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병존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가 한 시민에게 “기억의 반대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다. 그 시민은 “망각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페레스 전 총리는 “기억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고, 망각은 과거에 생각했던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의 반대는 망각이 아닙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억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지만, 상상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억의 반대는 상상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교육도 마찬가지다. 기억하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 교육을 가르치는 일이다. 현 사회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후기 산업사회가 도래한지 30년 정도 지났고 지식정보화 사회가 등장한지 20여 년이 지났다. 4차 산업혁명에 이어 어쩌면 10년 이내에 5차 산업혁명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제 이러한 획기적인 기술혁명과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기억하는 교육을 강조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상상하는 교육을 강조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어쩌면 상상하는 교육이 더 중요한 교육의 목표와 철학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030년이 되면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고 직업도 절반 이상이…
2017-01-01 00:00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남부 도시 아이젠슈타트(Eisenstadt)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Esterha zy Palace)은 하이든 유적지 중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하이든이 섬기던 니콜라우스 공작은 이 아름다운 궁전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했으며, 이곳에서 가까운 노이지들러 호수(Neusiedlersee) 동쪽(현재 헝가리의 서쪽 끝 국경 근처)에 여름 별궁을 지었다. 공작은 1766년 여름 내내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이 계획은 공작 혼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궁정 악단을 포함한 궁정 전체를 대동하고 장소만을 옮기는 것이었다. 여름 별궁은 간척된 습지대 한복판에 위치했다. 공작은 야심찬 관개 작업을 펼쳤고, 1760년대 중반부터 1784년까지 1,300만 굴덴(Gulden)이라는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 126개의 방, 미술관, 각기 용도가 다른 오페라극장 2곳, 당구대가 설치된 커피하우스 등이 갖춰진 화려한 3층짜리 궁전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장엄한 전망을 가진 정원과 조각상, 분수, 신전이 있는 넓은 공원이 있었다. 이런 시설들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궁전뿐이다. 이 궁전은 베르사이유 궁전과 가장 비슷한
2016-12-01 00:00격월간지에서 계간지로, 계간지에서 월간지로, 월간지에서 휴간, 그리고 다시 복간…. 변화무쌍한 가시밭길을 더듬어 새교육은 1963년 2월에 제100호를 맞았다. 5·16 이후의 격변기를 거쳐 민정 이양으로 향하고 있던 즈음이었고, 창간된 지 15년 총 186개월 만이었다. 1.8개월 만에 한 호씩 발행하였으니 대략 격월간 정도로 간행된 셈이었다. 교원의 전문성 위기 경계한 새교육 새교육이 100회 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취업률과 진학률은 물론 학교 수·학생 수·교사 수 등 외형적 지표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노출되었다. 새교육의 지속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 하나는 교원의 지위와 처우 문제였다. 새교육은 100호를 맞으면서 권두언을 통해 1963년이 교원의 전문성 앙양(?揚)에 있어서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였다. 제100호 권두언에서는 ‘교원이 전문적·기술적 종업자로서 최고위의 대분류 속에 들어 있지만, 세계적으로 그 전문성의 정도는 의문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 일차적 원인으로 면허 자격의 엄밀성 결여를 제시하였다. 2년제 교육대학이 설립되
2016-12-01 00:00인연의 힘,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 인연(因緣)의 인(因)은 ‘말미암다’를, 연(緣)은 ‘묶다’의 의미이다. ‘너와의 묶일 만한 일로 말미암은 것’이 인연이다. 불교에서 인연은 직접적 그리고 간접적 원인이 있어 만나는 것이다. 즉, 직접적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이 어우러져 어떤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카르마(karma)이다. ‘카르마’는 업(業)을 의미한다. 업은 ‘짓는다’는 의미로 몸(身)으로서, 입(口)으로서, 뜻(意)으로 ‘짓는’ 즉, 이루어지는 말이나 동작, 생각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몸을 조심해야 하고 입을 조심해야 하며 뜻을 온전히 해야 그 인과(cause and occasion)를 온전히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인과로 맺어져 있다. 그래서 영어의 인연은 ‘tie’로 ‘관계, 매다’ 이다. 누군가와 새로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도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 대해 모두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믿는다는 것(信)은 그 사람(?)의 말(言)에서 나오는 진정성을 의미한다. 사무엘 E. 키서는 “믿음이란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며 과감한 모험”이라고 말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온 힘을
2016-12-01 00:0001 작가 정유정의 소설 28은 ‘28일 동안의 강력한 공포’를 그린 소설이다. 한번 잡으면 손을 놓기 어려운 박진감 있는 서스펜스가 인상적인 소설이다. 공포의 내용은 ‘감염’이다. 그 자체가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아주 무서운 감염’이다. 작가는 공포를 민감하게 겨냥한다.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감염되는, 치사율 90%의 전염병에 갇혀버린 어떤 도시의 시민들에게 조준되어 있다. 작가는 이 애처로운 도시를 자신의 이야기 공간으로 삼는다. 그리고 여기에 병원체를 알 수 없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괴질(怪疾)을 풀어 놓는다. 괴질은 미친개처럼 사람들을 물어뜯는다. 괴이하고 무서운 것이 두 가지나 더 있다. 이 괴질은 개와 사람이 병원체를 공유하여, 개와 사람 사이를 서로 전염시킨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염되고, 개와 개 사이도 감염된다. 그것도 공기를 통해서 빠르게 감염된다. 초기 증상은 눈알이 점점 짙게 붉어지면서 의식을 마비시키는 고열에 시달리고, 눈알 전체가 빨갛게 되면서 바로 죽는다. 게다가 이 도시는 전염 확산 방지 때문에 공권력에 의해 차단되어 있다. 