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계가 항상 똑같은 걸음걸이로 간다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아. 내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축구를 하거나 올 컬러로 된 만화책을 보거나 엄마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할 땐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까지 달려가던 시계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계산해야 되는 수학 시간이나 자글거리는 땡볕 속에서 운동회 연습을 할 땐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지. 시계도 가끔씩은 우리들처럼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쉬거나 가슴이 콩닥거리도록 달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게 틀림없어.
2009-08-31 15:36아침부터 매미가 제 울음을 굵은 체에 쳐서 볶는다 발가벗겨진 말복 햇살이 테팔 프라이팬에서 탁탁 튀어 따끔따끔하다 붉은 꽃 배롱나무가 고개 젖히며 몸을 털고 있다 전봇대에 납작 엎드린 털매미, 참매미, 애매미 상수리나무 어깨와 겨드랑이에 다닥다닥 붙은 쓰르라미, 깽깽매미, 두눈박이좀매미들 혼성합창경연중이다 정오쯤부터 개울 건너, 산 너머 재수생, 대학생 매미들까지 무더기로 프라이팬을 들고 몰려온다 동네 참깨, 들깨 죄다 퍼 날라 달달 볶는다 한쪽에선 기름에 지글지글 녹두지짐이, 육적굽기, 계란말이, 꼬치꿰기 야단법석 시끄럽다 앞마당 마른 솔가지 타는 화덕 국 끓는 열기에 옷이 다 젖는다 벽오동나무는 옆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큰어머님, 작은어머님, 고모님, 누님들 까부르고, 뒤집는 프라이팬에 매미울음이 한 줌씩 뛰어들어 노릇노릇 익어간다 어머니의 첫 기일이다
2009-08-26 12:30가야 멸망 후, 한국은 본격적인 삼국 시대로 접어든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세력 다툼은 그 도를 더해 결국에는 중국의 당까지도 끌어들이는 합종연횡(合縦連横)이 일어나는데 요점만 적으면 다음과 같다. 589년에 중국을 통일한 수(隋)는 만주일대와 요서를 지배하고 있는 동이족(東夷族=말을 잘 타는 동쪽의 오랑캐) 고구려(高句麗)에 대한 근심을 제거하기 위하여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첫 번째는 수문제가 군사 30만으로 쳐들어 왔으나, 홍수와 전염병으로 대패해 철수했으며, 두 번째는 수양제가 113만 대군으로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까지 쳐들어왔으나, 살수(지금의 청천강)에서 을지문덕장군의 30만군에 크게 패하여, 살아 돌아간 자가 겨우 2700명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고구려와의 전쟁으로 인해 결국 수나라는 건국 38년만인 618년에 망하게 된다. 고구려의 강인함과 한민족의 위대함이 섬광처럼 빛나는 시기였다. 수를 이은 당나라 역시 당태조가 직접 진두지휘하여 고구려 공략에 나섰으나, 안시성(安市城)전투에서 양만춘(陽万春)장군이 쏜 화살에 한쪽 눈을 잃고 철군한 당 태조는 화병으로 죽고 만다. 이렇듯 강한 고구려가 백제와…
2009-07-21 13:27교육 전반에서 창의성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런데도 과학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과학 창의성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책이다. 저자들은 과학자의 창조성과 천재성에 대한 신화를 벗겨내고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학생의 향후 학습이나 진로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 다양한 창조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교사가 창조성의 본질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책은 과학 연구의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과학 연구가 어느 한 순간의 영감이나 타고난 천재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의 결과임을 밝혀내고, 교사들에게 과학과 창조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은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천재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노력하면 뉴턴과 아인슈타인과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고 강조하지도 않는다. 다만, 잠재적인 능력만으로 창조적인 업적을 이룰 수는 없으며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개별적…
2009-07-21 10:33기존 성리학적 세계관과 다른 ‘다산학’ 세워 ‘경세유표’ 등 국가경영실용서 출간에도 앞장 18년 유배기간 저작활동에 몰두 다산의 75년간의 생애는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1789년 그의 나이 28세에 첫 벼슬을 하기 이전까지의 수학 시기와 1800년 39세까지의 관직 생활 시기, 1818년 57세까지 18년간의 유배 생활 시기, 그리고 1836년 서거하기까지의 마현 귀향 시기다. 이것은 사상적 변화의 구분이기도 하며 그의 인생 자체의 부침의 구분이기도 하다. 수학 시절의 다산은 남인 계열인 가문의 영향과 천주학에 깊게 연루되어 있는 인척들의 영향으로 해서, 성호 이익의 실학을 접했다. 성호를 그의 사상의 지표로 삼을 정도로 이에 몰두하기도 했으며 이승훈과 이벽을 통해 서양의 과학 서적과 천주학 교리서 등을 얻어 보고 이에 쏠리기도 했다. 28세에 문과에 급제하면서 벼슬길에 오른 다산은 여러 관직을 역임했는데, 이 시기에 정조의 명을 받아 한강의 배다리를 설계했으며 수원 화성의 설계를 맡으면서 거중기, 활차(滑車) 등의 기계를 제작해 직접 건설에 이용했다. 탁월한 재주와 정조의 총애를 받고 경기 암행어사까지 지냈으나 1795년 청나라 선교사인 주문모(周文
