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너는 꽃이란다 신은 당신에게 선물을 줄 때마다 그 선물을 문제라는 포장지에 싸서 보낸다. 선물이 클수록 문제도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자연히 당신에게 평화, 즐거움, 행복을 안겨주려면 그 이상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제 당신은 달라져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 어려움 속에 감추어진 선뮬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선물이 없는 고난은 없다.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중에서 위의 글은 메모 수첩에서 자주 꺼내 보는 문장이다. 교직에 있을 때에도 아이들에게 즐겨 들려주던 문장이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은 자신이 거치는 어려운 순간에 힘들어 할 때 위의 글을 들려주면 눈빛을 반짝이며 좋아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곤 했다. 가정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가난하고 힘든 자신의 불행 뒤에는 좋은 일이 기다릴 거라는 희망을 주는 언어는 위로가 된다는 걸 느낄만큼 순수했던 아이들. 시골 학교의 아픔은 바로 슬픔을 안고 사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이었다. 양쪽 부모가 다 있는 아이들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이혼가정이나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이 더 많았다. 조부모를 찾아 도시에서 쫓기듯 밀려온 아이들이…
2022-07-18 09:20원산도 섬에 있는 광명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3일의 장기(長期) 연수를 마치고 원산도로 들어온 날 저녁, 아내가 여름 저녁의 별식(別食)으로 냉국에 냉면을 말았다. 연수를 떠나기 며칠 전부터 냉국이 먹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것을 잊지 않고 한 것이다. 가장 맛있는 냉국을 만들고 싶었는지 온갖 정성을 다해서 만들었다. 우선 국물부터 달랐다. 밍밍하고 아무 맛도 없는 생수 대신 바지락을 풍성하게 넣고 삶아 국물을 만들었다. 바지락 국물 맛을 아는 사람들은 그 시원하고 깊은 맛이 떠오를 것이다. 그 국물에 청양고추 두 개를 썰어서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맛이 훌륭할 것이라고 머리는 경험적으로 미리 안다. 거기에 원산도 어부가 만든 액젓을 넣었다. 오로지 바닷고기와 묵은 소금으로만 3년 이상을 담가 만든 것이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맛있다.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어도 소금 짠맛이 없다. 깊은 감칠맛이 입안을 행복하게 한다. 그 국물에 냉면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채 썬 오이를 고명처럼 냉면 위에 얹었다. 오이냉국 냉면의 완성이다. 내 앞으로 냉면을 냉국에 만 그릇을 밀어 놓으며 아내의 얼굴이 흡족(洽足)하다. 어서 맛을 보고 입으로 맛본 것을 이
2022-07-07 16:16작은 학교에는 특수 교사가 없었다. 특수 교사를 대신해서 담임 교사가 특수 학생을 돌보고 보조로 지원해주시는 분이 배치된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약간 규모가 있는 학교에 오니 특수 교사를 보게 됐다. 특수 학급 담임으로. 보통 일반 학교에서는 일반 학급과 특수 학급을 합쳐 학급 수통계를 낸다. 특수학급도 엄연한 정식 학급이라는 말이다. 특수학급에 배치된 학생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통합학급에서 주로 생활하고 가끔 특수 학급에 가서 수업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에서 특수 교사를 담임으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특수교사 뿐만 아니라 병설유치원 교사도 마찬가지다. 병설유치원에 교사가 있는 것을 인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꼭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공지할 때 누락시겼을 때 서운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얼마 전 특수 선생님이 속상한 나머지 "저도 담임입니다" 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소식을 전달받지 못해 당황스러웠다는 얘기였다. 아차, 싶었다. 교감인 나도 깜빡 잊고 있었으니까. 소식을 전달할 때 특수교사을 누락한 담당 선생님도 아마도 깜빡 했을 것이다. 급하게 교사 단톡방에 앞으로는 꼭 특수교사를 빠뜨리지 말것을, 특수교사도 담임교사임을 잊지
