, 국가교육위원회 운영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문제 해결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인수위 시절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모두를…
2022-05-30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