2009-07-20 09:33고대의 일본어 성립과정을 보면,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원주민이 도래인의 말을 잘못 인식하면서 받아들이던 시기이고, 둘째는 원주민과 도래인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본래의 의미가 올바르게 전달되던 시기이며, 셋째는 백제 멸망 후 왕이나 귀족들의 평민화가 진행되면서 귀족들과 원주민들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시기이다. 초기 일본어의 어원이 된 가야족 언어는 오늘날의 경상도 방언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째서 같은 어원의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의 언어로 바뀌었을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지배자들의 장난기로 원래의 의미가 아닌 반대의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일예로, 한국에서 밥을 먹을 때 양반은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일본인들에게는 밥은 들고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이래서 오늘날 일본의 식사예법은 밥그릇을 들고 반드시 젓가락으로 먹는데, 우리의 습관에서 보면 이는 ‘거지의 식사법’에 해당한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놓고 먹으면 ‘개처럼 먹는다’고 하는데, 이는 반대로 가르쳐준 습관이 만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또 술을 먹을 때의 첨잔은 제사 때만 하는 ‘술의 예법’으로 한국인들은 첨잔을 몹시 싫
2009-07-13 13:12새로운 야마또 조정은 백제와의 유대를 깊게 하고 가야의 영토회복을 꾀하지만, 욱일승천의 신라는 그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반면에 백제는 조금씩 쇄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세력의 밸런스가 야마또 조정에도 영향을 주어 친 백제 대 친 신라, 구대가야 대 구본가야 라는 형태의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어 야마또 조정은 혼미를 거듭한다. 한편, 김해지방의 금관가야(본가야, 아라가야, 下伽耶, 狗邪国)는 동족끼리의 전쟁을 피하자는 신라의 회유로, 당시 금관가야(구야국)의 마지막 왕 구형(仇衝)은 532년에 신라왕족인 진골로써 신라에 편입되고, 그의 아들 김 무력의 9대손, 김유신은 후일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는 명장으로 활약한다. 당시 신라에는 6두품이라는 ‘골품제도’가 있었는데, 이러한 신분제도로 모든 백성을 구분하고, 그중에서 1두품 ‘성골’과 2두품 ‘진골’만이 왕이 될 자격을 부여했다. 그런데 금관가야인 구야국이 통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제의 남진 초기에 백제에 복속되었던 고령지방의 대가야(우가야, 미오야마국)의 후손들은 최후까지 백제 편에 서서 신라와 싸웠는데, 568년에 드디어 신라의 손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대가야(미오야마국)의 멸망을…
2009-06-29 09:45스포츠는 현대사회의 가장 관심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이자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연일 각종 매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스포츠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지구반대 편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면서 밤새도록 눈을 비비며 TV 앞을 지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사실 스포츠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허구적이다. 하지만 그런 허구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월드컵 축구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전 세계 40억 명이 동시에 TV 앞에서 열광하고, 지난 2002년 한국과 독일 전을 응원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700만 명의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동시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면 어떠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단일 축구팀이 일 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3000억 원이 넘어서고, 타이거우즈라는 골프선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저명한 인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올림픽개최를 위해 대통령이 움직이고 그 중계권을 얻기 위해 수천억이 오간다면 이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스포츠는 더 이상 허구의 세계에 국한된 단순한 놀이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만도 아닌 것이다. 현대사회의 스포츠는 가장
2009-06-22 10:48한반도는 4세기 중반부터 격동의 시대를 맞는다. 백제(百済)는 삼한의 하나인 마한(馬韓)속의 작은 부족국가였지만, 고이왕(233~286)이래 급속히 세력을 증대시키고, 불세출의 명왕인 근초고왕(近肖古王, 346~375)때 영토를 확장, 주변의 다른 소국들을 점령하면서 강성해 졌으며, 북방의 고구려(高句麗)도 4세기에 들어서서 중국의 낙랑이나 대방군을 공략하며 그 세력을 남쪽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한편, 진한(辰韓)속의 작은 소국인 서로국(斯盧国) 신라(新羅)도 이 시기에 진한의 대부분을 통합하면서 변한의 영토도 6가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손에 넣으며 세력을 동남쪽으로 확장하여 갔다. 이러한 욱일승천의 신라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백제의 근초고왕은 재빠르게 야마또국의 본국인 대가야(우가야 또는 미오야마국이라 함)를 점령하였다가, 본가야(아라가야 또는 구야국)에 반환하면서 신라와의 전쟁 시 거병을 요구하여 왔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라가 백제 공략 시 가야를 방파제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원래 가야족은 태양을 숭배하는 태양족으로써 신라와는 같은 신을 숭배하는 변진족으로, 곰을 숭배하던 백제와는 이질적이었기 때문에 갈등
2009-06-22 10:24