2022-05-04 11:40봄바람에 느티나무 연둣빛 새잎이 나풀거린다. 그 바람 속에는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 숨결이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간간이 바람이 불 때마다 우리 시대의 훈장처럼 겨울 강풍에 날아와 가지에 걸린 마스크가 벌렁거린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 사흘째이다. 방역지침과 거리두기 개편으로 연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져 걱정이다. 그래도 딴에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생활하였는데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처럼 그 불똥이 내게 오리라고 어찌 상상이나 하였을까? 처음 당해보는 자가격리라 평소 생활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마치 군중 속의 섬사람이 된 느낌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어린 철부지들을 생각하니 애간장이 탄다. 하지만 이 코로나보다 더한, 교직에 있는 모든 선생님이 힘들다는 3월도 대상포진과 싸우면서도 출근하였는데, 지금 주저앉은 이 모습이 믿기질 않는다. 그리고 사월의 시작과 함께 아이들과 같이 교정 화단에 솟아나는 새싹과 민들레꽃, 할미꽃, 고사리 같은 새잎을 관찰하며 봄을 맞이하려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자신에게 원망을 던진다.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2022-04-07 16:04필자는 경자년(1960) 3월생이다. 집 나이로는 이미 환갑을 지나서 원래는 올해 상반기 정년이지만 선친의 시대적인 예지력(?)으로 학교장으로 봉직할 1년의 시간을 벌었다. 그야말로 기사회생하여 학교장의 기회를 예약한 것이다. 한참이나 늦은 나이에 교감의 지위에 올랐기에 앞으로 주어질 학교장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마음은 각별하다. 따라서 즐거운 배움을 이끄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의 최고 경영자(CEO)로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특히나 새 학기를 맞이한 요즘은 익숙한 지인들이 학교장으로 신규 임용되거나 중임되면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말이다. 그동안 교직에서 경험한 숱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또 5년간의 교감의 직위를 수행하면서 얻은 실무 경험 그리고 주변의 선배 교장들로부터 간접적인 타산지석의 교훈을 통해 예비 학교장으로서 일이관지(一以貫之)할 가치관을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겸손(謙遜)’이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아닌가. 이는 일찍이 필자가 고전독서를 통해 평소에 가슴에 품고 실천궁행하려던 행동 지침으로 노자의 도덕경에서 전하는 ‘상선
2022-03-05 21:10고전 읽기는 언제나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다. 단지 주저할 뿐이지. 고전은 깊은 우물과도 같다. 한 번 길어 마시기가 어렵지 갈증을 해갈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살다보면 어려움에 직면하곤 한다. 승승장구하다보면 나 잘난 맛에 취해 자칫 교만하기 쉬워진다. 교만함은 다른 데있는 것이 아니라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자기만 옳은 줄 알고 설쳐대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옹고집. 교만의 늪을 빠져 나오는 방법 중에 하나는 고난을 만나는 것이다. 아니 고난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당장은 속이 쓰리고 힘에 겨워 지쳐 지낼 수 밖에 없지만 나중을 돌아보면 차라리 고난을 만난 것이 복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노인과 바다는 젊은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인생의 정상에 오르고 있는 이들이필히 읽어야 한다. 이 책의 표지에 적힌 '85' 는괜히 써 있는 숫자가 아니다. 한 때는 팔씨름 대회에서 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팔 힘을 가졌던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무리해도 손에 쥐가 날 정도로노약해진 그가 바다에 나갔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힘없이 돌아온 기간을 말한다. 만선을 꿈꾸며 나갔지만 85일 동안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 그의 심정은 어
2022-02-28 20:41겨울밤 긴 침묵은 세상을 꾹꾹 눌러 스물네 시간의 빛을 짜낸다. 어둠은 새로운 눈과 귀를 주며 슬픔을 기쁨으로 보라고 절망을 희망의 노래로 들으라 하며 먼지 쌓인 추억을 들추어낸다. 섣달은 음력 12월로 설이 드는 달이라는 뜻으로 ‘설달’이라고 불렸다. 한 해를 열두 달로 잡은 것은 수천 년 전부터지만 어느 달을 한 해의 첫 달로 잡았는가 하는 것은 여러 번 바뀌었다. 그중에는 동짓달인 음력 11월을 첫 달로 잡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음력 12월을 한 해의 첫 달로 잡고 음력 12월 1일을 설로 쇠었다. 후에 음력 1월 1일을 설로 잡았지만 음력 12월을 ‘섣달’로 부르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설달’이 ‘섣달’로 불리는 것은 ‘ㄷ’과 ‘ㄹ’의 호전 현상에 의해서이다. 일 년 열두 달 중 제일 춥고 밤이 긴 달이 동지섣달이다. 동짓달 겨울밤은 도란도란 이야기가 밤하늘 별처럼 수를 놓고, 섣달 겨울밤은 설을 준비하는 설렘과 기다림으로 손가락을 꼽으며 보내는 달이다. 설을 앞두고 텅 빈 촌집을 찾았다. 인적이 끊긴 흙 마당은 가랑잎을 덮어쓴 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푸석거리고 문풍지가 떨어진 격자무늬 방문 창호지는 누렇게 바랜 지 오래되었…
