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경력 30년이 훨씬 넘어 교감 승진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승진이 교감 승진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다. 그나마 나는 뜻을 이뤘지만 수많은 교사들은 중도에 포기한다. 한 학교에 교사는 많지만 교감은 대부분 한명이니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막상 발령을 받고 보니 쏟아지는 업무에 치여 축하와 성취감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9월1일 부임을 하자마자 며칠 안 돼 종합감사가 나왔고 이어서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로 다녀오니 학교폭력 민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적응은 고사하고 직원 이름도 다 몰랐을 때였다. 월중행사에 빼곡히 적혀있는 일정과 행사를 일일이 챙겨야 하고 총각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교사인 우리 학교에서 번갈아가면서 휴직과 복직, 산가와 병가를 거듭한 덕분에 교감 4개월 만에 터득한 인사업무가 제법 노련하게 됐다. 교사 때보다 많지 않은 초라한 월급 매일매일 쏟아지는 수십 건의 공문을 살펴야 되고 공문 건수 못지않게 교육청의 액티브 쪽지를 처리해야 했다. 식사 후 양치질도, 화장실도 미뤄야 할 때가 많았다. 교감이 됐다고 다 알게 되는 것이 아닌지라 한 건 한 건 생길 때마다 인사실무편람에서 찾아 공부하고, 고참 교감에게 물어물어 해결하다보니
2016-01-17 15:45이번 방학을 맞아 일선 학교에서는 교원 근무에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이 소속된 교육청에서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방학 및 휴업일의 일직성 근무 폐지, 근무조 편성 실태 보고 등 공문을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획일적 폐지는 학생 교육·안전 위협 요즘 학교는 방학을 해도 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연중 교육 활동이 이뤄지는 배움터다. 평소의 학교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비해, 방학 중 학교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실 방학이라 해도 일선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 돌봄 교실, 스포츠교실, 영어 및 영재 등 각종 캠프, 도서실 개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학교는 공문 수발, 전화 응대, 민원 처리 등을 수행해야 한다. 엄연히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데 정작 교사는 없어도 되고, 외부강사와 교장, 교감, 행정실 직원들이 대행해도 된다는 사고는 어불성설이다. 방학 중 교사들의 근무를 폐지하면 학생 안전과 생활 지도, 학교 업무 수행 등에 큰 허점과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
2016-01-17 15:44우리나라 방과후학교는 1995년 5·31 교육개혁방안에서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으로 제안된 이후 20여 년 동안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교육적’ 목표가 뭔지 성찰할 때 최근 방과후학교 관련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초·중등학교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특히 초교와 고교는 70% 이상 학생들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양적으로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방과후학교의 참여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교육서비스의 질 보장과 제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적으로 방과후학교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방과후학교의 교육적 효과는 방과후학교의 교육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정책의 4대 목표는 다소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학교교육 보완, 사교육 부담 완화, 교육복지 구현, 그리고 지역사회학교 실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별다른 의심 없이 수용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정책의 목표들은 각기 교육적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학교 정책의 4대 목표들은 서로 성질이 다른 목표이고, 이를 통해
2016-01-11 10:05전북학교자치조례가 공포 이틀 만인 지난 1월 6일 결국 교육부로부터 재의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이를 거부해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교육부의 이번 재의요구는 광주학교자치조례와 같이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하기 위한 행정절차로 보인다. 교무회의 결정에 교장은 따르라? 학교자치조례는 2013년 광주에서 주민발의에 의해 처음 제정 시도를 했었다. 광주학교자치조례는 여러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특히 ‘교육감과 학교장은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 문제가 됐다. 법령에 정해진 교육감과 학교장의 권한을 심대하게 침해해 학생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분과 예산 편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 때문에 대법원도 동년 집행정지 요구를 받아들였고, 현재 무효확인소송 중이기에 법적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 이번에 교육부가 제동을 건 이유는 광주 때와 마찬가지로 전북학교자치조례의 핵심 내용인 ‘교육감과 학교장은 모든 구성원이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각 학교는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 등의 자치기구를 두어야 한다’고 한 부분이다. 특히 교사회를 법제화하고 교무회의를 의결기
2016-01-11 10:022012년부터 시작된 반값등록금 정책이 금년에 완성됐다고 하나 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학생들과 정부가 사용하는 반값등록금의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정확한 명칭은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다. 이는 학생들의 주장처럼 고지서 상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정책이 아니라, 평균적인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시키는 정책이다. 따라서 등록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학생부터 종전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는 학생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고 있는 학생이 반값등록금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 필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 명목상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비해 정부나 대학의 투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에 따라 등록금 수준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 대학에서 부과하고 있는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고 인하한 만큼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설립별, 대학별, 전공별, 지역별, 계층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2016-01-04 09:37우리 학교는 2013년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학교로 선정,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교직원들이 다양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한정된 시간과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지만 교사들은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최선을 다해 많은 일과 연구를 수행해 성공적인 결과물들을 도출했고 이제 다른 학교를 위한 자유학기제 중심학교가 됐다. 