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 시상중계를 보며 간간 느끼던 현상이다. 특히 유도·권투·태권도 등 격투기 경기 분야의 시상대에서 무심히 지나치지 않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시상식이라는 게 대략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경기가 끝나는 대로 금메달 선수와 은메달 선수와 동메달 선수가 정해지고, 이들이 시상대에 오르면 국제 스포츠계의 유명 인사가 나와 메달을 걸어주고, 악수로 치하한다. 이어서 메달리스트 선수들이 메달을 걸고 시상대에 서면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된다. 감격이 경기장 안에 번져나간다. 감격의 물결은 선수들 마음 안에서 더욱 격하게 요동할 것이다. 선수로서는 명예와 보람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장면이다. 금메달 선수는 갈등 없는 환희와 보람을 구가한다. 그러나 은메달 선수와 동메달 선수는 꼭 그렇기만 하지는 않다. 금메달을 얻지 못한 아쉬움은 은메달 선수나 동메달 선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좀 유심히 보면 은메달 선수보다는 동메달 선수의 표정이 더 밝고 평온하다. 자기가 딴 동메달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모든 시상대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는 이런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등위대로만 기쁨과 보람이 비
2023-02-03 10:30엄마는 말씀하셨다. 초등교사가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고, 1등 신붓감이라고. 그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안 해본 상태라 엄마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았다. 그래도 꼴등보단 1등이 좋겠거니 싶어서 덜컥 교대에 갔다. 이전까지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등 떠밀려서 교대에 갔고 어쩌다 보니 교사가 되었다. 10년째 이 직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여자한테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건 여자라는 성별이 하기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유리하다는 말이었다. “애 아빠가 학교에 쫓아간다는 걸 말렸어요” 육아휴직을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고, 정년이 보장되어 안정적이라는 유리한 점보다 여자교사라서 교직에서 불리한 점이 아직은 더 크게 느껴진다. 학교에 민원을 넣을 때 담당교사 성별에 따라서 강도가 달라진다는 건 교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부모와 상담하다가 들었던 당황스러웠던 멘트 중 하나가 “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라는 말이었다. 의도가 무엇인지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 얼핏 들으면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대사지만, 여자교사에게 남자 보호자를 앞세워 압박하려
2023-01-05 10:30코로나19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과 전면적인 원격수업으로 인해 디지털역량이 부족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 2021년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표 1 참조), 응답 교원 중 78.9%, 학부모 중 62.8%가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하였다. 교육격차 문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소양을 강조하였다. 디지털소양은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데 기반이 되는 기초소양으로서 디지털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천재지변이나 감염병으로 인해 원격수업이 시행되어 교육격차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기술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격차 원인별 구체적인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격차는 인지적 능력이나 학습경험 부족, 학습부진의 누적, 정서적 안정 부족과 같이 개인적
2023-01-05 10:30최근에 역사적인 실험으로 인하여 엄청난 비밀 하나가 드디어 밝혀졌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세계 교육계는 의도치 않게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전 세계 82% 초·중·고 학교와 대학이 동시에 문을 닫고 교육이 중단되었지요.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한국은 역시 우수한 교육자와 IT 인프라 덕분으로 잘 대처해 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밝혀진 비밀은 학교가 문을 닫아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교육혁신 최우선 과제 물론 학교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지요. 팬데믹이 종료되어 학교가 정상화되어도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혁신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2023년도 교육혁신의 최우선 과제는 두 가지 잘못을 교정하는 것입니다. 첫째 잘못은 교육이 여전히 학생들의 ‘장기 성장’보다 ‘코앞 성공’을 위한다는 점입니다. 취약성은 외면하고 잠재력을 키우는 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력과 취약성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한쪽이 커지면 양쪽 다 커집니다. 예를 들어 큰 잠재력을 지닌 영재아들이 불안증과 우울증 같은 취약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한국의 평균 학생은 세계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2023-01-05 10:30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제5판, 2020)을 다시 읽고 있다. 젊어서 읽었던 작품이다.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나는 ‘단독자(單獨者)로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존재론적) 주제를 이렇듯 깊이 있게 다룬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즉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작가는 허다한 ‘종교적 교의’를 섭렵하면서, ‘신(神)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체험하려는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는 어딘가에 있을 ‘이상적 선신(善神)’을 찾아 나서는 인간의 행로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면서, 인간 자체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과 대척의 자리에 있는 신을 이야기한다. 너무 우회적인 수법인가? 아니다. 그만큼 인간의 존재론적 고통과 운명을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신의 이야기(신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적실하다는 것이리라. 실제로 이 소설은 ‘신(神)을 향하는(또는 다루는) 인간의 본성과 태도’를 다양하게 접근한다. 작가는 고대 지중해와 페르시아·인도·로마 등 각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연관하여 여러 신과 교의(敎義)를 지적 긴장을 수반한 스토리텔링으로 조명한다. 이 소설의 묘미는 ‘
