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년 때 부터 해오는 실습이 사실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달이라는 긴 실습기간 하며 수많은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해 온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옷을 차려입고 나가는게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산천에는 꽃이 만발하고 날씨는 너무나 좋은 날 . 그렇게 한달 간의 실습이 시작 되었다. 맡게된 학년은 3학년. 처음 교생 선생님을 대하는 아이들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려고 노력하고 각종 업무가 엄습해 왔지만, 그 눈빛에 언제나 기쁜 마음이 된다. 수업도 스무시간 넘게 맡게 된 탓에 매일 같이 지도안에 자료 준비에 잠잘 시간에 부족할 지경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가던 실습의 어느날, 다른 반 선생님의 대표수업이 있던 날이다.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은 이야기를 이용해서 꾸미는 말 넣어보기 였는데 선생님이 " 자 우리, 이제 꾸미는 말을 넣어서 마녀의 성에 붙잡힌 세희 공주를 찾으러 함께 가볼까?"라고 말씀하셨다. 2학년 교실에서였다. 그러자 한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손을 들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 선생님, 저는 못갈 거 같아요, 엄마가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 가라고 했거든요, 다음에 가면 안
2006-04-30 08:49‘경찰의 날’은 경찰이,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들이, 하물며 군인들까지 ‘국군의 날’에는 하루를 쉬면서 위로받고 모두 함께 그 노고를 생각한다. 그러나 ‘스승의 날’은 어떤가. 학부모에게는 촌지와 선물에 대한 부담을 주는 날, 교사에게는 교육부와 언론이 싸잡아 사기를 꺾는 날, 학생들에게는 그저 일년에 한번 있는 그렇고 그런 날....... 금년도 스승의 날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휴업을 하는 것 같다. 이를 두고 ‘오죽했으면 학교 문을 닫겠느냐’는 교육현실에 대한 교단의 서글픔과 함께 사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론으로 분분하다. 이맘때만 되면 언론과 학부모단체가 앞 다퉈 촌지수수 등 교육부조리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등 오히려 교직사회의 사기를 꺾는 현상이 반복됨으로써 이래저래 스승의 날, 정작 우리는 피곤하고 괴롭기만 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것을 도덕의 기본으로 삼았다. 심지어 자신의 족보에조차 부모 다음에 스승의 이름을 기록하여 대대손손 그 은혜를 잊지 않으려 했다. 옛날 학동들을 가르치던 서당에서는 배우던 책 한 권을 떼면 ‘책거리’ 또는 ‘책씻이’라 하여 학부모가 음식을 장만, 스승인 훈장
2006-04-28 14:46우리 학교는 오늘부터 5월 2일까지 나흘에 걸쳐 중간고사를 실시합니다. 오늘은 그 첫날인데요, 아이들의 열기에 교실 안이 후끈후끈합니다. 특히 1, 2학년은 내신에 따라 대학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 문제도 소홀하게 대할 수가 없답니다. 새벽같이 등교해선 안광이 지배를 철할 정도로 열심히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아이들 모습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있을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학부모님들까지 시험 감독에 참여할 정도로 요즘 학교 시험은 삼엄합니다. 모쪼록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04-28 13:24지난 2월 명예퇴직하신 강명자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이 퇴직 후에도 저에게 계속 미치며 어려울 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소개하며 그분의 따뜻한 손길을 더듬어보고자 합니다. ‘여자수자(與者受者)’란 주는 사람(與者)과 받는 사람(受者)을 말하는데 나는 늘 수자(受者)이고, 그분은 언제나 여자(與者)인 평생 잊지 못할 분이 한 분 계신다. 그분을 처음 만난 건 97년 3월이었다. 언양여상에 같은 날 발령 받아 함께 연구부에서 마주 보고 생활하게 되어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분은 사실은 여자(女子)이면서도 여자(女子)가 아닌 여자(與者)다. 1년 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베풀기만 한다. 내가 잘 생긴 남자도 아니고 매력을 줄 만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나뿐만 아니다. 8시가 되어 출근하고 있노라면 사흘이 멀다하고 빵이며, 우우며, 과일이며, 정성이 담긴 떡이며, 각종 차며.... 너무 많아 헤아릴 수조차 없다. 특히 기억나는 건 학교 사택에서 자취하며 고생한다고 김치를 손수 정성껏 담궈 온 것과 97년 11월 울산여고에 수능시험 감독으로 갔을 때 식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김밥
2006-04-28 09:51신학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세월의 빠름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세월을 저축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까먹고 살고 있다 싶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경륜을 쌓고, 보람을 쌓고, 희망을 쌓으면서 살아간다 싶으니 조금은 다행스럽고 안도가 됩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을 환영하고 신입생을 맞아들여 새로운 모습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는데, 시작이 너무 좋은 것 같아 기쁨을 감출 수 없어 속내를 드러냅니다. 순진한 어린애 모양. 무게도 없이. 체면도 없이. 출발부터 잔잔한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쉽게 일어나지도 않는 감동이 서서히 일기 시작하더니 그칠 줄 모릅니다. 오전 8시부터 아침자습시간에 교실을 둘러볼 때마다 전 담임 선생님들이 입실하여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며 학생들이 골마루, 계단을 청소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제 제대로 돌아가나 싶었어요. 연세 많으신 선생님으로부터 젊은 선생님 할 것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 학부모는 물론 울산시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교육이 한두 사람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
2006-04-27 17:55오늘 아침은 잡다한 생각이 많아집니다. 다병(多病)인데다 몸도 마음도 차갑기 때문일까요? 저는 지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행복이란 환경여건이 좋은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환경을 잘 극복하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되돌아 볼 때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더 나빠졌을 뿐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면에서도 환경이나 여건이 더 나아진 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에 편안함과 기쁨이 있고 행복을 느끼게 되는 건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인정하고 잘 극복하고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어느 누구보다 저 자신은 극도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휴대폰만 해도 그렇습니다. 2년 전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였지만 어떤 계기로 사용을 하지 않았더니 훨씬 편하고 좋았습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많은 선생님들께 불편을 끼쳐드렸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교감 4년 차로 나름대로 요령도 생겨 얼마든지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이건 공직자로서 최선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