시민들은 감염지대 안에 갇힌 채 버려져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2016-12-01 00:00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인간의 학습 과정과 교육과정을 대신해주는 첨단 학습기계나 교육적 기술은 발전하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만 클릭하면 모든 걸 저절로 배울 수 있는 ‘만능의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오프라인에서 인간적 접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전통적 교육은 온라인이나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졌고, 수업방법이나 수업기술 역시 ‘교육혁명’이라 불릴 만큼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전대미문의 문제를 앞에 두고 고뇌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이나 기술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기술이 모든 것 해결해 주지 않는다 기술 발달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은 또 있다. 바로 체험으로 얻어지는 공감 능력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직접 자신이 체험하지 않으면 나의 지식이나 지혜로 체화되지 않는다. 물론 체험하지 않아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체험적 느낌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공감 능력은 책
2016-12-01 00:00키가 작고 유머가 넘치는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을 당시의 사람들은 ‘파파’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하이든은 위대한 베토벤을 지도하고 편달했으며, 모차르트를 친구로 삼아 그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1732년 3월 31일 오스트리아의 동쪽 로라우(Rohrau)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 로라우는 카를 안톤 하라크 백작이 소유한 시골영지의 중심지로 다뉴브강에서 18km 떨어진 남쪽, 빈에서는 40km 거리에 있는 라이타강 서안에 자리하고 있다. 불과 5분 남짓이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지금도 이 주변의 풍경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하라크 백작의 성이다. 이 지역은 원래 독일어권이지만 크로아티아인·헝가리인·슬로바키아인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다. 불우했던 하이든의 유년 시절 아버지 마티아스 하이든(Mathias Haydn)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차 수리공이며, 어머니 안나 마리아 콜러(Anna Maria Koller)는 요리사의 딸이었다. 하이든 부부는 자그마한 집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서 12명의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다섯 명은 어릴 때 죽었다. 이들 부부는 17
2016-11-01 00:00‘반공태세 강화, 자유 우방과의 유대 강화, 구악일소, 자주 경제 재건, 통일을 위한 실력 배양, 혁명 후 본연의 임무에 복귀’ 등의 공약을 제시한 군부가 1961년 5월 16일 민주당 정부를 붕괴시키고 정권을 장악했다. 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당시의 교육이 학생 데모와 교원노조 설립 운동, 그리고 사립대학의 정원 외 학생 입학을 둘러싼 비리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출발점이 1950년대 교육이 지향하였던 교육의 자율화 경향에 있다고 규정한 군부는 교육자치제 폐지와 교육의 국가관리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군부가 특히 주목한 대상은 대학이었다. 교육을 지배하는 법 위의 법 등장 4·19혁명 이후 대학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1960년 4월 약 10만 명이던 대학생 숫자는 1961년 5월 말 약 14만 명으로 폭증했다. 1년 만에 40%가 늘어난 셈이다. 사립대학들이 정원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입학시킨 결과였다. 자식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농민들이 눈물을 머금고 팔아버린 소의 뿔로 세워진 ‘우골탑’이 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사회질서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사회혼란의 주범으로 대학과 대학생을 지목했다.…
2016-11-01 00:00요즘 ‘여혐(女嫌)’, ‘남혐(南嫌)’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언어의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이데거(Heidegger)의 말을 빌리자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 즉, 언어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Ort)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 존재는 그 언어 안에서 거주(Wohnen)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언어 사용은 그 존재의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한자 문화를 받아들인 우리의 여자에 대한 사유방식은 어떨까? 딸(女)과 아들(子), 여자(女)와 남자(男)의 의미를 살펴보자. 여자는 집에서 빨래나 하는 존재다? 한자에는 아들(子)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지만 ‘딸’을 의미하는 단어는 없다. 계집 녀(女)를 ‘딸’이라는 뜻으로 혼용해서 쓰고 있을 뿐이다. 이는 ‘딸’의 위치가 ‘아들’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아들(子), 남자(男)처럼 개념화되어 쓰이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한자 문화에서 여자(女)는 아들(子)이나 남자(男)보다 열등한 지위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오늘날 남녀평등사회에 맞지 않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여자(女)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2016-11-01 00:0001 나로 하여금 ‘침묵’이란 말을 내 상상력 속에서 매우 장엄한 의미로 길어 올리게 한 독서가 있었다. 그것은 작가 이문열의 중편소설 들소를 읽으면서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어느 페이지에도 주인공의 침묵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독서를 하는 동안 내 상상 안에서 그 ‘침묵’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작품 들소의 주제가 드러나게 되는 소설의 뒷부분에서 주인공 ‘착한마루’의 깊고 길고 짙은 침묵을 나는 또렷한 상상으로 대면하였던 것이다. 먼저 소개 겸, 소설 들소의 이야기를 조금만 해 보기로 하자. 알타미라 동굴 벽에 새겨진 벽화 ‘들소’가 이 소설의 소재이다. 동굴 벽화 ‘들소’가 만들어진 사연을 작가가 추리하고 상상하여 한 편의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 사연에는 석기시대 부족사회에서 빚어지는 권력과 사회의 사연은 물론이려니와, 인물들의 심리적·정서적 아픔에 맞물려 있는 사연과 자기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고뇌들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그 까마득한 석기시대에 새겨졌을 동굴 벽화 ‘들소’의 내력을 비상한 상상의 리얼리즘으로 재현해 놓은 점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위대한 예술(또는 예술가)은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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