2023-01-05 10:30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IB 학교 열풍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6월 1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치러져 17명의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다수의 교육감 후보들이 IB 학교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미 IB 교육과정을 도입·운영하고 있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미래학교 및 IB 학교의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지역 내 초·중·고에 공유·확산하여 질 높은 공교육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충남형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 수업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취지이다. IB 교육과정을 이미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한 곳은 충남교육청일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형 IB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앞세워 초선에 당선되었다. 경기도는 160여만 명의 학생과 4,700여 개의 학교가 있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청의 IB 교육 추진은 우리나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IB 교육과정 도입으로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3선에 성공했다. 창…
2022-12-05 10:301935년에 발표된 심훈(沈熏, 1901~1936)의 장편소설 상록수에는 ‘학교’가 등장합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온전한 학교는 아닙니다. 여주인공인 전문학교 학생 채영신이 기독교 여성 연합회의 파견으로 청석골이라는 빈촌에서 문맹퇴치 활동을 하기 위해 운영하는 한글 강습소입니다. 학교 공간이 따로 없어 마을 교회에서 밤낮으로 아이들에게 한글 강습을 하고 있는데, 뜨거운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분명 학교의 범주에 듭니다. 소설 속 채영신은 당시의 실재 인물 최용신을 모델로 했다고 하니 상록수 이야기는 허구로만 만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채영신의 학교는 일제 당국에 밉보이면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제는 교회 건물이 낡았다는 구실로 학생 인원을 제한합니다.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이제는 학당에 들어올 수 없게 되자, 교회 학당 담벼락 뒤에서 얼굴만 마당을 향한 채 한글 문장을 울부짖듯 외치는 대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는 아이들 다 들여서 가르치려면, 비록 초가집 흙벽돌로 짓더라도 어딘가 학교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채영신의 학교가 필요로 하는 가장 절박한 조건입니다. 다행히 그녀의 학교는 마을 주민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한글 강습뿐 아니라, 청년들
2022-12-05 10:30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사고들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았던 이들에게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있다. 이러한 참사의 발생으로 국가 조직과 제도가 변화하고,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이 이루어지며, 해당 부분에 대한 안전은 강조된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사고의 교훈을 되새기고 이를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중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사고 대규모 군중이 집중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국내외에서 여러 번 발생했다. 국내의 경우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위안잔치 때 3만 관중이 좁은 출구로 밀리며 67명이 압사한 사고부터, 2005년 10월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콘서트에 5천여 명이 일시에 몰리며 11명이 숨지는 사고 등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외국에서 최근 발생한 사고로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미나(mina)에서 열린 하즈 순례기간 중 발생한 압사사고가 있다. AP통신에 의하면 2,4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1년 11월 5일 미국 텍사스주…
2022-12-05 10:30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
2022-11-07 10:30문해력이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흔히 문해력은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혹자는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고, 나아가 ‘나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를 고민하고, 주변인과 대화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정남환, 2021). 하지만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문해력 저하의 원인분석이나 문해력 증진방안 제시의 초점이 흐려지므로, 이 글에서는 ‘타인의 글을 읽고 이해(필자 의도파악 및 해석 포함)하는 능력’으로 좁혀서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성인이 아닌 청소년 문해력에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하며, 따라서 갖춰야 할 문해력 수준은 학교급별 혹은 연령대별로 달라야 함도 전제로 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별 대책 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력평가 읽기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1위에서 2015년 7위, 2018년 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국어를 기준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2017년 2.6%, 2018년 4.4%에서 2020년 6.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2022-11-07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