2006-04-27 09:11학교 교육, 학생과 교직원만으로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정기고사 감독도 교원들만 가지고는 안 된다. 학부모의 동참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들도 교육을 이해하고 교사들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게 된다. 학부모 명예교사가 시험 부감독으로 위촉되었다. 1교시 감독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학부모들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꿀맛이다. 시험 감독하느라 뒷다리가 뻐근한 것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차 한 잔하고 교육에 관한 정보를 나누다 보면 쉬는 시간이 금방 가고 만다. 어떤 분은 맞벌이인데 직장에서 연가를 내고 왔다고 한다. 교감으로서 너무나 고맙고 죄송하다. 직장이 중요한데 교육을 위해 하루 시간을 내어 주신 그 정성이 고맙기만 하다. 우리 국민들, 교육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필요하다. 선생님을 욕하거나 교육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자식은 물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한겨레신문에 나온 스승 모독 칼럼, 한마디로 '피해 망상증에 사로 잡힌 정신나간 한 소설가의 헛소리'라고 평하고 싶다. 거기 주장대로라면 어버이 날, 경찰의 날, 국군의 날 등 모든 기념일을 없애야 한다. 극히 일부분의 스승이 한 일에 대한 좋지 않은 기
2006-04-27 08:38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某) 신문사의 칼럼 내용이 교육현장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직을 불신하고 있는 작금 선생님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실추되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칼럼의 일부 내용 중 어떤 표현(스승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는 인간쓰레기)들은 폄하(貶下)의 정도가 극에 달해 읽는 순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스승의 날’ 자체를 폐지하지는 내용과 공식행사에서 ‘스승’이라는 말을 금지하자는 발언은 칼럼을 쓴 사람의 사상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우리의 교권이 마치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난도질당하는 기분마저 든다. 일부 교사의 그릇된 행동만 보고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을 그런 식으로 싸잡아 이야기는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에는 훌륭한 선생님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비추어 질 수가 있다. 그리고 교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냉소적인 표현을 한 것을 보면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식’의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 내용의 글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신문의 칼럼으로 게재한 신문사의 저의를 묻고 싶다. ‘교사는 존경받을 필요가 없다’라고 단정짓
2006-04-26 17:244월부터 아이들과 모둠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이들과 좀 더 가까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아이들과 협의 하에 모둠일기를 쓰기로 한 것입니다. 모둠일기를 쓰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모둠장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모둠일기 쓰는 방법과 몇 가지 주의 사항 등을 적어 노트 첫 장에 부쳐줍니다. 그리고 모둠일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가자는 취지임을 밝히는 게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강제적 접근을 하면 본래의 취지가 상실될 염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에선 개인 일기를 쓰기 때문에 좀 덜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선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장으로서 모둠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 모둠 일기를 쓰기 까지 많은 생각과 망설임을 가졌었습니다. 모둠장 쓰는 일이 아이들에게나 나에게 또 하나의 일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둠일기 속에 드러난 아이들 생각을 읽어가면서 상담이나 단순한 대화를 통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그 망설임이 기우임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글 속엔 남교사와 여학생이라는 관계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들어
2006-04-26 13:37요즈음 일본이 독도를 두고 자주 망언을 일삼고 있다. 그 정도가 심화되거 자칫하면 국가적인 분쟁까지 일으킬 수 있는 지경에 와 있다. 최근 일본은 더욱 더 전략적인 관점에서 독도 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시켜 자신들의 관점을 관철시키려는 일본의 전략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독도에 대한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자 최근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독도에 대한 새로운 교육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도와 관련한 많은 교육지침서가 발간되어 현장에 배포되고 있으며, 다양한 독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되거나 실제 일선 현장에 주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편승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이것에 앞서 과연 우리 아이들은 독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최근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비난에 앞서 그들의 생각을 좀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듣고 싶었다. 독도, 우리 땅이 아니었습니까! “선생님이 글쓰기 과제로 내어주신 일본의 독도 망언에 대해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기땅이라고 우
2006-04-26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