지나칠 정도로 수요자에 맞춰온 교육 이번 시범운영의 성공은 교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교직원들의 열정을 다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교사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고 이것이 성공적 결과를 낳는데 큰 영향을 줬다. 메인 프로그램인 ‘1박2일 여행’, ‘배드민턴 대회’, ‘영남알프스 등반’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많은 정책, 프로그램들이 교육당국에 의해 추진됐으나 몇 년 안에 조용히 사라지거나 실패로 끝난 경우가 많다. 막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교사들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없었고, 오히려 개혁이나 평가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사실 오랜 기간 동안 교육은 지나칠 정도로 ‘수요자’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오늘날 어떤 교육박람회를 가보아도 교사들의 만족감, 행복감, 소속감
2015-12-28 15:46꿈은 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노래도 있다. 원하는 크기가 클수록 꿈도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읽어보면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리고 간구하던 큰 바위 얼굴은 돈 많은 부자도 아니고, 말 잘하는 정치지도자도 장군도 아닌 평범한 사람 ‘어니스트’였다. 화려한 성공만 좇게 하지 않았는지 물론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꾸는 꿈들 뒤에 훨씬 많은 실패자의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고 가르치는 일에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그동안 우린 ‘성공한 사람’만 너무 화려하게 비추다 보니 그 그늘에 가린 이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낮고 자살률이 높은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2015년도 매스컴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하나가 ‘일자리’다. 젊은이들이 찾고 있는 일자리 꿈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는 대통령과 같은 큰 꿈을 꾸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낮추기 마련이다. 현실과 타협하기 때문이다. 이 ‘줄어든 꿈’조차 이루기 위해 ‘한 줄 서기’ 간판에 매달리고 있지만 빛나던 젊음의 시간은 흐르고 흘러 ‘
2015-12-28 15:45나는 교사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공부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더없이 큰 즐거움이기에 교감, 교장, 승진… 이런 말들에는 관심도 없었다. 공부하고 나누는 즐거움만이 교직의 전부라고 알고 지낸 24년이다. 자부하건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승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난 능력이 없어서 승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내 꿈의 목록에 들어있지 않음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 연구점수도 얻고 대학원 공부도 열심히 하며 내 삶을 채워나갔다. ‘투명인간’의 삶 점점 포기하는 현실 가르치는 즐거움에만 빠져 살던 나에게 수석교사 제도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고 망설임 없이 수석교사에 지원했다. 수석교사는 교육에 대한 바른 인식 및 다양한 교육 활동을 안내하는 일을 수행하는 새로운 교원 직위체계다. 교실 변화를 위해 수석교사가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내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도 교직사회의 인식 부족과 행·재정적 뒷받침 부족으로 수석교사 제도가 안착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2012년 9월 수석교사의 직위와 수당을 교장과 동등하게 하고자 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교육계가 크게 술렁인 적이 있다. 당시 보도를 접하고는 매우
2015-12-21 10:06대학원 시절 어느 날이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친구들과 함께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을 들렀다.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 계셨다. 그 이유를 여쭤 보니, 교문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중에 길거리 좌판상에서 눈에 띄는 액자가 있어 두 개를 사오셨고 지금 막 책상 앞면 벽에 걸려고 하는 참이라는 것이다. 평생 뇌리에 박힌 스승의 액자 교훈 그러면서 그 액자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하나는 지휘자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지휘봉을 들고 있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발레리나가 허리를 숙여 발레 토슈즈를 여미는 것이었다. 별 것도 아닌 싸구려 액자들을 사 놓고 싱글벙글해 하시는 교수님을 우리는 의아스럽게 쳐다봤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그 사진들이 주는 의미를 설명하셨다. 즉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를 하기 직전에 최선을 다해 지휘를 하겠노라는 마음가짐과 발레리나가 무대에 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토슈즈를 점검하는 마음가짐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면서, 교사도 항상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즉 늘 있는 강의를 교사는 태만한 자세로 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싫증을 내기도 하면서 시간 때우기 식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예의 지휘자나 발레리나처
2015-12-21 10:05이제 초겨울로 들어섰다. 두꺼운 옷에다 마스크까지 써야 찬바람을 견뎌낼 수 있다.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학생들도 방학을 앞두고 마음이 안정돼 있지 않다. 수업에 관심이 없고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하지만 선생님들께서는 방학 때까지 잘 참으며 지혜롭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될 것 같다. 수업 향한 ‘처음 그 마음’ 돌아봐 이럴 때일수록 초심이 중요하다. 마침 한국교육신문에서 ‘왕초보 교대 예비교사들, 꿈꾸는 수업을 풀어내다’는 제하의 기사를 읽었다. 교총 등이 주최한 제5회 좋은 수업 탐구대회였다. 예비교사들의 꿈꾸는 수업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믿고 미래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열정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모든 선생님들이 처음 교단에 섰을 때에는 이런 예비교사들처럼 수업에 대한 탐구를 많이 했을 것이다. 아주 펄펄 끓었을 것이다. 이제는 혹시 식지는 않았나, 미지근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하면 좋은 수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도전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수업에 만족해 안일한 자세로 임하면 발전할 수 없다. 예비교사들처럼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다양한 수업방법으로 현재의 수업을
2015-12-16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