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 비를 뿌려대고도 하늘은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눈을 뜬 월요일 새벽까지도 심술을 부린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와이퍼의 움직임은 더 격렬해지고 악천후를 각오할 생각에 머릿속은 하얗게 변한다. 기적일까? 신기하게도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즈음 비가 멎었다. 이제 이곳에서 까까머리 아이들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아니, 더 자세히는 말하자면 밤톨 같은 아이들을 태운 두 바퀴들의 행렬을 기다려야 한다. 맞다. 이곳은 자전거의 도시, 경상북도 상주다. # 면허증, 박물관…자전거에 미친(?) 도시 이 시대 입담꾼으로 불리는 소설가 성석제의 고향. 초등학교 때 농업용 자전거로 타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인구 당 자전거 보급대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학교를 오가는 통학수단도 단연 자전거가 으뜸일터. 남산중과 상주공고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연이은 폭우에 물이 넉넉해진 논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시선이 모판을 옮기느라 분주한 아주머니와 이앙기를 통해 심겨지는 모들에 가 닿는다. 얼마나 흘렀을까. 따르릉~. 드디어 등교시간을 알리는 요란한 신호음이 들려온다. 상주시는 일선 학교와 함께 학생들에게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2010-08-31 15:32국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문학 이해를 돕기 위한 '빵샘과 함께 읽는 교과서 소설(1·2권)'(예옥)을 펴냈다. 새로운 교과과정에 따른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단편소설 19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중학교 1학년을 위한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이전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새 국어 교과서의 특징 중 하나는 수록 작품의 이해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이 소화하기에 어려울 만한 작품들도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저자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소설 읽기를 친근하게 느끼고 소설 속의 의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책에는 새 국어 교과서들에 공통적으로 수록된 작품인 '동백꽃'(김유정), '학'(황순원), '수난 이대'(하근찬) 등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자주 소개되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으로 '고향'(현진건), '이상한 선생님'(채만식), '영수증'(박태원), '선생님의 밥그릇'(이청준), '꺼삐딴 리'(전광용) 등도 포함시켰다. 또 현재 활발히 작품 활동을…
2010-07-27 17:25전국국어교사모임이 집필하는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암기식,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청소년들이 문학에서 멀어지는 교육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전국국어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발벗고 나서 기획한 것이라고 출판사(나라말) 측은 전했다. 이번에 첫 번째로 발간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출판사와 저자들이 의도한 바를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기존의 문학 학습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소설 읽기', '깊게 읽기', '넓게 읽기'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소설 읽기'에는 원전이 그대로 수록돼 있지만 여느 책과는 달리 중간 중간에 소설의 내용을 표현한 생생한 그림을 넣어 읽는 재미를 유발한다. '깊게 읽기'에는 교사들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받았던 질문들을 모두 모아 그 가운데 빈도가 높은 것, 의미있는 것, 참신하고 기발한 것 등을 추려 각 질문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실었다.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은 어떤 모습인가요?"란 질문에는 당시 신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여러 가지 트레머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달에 월세 일 원짜리 집에서 살던…
2010-07-23 08:57중국의 교육열도 우리와 비슷한 모양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일류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해야 하는 각박한 현실이 문학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주니어김영사가 중국아동문학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국내 출간한 '진링의 일류중학교 입학소동'에도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고된 현실이 오롯이 담겨졌다. 이 작품은 중국아동문학의 일인자로 꼽히는 황베이쟈의 최신작으로, 중국 우수아동 문학상을 받았으며 영화와 TV드라마,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인공인 '진링'은 초등학교 6학년 소녀로,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것만 빼면 착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밝은 아이다. 그러나 진링은 엄마가 원하는 일류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방과 후에도 과외수업을 받고 지능이 비만과 관계가 있다는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체육시간에 쓰러진다. 방학에도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쌓여있는 참고서와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 어린이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솔직하게 말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진링은 말한다. "저는 나중에 '타임머신'을 발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위치를 왼쪽으로 밀면 사람이 금방 늙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퇴직해서 매일 집에 있으면서 꽃도
2010-06-24 16:39하나 5학년이 되면 좀 나아지려니 했는데, 지호는 개학 이틀째부터 또 일을 저질렀다. 아침부터 복도 동편 출입문 유리창을 맨손으로 쳐 와장창 깨부수고 만 것이다. 유리창 하나가 바닥으로 와장창! 내려앉으면서 자잘한 유리 파편들이 복도 이곳저곳으로 마구 튀었다. 유리파편에 찢긴 지호의 손 여기저기에서 피가 뚝뚝 듣고……. 이런 장면은 하도 봐와서 새삼 놀랄 것도 없으련만 아이들은 피만 보면 매번 어쩔 줄 모른다. 특히 여학생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다. ‘어째, 저 피 좀 봐! 어, 어떻게 해? 빨리 샘께 알려! 그래도 당사자인 지호는 흐르는 피 따위에는 아랑곳없다. 오로지 입술을 악문 채 눈에 핏대를 세워 깨부순 복도 유리창 너머를 노려볼 뿐. 지호가 노려보는 그 곳에는 우리 반의 짓궂은 몇몇 남학생들이 한데 몰려 우왕좌왕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지호 편을 들고 싶진 않지만 이번 일은 지호보다 그 아이들이 더 나쁘다. 지호를 놀리고 도망을 치는 것 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복도 유리문을 왜 닫아걸어 이 난리를 피우는가 말이다. 지호는 성질나면 무엇이든 내리치는 줄 뻔히 알면서……. 교무실에서 일을 보던 새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연락을 받고…