2022-01-22 14:20“예쁘고 바른 글씨는 아니지만 한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기계를 통해 인사드리기 송구스러워 몇 자 적어봅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신 선생님을 만나 우리 아이가 잘 성장한 것 같습니다. 일 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지난 1월 첫째 주 2021학년도를 마감하는 종업식 날 한 아이가 머뭇거리며 편지를 주고 갔다. 그 속에는 손글씨로 쓴 아이 엄마의 편지가 웃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렇게 손 편지를 받으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 가슴이 뭉클했다. 30년 넘게 교직에 있는 동안 학부모로부터 이런 손 편지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찡한 감동이지만 한편으론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하는 이오덕 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오덕 님은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이 출세란 것을 해서 이름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농사를 짓든지, 노동을 하든지, 장사를 하든지 간에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자연을 사랑하면서 넉넉한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주
2022-01-17 16:23얼마 전 성탄절이 지났다. 성탄절 즈음에는 유년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동네 친구가 있었다. 친구 부모는 우비를 만들어 판매하였는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자연히 자식들도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누나가 여러 명 있었고 내 친구만 아들이었다.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성경책을 들고 교회 가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12월이 되면 친구는 내게 제안한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함께 가자고. 3,4학년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친구를 따라 갔다. 마치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교회에 가면 왠지 좋았다. 얼굴 이쁘고 친절한 누나가 환영해 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먹을 거와 선물을 주는 것이었다. 그것 받는 맛에 해마다 친구와 함께 원거리에 있는 교회에 갔다. 학년이 올라가고 그렇게 몇 번 가다보니 나도 눈치가 생겼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회에 간다는 것이 멋쩍었다. 크리스마스 지나고 나면 교회에 가는 것은 자동으로 멈추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교회에 가다보니 연보돈을 내는 시간이 있었다. 연보돈 의무는 아니지만 그 시간이 어색했다. 내 친구는 그것을 눈치채고 내가 낼 연보돈을 미리 챙겨준다. 나를 배려해 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좋
2021-12-27 16:58“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너의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항상 인사를 드려라”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판에 쓰인 글귀다. 당시에도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나 보다.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나도 신세대였을 때 될 수 있는 한 교감 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에 가고 싶지 않았다. 교감 선생님은 늘 지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X세대인 내가 교감이 되었다. 마음은 아직 청춘 같은데 말이다. 현재의 MZ세대들도 지금은 신세대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성세대가 되어 다음 세대들을 향해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고 매몰차게 야단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나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MZ세대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익숙한 IT 도구도 X세대 교감인 나에게는 따라가기가 버겁다. 특히 나는 기계치다.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문맹자와 다를 바가 없다. IT도 따라가기가 벅찬데 갑자기 메타버스까지 익혀야 한다고 하니 눈이 똥그래질 수밖에 없다. 일하는 방식이 좀 더 스마트하지 못하더라도 조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X세대는 권위에 순응하는 시대를
2021-12-21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