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올라가는 이층 계단에 하얀 꽃잎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손으로 주우려는 순간 꽃잎은 나비가 되어 팔랑 눈앞에서 날아갔습니다. 날아가는 나비를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꽃잎이라고 생각했던 사물이 나비였다는 사실이 신기하였습니다. 어떤 요정이 꽃잎에 요정가루를 뿌린 것이 아닐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무심코 보는 사물에 대해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주 깊은 곳까지 사유하여 쓴 책을 읽었습니다. 『김선우의 사물들』은 숟가락, 거울, 의자, 반지, 못, 걸레 등 어디에나 보이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그 소재로 등장합니다. 푸른 감자를 긁던 어머니의 기억에서 시작된 사유는 숟가락이 가지는 본질적인 둥근 부드러움과 섬김으로 이어지면 작가의 추억과 버무려져는 글은 감칠맛을 더하며 읽힙니다. 그곳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나뭇잎 몇 장이 쓸려오고 고양이가 걸어가고, 길 잃은 풍뎅이 한 쌍이 의자 밑 그늘 속에서 사랑을 나눈다 해도, 매번 등을 구부려 의자 밑을 확인해보지 않는 한 그곳은 비밀스러운 파동을 유지한다. 게다가 그 비밀스러운 통로는 우리들의 엉덩이 바로 밑에 존재하는 것이다!/의자 스스로를 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스스로일…
2017-08-31 08:54늦은 장마로 유월의 태양은 도심을 달구고 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노인 요양병원 특유의 냄새가 온몸을 감싼다. 삶과 죽음이란 양날의 검을 가진 시간은 환자와 방문객의 발소리에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요양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온기 없이 흔들리는 촛불 같은 삶의 모습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의미 없이 중얼거리는 할머니, 서성거리기만 하는 할아버지, 초점 없는 시선으로 천정만 응시한 채 코로 연결된 호스로 음식을 받는 어르신 등 형언하기 어려운 모습이 낯선 거울처럼 비친다.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뜻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게 우리네 인생이다. 독백을 흔들며 비슷한 상황 속의 장모님께로 시선을 돌린다. 한 달여 만에 방문이다. 반가운 기색은 흥건하게 젖은 눈에서 전해지지만 입술만 파르르 떨린다. 연명의 대가로 말도 못 하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다. 지금 당장 나 자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떠할까? 뇌졸중 발병 후 요양병원에 머무른 기간이 사 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근육은 다 빠지고 반투명해진 살갗은 뼈에 달라붙었다. 뇌졸중은 몸의 우측과 언어를 관장하고 있
2017-08-30 10:13EBS가 지난 8월 15일 제72회광복절 특선으로 ‘동주’를 방송했다. 2016년 2월 17일 개봉한 영화이니 1년 6개월 만에 지상파 TV 전파를 탄 셈이다. 비교적 빠른 TV 방송인데, 이제서야 보게 됐으니 지각 관람이랄 수 있다.방송이 낮 12시 10분부터라 점심식사 시간과 겹치는게 부담스러웠지만, 윤동주 생각으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길 겸 시청을 강행했다. 사실 월간 ‘한울문학’ 3년 연재를 마치고난 후론 영화감상의 날이 그만 무뎌지고 말았다. 그때그때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해서다. 가령 6월 28일 개봉한 ‘박열’을 달포가 지나서 보는 식이다. 감상=집필이란 나름 공식을 견지하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라 할까. 쓰기 위해 영화를 보는 뭐, 그런 경우가 되고만 것이다. ‘동주’는 5억 원 규모로 만들어진 흑백영화다. 이준익 감독은 “막대한 자본을 들여 윤동주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게 소박한 삶을 지향했던 고인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중앙일보, 2016.2.2.)며 저예산 흑백영화인 이유를 설명했다. 아다시피 이준익 감독은 ‘동주’ 직전 해인 2015년 총제작비 96억 원의 사극 ‘사도’를 연출, 흥행했다. ‘동주’는 민족저항시인…
