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무엇인가 쓰고 정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깨끗이 치워진 책상에 가만히 앉아 무엇인가 쓰고 정리하고 낙서라도 긁적거려야 했던, 그래서 펜을 사는 것도 무척 좋아했었다. 그런데 아기들을 낳고 정신없는 날들이 시작된 후부터는 나를 정리하고 하루를 생각하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간단한 메모정도나 수첩에 적혀질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교단수기공모’를 알리는 메일은 핑계거리를 만들어 줬다. ‘그래,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경험을 이 기회에 글로 정리해 보자’라고 생각됐다. 우리 딸아이에게 호기도 부렸다. “엄마 상 타면 어떻게 하지? 엄마 글 잘 쓰는데…” 딸아이는 “타고나 말하지? 먼저 말부터 하지 말고” 하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 초임 발령지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정리해서 글을 썼다. 그저 1년간의 추억이지만 평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가라고 ‘은상’이라는 선물도 받게 됐다. ‘다시 열심히 글 쓰고 생각도 많이 하며 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앞으로 펼쳐질 교직생활에서는 어떤 경험을 갖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아직 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아 설레고 걱정도 되지
2012-05-31 14:37“예? 어디라구요?” 나는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어지럽게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요.” 시끄럽게 떠드는 가족과 TV 소리를 뒤로한 채 베란다로 급히 뛰어 나갔다. “철원이요? 아~ 예. 철원으로 발령이 난 거군요. 학교도 알 수 있을까요? ○○초요. 알겠습니다.”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지도를 꺼내 들었다. 나에게 철원은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군인들이 철조망에서 총을 들고 서 있던 장면과 지리시험에서 우리나라의 극한지로 북한의 중강진과 남한의 철원을 썼던 것, ‘올 들어 가장 추운 날로 철원 영하 17도…’라는 뉴스를 보면서 ‘군인들은 참 춥겠구나’란 생각을 했던 것, 독수리, 철새, 평야, 땅굴 등…. 그때까지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철원의 전부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3시간가량 북쪽으로 차를 타고 가면 철원군청이 보이고 거기서 20km를 더 가면 토성리가 있고 거기서 외길로 5분 정도를 더 가면 나의 첫 학교, ○○초가 나온다. 그 외길을 따라 200m를 더 가면 군인들이 총을 들고 보초를 서는 군사 분계선 지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교생 28명. 두 학년을 한 교사가 가르치
2012-05-31 14:35베이징대의 한 교수가 교정에서 시엔삥(餡餠)이라는 만두를 팔았다. 조그만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한 것이다. 시엔삥이란 반죽한 밀가루를 호떡처럼 만들어 구운 다음 여러 가지 소를 넣은 것이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었다. 교수가 교정에서 좌판을 벌여 돈을 버는 것은 교수의 권위를 손상한다는 지적과 누구든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11살 먹은 소년이 길거리에서 닭을 팔고 있었다. 마침 그 학생이 재학하는 학교의 선생님이 그것을 목격하고 학교에 돌아가 담임에게 알렸다. 담임선생님이 저녁에 가정방문을 가서 학부모한테 그 아이를 학교에 보내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한 달에 얼마를 버시나요? 이 아이는 한 달에 선생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법니다.” 이 두 이야기는 시장경제 도입 이후 나타난 교육과 상업의 혼돈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교육계에서는 한동안 교육보다는 돈을 중시하면서 많은 교육자들이 학교를 떠났다. 또 독서무용론이 출현하기도 했다. 이런 혼란은 중국이 경제체제를 바꾸면서 나타난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이런 상황이
2012-05-25 02:40우리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은 여러 갈래다. 일반적으로는 중국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 가보면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사회라는 생각을 또 갖게 된다. 경제도 그렇고, 중국인들의 생활양식도 그렇다. 그래서 간혹 중국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사회는 싫든, 좋든 공산당의 그림자 속에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정통성과 효율성을 기본 토대로 세계에서 최장수를 누리고 있는 집권정당이다. 따라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 공산당을 알아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법 위에 있는 초국가적 조직으로서 대단한 권력과 권위를 갖고 있다. 중앙정부에는 공산당 조직이 있고, 이들이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까지 공산당 밑에 있다. 각 지방정부에도 공산당 대표가 있다. 구성조직은 모두 유사하다. 이런 그물망 조직이 지금 중국을 움직이는 힘이다. 한편 학교에도 공산당 조직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도 공산당활동이 포함돼 있다. 교육과정에도 사상정치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사상정치 과목도 개설돼 있다. 공산당의 정책은 국가, 정부, 기업, 개인에
2012-05-10 10:26학기 초 새 반에서 새 짝과 만난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아이가 말했다. “이상한 아이하고 짝이 됐단 말이야!” 뭐가 이상하다는 걸까?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일쑤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며 갑자기 크게 웃거나 하는 아이라는 것이다. 왕따까지는 아니어도 기피 대상인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걱정됐으나 아이를 타일렀다. “그래도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하는 아이는 아니잖아.” 실제로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못된 장난을 치거나 하는 법은 없다고 했다. 그저 좀 이상할 뿐.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대로 ‘조금 다를 뿐’인 아이인 것이다. 그러나 ‘왜 하필 우리 아이의 짝이 됐을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조금 달라도 괜찮아’를 읽고 나 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졌다. 저자 두 사람은 각각 양극성장애(조울증)와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을 지닌 딸을 키우는 엄마들로 자매 사이다. 아스퍼거증후군은 자폐장애의 일종으로서 지능이 정상 범위에 들어가고 특정영역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하는 장애다. 양극성장애(조울증)는 들뜬 기분(조증)과 침울한 기분(우울증)이 반복되는 정신질환으로 과대망상, 빠르고 비약적인 사고 흐름, 자살 충