2010-06-14 15:38교사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교수법. 과연 최고의 교수법은 무엇일까. 어떤 국제학회에서 카네기멜론대의 한 교수는 첨단 강의를 보여주겠다며 프로젝터를 끄고 분필을 집어 들었다고 한다.광주교대 박남기 총장은 최근 펴낸 책 ‘최고의 교수법’(생각의 나무)을 통해 “단순한 기법의 수준을 넘어 가르침의 본질을 수업을 통해 깨닫고 그 본질을 자기만의 빛깔로 구현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교수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명교수가 되고 싶다면 카사노바가 되라”며 ‘자기만의 안목으로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고 상대가 늘 첫사랑인 것처럼 몰입하며 늘 자기보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춘’ 학생을 사로잡는 교수법을 제안했다. ▨자신의 삶에 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 = 가르침에 대한 열정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르침을 통해 내가 학생들을 만족시키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의 가르침을 내 스스로 즐기고, 내가 만족하는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매년 유사한 이야기를 반복하면 교사 스스로가 재미없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학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며, 그러한 반응은 교사 자신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한다. ▨인기 있는 연속극을 벤치마킹하라 = 연속극은 다음 회를 기다리도록 만들
2010-06-01 17:07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강진에 유배됐을 때 쓴 논어 주석서인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전 5권·사암 펴냄)가 완역 출간됐다고 다산학술문화재단이 1일 말했다. 1813년에 완성한 논어고금주는 실학자이자 경학자(經學者)인 정약용의 독창적이면서도 방대한 논어해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저작으로 꼽힌다. 정약용은 이 책에서 고주(古註)인 한나라 때 훈고학적 주석과 금주(今註)에 해당하는 송나라 때의 성리학적 주석은 물론이고, 명나라의 양명학과 청나라의 고증학, 나아가 일본 고학파(古學派)의 해석까지 집대성해 싣고 그 해석에 하나하나 논평·반박하고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제목을 논어고금주라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정약용이 당시 조선에서 지배적이었던 성리학의 관념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실학의 세계를 지향했던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의 '다산번역총서'의 하나로 출간된 논어고금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와 '맹자요의(孟子要義)', '매씨서평(梅氏書平)' 등 정약용의 저술을 번역한 이지형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번역했으며, 이해를 돕고자 원문과 해석을 함께 수록했다. 각권 504~636쪽. 전질…
2010-06-01 11:06어느 바닷가에 곰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 곰은 매일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은 후 부인 곰에게 싱싱한 것을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해오라기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 곰은 물고기 맛에 질려 해오라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한다. 남편 곰은 평소와는 다르게 해오라기 한 마리를 잡겠다는 마음을 먹고 바닷가에 나왔다. 그러나 그날따라 바닷가에는 해오라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곰이 오기만 하면 모여들던 해오라기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남편 곰은 자신의 살기(殺氣)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것을 깨닫고 크게 뉘우친다.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라는 금강경의 핵심구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대한불교 진각종 대원심인당 주교이자 서울 진선여중 교장인 덕일 권영택 정사는 새로 낸 책 '마음 밝히는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우화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곰 부부의 이야기에서는 "내 마음을 열고 밝히면 일체가 다 밝게 되고, 밝은 것들이 나에게 모인다고 한다. 이렇듯 기심(살기)이란 말 못하는 미물들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
2010-05-26 10:55명교수가 되고 싶다면 카사노바를 벤치마킹하라? 자기만의 안목으로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고 상대가 늘 첫사랑인 것처럼 몰입하고 늘 자기보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뜻이다. 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총장은 최근 출간한 책 '최고의 교수법'(생각의나무)에서 교사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자신이 그간 교육현장에서 축적한 교수법에 대한 노하우를 딱딱한 개론서 형태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놨다. '가슴으로 가르치는 가르침의 본질과 기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그 어떤 최첨단 교육매체보다 교사 자신이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국제학회에서 카네기멜론대의 한 교수가 첨단 강의를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프로젝터를 끄고 분필을 집어든 일화를 전하면서 첨단 강의는 '교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강의'라고 말한다. 최고의 교수법이란 단순한 기법의 수준을 넘어 가르침의 본질을 수업을 통해 깨닫고 그 본질을 자기만의 빛깔로 구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학생들을 사로잡는 방법으로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강의하는 방법, TV연속극을 벤치마킹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법 등을 제안한다. 기본 내용과는 별도로 '교육 분야의 블루오션을 찾아서'라는 주제
2010-05-22 16:25고대부터 일제시대까지 한국 교육의 변천을 '민족'과 '계급'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 재출간됐다. 이만규(李萬珪.1882~1978)의 '다시 읽는 조선교육사'(살림터 펴냄)는 해방 직후인 1946년 처음 출간된 한국 교육의 통사(通史)다. 일제강점기 중등학교 교사와 교장을 지낸 저자는 1938년 민족주의자 모임인 '흥업구락부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며 2년여 동안 해직됐을 때 이 책을 처음 구상했고 1946년 배화여고 교장을 그만둔 이후 책을 완성해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당나라에서 유교를 받아들이고 중국의 역사를 주로 가르친 통일신라의 교육을 사대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일제시대의 교육을 '민족교육이 파멸된 시기'로 규정하는 민족주의적 면모를 보였다. 또 "개인주의 교육사상은 자유주의 사상을 낳았고, (중략) 자유주의는 경제상의 자유방임주의로 나타나 빈부의 차를 심화시켜 불가피하게 사회주의로 발전하여야 한다"는 유물론적 계급주의의 모습도 내비쳤다. 그는 조선시대의 교육은 '계급 편파 교육'이자 '지방 편파 교육', '성 편파 교육'으로 진정한 '국민교육'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기술과 실업교육을 '잡과'로 호칭한 것 역시 실생활과 밀접한 과학기술을 멀리한 교
2010-05-17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