2017-08-30 10:11무대에 선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나 단체 구성원들이 끼를 발휘하는 것이다. 끼는 가만히 있으면 그냥 나오지 않는다. 재능은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단체 출연일 경우에는 여러 사람들의 힘을 합쳐야 한다. 마음이 하나가 돼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이 예술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26일 오후 수원의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 열렸던 수원, 화성, 오산 예술인들의 ‘행복한 동행’에 수원시평생학습관 뭐라도 학교 포크댄스 팀이 영광스럽게 출연했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제3회 한마음 어울림 문화페스티벌’이다. 수원, 화성, 오산의 예술인들이 한데 모여 발표 축제를 갖고 우의와 화합을 다짐하는 자리다. 나는 포크댄스 팀의 일원이 돼 출연했다. 수원시 광역행정시민협의회가 주최하고 협의회 역량강화분과와 경기문화예술단체연합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옛 수원군 지역인 수원·화성·오산시 민간 예술동호인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3개 시의 상호 협력과 우의를 다지는 시민 참여형 축제다. 처음 2015년에 시작했으니 올해 세 번째 열리는 행사다. 3개시 행정구역은 나누어져 있으나 예술인들은 이미 상생 협력을 하고 있
2017-08-28 09:43강마을의 한낮은 그 뜨거움으로 세상을 익혀버릴 듯합니다. 이글이글 늦여름의 햇살은 뜨겁고 거세고 사납습니다. ‘폭염’이라는 말도 모자라 ‘핵더위’라는 신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핵이란 말이 어쩌다 사납고 거센 것을 총칭하는 접두사가 되어 버렸을까요? 그렇지만 이제는 해만 떨어지면 어딘가 숨어 있던 있던 벌레들이 무어라고 칭얼칭얼 노래를 시작합니다. “싸르랑 싸르르렁” 해금 소리처럼 들리다 시간이 깊어지면 힘차고 아름다운 거문고의 음율로 바뀝니다. 저는 이 소리들 중에서 방울벌레 소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르렁 저르렁” 참 맑고 고운 그 소리가 들리면 ‘이제 정말 가을이 왔구나.’ 하고 혼자서 딱 정해버리고 어딘가로 떠날 여행 가방을 싸고 싶어집니다. 특별히 정해 놓지 않고 사막을 떠도는 유목민처럼 그렇게 떠도는 삶을 동경하게 됩니다. 저 혼자 시작한 가을, 저 혼자 계속해서 읽은 책이 있습니다. 김훈의 기행수필집 『자전거 여행』입니다. 그의 글에는 유목적인 삶의 냄새, 바람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유목적 삶(노마디즘)이란 일정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동하는 삶을 뜻하는 말입니다. 땅에 뿌리내리고 토박이로 살며 정체성
2017-08-23 17:40오랜 비행 끝에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을 했다. 여행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김치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개선문은 에펠 탑과 함께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로마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을 본떠 설계한 것으로 로마 시대에 개선 문 아래로 행진하도록 허락 된 사람은 영웅뿐이다. 영웅이라도 된 듯 개선문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 본다. 아름다운 가로수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는 샹제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평소에 즐겨 마셨던 황금비율의 커피 믹스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 유럽에서 마셨던 진한 향의 커피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궁전도 궁전이지만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이 인상적이다. 잘 조성된 정원에서만큼은 꼭 흔적을 남기고 싶다. 에스까르고는 달팽이 6마리에 마늘과 기름이 어우러진 양념에 빵을 찍어 먹는 것이 전부다. 저녁에는 한식으로 닭볶음탕을 먹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동물적인 본능이 제대로 살아나는 때가 여행이다. 세계 3대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황실 소유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2017-08-23 14:41이삼평 비를 방문했을때는 14대손이 반겨줬으며 현재 도자기를 만들고 있단다. 이삼평은 일본에서 도자기의 신으로 불리울 만큼 명성이 높다. 일본의 3대 성은 나고야성, 구마모토성, 오사카성인데 나고야 성은 현재 성터만 남아있고 임진왜란 후 없어졌다. 나고야 박물관 시로세 선생님이 우리 일행을 반겨줬는데 임진왜란 당시 14만 명이 이곳에서 출병(침략) 했다고 하는데 성터를 둘러보니 왠지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1년 2개월을 나고야 성터에서 전쟁을 진두지휘했는데 15만7000명이 대마도를 거쳐 조선을 침략했고 일본군 20만명, 조선군 200만명이 사망을 했단다. 후나야마 고분은 전방후원분이다. 1965년 출토품이 국보로 지정된 중요한 고분이다. 칠지도는 나라현(奈良縣) 덴리시(天理市)의 이소노카미신궁(石上神宮)에 소장된 철제 가지모양의 칼로서 백제가 일본에게 보내준 칼이라는 일본의 주장과 백제가 일본에게 하사한 칼이라는 우리측 주장이 분분하다. 최인호의 역사소설인 잃어버린 왕국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시모노세키로 이동하여 조선통신사 숙소 아카마 신궁과 청일강화기념관을 보았다. 아스카테라와 이시부타이, 호류지, 그리고 후지노키