2012-05-03 19:45우리는 중국을 볼 때 사회주의 국가면서도 너무 자본주의적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따라서 교육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본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중국은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교육방침이나 철학도 자본주의적일까?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자본주의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중국교육의 밑바탕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념과 철학이 담겨져 있다. 중국의 교육방침으로 “우홍우전(又紅又專)”이 본격 등장한 것은 1981년 중국공산당 11기6중전회 이후이다. 이 회의에서 중국은 “마르크스주의 세계관과 공산주의 도덕으로 인민과 청년을 교육하고, 홍(紅)이 있고 전(專)도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방침으로 천명하였다. 즉 “우홍우전”한 인재양성이 중국교육의 방침이 된 것이다. 이런 교육방침은 현재도 변화 없이 중국교육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면 중국의 국가교육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우홍우전이란 무엇인가? “홍”은 사회주의 정치노선과 마르크스의 입장, 관점, 방법 등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그 핵심은 사상과 정치측면에서 네 가지의 기본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기본 원칙이란 사회주
2012-04-26 19:23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에 어둠이 찾아오듯이 누군가의 가슴 속 태양인 여러분이 반짝이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어둡고 추운 곳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부모님의 태양이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태양입니다. 항상 아름다운 빛을 잃지 않도록 갈고 닦아서 찬란하게 푸른 세상을 비추는 나그네가 돼 주세요. 소중했던 시간들이 이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많이 웃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사랑했습니다. 항상 이별 앞에서는 후회가 남는 법이지만 마음껏 사랑했으므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운 추억만 예쁜 보자기에 담아 꼭꼭 숨겨두었다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해 보겠습니다. 안녕,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에, 함께 했던 나의 소중한 천사들이여! 이제 나는 다섯 손가락과 서툰 이별을 하고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이 아련하게 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빨강이와 급식소에서 돌아오는 길에 했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돈다. “선생님, 선생님과 헤어질 시간이 이제 삼일 남았네요. 하느님께 매일 기도해요.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 만나게 해달라고요.” 아
2012-04-26 19:15음악회에서 만난 희아는 하얀 건반 위를 나르는 요정이었어요. 얼마나 빠르고 아름답게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하는지 숨조차 쉴 수 없었어요. 희아는 손가락이 모두 4개래요. 손에 힘이 없어 연필도 잘 잡지 못하는 희아를 위해 어머니가 피아노를 배우게 했대요. 처음에는 건반을 아무리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보통 사람의 10배가 넘는 연습으로 오늘날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탄생한 거래요. 우리 반 친구들은 다섯 손가락입니다. 희아처럼 겉으로 보이는 아픔을 지닌 친구는 없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눈물을 삼키고 시작되는 이야기를 안고 있어요.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 다섯 명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3월 새 학교에 발령받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깜짝 놀랐어요. 5명과 무슨 수업이 되겠느냐고 속으로 툴툴댔어요. 넓게만 느껴지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저를 낯선 손님 대하듯 했어요. 며칠 동안은 학교 가는 즐거움이 없었지만 아이들을 다섯 손가락으로 생각해 봤어요. 눈에 보이는 아픔은 의사 선생님이 ‘호’ 해 주시면 낫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은 쉽게 발견할 수 없어요. 우리 반 아이들도 겉으로는 환하게 웃는 아기별들이지만 사실은 아픔을 숨기고 있는 것을 알게…
2012-04-26 19:13어느 조사결과를 보니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사람의 삶이 나보다 나아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게 어디 마크 주커버그 때문일까, ‘가식월드’라고 사람들이 말하던 미니홈피나 블로그 역시 ‘방문자’를 의식하는 곳이기 때문에 역시 내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 내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은 순간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 뉴스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함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드러내는 페이지, 트위터던 블로그던 포털 뉴스에서 누군가의 성형이나 감량 소식 등 타인의 사생활을 자주 클릭하는 사람으로 고쳐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과 비교하는 방법이 간편하면 간편할수록 우월감이나 박탈감의 발생도 자연히 신속해진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굳이 참견 잘하는 동네 수다쟁이처럼 이 집 저 집 문 일일이 열고 캐고 다니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꾸만 눈앞에 봐, 봐, 이거, 하고 들이미는 정도가 세서 그렇다. 잘 안 보는 텔레비전을 켰다가 한국의 패리스 힐튼이라며 소개되는 여성을 보니 저 집 드레스룸에서 먼지를 주워 와도 우리 집 한
2012-04-23 17:56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서울에서 북경으로 가는 방법은 천진을 통해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북경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북경은 저녁 7시만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급히 무엇을 사려고 해도 살 곳이 없을 정도였다. 20년이 지난 중국은 이제 천지개벽의 모습이다.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밤늦도록 상점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집값이나 물가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제 중국은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에 물건들을 공급하는 공장이 되었다. 수치상으로 봐도 중국은 현재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53개 기업이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다. 시가총액기준으로 국영석유회사인 시노덱은 3262억 불로 세계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총 1382억 불의 2배에 달한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경제규모는 약 10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12조 달러와 규모가 비슷하다. 외환보유고도 3조2000억 달러를 넘어서 군계일학을 자랑하고 있다.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에 빗대어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라는 신조어
2012-04-12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