2017-08-21 09:43경북 점촌고(교장 유인식)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기숙사 학생들 중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 44명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독립투사들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행사를 가졌다. 먼저, 서울 종로구 윤동주 문학관에서는 28년이라는 짧은 생 이었지만 울림이 큰 윤동주의 삶에 대한 해설을 듣고, 관련 기록을 꼼꼼히 살펴본 후 윤동주가 수감됐던 후쿠오카 형무소를 형상화한 영사실에서 영상을 감상하며 일제 강점기에 문학청년 윤동주의 고뇌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이후 발걸음을 옮겨 서촌과 덕수궁 및 대형서점에서 자유관람과 체험활동으로 문화적 소양을 쌓은 후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했다. 서대문 형무소에서는 독립투사들이 머물렀던 독방,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투옥 생활했던 옥사 등을 둘러보며 ‘광복(光復)’이 결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마침 2017 서대문독립민주축제가 열리고 있어 모든 학생들이 축제 에 참가하여 민족혼을 일깨우는 다양한 행사 참여와 체험 및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보면서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음을 깨달았고 우리가 현재 누리는 자유에 깊이…
2017-08-18 16:06찐 달걀 9개 "옥순아, 가장 먹고 싶은 것 골라 봐." 1968년 겨울,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른 전남여중학교 앞 정문에서 만난 아버지가 하신 말씀 중 생각나는 유일한 추억이다. 그 속엔 합격했지만 진학할 수 없는, 그저 학교의 이름만 알리는 역할로 끝난 아픈 유년의 추억과 함께 먹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슬픈달걀의 추억이다. 내겐달걀이계란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이다. '아버지'하면 떠오르는 실타래이다. 되돌려 놓고 싶은 장면이다. 그 날 그 달걀을 먹지 않았다면 다른 길을 갈 운명의 여신을 만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그 날 나는 학교 앞 가게에서 찐 달걀 10개가 망 속에 들어있는 한 꾸러미를 골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9개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영원히 잊히지 않는,눈물샘을 자극하고야 마는 추억이 되었다. 그 때 그 학교를 제대로 다녔더라면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고 비포장 곡선도로만 달려서 목적지에 이르는 데 이렇듯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거라는 깊은 아쉬움도 함께. 찐 달걀 9개의 추억은 주경야독으로 이어진 청소년기 블랙홀 9년을 예고한 줄 알았다면 그 날 찐 달걀을 더 적게 먹었으리
2017-08-17 10:12혼자의 재발견 제목에 꽂혔다. 너는 책이 아니라 친구였다. 연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혼자'라는 말, '행복'이라는 말, '연습'이라는 말로 나를 유혹했다. 그리고 내 안에 들어와서 하나가 되었다. 이것은 책이 아니라 비타민이다. 나는 다그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생 다그치며 살았는데 또 다시 다그치라니! 나는 성공 신화를 자랑질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참으라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당한 일에 참는 자는 화병으로 죽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발견한 보석을 혼자 보기 미안해서 소개해 올립니다. 천재로 불린 이들은 대개 고독한 삶을 살았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태어나기 석 달 전에 부친이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그가 세 살 되던 해 재혼해서 집을 떠났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애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랐다. 할머니 손에 자란 뉴턴은 성장한 뒤에도 생각이 깊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함께 놀 친구도 없이 동네 아이들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집안 곳곳에 해시계를 묻어두는 별난 아이였다. 한편 뉴턴 이래 물리학의 상식을 상대성 이
2017-08-17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